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63화 (63/130)

63회

195

"드레이코, 귀 막아."

"……?"

팬시의 말대로 귀를 막으니 곧이어 모자의 노래가 들려왔다. …이것 때문에 귀 막으라고 한거냐. 팬시가 자신도 귀를 막으면서 얼굴을 찌푸린다.

"진짜 이건 소음공해야."

"4년 째잖아, 팬시. 적응해."

"아무리 그래도."

신입생들의 배정이 끝나고(배독, 프리차드… 이번에도 개념없는 애들이야… 노트가 중얼거렸다) 덤블도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께 딱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마음껏 먹도록 해요."

"찬성, 찬성!"

로널드가 신이 나서 외친다. 부끄럽지도 않냐. 하지만 다른 이들도 음식에 정신이 팔린 것 같았다. 아무도 로널드의 말을 듣지 않고는 생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호박주스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것 밖에 안 먹는거야?"

"…배불러서."

루시우스와 나시사가 병원에서 얼마나 달달 볶았었는데. 솔직히 조금 먹는게 더 좋았다.

"토스트 하나만 더 먹어."

팬시가 내 쪽으로 토스트를 밀어준다. …무슨 나시사냐.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토스트를 집어들었다.

"여려분께 슬픈 사실을 알려야겠습니다. 오로라 시니스트라 교수가 오늘부로 교수직을 쉬고 싶다는군요. 대신 새로운 천문학 교수가 오셨습니다. 시리우스 블랙 교수입니다!"

교수들은 그리 좋은 표정이 아니었다. 시리우스가 머리를 긁적이며(박수를 받는게 귀찮은 것 같았다)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수들은 마지못해 박수를 쳤다.

"우리 엄마가 기함 하실거야."

계속 싱글싱글 웃던 그린그래스가 입을 열었다.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시리우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리우스 취급이 왜 이런거지.

"학창시절을 이야기하실 때마다 꼭 빼놓지 않은게 마루더즈 였거든. 시리우스 블랙, 엄청난 악동이었대! 엄마의 말대로라면, 개새끼?"

"푸읍!"

노트가 별안간 호박주스를 뿜었다. 노트는 꽤 당황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린그래스는 그런 노트를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팬시는 노트를 짜증스럽게 노려 보다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욕하지 말래더니 너는 하잖아!"

"나는 엄마의 말을 말한 것 뿐이야."

노트와 그린그래스가 싸우는 동안 덤블도어는 이야기를 마친 것 같았다. 아니, 덤블도어가 이야기는 하는 사이에 문이 벌컥 열렸다.

"세상에… 덤블도어가 진짜 미쳤나봐."

"블랙에 이어서 이번에는 매드아이 무디야?"

그린그래스와 팬시가 서로 소근거린다. 노트는 아예 생각하기를 포기한 것 같았다. 알고있었던 나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덤블도어의 연설이 다시 시작했고, 이번에는 모두가 덤블도어의 말을 들었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지팡이를 휘둘렀다. 이제야 조용해지는 주위에 호박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방음 마법은 생각보다 뛰어난 것 같다.

* * *

호그와트 생활은 성 뭉고 병원에서의 생활 보다는 몇 배 나았다.

우선 주기적으로 안부를 묻는 이들이 없었고(드레이코 괜찮니? 호흡 마법약 먹을래? 움직이는게 힘들지 않니?) 더 먹으라고 재촉하는 사람들도 없었다.(팬시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참을만 했다)

"첫 수업은 뭐야?"

"마법."

노트가 단조롭게 중얼거린다. 그린그래스가 지팡이를 들며 투덜거렸다.

"마법은 별로야."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빨리 가자."

그린그래스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노트의 손을 잡고 빠르게 교실로 향했다.

"아, 참. 말포이."

"……?"

"다프네라고 불러. 나도 드레이코라고 불러도 돼?"

"…마음대로."

"쟤도 시어도르라고 불러."

"누구 마음대로."

"그래."

"뭐? 야!"

시어도르의 짜증서린 목소리를 무시하고는 마법 수업을 하는 교실로 향했다.

* * *

"…교수님들이 날 싫어하는 것 같아."

"좀 그런 것 같더라."

다프네가 안쓰럽다는 듯 나를 응시했다. 첫 번째 수업부터 그랬다. 시발, 마법을 듣는데 잠시 졸았더니 플리트윅이 병동에 가라고 내보냈다. 약초학 시간에 부보투버를 짜려 했는데 스프라우트가 나보고 힘들지는 않냐며 물어보더라. 아니, 도대체 뭐냐고.

"내 생각에는, 네가 제대로 사과하는게 좋을 것 같아."

시어도르가 여전히 책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중얼거린다. 효과적인 조언이 그것 밖에 없는거냐. 내가 짜증을 담아 시어도르를 노려보았다. 다프네가 생각났다는 듯 묻는다.

"아, 그러고보니 팬시는?"

"몰라."

"화장실 간다던데?"

"…그런데 왜 이렇게 안와?"

다프네가 벌떡 일어서더니 빠르게 화장실 쪽으로 달려갔다. 시어도르도 한숨을 쉬며 다프네를 따라갔고, 나도 마찬가지로 둘을 따라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