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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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코, 정말 괜찮겠니?"
"네."
나시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도대체 뭘 들은건지 모르겠지만, 이상한 생각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 때는 오면 좋겠구나."
아, 저번에 안왔었지. 워낙 정신이 팔려서 몰랐었는데. 나는 차마 까먹고 있었다고 말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웃었다.
"씨시와 나의 생일파티를 미리 할거다. 드레이코, 네 생일파티는 내년에 할거고."
"6월 5일 이잖니?"
"또 파티 같은데 가는건가요?"
루시우스가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어째선지 요즘 내 머리가 자주 침범당하는 것 같다.
"아니, 이번에는 가족하고 있을거다."
"성 뭉고 병원은 이 주에 한 번 씩만 들려도 된단다."
뭐, 그 정도는 상관없다. 부모님도 이제 정상이라는걸 알았겠지.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마스에 뵈어요."
"선물은 됐다. 몸만 와도 엄마는 상관없단다."
나시사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한- 잠깐, 선물? 선물을 살 돈이 없는데. 이미 주식을 사느라 돈을 다 썼다. 돈을 써서 선물을 산다고 해도 루시우스는 자신의 돈을 쓴걸 알고 있겠지.
"그래, 디키! 꼭 편지 보내렴."
"네."
"도련님! 가일은, 가일은… 도련님이 너무 걱정돼요!"
"그래, 고마워."
엉엉 우는 가일과 날 뚫어지게 쳐다보는 말포이 부부를 뒤로하고, 기차에 올라탔다. 진짜 가는데 한 세월 걸리는 것 같다.
* * *
하나 남은 객실 안에서 앉아 있었더니 누군가가 온 것 같았다. 두 명 이었는데, 어쩐지 크레이브나 고일이 아니라 여학생 같은- 아, 팬시 파킨슨이다.
"드레이코, 무슨 일 있었어?"
팬시가 걱정스러운 안색으로 묻는다. 그 옆에는 다프네 그린그래스도 함께 있었다. 왠일로 둘 밖에 없는거냐.
"아니, 괜찮아."
"음, 안그래 보이는데? 아무튼 얘는 다프네 그린그래스야! 내 친구지."
"어, 안녕."
그린그래스가 어설프게 웃는다. 나도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방학 때 진짜 무슨 일 있었어? 퀴디치 월드컵 안 왔잖아."
"…그래, 안 왔지."
병원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있었다. 시발, 그것만 생각하면 안하던 욕도 나올 지경이다. 내가 말하고 싶지 않다는걸 눈치챘는지, 팬시가 능숙하게 말을 돌렸다.
"아무튼, 얼마나 재미있었는데."
"…? 재밌었다고?"
"응, 진짜 재밌었어!"
하긴 슬리데린은 죽음을 먹는 자들이 날뛰어도 재밌다고 할 애들이니까. 나는 반쯤 납득하고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
"누구지?"
"들어오세요-"
나와 팬시가 동시에 말했다. 그린그래스는 뭔가 미묘한 얼굴이었다. 누군지 짐작한 것 같기도 했다. 누군데 그러는거냐. 아무튼 팬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르는 남자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시어도르!"
"다프네, 빨리 나가자."
시어도르 노트, 그는 어딘가 급해 보였다. 그린그래스에게 재촉하면서 발을 구르는 모습이 초조해 보이기도 했다. 노트는 연신 주위를 살피면서 그린그래스만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팬시가 기분이 나쁜지 고개를 삐딱하게 치켜든다.
"너는 인사도 안하니? 다짜고짜 와서 내 친구를 데리고 간다고?"
"하! 네 친구?"
노트는 뭔가 짜증난 것 같았다. 눈썹을 꿈틀대는 모습이 평소답지 않게 감정적이다. 그린그래스가 어쩔 줄을 모르며 노트를 말렸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그만, 그만해. 시어도르. 팬시는 내 친구야."
"친구? 친구라고? 친구라면 같이 괴롭힘 당해도 되는거야?"
"뭐?"
나도 모르게 소리지른 것 같다. 주위의 시선이 집중되었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지? 괴롭힘을 당했다고?
"괴롭힘을 당해?"
"어, 그게… 디키, 아무것도 아니야. 듣지 마."
"그게 무슨 소리야?"
노트가 콧방귀를 꼈다. 그가 나를 도전적인 눈으로 바라본다. 노트는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이 몰려올까봐 걱정하는 것 같았다.
"말 그대로야. 팬시 파킨슨, 쟤는 순수혈통을 배척했고 괴롭힘을 당했어. 그리고 이제는 다프네까지…! 쟤랑 친구면 다프네도 같이 힘들어진단 말야!"
"시어도르 노트!"
그린그래스가 버럭 소리질렀다. 노트가 눈을 부릅 뜨고 그린그래스를 바라본다. 팬시는 안절부절 못하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친구야! 내 마음이고! 네가 내 소꿉친구라고 해도 이건 양보 못해."
"…팬시 파킨슨."
"으, 응? 드레이코?"
"네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음… 그렇게 심한 종류는 아니었어! 가다오다 시비 걸리는 것 뿐이지. 난 괜찮아, 드레이코."
- 전부 너 때문이야.
- 별 일 아니잖아?
쓸데없이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나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 팬시를 바라보았다. 그래, 지금은 그 때가 아니니까. 후회해봤자 다시 돌아오지는 않는다. 호그와트에 가서 수습하면 되겠지.
"……그래."
"봤어, 다프네? 쟤는 우리가 어떻게 되든지 상관 없어. 빨리 이리-"
"싫어! 그리고 난 팬시의 친구라고 했잖아!"
"아, 진짜!"
그린그래스가 팬시의 손을 더 세게 붙잡는다. 노트는 얼굴을 와락 찌푸리더니 연신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곧 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푸욱 쉰다.
"…그래, 알았어."
"알았으면 빨리 나가."
"싫어."
"하?"
노트는 마음에 안든다는 듯 우리를 쭉 둘러보다가 자리에 털석 앉았다.
"쟤는 쓸데없이 겁이 많아서 뭐만 당해도 운다고.(뭐? 그건 너겠지. 다프네의 어이없어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옆에 있는게 낫지."
"뭐? 당장 안 나가?"
"너나 나가."
노트와 팬시가 서로를 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