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92화 (92/130)

9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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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제를 마시자마자 속에서부터 무언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예전에 피를 토하고 기절했을 때보다도 몇 배는 더 심하게 울렁거렸고.

조지는 양동이를 준비해 내 앞에 놓아주었고 프레드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메모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실험맨이라지만 취급 너무한 거 아니냐.

"우욱…"

"도련님, 속 안 좋아?"

"나중에는 멀미약을 첨가해야겠다."

그것부터인건가. 나는 지팡이를 휘두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는 양동이를 붙잡… 왜 양동이가 이런거지. 새까만 양동이를 내려다 보다가 지팡이를 쥐고 청소 마법을 썼다.

"오, 그 상태에서 마법을!"

"역시 도련님!"

"……."

"죄송합니다."

"조용히 있을게요."

쌍둥이를 향한 시선을 떼고는 다시 깨끗한 양동이를 바라보았다. 뭔가 올라올거 같기는 한데, 정작 올라오지는 않았다. 약간 체했을 때의 느낌이랄까. …아, 잠시만 그렇다고 이렇게 바로 올라오란 소리는 아니었는-

"욱, 우웨에에엑…"

"오, 블러드 프루트 열심히 농축했는데-"

"-은근 많구나."

쌍둥이들이 놀림조로 말한다. 그래, 마음대로 놀려라. 나는 입에서 나오는 피가 멈추기를 바랄 뿐이었다. 시발, 이거 언제 멈추냐. 프레드가 조용히 조지에게 속삭인다.

"조지, 위험한 것 같으면 폼프리 부인을 불러."

"좋아."

그 노력은 가상한데, 일단 이거나 멈추고 말하면 안될까. 조지가 슬쩍 양동이를 바꾼다. 얼마나 더 토해야 되는거지.

프레드는 진지한 태도로 메모를 하고 있었고, 조지는 언제라도 지팡이를 휘둘러 일을 알리겠다는 태세를 하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는데. 그나저나, 진지한 쌍둥이들이라니. 그게 존재하기는 한거냐.

"도련님, 괜찮아? 힘든 것 같으면 병동갈래?"

"웨에에에엑…"

"원래는 안전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번만 안했단말이지."

"불안하다, 불안해."

솔직히 그 안전한 과정이란 것도 쌍둥이들이라면 믿을게 못 된다. 나는 여전히 나오는 빨간색 액체를 뱉으며 쌍둥이들을 지그시 노려보았다. 조지가 움찔거리며 조용히 말한다.

"그, 그래도, 괜찮을거야. 위험 감지기로 확인도 했고."

"시리우스의 돈으로 산거지만-"

그래, 갈레온이 넘치도록 많은 시리우스라면 납득할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조금 멈춘 것 같은 피에 고개를 들고는 입가를 소매로 닦으며 말했다.

"…블러드 프루트를 얼마나 넣은거야."

"한 50개…?"

"53개 아냐?"

진심으로 또라이 아니냐. 나는 양동이에 담긴 피를 짜증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렇게 많은 피가 나오지. 원래의 사탕은 가볍게가 아니라 미친 듯이 많이 토하는거 아닌거야?

"에이- 도련님,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말라고?"

"그래서 해독제가 있잖아. 멈추고 싶을 때 해독제를 먹으면 바로 멈춰."

"이번에는 도련님의 강화 마법 때문에 헛수고가 되었지만!"

…의외로 체계적이다. 나는 피가 담긴 양동이(내 피는 아니라지만)를 떨떠름하게 바라보다가 곧 피 사탕을 떠올렸다. 피 사탕은 어떻게 하라는거지? 그러다 기도가 막혀서 죽을 수도 있는거 아닌가?

"피 사탕이 통째로 나오면 어떡할거- 웨에에엑…"

"도련님, 괜찮은거야?"

"말 안하는게 좋을걸-"

대답이나 하라고. 메모하는 소리가 멈추고, 프레드의 순순한 어조가 들린다.

