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54화 (54/130)

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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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냐?"

"음… 이게 보이는 거예요?"

"이쪽으로 망원경을 돌려봐. 오, 해리. 잘하고 있구나!"

해리는 열심히 망원경을 다루고 있었다. 꽤 재미있는 것 같다. 나도 조금 신기하기는 했다.

"이걸 어떻게 일주일만에 했어요?"

"돈으로는-"

"시간문제라는게 있잖아요."

시리우스가 눈을 살짝 찡끗거렸다. 약간 미친 것 같다. …무슨 덤블도어냐. 해리도 조금 충격받은 것 같은 눈으로 시리우스를 바라봤다. 해석하자면 대부 그런 사람이었어요? 정도의 눈빛이다.

"마법도 살짝 더했지!"

아, 네.

* * *

시리우스가 나를 대신해서 루시우스에게 편지를 보냈다. 대충 여기에서 자고가도 되냐는 물음같았다. 아니, 허락할리가 없잖냐.

"아버지가 허락하실리가 없어요."

"날 믿거라, 드레이코."

"……?"

나는 해리가 구웠다는 쿠키를 먹고 있었다. …진짜 시리우스 보다 훨씬 잘 구웠다. 해리는 별을 보면서 굉장히 신난 것 같았다. 아직까지도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으니까.

"아, 맞다. 드레이코, 퀴디치 월드컵 갈거니?"

"잘 모르겠어요."

사실 뼈를 빼돌린 시점에서 일은 다 끝났다고 생각한다. 탐지기가 울려서 쥐새끼랑 뱀새끼, 볼드모트까지 잡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신호는 잠잠하기만 했다. 크라우치까지 잡는다면 좋겠지만, 윙키가 그렇게 순순히 잡힐 리도 없었다. 사실 더 움직이기 귀찮기도 하고.

"우리랑 같이 갈래? 리무스와 해리와 나랑, 퀴디치 월드컵에 가기로 했거든. 위즐리 가족은 경기장에서 보기로 했어."

"일등석 예약했죠?"

시리우스가 허허 웃는다. 루핀도 웃으며 시리우스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좀 아프겠다. 루핀이 이를 악물며 시리우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다 들린다.

"내가 그렇게 돈 쓰지 말라고 했는데. 돈이 넘쳐나는 줄 알아?"

"넘쳐나는데!"

"자랑이다."

루핀은 한숨을 쉬면서 쿠키를 집어 먹었다. 나도 쿠키를 하나 더 집었다. 이거 은근 맛있다. 해리는 제과에 재능이 있는지도 몰라.

"아, 내 신원으로 이상한 짓을 했더구나."

"알아요?"

"모르는 사람이 없을거란다."

루핀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신문을 건내주었다. 신문에는 제일 큰 면에 커다란 글씨가 써져있었다. 사진에는 틀림없는 시리우스 블랙의 얼굴이 박혀있다.

「시리우스 블랙, 갑작스러운 주식매매. 패망의 조짐이 보여…」

"리타 스키터가 썼죠?"

"그래."

역시. 왜 벌레가 따라붙나 했다. 순간이동은 나와 가일만 했으니 못 따라갔을거고. 설마 스키터가 여기를 쫓아올 줄은 몰랐지. 시리우스가 조금 더 진지해진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루핀의 눈에도 걱정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 내 신분을 쓴건 내가 허락한 일이니 상관없지만-"

"뭐라고?"

"정확히는 거래였어요."

"그래, 거래."

루핀이 어이없다는 듯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시리우스의 허벅지를 또다시 꼬집었다. 루핀이 상냥하게 웃으며 시리우스에게 속삭인다. …다시 말하지만, 다 들린다.

"애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시리우스."

"아니, 나도 주식을 살 줄은 몰랐지."

"미쳤어? 잘못되면 어쩌려고 그래."

"…미안해, 림."

"나중에 좀 보자."

루핀이 아무 일 없다는 듯 하하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뭔가 혼나는 느낌에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렸다.

"나중에 잘못되면 어쩌려고 그러니. 그 돈을 다 없어져도 돼?"

"음… 제 여유자금 이라서 상관없… 어지면 안될 것 같아요."

루핀이 웃으며 무시무시한 눈빛을 보낸다. 나는 재빨리 말을 바꾸면서 시리우스를 보았다. 좀 도와줘요. 시리우스도 눈빛을 보냈다. 나도 무서워.

"지금 뭐하고 있는거니?"

루핀이 다시 미소짓는다.

* * *

"그래서, 앞으로는 하지 않을거지?"

"…네, 루핀 교수님."

멍하니 있다가 반사적으로 대답하니까, 루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금 놀란 것 같았다.

"그 호칭은 오랜만에 들어보네. 리무스라고 불러도 된단다."

"아, 네."

역시 멍하니 있던 시리우스가 반대쪽을 보고는 퍼득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다시 설교를 시작하려는 리무스를 쿡쿡 찌르며 다급하게 입을 연다.

"림, 저기 부엉이야!"

"벌써 답장이 온건가?"

시리우스의 말대로 반대쪽에서 부엉이가 오고 있었다. 편지를 들고 맹렬하게 다가오는 기세가… 아, 잠시만.

"프로테고."

부엉이가 방어막에 부딪혔다. 왜 이렇게 다가오나 했다. 계속 공격하려는 부엉이를 시리우스가 지팡이를 휘둘러서 떼어냈다.

"그런데 마법을 써도 괜찮은거니?"

리무스가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본다. 퍼지 장관한테 집요정이랑 산책한다고 얘기했어요. 그 말은 물론 마음 속으로만 했다. 시리우스가 부엉이와 눈싸움을 하면서(...) 천연덕스럽게 입을 열었다.

"괜찮을걸? 한 번은 걸리지 않더라."

"…참- 자랑이다, 시리우스."

리무스가 다시 시리우스의 허벅지를 꼬집는다. 시리우스의 허벅지가 심히 걱정되었다. 허벅지를 감싸쥐는 시리우스를 뒤로한채, 리무스가 편지를 뜯었다.

"자고가도 된다는구나!"

"도대체 뭐라고 하신거예요?"

"네가 집에만 쳐박혀있지 않고 친구와 놀고싶어 한다고 썼어."

시리우스가 여전히 허벅지를 감싸쥐며 중얼거렸다. 리무스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인다.

"음… 그걸 순화해서 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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