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55화 (55/130)

5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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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Severus Snape

세베루스는 조금 바빴다. 예전에는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 바빴다면, 지금은 조금 다른 의미로 바빴다. 자신이 말한 것을 수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그리드께.

드레이코가 고문을 당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 같습니다. 숨을 안쉰건 장난이었다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다른 것들은 전부 저희들의 오해인 것 같습니다.

혼란을 주어서 죄송합니다.

스네이프로부터.」

꽤 성가신 일이었지만, 세베루스는 힘들지 않았다. 아니, 도리어 조금 기쁘기까지 했다. 드레이코가 멀쩡하니까. 사실 세베루스는 진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걸지도 몰랐다.

"방금 다 보냈습니다. 애초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 수고하셨어요.

통신 마법으로부터 폼프리 부인의 안도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베루스가 답지 않게 조금 미소 지으며 날린 부엉이를 바라보았다. 폼프리 부인의 미미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 세베루스 교수님은 드레이코가 그렇게 좋으시나요?

"…처음에는 그냥 학생일 뿐이었습니다."

그래, 처음에는 그랬다. 아이는 그냥 죽음을 먹는 자의 아들일 뿐이었다.

"그런데, 마법약을 잘 만들더군요."

아이는 마법약에 재능이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모르는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고, 세베루스는 그걸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조금 뒤에는 꽤 아끼는 제자가 되었습니다."

- 그렇군요.

"그리고, 아이가 아프다는걸 알았지요."

세베루스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스승의 자격도 없었다. 비록 착각이었다지만, 아이가 그 지경이 될 때까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좀 더 열심히 아이를 살펴보았습니다. 아이를 더 잘 알 수 있었고요."

- 드레이코는 참 친절하죠.

세베루스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베루스의 끄덕임을 듣기라도 한건지, 부엉이가 편지를 물고 가져왔다. 벌써 온건가. 꽤 빠른 답장이었다. 세베루스가 느긋하게 편지를 펼쳤다.

「스네이프 교수님께.

그럴리가요. 동물들은 확실히 드레이코를 싫어했습니다. 영혼에 문제가 없다면 그럴 리가 없어요. 그럴 리가…」

해그리드의 글씨는 점점 커지며 마지막에는 잉크자국으로 번져서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앞부분은 읽을 수 있는 상태였다. 세베루스가 편지를 읽다가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폼프리 부인."

- 네?

"드레이코의 영혼을, 조사해 보았습니까?"

- …….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세베루스는 제발 아니기를 바랬다. 제발, 제발 자신이 생각한 것이 아니기를.

- 안 해보, 았어요.

"……예?"

세베루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폼프리 부인도 무척 당황한 목소리였다. 그에 따라 세베루스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져갔다.

- 영혼은, 검사하지 않았었어요. 그런 전문적인 장치는 성 뭉고 병원에 있고… 그리고 다른 검사란 검사는 다 했거든요. 만약 영혼 쪽에 문제가 있다면, 피를 토한 것도 이해가 돼요. 그리고, 그리고…

"숨을 안쉰 것도, 동물이 피한 것도 말입니다."

- …맙소사.

폼프리 부인의 허탈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조금 뒤에 폼프리 부인이 다시 말했다. 말을 하는 것 보다는, 거의 내뱉는 것 같은 어조였다.

- 죄송해요. 제가, 미숙하게 판단해서. 제가, 제가… 전부 제 탓이예요.

"…아닙니다."

여기서 원망해봤자 시간만 낭비하는 길이었다. 통신마법으로 대화하는게 참 다행이었다. 아니라면 세베루스의 찌푸린 얼굴이 다 보였을테니 말이다. 세베루스와 폼프리 부인은 각자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왜 그런거지? 드레이코, 그 아이가 말만 했다면 조금 더 빨리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어째서 그 아이는 숨기려고만 했던걸까. 세베루스는 치밀어오르는 화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드레이코는 왜 숨긴겁니까? 저희가 못미더웠던 겁니까?"

- …치료하는걸 바라지 않는거예요.

폼프리 부인은 성 뭉고 병원의 치료사였다. 덤블도어의 제의로 호그와트에 오게된 것이고. 그러니까 그녀는, 다양한 종류의 환자들을 많이 겪어보았다.

- 희망을, 가졌다가 버리기가 힘든거죠.

"……하."

세베루스가 머리를 쓸어올렸다. 제발. 드레이코, 넌 얼마나 더 혼자 지고 가려는거지?

- …이제 치료제를 더 만들어야 하나요? 덤블도어 교수님께 연락할까요?

"아니요. 덤블도어 교수님은-"

릴리를 위한 일이다. 그래, 릴리를 위한 일. 세베루스는 필사적으로 말을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입에서는 무언가가 막힌 듯 공기소리만 났을 뿐이다.

"…교수님은-"

세베루스 스네이프, 진정해라. 릴리를 위한 일이다. 릴리를-

- 교수님?

이게.

- 왜 그러세요?

릴리를 위한 일인가?

"…교수님들을 불러주십시오. 맥고나걸, 플리트윅, 해그리드, 스프라우트, 트릴로니, 벡터… 전부요! 덤블도어 교수님께 알려지면 안됩니다. 관리자인 필치와 사서인 아르마 핀스 부인도 불러주십시오."

- 아, 네! 알겠어요!

세베루스가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한순간 검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죽게 내버려 둘 것 같나? 희망을 버리기가 힘들다고? 처음부터 안버리면 될 것을.

이미 해버린 말은 번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베루스는 처음으로 후회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덤블도어의 명령을 어기기도 했다. 그래, 이건 릴리를 위한 일이 아니었다. 아이를 위한 일도 아니다.

세베루스 스네이프,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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