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98화 (98/130)

9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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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많이 남은 것 같은 버터 맥주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스리 브룸스틱스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고. 해리도, 여기로 온건가. 베그만과 해리과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도깨비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일단 대화를 들어보는게 먼저인가. 나는 밖으로 나가려던 생각을 철회하고 지팡이를 들었다. 그러니까, 도청 마법 주문이-

"아우리쿨라."

- 그러니까… 해리, 내가 도와줄 수 있는게 없을까?

-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의 황금알의 비밀을 풀었다고 생각해요. 완전히 풀려면 며칠이 더 걸리겠지만 말이죠.

해리의 단호한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도청 마법은 의외로 잘 되는 것 같았다. 나는 버터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조금 더 구석 쪽으로 몸을 숨겼다.

- 음… 그래, 알겠다. 알았다. …다음에, 다음에 보자꾸나.

베그만이 실망한 기색으로 스리 브룸스틱스를 나간다. 도깨비들이 일제히 일어나 그 뒤를 따라나갔다. 그보다 부정행위를 저지르려다가 실패했다고 저런 표정을 짓는거냐. 해리는 한숨을 한 번 내쉬며 헤르미온느와 로널드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이야기는 원작과 똑같이 전개되었다. 거의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나는 버터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이제 쓸만한 정보는 없다. 나는 미련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왜 도깨비들이 크라우치를 쫓는다는거지? 크라우치는 트리저워드 시합에 나오지도 않았어.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퍼시가 왔잖아.

…그거 베그만이 대충 꾸며낸 거짓말인데. 베그만은 빚 때문에 도깨비한테 쫓기고 있다. 크라우치랑은 전혀 관련없이. 나는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나저나 퍼시가 처음부터 온거라는건가? 시간대가 빨라졌다는 가설이 더 유력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일어나려는 자세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삼인방의 말을 더 들어보면 뭔가 나올지도 몰랐다. 쟤네들은 서로 비밀따위 없으니까. 내가 묻는 것보다 이렇게 듣는게 나을지도.

도청을 한다는 죄책감은 잠시 묻어두기로 했다. 나는 애써 합리화를 했다. 공개된 장소에서 대화하는게 더 잘못한거지. 이건 이런데서 말하면 안된다.

…그나저나 합리화는 시어도르가 더 잘하는데. 왜 내가 하고 있는거지. (네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그런거잖아!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문구가 뭐 어때서! 뻔뻔하게 팬시에게 말하는 시어도르가 생각났다)

- 애초에 그 말도 믿을게 못 돼. 베그만은 너무 무능하다니까? 버사 조킨스 실종사건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 오, 헤르미온느. 그래도 그는 퀴디치의-

"퀴디치의 전설이라니 뭐니 라는 말은 그만둬!"

헤르미온느가 짜증스럽게 소리지른다. 나는 덕분에 띵한 귀를 문질렀다. 시선이 집중 되었지만, 이내 다시 가게는 수다떠는 소리들로 가득찼다.

그러니까, 버사 조킨스가 실종 되었다고? 나는 아직도 멍한 귀를 만지작거리며 페티그루가 그려져 있는 신문을 펼쳤다. 확인해보지 않은 신문은 이것 밖에 없지. 다른 기사들까지 꼼꼼히 확인해보다가 조금 구석 쪽에 실려있는걸 발견했다.

「마법부의 무능력한 대응, 버사 조킨스의 실종.」

"……빙고."

이런걸 맞춰도 전혀 안기쁘지만. 볼드모트는 역시 살아있었다. 크라우치도 호그와트에 버젓이 잠입하고 있고. 제길, 이러면 뼈를 훔친 의미가 없잖아.

조킨스는 죽은건가? 가슴 속에 납덩이 하나가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내가 조금 더 빨리 대처했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입술을 반사적으로 깨물었다가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래, 일일히 반응 하다보면 생각이 깊어진다. 나는 조킨스에 대한 생각을 한 쪽에 내버려두고 볼드모트에 집중했다. 일단은 이 쪽이 우선이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으려면.

볼드모트는 버사 조킨스를 고문하고 크라우치 2세에 대한 정보를 얻었을거다. 그리고 크라우치를 제압한 크라우치 2세와 재회했겠지. 아니면 그가 직접 제압했다거나.

"…그래도."