"통째로 나오면 목에 걸리니까-"

"-구토 마법을 한 번 더 쓸거야."

"정 힘들면 배속 마법도 추가!"

"뭐, 위험하면 바로 병동으로 가겠지만."

순간 욕이 튀어나올 뻔 했지만 욕대신 피가 입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뭔가 막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지팡이를 휘두르기도 전에 쌍둥이들이 마법을 외친다. 굉장히 다급한 어조였다.

"에룩타티오, 에룩타티오, 에룩타티오!"

"웰로키타스!"

"컥…"

그게 스위치라도 된 것 마냥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조지가 뭐라 지껄이며(아마도 욕 같았다) 방을 뛰쳐나갔고 프레드가 다급하게 치료 마법을 외우려는 순간이었다.

"……."

"에?"

툭, 데구르르-

사탕이 굴러가는 소리마저 산뜻하게 들린다. 나는 지겹다는 얼굴로 아직도 동그란(먹었을 때보다 작아진)사탕을 손에 들었다. 그나저나 진짜로 구토 마법이랑 배속 마법을 쓴거냐. 미친 놈들 아니야?

"도련님, 이제 괜찮을거야!"

"아라니아 액서마이."

프레드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밀쳐진다. 그러다가 입을 삐죽 내밀며 빽 소리를 질렀다.

"왜?"

"…그냥 얼굴만 보면 짜증나."

"너무해!"

프레드가 억울하다는 듯 외친다. 나는 그 소리를 당연하게 무시하며 조지를-

"어?"

"?"

"조지는?"

"응? 그야 병동으로-"

프레드가 찔끔한 표정으로 주위를 돌아봤다. 바닥에는 아직 치우지 않은 피가 가득 고여 있었다. 조지를 잡기에도 이미 늦었고. 빨리 뒤처리를 하는 수 밖에 없나. 나는 지팡이를 들었-

"빨리요!"

"최대한 빨리 가고 있단다!"

폼프리 부인이 박력있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조지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나와 프레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상황을 깨달았는지 멋쩍게 웃는다. 폼프리 부인의 눈은 이미 피가 낭자한 바닥을 흝고 있었다.

"……."

"……."

"……."

"오, 세상에-"

쌍둥이들이 서로를 마주보며 눈짓을 주고받는다. 무언의 대화 말고 상황을 수습하라고. 폼프리 부인이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눈을 크게 떴다.

"드레이코, 이게 무슨-"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 봐요!"

쌍둥이들이 뒤를 돌아보지도 않으며 도망친다. 방금 전에 뛸 때보다 빠른 속도인 것 같은데. 나는 지팡이를 꽉 쥐며 쌍둥이들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았다. 반드시 없애버린다.

폼프리 부인은 쌍둥이들이 없어지든 말든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아니, 모든 관심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에게 몰려있었다. 그렇게 안 보면 안될까요.

"드레이코… 넌 정말…"

"이건 쌍둥이들의 장난-"

"어째서… 넌…"

전혀 듣는 기색이 아니다. 나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말하는 부분을 변경했다.

"또 입원은 아니죠?"

"……."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당분간은 안돼요."

"좋아, 좋다, 알았다. 드레이코."

폼프리 부인이 입술을 질끈 깨물다가 한숨을 약간 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반쯤 체념한 상태였다. 시발, 저 쌍둥이들도 내 고생을 알아야 할텐데.

"스네이프 교수님의 특별 수업은 갈거니?"

"……네."

애초에 수업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식으로 말했으니까 수업이 아닐지도. 나는 조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어쩔 수 없구나."

"그럼-"

"그래, 안가도 된단다."

폼프리 부인이 조금 씁쓸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뭔가 이상한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정정해야 하지.

"대신 스네이프 교수님의 수업에는 반드시 참석하거라."

"네."

아무튼 이걸로 실험의 부작용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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