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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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Lucius Malfoy
루시우스와 나시사는 그들이 착각을 한건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 그들의 착각일까? 정말로 단순한 우연일 뿐일까? 나시사가 어쩐지 불길하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드레이코는 요즘에 밖으로 계속 나가잖아. 설마, 설마…"
"아닐거야, 씨시."
루시우스가 나시사의 어깨를 살짝 두드려 주었다. 나시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얗게 질리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루시우스는 그런 나시사를 안심시키려, 부러 유쾌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드레이코는 계속 집요정과 나갔잖아. 죽음을 먹는 자하고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했고."
"그래도 지금은, 지금은 아니잖아."
"설마, 금방 올거야."
루시우스는 그렇게 나시사를 다독였지만, 불안해지는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금방 올까? 몇 시간이 지나도 드레이코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기는 왔다. 그 재수없는 블랙의 편지가 말이다.
「엿처럼 끈끈한 말포이 부부께.
또래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면도 먹고 싶어 하더군요.
이렇게 외로워하는 아이는 처음본 것 같습니다.
새로운 친구와 함께 하루를 보내도 되겠습니까?
끼리끼리 지내다보면 조금 괜찮아질지도 모르죠.
시리우스 블랙으로부터.」
블랙 치고는 굉장히 예의바른 편지였다. 루시우스는 드레이코가 외로움을 탄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약간의 죄책감을 느낀 루시우스는 나시사를 설득해 드레이코가 하루 머물 수 있도록 했다.
불안했던게 거짓말처럼, 루시우스도 나시사도 이제는 괜찮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아이는 어쩌면 아무것도 모를지도 몰라. 루시우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다른 편지를 받고 산산조각이 되었다.
「말포이께.
드레이코의 영혼 쪽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오해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자꾸 말을 바꾸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드레이코는, 한사코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아마 희망을 잡았다가 버리기 힘든 것 같습니다. 치료를 하려면, 영혼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검사결과를 보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p.s. 호그와트의 모든 교수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네이프로부터.」
루시우스가 참담한 표정으로 얼굴을 가렸다. 나시사의 손 끝고 가늘게 딸리고 있었다. 드레이코, 너는 대체 얼마나 그런 생각을 한거냐. 어째서 체념할 정도로. 어째서.
* * *
돌아온 시리우스는 굉장히 심각한 표정이었다. 얼마나 심각한 표정이었냐면, 해리가 시리우스를 보고 뭐라 말하려다가(시리우스! 드레이코가 삐졌잖아요. 해결 좀 해봐요) 입을 다물었을 정도였다. 리무스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시리우스를 바라보았다.
"시리우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니, 아니야. 아무일도 아냐."
시리우스가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절대 말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결국 해리와 리무스는 시리우스에게 물어보는걸 포기했다. 시리우스는 날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아직도 무슨 표정인지 모르겠다) 그날부터 서재에 틀어박혀 있었다. 리무스도 시리우스를 보려고 서재에 들어갔다가 같이 안나오고 있고.
"시리우스, 괜찮을까?"
"몰라. 아무튼 나 갈게."
"하룻밤 더 자다가면 안돼?"
해리가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 분위기에서 뭘 더 자라는거냐. 평생 자고싶지 않아. 그 말을 속으로 삼키며 고개를 단호하게 저었다. 해리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잘가, 드레이코!"
"그래."
"아, 맞다. 시리우스가 너한테 주라고 했는데."
해리가 깜빡했다는 듯 작은 팔찌 하나를 건냈다. 팔찌는 머리끈처럼 생긴 형태여서,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끊을 수 있었다. …이걸로 머리묶고 다니라는거냐. 내가 이상한 눈으로 해리를 바라보자 해리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포트키야. 여기까지 찾아오는거 힘들잖아."
"…고마워."
"뭘, 잘가!"
팔찌를 팔에 두르고는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일을 향했다. 이틀 밖에 안되었는데도 가일의 인상은 꽤 초췌해 보였다. 가일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를 바라본다. …굉장히 부담스럽다.
"오, 도련님! 가일은 도련님이 밥도 못 먹고 계시는게 아닌지 걱정했답니다!"
"…그래."
"말포이 가로 갈까요?"
"……어."
가일이 손가락을 튕긴다. 해리가 손을 흔드는 광경과 돈지랄의 정석인 저택이 일그러지며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 * *
"드레이코!"
"디키!"
뭔가 이틀이 아니라 일 년 정도 집을 나간 것 같다. 나는 격한 환영인사를 받으며 입을 살짝 벌렸다. 나시사가 나를 꼭 안았다.
"드레이코, 세상에… 드레이코, 드레이코…"
나사가 나를 안으면서 훌쩍거린다. 뭔가 내가 이주만에 깨어났을 때랑 상황이 비슷한 것 같은데. 영문을 모를 상황에 눈을 굴리며 루시우스를 바라보았지만, 루시우스도 눈시울을 붉히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무슨 상황인데.
"당장 성 뭉고 병원에 가자꾸나."
"네?"
"왜 말하지 않았니? 오, 제발, 넌 아직 희망이 있단다."
"……?"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지.
[작품후기]
시리우스의 편지를 앞글자만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