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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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에 있는 시간 동안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나는 지팡이를 휘둘러 양피지와 펜 소환했다. 일단은 아는 걸 모두 적어놓아야 한다.
- 앨러스터 무디는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
위즐리가 무디를 말리러 간다고도 하지 않았고, 시리우스가 침입자는 없다고 했으니까. 게다가 바르테미우스 크라우치에 대해 말했을 때도 반응이 없었다.
- 해리는 지팡이를 잃어버렸다.
원작에서는 루시우스가 퀴디치 월드컵에서 소동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해리의 지팡이를 훔친 크라우치 2세가 다시 그걸 잃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크라우치 2세는 해리의 지팡이를 가져갔고, 그걸 이용해서 크라우치를 제압한 것 같다.
'퍼시가 분명, 대리로 나온 거였지…'
그렇다면 아마 맞을거다. 나는 반쯤 납득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볼드모트와 페티그루의 행방은 모른다.
하나도 알지 못한다. 정말로 하나도. 지팡이는 여전히 신호가 없고, 그렇다고 해서 다른 뭔가가 일어난 것도 아니고. 나는 한숨을 작게 내쉬고는 지팡이를 휘둘렀다. 소멸 마법과 함께 양피지가 공중에서 사라졌다.
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걸 하면 된다. 볼드모트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일단, 크라우치나 어떻게든 치워야지. 그리고 그 전에-'
쌍둥이들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아련히 스쳐지나간다. 괜히 지팡이를 만지작 거렸다. 어떻게 해줘야 잘 팼다고 소문이 날까. 뭔가 기대되는 기분이다. 내가 웃자 옆에 있던 폼프리 부인이 비명을 내지른다.
"드레이코, 사람 하나 죽일 것 같은 얼굴이구나."
하나가 아니고 둘인데요. 나는 굳이 그 말을 정정해주지 않았다.
* * *
"도련님."
"들었어."
"소문."
"그래서 변명은?"
"없습니다."
쌍둥이들이 나란히 무릎을 꿇고는 내 앞에 앉는다. 그래, 적어도 너희들의 잘못을 알기는 하는구나.
"정말 도련님 안아파?"
"그 사탕, 그렇게까지 강력하지 않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도련님의 강화 마법이 너무 뛰어나지 않는 이상-"
프레드와 조지가 말을 끊고는 서로를 마주본다. 뭐냐, 이제부터 마주하게 될 너희들의 운명을 예측하는 중인건가.
"도련님!"
"이 쪽으로 와봐!"
"…? 어디서 오라가라야."
너희가 와. 네. 죄인인 쌍둥이들은 쭈그러진 채로 해독제를 들고왔다. 저번의 강화버전이 아닌 평범한 해독제다.
"이게 뭐가 어때서."
"애초에 그 사탕은 피 사탕이거든?"
뭔 개소리냐. 설명을 정말 못하는 것 같다. 나는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며 둘을 바라보았다. 조지가 은근 신이 난 기색으로 말한다.
"피로 이루어진 사탕. 블러드 프루트를 농축하고 농축했지롱-"
"그 사탕은 애초에 잠복형이랄까? 피를 다 뱉으면, 그러니까 사탕을 다 뱉어낸다면 사탕은 자연적으로 없어져."
"그래서, 학교에서 피를 여기저기 뱉으면서 다녀라?"
그것 참 매를 부르는 발언이구나. 나는 고민없이 지팡이를 들었다. 프레드가 하얗게 탈색된 얼굴로 손사례를 친다.
"아니아니, 도련님! 그거 전혀 아니니까!"
"꺅, 폭력반대! 도련님, 말 좀 들어주라고?"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그래, 어디 말이나 들어보자. 조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원래의 해독제는 그 사탕을 융화시켜서 소화시키는 역할을 해!"
"그래서 피똥을 싸게-"
"포지, 좀 조용히 해."
"큼큼, 아무튼!"
내가 뭘 들은거지. 뒷처리까지 거지같잖냐. 썩은 시선으로 바라보자 조지가 억울하다는 듯 외친다.
"애초에 테스트 용이었다고!"
"하지만 예상보다 도련님의 강화 마법이 뛰어난 모양이야."
"해독제가 다 거부반응을 일으키잖아?"
"그렇지만 여기에 구토같은 마법을 더한다면-"
"-시원하게 뱉고 끝내겠지?"
쌍둥이들이 시원하게 웃는다. 그래, 결국에는-
"대책이 없다, 이거구나."
"엥? 그게 그렇게 되나?"
"시간이 필요-"
"시원하게 맞고싶냐."
고민없이 다시 지팡이를 들었다. 누구는 위즐리 가를 걱정해서 피를 뱉은 이유도 못 말하고 있는데, 누구는 그렇게 상쾌한 표정을 하고 있어?
"일단 좀 맞고 말해보자."
"도, 도련님?"
"이런 접촉은 하고싶지-"
"시끄러워."
나는 간단히 침묵 마법을 걸었다. 이걸로 방음은 완벽해. 웃는 내 얼굴과는 다르게 쌍둥이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만 갔다.
* * *
"너무해…"
"아파…"
"그래서, 내가 뭘하면 되는데."
"헹, 맞고나서 그걸 알려줄 것 같-"
"-습니다."
내 얼굴을 본 프레드가 황급히 말을 이어받는다. 그래, 눈치라도 있어서 다행히다. 조지가 어느새 회복했는지 일어나서 전의 해독제를 가져왔다.
"여기에, 구토 마법하고 강화 마법만 걸어줘."
"…? 그걸로 돼?"
"음, 이 부작용은 도련님의 강화 마법 덕분인걸?"
"원래 강화 마법은 강화 마법이 상대해야지?"
"구토 마법은 빨리 끝내기 위한거니까-"
"원래의 해독제는 피똥을 3일간-"
"조용히 하라니까."
무슨 시트콤 찍냐. 쌍둥이들은 서로를 툭툭 치면서 시비아닌 시비를 걸다가 나에게 해독제를 내밀었다. 뭐, 강화 마법이랑 구토 마법은 별로 어렵지도 않지. 지팡이를 몇 번 휘둘러 마법을 걸었다.
"끝?"
"어."
"좋아, 조지."
프레드의 한 마디에 조지가 마법봉 비슷하게 생긴 걸 해독제에 담갔다. 마법봉(?)이 초록색으로 빛나자 조지가 상큼하게 소리질렀다.
"문제없어, 먹어도 안 죽어!"
그게 기준인거냐. 아니, 왜 뿌듯해 하는데. 나는 왠지 불안해 보이는 해독제를 다시 불길하게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프레드가 산뜻하게 외친다.
"좋아, 도련님-"
"-즐거운 시식 시간 입니다!"
벌써 세 번째였다. 정말 실패한다면 실험맨 따위 때려칠거야. 나는 여전히 불길한 마음으로 해독제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