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97화 (97/130)

9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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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르게 짐옮기기 마법과 공중부양 마법을 썼다. 나와 투명 마법이 걸린 크라우치가 동시에 들리더니 전속력으로 날아간다.

'어디 숨길 만한 곳 없나? 제일 눈에 안 띄고 4학년 때는 아무도 안 올 만한 곳이…'

아, 하나 있다.

아무도 오지 않고 숨기기 적당하며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곳. 페티그루가 3학년 때 숨었던 곳.

"…필요의 방."

그래, 필요의 방이 필요했다. 뭔가 라임이 좋은데. 시답지 않은 생각을 그만두고 전속력으로 달려 7층에 도착했다. 빠르게 위치를 확인한 다음 세 번을 그 자리에서 왕복했다.

'숨을 만한 곳, 숨을 만한 곳, 숨을 만한 곳…'

그리고 나타난 문을 바로 열어젖혔다. 나는 가벼운 한숨을 쉬고는 문을 조용히 닫았다. 이제 아무도 모를거였다.

* * *

「해그리드에게.

죄송해요. 제가 정말로 급한 일이 있어서 이번 주는 수업을 못 들을 것 같아요. 대신 다음 주에 두 번 들을게요. 정말로 죄송해요.

드레이코로부터.」

나를 쪼아대는 부엉이를 열심히 마법으로 달래며 날려보냈다. 프로테고로 다가오는 부엉이들을 막으며 병동으로 향했다.

설마 내가 자의로 병동에 가는 날이 올 줄이야. 나는 속으로 감탄아닌 감탄을 하며 병동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드레이코?"

"예전에 준 그 마법약 있으세요? 임페리우스 저주에 당한 여부를 알려주는 마법약이요."

"그건 어째서?"

"이유는 묻지 마시고요."

폼프리 부인과 내 눈이 마주친다. 폼프리 부인이 잔뜩 걱정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주마."

"임페리우스 저주 치료제는요?"

"있단다."

폼프리 부인이 퍽 단호한 손길로 '임페리우스 저주 치료제'와 '임페리우스 저주 판단 마법약'이라고 적힌 마법약 두 개를 가져온다. 그러고는 나에게 그걸 넘겨주었다.

"임페리우스 저주 치료제는 지속적으로 먹여야 효과를 발휘한단다. 일주일에 한 번 씩, 거의 네 달 정도를 복용시켜야 낫는다고 할 수 있지."

"네 달…"

지금이 1월 중순 정도인걸 감안한다면 5월 중순 쯤에야 임페리우스 저주에서 깨어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의외로 길게 기다려야 하나. 나는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폼프리 부인이 생각난 듯 황급히 말을 덧붙인다.

"그래도 괜찮아. 임페리우스 저주를 몇 달 이상 지속적으로 받아오지만 않았다면, 한 달 정도면 대부분 낫거든."

몇 달 이상 지속적으로 받아와서 문제다. 나는 한숨을 한 번 내쉬다가 일단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드레이코."

"네?"

"교수는 학생을 위해서 있는거란다. 나도 변변치 않지만 보건 교수라 할 수 있고. 그러니까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렴."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동에서 나갔다. 이렇게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주는건데. 솔직히 그렇게 말해도 안들을 기세였다. 바로 걸음을 옮겨 필요의 방으로 향했다.

'숨을 만한 곳, 숨을 만한 곳, 숨을 만한 곳…'

세 번 왕복하니 다시 문이 나타났다. 크라우치는 아직… 있고.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임페리우스 저주 판단 마법약'을 크라우치의 입에 흘렸다.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린 것 맞는지, 크라우치의 몸이 마법약으로 인해 푸르게 빛난다. 그나저나 효과 왜 이런거지.

나는 곧바로 크라우치에게 다가가서 임페리우스 저주 치료제를 입에 흘렸다. 생각해 보니까 마법 쓰면 되는거 아닌가. 나 왜 직접 먹인거냐.

인상을 찌푸리는 크라우치를 뒤로하고 일단 지팡이를 휘둘러 의상부터 점검했다. 뭔가 위험한거나 쓸만한걸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

그리고 품 속에서 낯익은 지팡이를 발견했다.

이게 왜 여기있지. 길이로 보나 색깔로 보나, 확실한 해리의 지팡이였다. 볼드모트와의 형제 지팡이. 혹시 모르니 퍽스의 꼬리털을 뽑아서 다시 만들어줄 생각이었는데.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했다.

뭐, 좋은 게 좋은거지.

해리의 지팡이를 품 속에 넣고 다시 지팡이를 휘둘러 조사했다. 크라우치의 저택 열쇠로 보이는 것 하나 빼고는, 별로 가지고 있는 게 없어 보였다. 때마침 크라우치가 뒤척이며 다급한 소리를 낸다.

"내 아들이, 내 아들이…! 호그와트에…"

뭐?

* * *

일단은 호그스미드에 나가서 생각을 정리했다. 나는 곧바로 앉을 수 있는 스리 브룸스틱스로 향했다. 버터맥주 한 잔을 시켜서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솔직히 버터맥주는 맥주에 버터를 넣은거라고 생각한다. 도수는 없는 음료수. 근데 왜 이름은 맥주인거지. 나는 잡생각을 떨치려고 노력하며 크라우치를 떠올렸다.

생각해보면 크라우치가 지금 탈출한 것부터가 이상하다. 크라우치는 원작에서 두 번째 트리저워드 시합이 끝난 후에 탈출한다. 그걸 크룸과 해리가 목격하고.

왜 크라우치는 지금 탈출한거지? 왜 볼드모트는 리들 하우스에 안 온거지? 도대체 왜?

머릿속이 의문덩어리로 엉켜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한숨을 한 번 쉬다가 무심코 신문을 주머니 속에서 꺼냈다.

페티그루의 탈옥이 담긴 신문. 놀라서 제대로 확인하고 있지 않았던 곳을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날짜가… 5월 쯤인가."

아직 학교가 끝나지도 않았을 시점이다. 도대체 뭐 어쩌라는거지. 나는 조금씩 빨라지는 것 같은 원작을 상기했다. 도대체 왜 빨라지는-

'…시간대.'

3학년 때 난 페티그루를 빨리 잡았었다. 시리우스도 그만큼 빠르게 범죄자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만약 시간대가 지나치게 빨라져서 볼드모트가 먼저 리들 하우스에 온거라면? 지팡이를 가지고 자신의 아버지를 제압한 크라우치와 만나서 크라우치네 저택으로 간거라면?

아니, 애초에 난 모든걸 원작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시간대부터 다른데 그걸 어떻게 확신한거지?

나는 버터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 내 아들이, 내 아들이…! 호그와트에…

크라우치의 목소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 인정하자. 크라우치 2세는 호그와트에 잠입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볼드모트는-

-아마, 크라우치네 저택에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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