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78화 (78/130)

7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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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카로프와 래번클로의 초대는 크리스마스가 지난 다음에 가기로 했다. 애초에 크리스마스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기도 했고, 그 전에는 다른 일로 바빴기 때문이다.

"도련님, 해독제 또 만들었어-"

"정말 도련님 안 아파?"

아프기라도 바라는 듯한 말투다. 그래, 내가 해야 할 일은 해독제 만들기였다. 전혀 진전이 없는게 참 희망적이다. 설마 이대로 피 토하면서 살아야 하는건가.

"제조법이나 다시 줘봐."

"극비를 두 번이나 보여줄 수는-"

"-당연히 됩니다, 도련님. 여기."

내가 한 번 쳐다보자 조지가 바짝 굳은 기색으로 제조법을 건낸다. 어쩐지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 같은 태도였다. 그래, 안 준다면 너희의 목숨이 위험할건 알고 있구나. 나는 두 손으로 건내주는 제조법을 받아서 흝어보듯 읽었다.

"여기서 빼먹은 부분이나 다른 부분이 있으면 말해."

"없다니까?"

"진짜로."

쌍둥이들이 억울하다는 듯 중얼거린다. 내가 너희들을 믿을 것 같냐. 나는 가뿐하게 지루해하는 쌍둥이들을 무시하고 제조법을 소리내어 읽어내려 갔다.

"부보투버를 끓이고 다시 십 분간-"

"거긴 했어. 패스."

"유니콘의 털을 가루처럼 자른 뒤에-"

"거기도."

조지가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 해독제에 눈도 떼지 않으며 말한다. 프레드는 소파에 늘어지다 못해 달라붙을 것 같았다. …어지간히도 지루한가 보다. 하지만 나는 쌍둥이들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차근차근 끝까지 제조법을 읽었다.

"굳어진 사탕에 강화마법을 건다."

"그것도 했어."

"…이건 내가 한건가?"

"그래, 도련님이 했잖아?"

"다른 약들은 전부 우리가 걸었, 잠깐."

조지가 사건을 풀어낸 탐정처럼 뿌듯하게 웃는다. 프레드가 알만하다는 듯 눈을 빛냈다. 아니, 애초에 나 아니었으면 몰랐을 정보 아니냐.

"도련님이 강화마법을 걸어서, 꾀병 사탕이 더 심하게 강화된건가?"

"좋아, 실마리가 있어야 해독제도 만들 수 있거든! 이제 실마리를 찾았으니까, 우리만 믿어."

그 말이 302번째가 아니었다면 조금 더 믿을만 했었을텐데. 뭐, 그래도 이제 해독제가 대충 완성될 것 같다. 정말 아픈게 아니어서 조금은 안심했다. 나는 재잘대는 쌍둥이들을 무시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련님? 어디 가?"

"호그스미드."

너희들이 준 1000갈레온으로 부모님 생일선물을 사야되거든.

* * *

호그스미드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나는 적당히 인파를 밀면서 선물을 찾기 위해 애썼다. 너무 비싸보이지 않으면서 성의있고 정성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선물이 과연 존재할까. 시선이 몰리는게 싫어서 목도리를 코 끝까지 감는 수준으로 둘렀다. 주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고. 쓸데없이 추운 호그스미드를 돌아다니며 인파를 피하느라 애썼다.

"아!"

"……!"

그 노력은 헛수고 였지만 말이다. 누군가와 부딪힌 것 같았다. 나는 흘러내린 목도리를 주섬주섬 주워들다가 같이 넘어진 상대를 바라보았다.

"…죄송합니-"

원작에서 묘사되는 은발에 파란 눈이었다. 그래, 은발에 파란 눈. 차이점은 챔피언을 하기에는 다소 작다는걸까. 1학년 정도로 밖에 안보이는 체구였다. 한마디로 쟤는 가브리엘 델라쿠르일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거다.

델라쿠르(추정)가 생각하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안봐도 되는데. 손에 들려있는 목도리로 얼굴을 가렸지만 이미 늦었다.

"망포이 마자요?"

"……."

"그, 그, 드레이-"

"조용히 해줄래."

옆에서 시선이 몰리는게 느껴진다. 나는 다급하게 델라쿠르를 잡고 인기척이 드문 장소로 향했다. 내가 왜 얘랑. 델라쿠르의 쿡쿡대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착각이겠지.

"뭐하능 거예용?"

"부모님 생일선물 사러. 너는."

"저능 언니꺼요!"

언니를 유독 힘줘서 말하며 헤헤 웃는다. 그래, 그렇구나. 우리 이제 가던 길 가면 안될까. 델라쿠르가 다시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같이 살래용?"

"괜찮-"

"저능 생일성물응 잘 골라용."

"……."

"동도 마나용."

"같이 가자."

절대 돈이 많다는 말에 흔들린게 아니었다.

* * *

"이게, 나아용."

"……?"

"지금 똑같다고 생각행죠?"

델라쿠르가 눈을 날카롭게 뜨며 묻는다. 아니, 그거랑 이거랑 무슨 차이인데.

"나시사 븡랙, 루시우스 망포이죠?"

"……어."

"그럼, 커픙 목걸이가 나아용."

어쩐지 단호한 결정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델라쿠르는 안사나? 그런 의미를 담아 델라쿠르를 쳐다보았더니 그녀가 다시 헤실헤실 웃으며 반지를 꺼냈다. 은색의 반지에 델라쿠르의 눈처럼 파란 보석이 박혀있었다.

"이거, 골랐어용."

"…잘 골랐네."

"그래요?"

델라쿠르가 기분이 좋은지 다시 웃으며 말했다.

"제가 사드링까요?"

"괜찮아."

애초에 코흘리개 꼬맹이의 돈을 양심적으로 뺏을 수가 없잖냐. 의외라는 듯 눈을 멀뚱멀뚱 뜨는 델라쿠르를 애써 무시했다. 내가 그런 이미지 였던가.

"오늘 증거웠어용. 사실, 오그와트 애들하고 싸웠었거등요."

"……."

"그렁데 지금응 기분이 좋아요."

"…그래."

"아, 맞다. 저능 가브리엘 델라쿠르라고 해요."

델라쿠르가 다시 해맑게 웃는다. 나도 마주 인사하려다가 다시 손수건을 꺼냈다. 시발, 단서를 찾으면 뭐해. 해독제를 안 만들었는데. 보이지 않게 피를 뱉어내고는 다시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델라쿠르가 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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