9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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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코 말포이 군? 잠시 인터뷰 괜찮을까?"
스키터가 사람들을 헤치며 나에게 다가온다. 특종거리를 찾아서 기쁜 기색이 뚜렷했다.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다가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래, 아직 완전히 망한건 아니다. 아닐거다. 아니어야만 한다.
스키터는 그런 내 기색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끊임없이 초록색 깃펜을 움직이며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예전에 아픈 적이 있니? 어떤 병으로 성 뭉고 병원에 간거니? 불치병이 있다던가? 오, 아주 좋은걸! 드레이코 군, 내용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단다."
기자가 아프다고 물었을 때, 드레이코 말포이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느새 그의 눈에 눈물이 조금 차올랐… 뭘 쓰는거냐. 그보다 어느새 이름으로까지 부르고 있다. 팬시가 티나지 않게 종이를 살짝 봤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뭐하시는 거죠?"
"인터뷰 하고 있잖니. 아, 드레이코 군의 친구니? 인터뷰 잠깐 될까?"
스키터는 다른 이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다프네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기 전에 내가 먼저 의아한 어조로 물었다.
"누구세요? 지금 뭐하시는거죠?"
"드레이코? 저번에 만났잖니?"
"처음보는데요."
"방학 때 성 뭉고 병원에서. 기억 안나는거니?"
스키터가 어린아이에게 말하듯 조근조근 짚어주었다. 하지만 어조는 전혀 친절하지 않았다. 도리어 귀찮고 퉁명스러운 듯한 어조였지. 해리와 로널드, 헤르미온느가 벙쪄서 우리를 바라본다. 나설까 말까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다.
"죄송하지만 저는 방학 때 시어도르의 집에 있었는데요."
"드레이코의 말이 맞아요."
시어도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린다. 누가 보아도 미친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내가 아닌 스키터를 향하고 있었고. …시어도르의 저택에는 들어가본적도 없는데. 의외로 대처가 뛰어나다.
"방학 때 저와 있었어요."
"감사하게도, 노트 가주님께서 초대해 주셔서요. 그보다 누구시죠?"
스키터가 눈썹을 조금 들어올린다. 스키터는 건방져서 소리를 질러야할지, 자신을 모르는 것에 충격을 받아야할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말포이 가문이었지… 하며 작게 중얼거린 스키터가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리타 스키터다. 예언자 일보의 제일 잘나가는 기자지."
"푸흡-"
다프네가 정말로 재밌다는 듯 웃음소리를 낸다. 시어도르가 불길하게 다프네를 바라보았다. 뭔데 시한폭탄을 보는 듯한 얼굴이냐.
"아, 죄송해요. 조금 웃겨서요."
"뭐- 이런-"
스키터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순수혈통을 건드리면 안된다는 걸 아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인상을 약간 찌푸리다가 벌개진 얼굴로 소리질렀다.
"가자, 보조!"
종소리와 함께 스키터가 나가자, 다프네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뭐야. 재미없어."
감상이 그거뿐이냐. 팬시도 아쉽다는 듯 혀를 조금 차다가 이내 팝콘을 먹었다. 나는 한숨을 한 번 쉰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도와줘서 고마워."
"별거 아니었어."
"그런데 어디가는 거야?"
마법부. 나는 속으로만 대답하며 손을 대충 휘저었다.
* * *
나는 지팡이를 휘둘러서 망토를 비마법사의 옷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한숨을 한 번 내쉰 뒤에 노화 마법약을 마셨다. 지팡이를 휘둘러 모습도 조금 바꾸었고. 시리우스의 신분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리우스는 호그와트 안에 있으니까 말이다.
하여간 도움도 안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호그스미드의 외진 곳으로 향했다.
'호그스미드에서 마법부까지는 조금 먼가?'
공중부양 마법과 투명 마법을 쓰고 거기에 배속 마법을 더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사실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거라서 귀찮기는 했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페를루키디타스. …웰로키타스."
몸이 붕 뜨고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배속 마법으로 인해 빠르게 주위의 풍경이 바뀌었다. 나는 얼음이 될 것 같은 온도를 체감하며 다시 한 번 지팡이를 휘둘렀다. 날기 전에 했어야 하는건데.
"포르마두스."
따뜻한 공기가 내 몸을 휘감았다. 좀 낫네. 나는 가방을 확인한 다음 다시 속도를 올렸다. 이제는 건물들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경주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렇게 몇 십분을 날아다니자, 건물이 드문드문 해지고 조금 더 음침해졌다. 뭔데 햇빛도 안들어오는 것 같지. 분명 이상한 마법을 써두었을게 틀림없다.
나는 전화 부스 바로 옆으로 내려와서 투명 마법과 배속 마법, 공중부양 마법을 풀었다. 보온 마법은 아직 그대로였다. 그도 그럴게, 1월달의 바람은 정말로 차가웠다. 나는 전화 부스 안에 들어가서 다이얼을 돌렸다. 그러자 여자의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마법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성명과 방문 목적을 말씀해주십시오."
이건 엘레베이터를 모티브로 한 것 같았다. '문이 열립니다.'랑 목소리가 거의 비슷했으니까. 아니, 그보다 그럴거면 왜 전화 부스로 한거냐고.
"…시다네 그래슨 입니다. 오러 본부에 볼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손님. 배지를 집으신 다음 가슴에 달아주시길 바랍니다."
대사는 그때그때 다른거였냐. 원작에서는 '감사합니다, 손님 여러분. 배지를 집으신 다음 가슴에 달아 주십시오.'였는데. 아무래도 미묘하게 다른 대사를 여러 번 돌려쓰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배지를 가슴에 달았다. 배지에는 오러 본부, 시다네 그래슨 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치피 실명도 아닌데. 마법부는 너무 허술하다. 솔직히 신원을 조작하는데에 조금의 돈 밖에 쓰지 않았다. 전화 부스가 덜컹거리더니, 곧 엘레베이터처럼 땅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내려가는 속도가 롤러코스터와 맞먹는다는걸까. 안전장치는 없는거냐고. 나는 지팡이를 휘둘러 내 몸을 고정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뭔가 말하는게 놀리는 것 같은 어조다. 내가 그렇게 느끼는건가. 나는 지팡이를 대충 맡기고 다시 받아와서 승강기에 올랐다. 애초에 이 지팡이도 신원위조를 위해 받은 지팡이었지, 원래 지팡이는 아니었다.
2층까지 내려가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는 것에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왜 이런걸로 좋아해야 하는거지.
"2층, 마법사 법률 강제 집…"
여자의 목소리를 거의 흘려 들으며 승강기에서 내려왔다. 그보다 이 맘 때쯤의 오러 장관이 누구였지. 기억이 잘 안난다. 루퍼스 스크림저였나.
"어서오세요. 시다네 그래슨 씨 맞으신가요?"
일단은 말부터 해야겠지. 귀찮은 표정의 오러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