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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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들어와라."
단조로운 노크소리에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나는 문을 열고는 나를 반기는 시리우스를 바라보았다.
"드레이코? 여기는 어쩐 일이냐? 괜찮은거지?"
"네. 그보다 지도 좀 빌려주세요."
"지도…?"
시리우스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곧 깨달은 듯 씨익 웃는다. 왜 계속 웃고 있는거지. 뭔가 기분 나쁘다.
"아아, 그거? 미안하지만 쓰고있어서…"
"…알았어요. 지도에 뭐 없었죠?"
"수상한 사람이 들어왔나 계속 보고 있었는데, 아직까지는 없었다."
시리우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그럼 무디는 진짜라는 건가.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내가 나가기도 전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검정색 머리에 항상 입고 있는 마법사 정장, 스네이프였다. 시리우스가 증오스러운 눈길을 보내며 스네이프에게 묻는다.
"무슨 일이지, 스네벨리?"
"아이에 관해서 의논할게 있다."
"아, 드레이코, 나중에 올래?"
"…알겠어요."
스네이프는 시리우스의 태도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둘 사이의 일인데 내가 끼어들 건 아니지. 나는 스네이프에게 작게 목례를 하고는 사감실을 빠져니왔다. 스네이프가 날 바라보며 작게 웃는다. …웃었다고? 꾀병 사탕 잘못 먹어서 이상한게 보이나.
슬리데린 기숙사로 돌아가는데 초상화들이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특히 바이올렛은 나를 걱정하기라도 하는건지, 소문을 퍼뜨리고 싶은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초상화를 넘나드며 나를 따라왔다.
"너 괜찮은거냐?"
"여기서 쓰러지는거 아냐?"
쌍둥이들이 점점 더 보고 싶어진다. …한 대만 때릴거다. 진심으로.
"내 말 무시하니?"
"됐어, 바이올렛. 아픈 애잖아."
"…아닙니다."
남자가 불쌍한 듯 나를 쳐다본다. 그렇게 볼거면서 왜 물은거냐.
"바이올렛한테 다 들었어. 피 토했다며? 어쩌다 그런거야?"
"사실 그거 장난이었어요."
"진짜 피라던데?"
쌍둥이들은 쓸데없는 부분에서 디테일했다. 빨간 열매의 진짜 이름은 '블러드 프루트'. 시발, 피의 결정체인 열매라더라.
"…그건-"
"변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니라고.
말하는걸 포기하고 그냥 슬리데린 기숙사로 향했다. 초상화랑 이야기 하다보면 내 정신이 더 소모되는 것 같다. …잠깐, 또 뭔가 올라오는 것 같은데.
"웨에에엑…"
"봐봐! 진짜로 아픈 거 맞다니까?"
시발.
지팡이를 휘둘러 어떻게든 수습하고는 기숙사로 돌아갔다. 시어도르가 책을 눈에서 떼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연필 있어?"
"여기."
"지우개는?"
"자."
"고마워."
주머니에서 꺼내줬더니 고맙다며 받는다. 그리고는 뭔가 깨달은 듯 고개를 들었다.
"…? 그거 다 주머니에서 꺼낸거야?"
"그런데?"
시어도르가 놀랍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아, 그러고보니 주머니 정리 한다면서 안했지.
* * *
"드레이코? 뭐하는거야?"
"주머니 정리."
크레이브의 물음에 적당히 대답하며 주머니를 뒤집었다. …3년 동안 주머니에 물건만 넣고 다닌건가.
"…뭐가 이렇게 많아?"
"……."
나도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도대체 없는게 뭐지. 썩은 파이나 쿠키도 간혹 보였다.
"이걸 다 어떻게 하지…"
"뭐하러 들어갔나 했더니, 뭐가 이렇게 많아?"
시어도르가 입을 크게 벌린다. 적어도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놀란 표정이다.
* * *
"뭘 이렇게 쌓아놨냐."
"…몰라."
"이건, 왜 들어가 있는거야?"
시어도르가 어이가 없다는 듯 화장지를 집어들었다. 그러니까, 그게 왜 거기있는거냐.
"아니, 없는게 뭐야?"
"……."
"분명히 들어간다고 엄청 쑤셔 넣었겠지."
시어도르가 혀를 끌끌 차며 나간다.
"어디 가?"
"다프네랑 팬시 부르러. 이건 둘이서 치울 수 없는 수준이야."
시어도르가 신랄하게 말하고는 기숙사에서 나갔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지팡이를 휘둘렀다. 좋아, 썩은 음식들은 다 처리했다. 다른 것들도 정리하고 있으려니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맙소사, 뭐가 이렇게 많아?"
"주머니에 뭘 넣고 다닌거야."
의외로 빨리 갔다온 모양이다. 그나저나 너희 내가 피 토할 때도 그렇게 안놀라지 않았냐.
* * *
"이 상자는 뭐야?"
"…아, 그거."
쌍둥이가 후원자 테스트 할 때 준 선물이었다. 시어도르가 다른 걸 정리하다가 상자를 쳐다보고는 뭔지 알아차린 것 같았다.
"이거 위즐리 쌍둥이들이 뿌린 선물 아냐?"
"넌 받았어?"
"팬시, 합리적으로 생각해. 솔직히 그걸 안받으면 그 검은 개가 오잖아? 받고 끝나는게 낫지."
"넌 안받았구나?"
다프네가 쿡쿡 웃으며 놀림조로 말한다. 팬시가 할 말을 잃은 듯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이건 뭐야?"
"손수건? 드레이코, 여기 손수건 천지인데?"
손수건이 열 개 남짓 쌓여 있었다. 언제 이렇게 늘은거지. 아, 러브굿이 줬던 손수건 아직도 안돌려줬다.
"이건 또 뭐야?"
"무슨 마법의 주머니야?!"
시어도르가 짜증이 난 듯 소리지른다. 엄밀히 따지면 마법의 주머니는 맞는데.
[작품후기]
바이올렛, 이름모를 남자(초상화)+2=679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