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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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괜찮아요."
맥고나걸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었다. 세베루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스프라우트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저도 괜찮아요."
폼프리 부인도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이번에는 플리트윅이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끽끽거리는 목소리였지만, 결의에 가득 차 있었다.
"학생의 일이라면, 언제든지요."
"저도 하겠습니다."
"나도 하겠네."
해그리드와 빈스가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베루스는 빈스의 말에 약간 놀랐다. 빈스는 학생이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수업을 했었다. 세베루스가 학생일 시절에도 그랬었고. 그 시선을 느꼈는지, 빈스가 피식 웃으면서 덧붙였다. 세베루스는 빈스가 웃는 것도 처음 본 것 같았다.
"다른 건 몰라도, 학생이 다치는 건 못 보겠군."
"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읽을 책을 준비해야 겠네요."
핀스 부인이 안경을 치켜 세우며 말했다. 벡터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후치 부인도 결심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다 나으면, 퀴디치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저도 도와드릴게요."
벌베이지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줄곧 가만히 있던 무디가 담담하게 말했다.
"학생도 고문을 받고있다니. 호그와트도 안전한 곳이 아니군."
"도와주실 겁니까?"
"…좋아, 알겠네. 학생을 두고볼 수 만은 없지."
세베루스가 역시 가만히 있는 블랙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세베루스는 블랙이 도와주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블랙이 꽤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내가 생각하는 걔는 아니겠지?"
"뭘 말하는거지?"
"…아니, 당연히 해야지. 할거야."
이제 남은 사람은 필치 밖에 없었다. 세베루스는 일치감치 필치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스큅에 마법사를 그토록 싫어하니까, 도와준다고 할 리가 없었다.
"…싫습니다. 전 별로 내키지 않네요."
아니나 다를까, 필치가 퉁명스레 고개를 저었다. 예상하고 있었던 말이니 세베루스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블랙이 아니꼽다는 듯 필치를 바라보았지만, 필치는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
"좋습니다. 대신에, 그 학생이 돌아다니면 조금 양보해주실 수는 있겠습니까?"
"…노력해보죠."
"그럼, 세베루스, 학생의 이름을 말해주실 수 있나요?"
세베루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차피 이건 덤블도어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을 벌여놓은 이상, 덤블도어라도 막지는 못하겠지. 세베루스가 삐뚜름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드레이코 말포이 입니다."
* * *
"드, 드레이코! 쿠키 먹을래?"
너도 말하지 않았단거지. 내가 해리를 빤히 쳐다보자 해리가 눈동자를 도르륵 굴린다. 옆에 있던 리무스가 난처한 듯 웃었다.
"미안하구나, 드레이코. 시리우스가 놀래켜 준다고 하도 난리를 쳐서 말이지."
"…좋아요."
나는 불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애도 아니고, 난 그렇게까지 뒤끝이 길지는 않다.
"…전혀 좋은 표정이 아닌데?"
"음, 정말 미안하구나."
해리가 어찌할 바를 모르며 나를 쳐다본다. 아니, 진정했다니까. 난 지금 충분히 진정한 상태다. 어차피 이 모든 원흉은 시리우스 블랙이니까. 전혀 화가나지 않았다.
"…잘못했어!"
해리가 나를 보며 중얼거린다. 다시 말하지만 진정했다고.
* * *
한동안 회의실은 경악에 휩싸였다. 처음에는 현실 부정을 하고, 그 뒤에는 침묵으로 각자 생각을 정리하자 각자 마음을 추수른 것 같았다. 각자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는 침묵 속에서, 정적을 깬 건 스프라우트였다.
"…그럼, 전 뭘 하면 될까요?"
스프라우트는 세베루스를 뚫어질 듯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교수들도 마찬가지로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해 보였다.
"스프라우트 교수님은 영혼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약초를 찾아 주십시오. 폼프리 부인은 영혼에 관한 치료제를 찾아주시고요."
스프라우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회의실에서 나갔다. 폼프리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세베루스는 그걸 막지 않았다.
"후치 부인은 조금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을, 그리고 저는 마법약을 찾아보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핀스 부인과 함께 관련된 책을 찾아주십시오."
다른 교수들도 재빠르게 회의실을 나갔다. 필치마저도 눈치를 보며 문을 열고 나갔고. 하지만 블랙만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못이 박힌 듯 앉아있었다.
"뭐하는거지, 블랙?"
세베루스가 냉정하게 되물었다. 블랙은 어딘가 고장난 것처럼 보였다. 그가 한숨을 쉬더니 짓씹듯 말했다.
"드레이코가… 4년 밖에 못산다고?"
"……."
"그럴, 그럴리가…"
세베루스가 블랙을 바라보았다. 그는 블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세베루스는 자신이 생각하고 혼자서 놀랐다. 블랙을 이해할 수 있다니! 그가 한 생각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럴 시간에 빨리 방법을 찾는게 좋을텐데."
"……."
"죽는다고? 웃기지마라. 드레이코는 안 죽어."
세베루스가 신랄하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세베루스의 비꼼에도 블랙은 새삼스러운 듯 세베루스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가 결심한 것처럼 연신 중얼거렸다.
"…그래, 그렇지."
"알았으면 빨리 관련 서적이나 찾아."
"알았어, 스네이프."
블랙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품후기]
벡터+트릴로니+후치+핀스+빈스+플리트윅+무디+벌베이지+배블링+필치=10+185=195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