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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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교실은 디자인부터 달라진 것 같았다. …설마 여기에도 돈을 쳐바른거냐. 이쯤되면 시리우스의 돈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걱정될 지경이었다.
"와… 진짜 예쁘다."
"별이 떠다니고 있어."
시리우스는 학생들을 보고 인상을 약간 찌푸렸다가 다시 웃었다. 해석하자면 슬리데린이라서 싫다는건가. 시리우스가 나를 보며 다시 웃는다.
"천문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
시리우스가 수업이라니. 뭔가 생소하다. 다프네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대답은 하겠다는 것 같았다.
"하늘을 아는 학문입니다."
"좋아."
시리우스가 다시 웃었다. 몇몇 여학생들이 시리우스의 미소에 숨을 삼켰다. 다프네는 못마땅했지만, 말이나 들어보자는 듯한 태도였다.
"또 없나?"
거의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하긴 시리우스는 지금 예언자 일보에서 '누명을 썼지만 페티그루를 잡은 용감한 용사' 정도로 묘사되고 있었다. 애초에 나서기 싫어하는 슬리데린이기도 하고 말이다.
"좋다. 천문학은 하늘을 아는 학문이기도 하지. 하지만, 우리가 왜 하늘을 알아야 할까? 하늘을 알지 않아도 일상생활에는 별 지장이 없는데."
"나도 천문학을 배우고 싶지는 않은데."
시어도르가 속삭이듯 투덜거렸다.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거냐. 하긴, 다프네는 천문학을 좋아하니까 싫다고 할 수도 없겠다. 걔는 은근 화가 나면 무서웠다.
"하늘은 누구나 궁금해하는 곳이지. 뭐, 안궁금해 하는 자들도 있지만 그건 넘어가고. 사실 별들의 이름을 외우는건 별 쓸모가 없어. 중요한건, 그 별이 언제 뜨는지, 왜 있는지다."
"…블랙 교수님도 조금 괜찮은 것 같아."
다프네가 작게 중얼거린다. 그거 얼굴에 홀린거냐, 수업에 홀린거냐.
"하늘의 상태에 따라서, 우리의 컨디션은 조금씩 달라지지."
"증거가 있나요?"
"오, 늑대인간이 가장 큰 증거다. 왜 보름달이 뜨면 물린 자가 늑대인간으로 변할까?"
이번에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시리우스는 즐거운지 키득키득 웃고는(이 부분에서 다시 여학생들이 탄식했다) 입을 열었다.
"하늘과 마법은 관련된게 많단다. 어떤 별이 뜨느냐에 따라 예언도 할 수 있고 말이다. 점성술은 어떻지? 나는 옛날에 목성과의 관계성에 대해서 숙제를 받았는데."
"그게 뭔데요?"
"나도 모르지. 그 숙제는 불태웠거든."
다프네의 얼굴이 조금 짜게 식는다. 과연 시리우스. 시리우스는 아이들을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자, 이제 수업을 들을 마음이 생겼냐? 그렇다면 따라와라. 오늘은 구름이 없구나."
"뭐를 하는데요?"
"뭘하긴. 별 보러 가야지. 천문학은 관측하는 재미로 있는거다."
천문학 교수가 그런 말 해도 되는거냐. 시리우스가 상큼하게 웃으면서 아이들을 인솔했다.
* * *
"진짜 재밌었어! 블랙 교수님은 모르시는게 없더라?"
"방금 전까지 시니스트라 교수님의 반만 따라갔으면 좋겠다고 했으면서."
"조용히 해, 시어도르."
다프네가 웃으며 시어도르를 바라본다. 나는 간절히 도움을 청하는 시어도르를 무시하고는 연회장으로 향했다. 어쩐지 호그와트가 좀 더 깨끗해진 느낌이다. 어느새 옆으로 온 팬시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내일에 다른 학교 학생들이 온다고 했어."
"…그랬나?"
"너 덤블도어 교수님이 한 말 안들었지?"
아니, 다 아는 내용을 들어서 뭐하나 싶었다. 절대 안들은건 아니라고.
"보바통하고 덤스트랭 학생들이 온다고 했잖아."
"…그랬나."
"그래."
교수님 말씀 좀 들어. 이번에는 다프네가 작게 타박했다. 나는 그 말을 흘려들으며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향했다.
"…? 어디 가, 드레이코?"
"그리핀도르 기숙사."
"왜?"
해리한테 지도 빌리려고. 대답대신 손을 대충 휘젓고는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향했다. 도중에 빈 교실에서 이상한 소리만 나지 않았다면, 분명히 그랬을거다.
"그러니까, 이것만 먹으면 된다고?"
"그렇지!"
"보수는 확실할거야!"
이 목소리는 위즐리 쌍둥이인데. 뭔가 엮이면 귀찮아질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든다.
"…좋아, 알았어."
"나중에 연회장에 있을 때 말야. 내가 말할 때면, 모른 척하면서 이 크림을 먹어줘."
"잠시만, 조지, 누가 있는 것 같아."
빠르게 뒤를 돌고는 다시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걸음을 옮겼다. 다시 말하지만, 엮이면 굉장히 귀찮을 것 같다.
"도련님, 여기서 뭐해?"
시발
* * *
"그러니까-"
"-다 들은 것 같지?"
쌍둥이가 시선을 교환한다. 아니, 안들었으니까 가면 안될까. 빈 교실에서 모르는 후플푸프 학생이 나왔다.
"좋아."
"알겠어."
"도련님도 할래?"
"…뭐를?"
쌍둥이들이 쾌활하게 웃는다. 나는 후플푸프 학생의 손에 들린 것을 쳐다보았다. 저건, 카나리아 크림이잖냐.
"오, 우리의 발명품을-"
"-실험해주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물론 보수는 충분히 줄게."
조지가 주머니를 짤랑짤랑 흔든다. 후원자가 있다고, 쓸데없이 자본주의에 찌든 미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