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56화 (56/130)

5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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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널 만났을 때 진짜 놀랐었지. 그 때 놀라서 호그와트 침입 자체를 안했잖아. 뭐 주변을 살펴보기는 했지만."

"…? 저희 어떻게 만났었죠?"

시리우스가 상처 받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기억이 안나는걸 어떡하냐. 나는 눈을 굴리며 첫만남(?)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아, 그거요?"

"그래, 그거. 이제 생각난거야?"

시리우스가 조금 삐진 듯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나저나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안나타난게 그것 때문이었냐. 어쩐지 허탈해진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쿠키를 하나 더 집었다. 멀뚱히 앉아있던 리무스가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뭔데 그러는 거니?"

"아, 내가 개로 변해서 금지된 숲에 갔었는데-"

"시리우스."

리무스와 내가 동시에 시리우스의 이름을 불렀다. 저번에 말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 그 의미를 담아 시리우스를 쳐다보니 그도 생각났는지 얼른 입을 막았다. 다행히 리무스는 그건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그가 다시 환하게 웃는다.

"금지된 숲에 간거야?"

"어, 잠시만, 무니? 림? 리무스? 내 말 좀 들어봐."

"거기서 만났다고? 아무리 숨어있다고 해도 그렇지… 금지된 숲을? 드레이코, 너도 간거니?"

"……."

다시 주위에 침묵이 감돌았다. 어떻게 좀 해보라는 듯 시리우스를 바라보았지만 시리우스는 눈만 굴리고 있을 뿐이었다. …도움이 안돼.

"별 다보고 왔어요."

해리가 예상 외로 차분해진 목소리로 내려왔다. 시리우스와 내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해리는 신문을 들고있었는데, 아마 시리우스의 방에서 발견한 것 같았다.

"벌써 다 봤니?"

"네, 별 관련 책 찾아보려고 내려왔거든요. 근데-"

해리가 신문을 펼쳐들었다. 거기에는 「다시 한 번의 탈옥. 운명의 장난? 피터 페티그루의…」 이라고 적혀 있었다. 저거 내가 저번에 봤던 신문이잖냐.

"이게 뭐예요, 시리우스?"

"…그게 말이지."

"해리, 내가 설명할게."

"페티그루가 탈옥, 했다구요? 시리우스는 알고 있었어요? 리무스도요?"

해리가 배신감이 가득 고인 눈동자로 둘을 쳐다본다. 말 안해준거냐. 리무스가 진정하라는 뜻으로 해리를 자리에 앉혔다.

"우선 말 안한건 미안하구나… 우린 그저, 네가 많은 일에 신경 쓰지 않기를 바랬단다. 아시다시피 좋은 날을 망치고 싶지는 않아서."

"……."

"그, 나도 이틀 전에 안 사실이란다. 페티그루는 애니마구스고, 그걸 얘기하려면 나도 애니마구스란 사실을 밝힐 수 밖에 없었지. 덤블도어 교수님은 페티그루에게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라고 했지만…"

"페티그루가 애니마구스로 변해서 탈출했다는 거군요."

"그런 것 같아."

시리우스가 해리를 쳐다보았다. 해리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로 앉아있을 뿐이었다.

"숨긴건 미안해, 해리."

"나도 미안하구나."

"…별이나 보러가요."

해리가 그렇게 말하며 위쪽으로 올라갔다. 간접적인 용서인 셈이다. 해리의 눈치를 슬슬 보고 있던 시리우스가 활짝 웃으며 해리의 뒤를 따라붙었다. 리무스도 마찬가지였다. 뒤에 꼬리가 달린 것 같은 착각이 드는데… 아, 둘 다 개과인가.

"드레이코, 너도 와!"

"어."

시답잖은 생각을 멈추고는 계단을 올라갔다. 어느새 하늘은 굉장히 어두워져 있었다.

* * *

"저건 뭐예요, 시리우스?"

처음에는 퉁명스러운 어조로 별자리를 물어보았던 해리도, 시리우스가 척척 대답하자 약이 오른 것 같았다. 시리우스는 한 번 보더니 으스대며 말했다.

"…저건 사자자리란다."

약간 멈칫한 것도 같았다. 하긴, 사자자리에서 레귤러스의 이름을 땄다고 했나. 시리우스가 약간 짜증나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괜찮아요, 시리우스?"

"이제 별을 관측해 보자꾸나, 해리. 어떻게 하는지 알지?"

"어, 알았어요. 리무스."

리무스가 평소처럼 상냥하게 웃었다. 해리가 별을 관측하기를 시작하자, 그는 시리우스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괜찮아?"

"……어."

"부엉이 오는데요."

나는 당연하게 지팡이를 휘둘렀다. 프로테고. 시발, 맨날 이쪽에 들이받냐. 이번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향해 돌진하는 부엉이를 리무스가 잡았다.

"시리우스, 너한테 왔는데?"

"뭐지?"

시리우스가 편지를 펼쳐서 읽었다. 그가 얼굴을 약간 찌푸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뭔데요?"

"몰라. 교수들한테 긴급회의 있다는데?"

"빨리 가야하는거 아니야?"

시리우스가 약간 미안한듯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느새 해리는 망원경에서 내려와서 시리우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만 이 상황 이해 안되는건가.

"전 괜찮아요, 시리우스."

"…근데 왜 시리우스가 교수 긴급회의에 가는건데요?"

"아하하…"

해리가 슬그머니 눈을 돌렸다. …설마 나한테 천문학 좋아하냐고 물은 이유가-

"천문학 교수예요?"

"드레이코, 음, 그게 말이지…"

"그걸 지금까지 안말했다고요?"

"아하하, 난 이만 긴급회의에 가볼게!"

시리우스가 바람처럼 빠르게 사라진다. 남아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자 모두 슬그머니 고개를 돌릴 뿐이다. 해리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장난은 서프라이즈일 때가 제일 즐겁다면서요, 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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