리들 하우스에 가서 뼈만 훔친건 아니다. 그러려면 그냥 가일에게 부탁했지. 나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신문을 접으려고 했,

"이야기하는걸 싫어하는 표정이었지? 안 그래, 보조? 왜 그런다고 생각해?"

다가 바로 신문으로 얼굴을 가렸다. 리타 스키터다. 생각해보니까 베그만이 간 뒤로 스키터가 오지. 그리고 헤르미온느와 싸우고 말이다.

나는 지팡이를 휘둘러 도청 마법을 해제했다. 이 뒤는 안들어도 될 내용이었다. 어차피 여기서 크게 싸우니까 도청 마법이 필요없기도 하고.

"또 누구의 인생을 망치려고 하는거죠?"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해리가 스키터를 노려보며 일어선다. 나는 신문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이제 곧 헤르미온느와 싸우겠지.

도와줘야하나. 하지만 스키터는 내 얼굴을 안다. 그리고 내가 드레이코 말포이라는 것 까지 알게되면 그 뒤는 안봐도 뻔하다.

"해그리드는 아무 잘못도 없어요!"

해리가 빽 소리를 지르자 스리 브룸스틱스에 정적이 일었다. 이마의 상처가 보였고, 해리가 해리 포터라는 사실을 자각한 몇몇이 그를 더 자세히 보려고 몸을 앞으로 당겼다. 나는 여전히 말싸움하는 삼인방과 스키터를 바라보다가 그냥 신청서를 작성했다. 이제 아무도 내 쪽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이 끔찍한 여자야, 당신은 특종을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는거야?"

헤르미온느의 소리가 들린다. 하긴, 리타 스키터는 멋대로 소설같은 내용을 지어내니까. 결과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는 펜을 움직였다. 대단히 위험한 마법이 크라우치의 저택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조그맣고 멍청한 계집애야, 자리에 앉아라."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 입니다. 오러를 순간이동을 통해 보내주시길 간청 드립니다. 나는 간단히 신청서 작성을 끝내고 신청서를 접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제 스키터하고 삼인방이 나갈 때까지 기다리면 되려나.

악성 기사는 쓰지 말라고, 예언자 일보에 압력 넣으면 될 것 같았다. 어쨌든 말포이 가는 꽤 영향력이 크니까 말이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일에 함부로 끼어들지 마."

딸랑딸랑.

상큼한 가게의 종소리가 스키터의 말을 중단시켰다. 주위의 시선이 집중되고, 스키터와 해리, 로널드, 헤르미온느마저 고개를 돌렸다.

문에서 나온 이는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다. 나는 급하게 신청서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신문으로 얼굴을 가리,

"어? 드레이코?"

려고 하다가 팬시 파킨슨과 마주쳤다. 다프네가 살랑살랑 손을 흔들고 시어도르가 잔뜩 귀찮다는 표정을 하며 다프네의 옆에 서 있었다. 그나저나 너희 시선도 신경 안쓰는거냐. 셋은 당당한 걸음걸이로 내 쪽으로 다가왔다. 제발 그냥 가주었으면.

시어도르가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다프네를 보호하듯 가로막았고 팬시와 다프네는 알고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쪽은 시선 한 줌 주지 않으며 이 쪽만을 바라보았다. 그보다 저 쪽으로 가면 안되는 거냐.

"너도 여기 온거야? 그러게 같이 가자니까?"

"참고로 혼자 있는 것보다 같이 있는게 훨씬 재밌어, 드레이코."

"응, 그래, 그렇지. 그렇고말고."

"시디, 친절하게!"

"…아아주 재밌겠다."

해리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드레이코 아니야? 로널드가 옆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스키터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크게 뜨며 소리질렀다.

"쟤, 쟤가 드레이코 말포이였어?! 그럼 그 때 만난 애가!"

"저 사람은 누구지?"

"몰라, 미쳤나봐."

팬시와 다프네의 수근거림을 흘려 들으며 해리네를 바라보았다. 마침 헤르미온느가 적대적인 어조로 되받아친다.

"드레이코가 드레이코인게 무슨 상관이시죠? 또 이상한 기사를 쓰려고?"

"드레이코,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다프네가 약간 걱정스럽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시어도르가 마찬가지로 나를 바라보다가 툭 말을 내뱉었다.

"마지막 남은 희망이 부서지기라도 한 것 같은 얼굴이네. 완전 체념한 것 같아."

시발, 너네 때문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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