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75화 (75/130)

75회

689

"드레이코, 괜찮아?"

"……어."

대충 대답하고는 인형을 안 가지고 있는 슬리데린 학생들을 찾았다. 남학생들은 거의 다 조사해 봤으니까 이제는 여학생들인가. 그러고보니, 쌍둥이들은 어떻게 여학생들을 조사한거지. 기숙사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팬시, 다프네."

"응?"

"쥐를 기르고 있는 슬리데린 여학생 없어? 쥐를 본 여학생이라도 괜찮아."

"없는데?"

"애초에 슬리데린들은 쥐를 안 기르잖아. 고양이나 강아지라면 몰라도."

"부엉이도 기르지만, 쥐는…"

"…그런가."

혹시 몰라 지팡이를 휘둘러 추적마법을 사용했지만 잡히는 기척은 없었다.

그럼 페티그루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팡이에 신호가 없는걸 보니 원작처럼 리들 하우스에 오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볼드모트를 도와주고 있는걸까? 카르카로프처럼 자기 살겠다고 도망이라도 간건가?

"…애초에 시리우스가 진실을 말했을까."

"응?"

계속 나를 환자취급 하는 걸 보면 사실을 제대로 말해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긴 나라도 시한부 인생인 친구한테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서 말하지는 않을테니까. 시발, 지금 문제는 난 그 시한부가 아니라는거다.

"그보다, 오늘 점심에 트리저워드 시합이 시작해. 알고있어, 드레이코?"

"……어."

"알고있긴 무슨. 까먹은 것 같은데?"

시어도르가 비웃음을 흘리며 비꼬았다. 아니, 그것보다 그냥 해리한테 도움을 준 사람들을 물어보면 되는거 아닌가. 소환마법을 쓰라고 알려준 사람을 물어보면 그 자가 크라우치잖냐. 난 왜 지금까지 이상한 거 가지고 고민했던거지. 갑자기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된 것 같았다.

"시어도르, 넌 책 안 읽어? 이러다가 팬시가 이길 것 같은데?"

"……젠장."

"어허, 나쁜 말."

말 한마디로 시어도르를 가뿐하게 물리친 다프네가 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시어도르가 조용해진게 좋은거냐. 갑자기 안에서부터 몰려오는 느낌에 손수건을 꺼내서 입을 막았다. …뭔가 익숙해진 것 같은 내가 싫다.

"욱……"

"괜찮아, 드레이코?"

"어."

팬시가 열심히 읽던 책을 덮고 나를 바라본다. 시어도르도 아닌 척 하며 나를 보고 있었다. 다프네는 미간을 일그러 뜨리며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시어도르가 읽던 책을 소리나게 덮었다.

"야."

"……?"

"무슨 일인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돼?"

시어도르가 무심한 어조로 묻는다. 그러니까 뭘 말하는거냐. 묘하게 시어도르의 말만 휴게실에서 울려퍼지는게, 이쪽을 계속 주목하는 것 같다. 시선이 몰리는게 느껴지니까.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것만 알아둬라."

"……."

…그래, 책 읽다보면 이제 그럴 나이도 됐지. 한국 나이로는 15살이니까. 중 2병이 찾아올 나이도 됐다. 혼자 영화 찍고 있는 시어도르를 내버려두고 부엌으로 향했다.

* * *

Side, Theodore Nott

드레이코가 떠난 휴게실에는 적막만이 가득했다. 간간히 서로를 눈치보며 책장이 넘기는 소리만이 휴게실에 울릴 뿐이다. 시어도르가 팬시와 다프네를 빤히 쳐다보았다.

"팬시."

"으, 응?"

"할 말 없어?"

"…하지만 이건 드레이코의 일이야. 내가 말할 권리는 없어."

시어도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드레이코 말포이는 전혀 이야기 해주지 않을 것이다. 항상 혼자 속을 썩이는 타입이니까. 그는 이런 종류의 사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드레이코가 말하지 않을거라는건, 너도 알고 있잖아."

"…좋아."

팬시가 한숨을 내쉬며 거의 내뱉듯 말했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보는 눈이 너무 많다는 뜻인 것 같았다.

팬시와 다프네, 시어도르는 인적이 드문 호숫가로 향했다. 예전에 여기에서 포터의 말을 들었지. 팬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떼지지 않는 입술을 열었다. 그 때 포터의 마음이 이랬을까? 사실을 인정하는 기분은, 생각보다도 끔찍했다.

"드레이코는…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고문을 당해왔어."

* * *

연회장은 시선이 몰려서 대신에 생각한게 이거다. 시합이 시작하기 전에 묻는 것보다 끝나고 나서 묻는게 낫지. 해리의 소문이 진정된 후에 찾아가는게 더 안전할 것 같다.

부엌으로 가는 길에 누군가가 내 길을 막았다. 래번클로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다. 반장뱃지가 반짝거리며 빛났다. 래번클로 반장인가.

"드레이코 말포이."

"……."

"일전의 무례는 사과할게. 그리고 우리 기숙사의 문제를 풀어주어서 고마워."

"…됐어."

"그 보답으로 래번클로의 토론에 초대하고 싶어. 언제든지 편할 때면 와줘. 시간은 매주 주말, 점심 연회 이후야."

"……?"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내 의문을 알아차린건지 래번클로 반장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타 기숙사생이 우리 기숙사의 문제를 푼건 처음있는 일이라서. 우리끼리 회의를 하느라 대처가 조금 늦었어."

래번클로는 진짜 다 또라이들인가. 아무튼 다짜고짜 래번클로 기숙사를 찾아가지 않아도 되었다. 뭐, 좋은게 좋은거지. 나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아, 참. 나는 제이콥 골드스틴이라고 해."

"…드레이코 말포이."

골드스틴이 환하게 미소지었다. 다시 생각하는건데, 래번클로는 진짜 또라이들인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