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60화 (60/130)

6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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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Lucius Malfoy

"조금…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대로라면-"

"…무슨 문제가 있는건가?"

뭔가가 뚝 끊긴 것 같았다. 루시우스가 눈을 크게 뜨고는 치료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치료사는 시선을 피하면서도 말을 계속했다. 옆의 나시사는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영혼이 아예… 뒤틀린 것 같습니다. 거의 완전히 바뀐 것 같아요. 다른 이들과 같은 부분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상태라면 숨쉬는 것 만으로도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겁니다."

"…어째서, 어째서-"

"물론 더 정밀검사를 해보아야 알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루시우스는 치료사가 뭐라고 하는지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정말로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드레이코가, 드레이코가…

"어째서 디키에게만… 그 아이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거지?"

나시사가 입술을 짓씹으며 루시우스를 일으켜 세웠다. 루시우스는 잠시 비틀거리더니 멍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갔다. 치료사는 그 둘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 * *

영문을 모르고 성 뭉고 병원에 갇힌 지도 꽤 되었다. 시발, 도대체 뭐길래 계속 울고 심각해 하는거지. 중요한건 모두 나를 빼고 심각해 한다는거다.

"어머니, 퀴디치 월드컵은-"

"디키, 네가 이렇게 아픈데 어디를 가겠니! 걱정말거라. 엄마가 옆에 있을게."

아니, 가도 돼요. 제발 가줘. 나는 속으로만 말을 삼키며 억지로 웃어보였다.

"도대체 어디가 아픈건데요?"

"조금 더 정밀검사를 해야 확실히 알 수 있을테지만, 꼭 우리가 너를 낫게 해주마."

"어머니, 전 아픈 곳이 없어요."

"꼭 말이다. 꼭 그럴 거야, 디키."

나시사의 얼굴에 눈물자국이 선연했다. 아니, 그러니까 뭐를. 집단적 독백이냐. 나시사는 실이 끊긴 인형처럼 툭 쓰러졌다.

"여기요! 어머니가 쓰러졌어요!"

나보다 훨씬 아픈 것 같은 사람이 있다고!

* * *

나시사가 쓰러진 이후로 루시우스는 더 초췌해 보였다. 계속 괜찮다고 이야기 하는데도 그랬다. 짜증을 겨우겨우 억누르며 병실을 빠져나갔다.

"어?"

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조금 있으면 간호사가 오는데. 나는 누군지 모를 사람의 입을 막고는 벽 모퉁이로 돌아섰다. 나보다 조금 큰 걸 보니까 일단 호그와트생 같았다. 나는 발버둥치는 상대의 입을 더 세게 막으며 간호사가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죄송해요. 제가 지금 병실을 탈출하고 있어서?"

"어, 말포이?"

"롱바텀?"

넌 왜 여기있냐.

* * *

"아, 안녕…"

롱바텀이 나에게 인사를 건낸다. 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퍼득 정신을 차렸다.

"그래, 안녕."

지금 생각났는데, 롱바텀의 부모님은 성 뭉고 병원에 있다고 했다. …롱바텀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했고.

"여기는 왜 온거야?"

"너는?"

"어, 어? 난…"

롱바텀이 필사적으로 눈을 굴린다. 아, 대충 대답하다가 실수했다.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롱바텀에게 말했다.

"굳이 이야기 할 필요는 없어. 아, 난 부모님의 권유로 입원한거야."

"입원? 너 어디 아픈거야…?"

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나는 순간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혀."

"…그렇구나."

롱바텀은 조금 힘들어 보였다. …그러고보니 롱바텀 부부는 죽음을 먹는 자들한테 고문 당했다고 했지. 그리고 정신을 놓아버렸고 말이다.

약간 미안해진 나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고 있는 롱바텀에게 사탕을 건내주었다.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는 산성캔디다.

"…너 이거 싫어해?"

"어? 으응? 시, 싫어하지는 않아."

"심심하면 놀러와. 5층 중간 방에 있어."

"아, 알았어."

롱바텀은 얼결에 고개를 끄덕인 것 같았다. 나는 롱바텀에게 인사를 하고 병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 탈출하려고 했었지. …젠장.

* * *

네빌은 자신의 손에 쥐여져 있는 사탕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나쁜 애는 아닐지도 몰라. 네빌이 작게 웃었다.

"…나도 가봐야지."

네빌이 가려던 길로 향했다. 그는 조금 뒤에 이상한 사실을 떠올렸다. 분명 5층에 있다고 했지. 환자복 차림은 말포이가 입원한 걸 알려주었다. 그리고 아프다고 했을 때 어딘가 괴로운 것처럼 얼굴을 찡그렸었고.

5층은 굉장히 아픈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혹시 말포이가 아픈가? 네빌은 조금은 걱정스럽게 말포이가 간 방향을 올려다 보았다.

* * *

병원에 반쯤 갇혀서 남은 시간을 보냈다. 혹시 몰라 계속 지팡이를 들고 있었지만, 좀처럼 신호는 오지 않았다. 진짜 안오는건가? 뭐, 좋은게 좋은거지. 어차피 뼈는 나에게 있다. 나는 그냥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거랑 이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미친, 수업시간에 병원에 갇혀 있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아니, 수업이 차라리 더 낫다.

"어머니, 아버지, 저 진짜 괜찮다고요. 정말로요. 호그와트에는 꼭 가고 싶어요."

"하지만…"

"제발요. 평생에 한 번 뿐인 학창시절 이잖아요. 병실에 누워만 있고싶지 않아요."

루시우스가 침울한 기색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가 다정하게 말했다.

"알았다, 드레이코. 네가 원하는대로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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