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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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키! 어디 아픈데는 없니?"
"…오랜만이구나."
나시사는 부드럽게 웃으며 나를 꼭 끌어안았고, 루시우스는 근엄한 척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에 가만히 있던 가일이 루시우스의 시선에 순간이동을 시전했다.
"보고 싶었단다, 디키."
"…저도요."
말포이 가문은 전혀 달라진게 없었다. 나시사가 자연스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웃었다.
"집요정."
"네! 부르셨나요, 마님? 준비는 다 해두었어요!"
"그래."
나시사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웃은 적은 거의 없는데. 어지간히도 기분 좋은가 보다. 나시사가 나를 불렀고, 어째선지 루시우스가 나를 안았다. 그들이 들어간 곳은 쓸모없어 보였던 창고였다.
"마음에 드니? 차를 마실 수 있게 꾸며보았단다. 정원이 보이는 곳이 이곳 밖에 없더구나. 디자인은 루시와 내가 했어."
"……."
연한 초록색의 벽지에 한 쪽은 통유리로, 꽃밭이 아주 잘 보였다. 가운데에 고급스러운 탁자와 흔들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딱보아도 고민한 티가 역력한 귀여운 테이블보와 세트로 맞춘 방석. 구석에는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이 자리잡았다.
"고마워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뭘, 드레이코. 우리 차나 한 잔 하자꾸나. 루시도 앉아."
"크흠, 드레이코, 너도 차 한 잔 할거니?"
"…네."
나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 뭔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 * *
똑똑.
"웬 편지예요?"
"네 것 아니니, 디키?"
"내가 가져오지."
루시우스가 불편함이 가득 담긴 얼굴로 부엉이를 잡고는 편지를 뺐다. 티타임이 방해되어서 불쾌한 것 같았다. 나시사도 옆에서 팔짱을 끼며 편지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대단한 내용인지 확인해 보자는 것 같았다.
"……?"
그리고는 눈이 커다래진 루시우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나와 편지를 번갈아 보았다. 뭔데 그러는거지.
"누구예요?"
"…스네이프 교수다."
루시우스는 혼란스러운 것 같았다. 나시사도 편지를 보고는 같은 반응을 보였고. 아니, 도대체 뭐길래. 나만 모르는 상황에서 방 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아니, 그럴 리가…"
"혹시 모르니까, 제대로 검사해보자."
"……?"
두 쌍의 눈동자가 나에게로 모인다. 그러니까 뭐길래 이러는거냐. 나시사가 은근하게 웃으며 내 볼을 쓰다듬었다.
"디키, 성 뭉고 병원에 가보지 않으련?"
"괜찮아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병원에 쳐박혀 있기는 싫었다.
* * *
어영부영 티타임이 끝나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나시사는 산책하기를 원하는 눈치였지만 그것보다도 더 바쁜 일이 있었다.
빠르게 펜과 양피지를 들고는 글씨를 써내렸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다시 흝어보듯 편지를 검토하고, 이번에는 시리우스의 글씨체로 다른 하나를 더 써내려갔다.
"가일."
"네! 도련님! 제 이름을 알고 계시다니 가일은 너무-"
"이 편지 좀 가져다줄 수 있을까?"
이대로라면 일장연설이 일어날 것이 분명해 다급하게 말을 끊었다. 가일이 왕방울만한 눈을 데굴데굴 굴리더니 이내 활짝 웃는다.
"도련님의 부탁이라면 얼마든지요!"
"고마워. 이 종이에 적힌 주소로 가줘. 다른 한 개는 JH 회사로 보내주고. 머글 회사니까, 투명마법 걸고가서 그냥 탁자 같은 곳에 놓아줘."
"네!"
가일의 목이 부서질 듯 위아래로 흔들렸다. 말포이 가문 부엉이는 있었지만, 솔직히 내 말을 들을리가 없잖냐.
제일 확실하게 돈을 벌 수단은 투자다. 미래를 아는 나는 그냥 거져 먹는건가. 이 주 뒤 쯤에 보자고 했으니까 폴리 주스나 만들어야 겠다. 기초재료는 거의 다 만들었다. 나머지만 하면 되겠지.
* * *
"도비…?"
"가일이예요!"
해리가 영문을 모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리무스가 게슴츠레 눈을 뜨며 가일을 쳐다보았다. 의심스러운 시선에도 가일은 싱글벙글 웃으며 편지를 품에서 꺼냈다.
"시리우스 블랙인가요?"
"어, 아니…?"
"시리우스 블랙께서는 어디 계신가요?"
"옆 방?"
여전히 눈을 끔뻑거리는 리무스와 해리를 놔둔 채로, 가일이 순간이동을 해 시리우스의 곁으로 다가갔다. 시리우스가 집요정 임을 깨닫고 의아한 기색을 보였다.
"누군데 이렇게-"
"드레이코 말포이 도련님께서 보내셨어요! 여기 편지요!"
"아, 그래?"
시리우스가 인상을 확 폈다. 가일은 전혀 신경쓰지 않으며 편지를 건냈다. 내가 도련님의 부탁을 들어드렸어! 가일의 눈이 한층 반짝반짝 빛났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어."
가일이 일그러지는 듯 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시리우스가 그 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으며 천문학 관련 서적을 치웠다. 빈 공간에 조심스레 편지를 펼쳐 놓고는, 낄낄거리며 드레이코의 말투를 흉내냈다.
"시리우스에게. 정확히 이 주 뒤에 시리우스의 신변을 쓸거니까 그렇게 알고 밖으로 나가지 말아요. 저택은 일 주 뒤 정도에 갈게요. 그리고 천문학이요? 뭔 소리예요? 오, 그 망할 녀석들. 어쩐지 찝찝하더라니!"
그럼 이건 헛수고인가? 괜히 공부했어! 시리우스가 내심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편지를 꾹꾹 접었다. 용건만 말한 편지가 딱 드레이코 답다고나 할까.
"시리우스, 무슨 일이야?"
"림, 드레이코가 일주일 뒤에 올거래!"
"진짜요?"
리무스의 뒤에서 쏙 나온 해리가 기대감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시리우스가 버릇처럼 해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거 보여줄 수 있겠네요?"
"쉿, 아직은 우리 셋 밖에 모르잖아?"
"그럼 그것도 말하지 말아요?"
"오, 장난은 서프라이즈일 때가 제일 즐겁단다!"
해리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마치 대선배를 바라보는 후배 같다고나 할까. 리무스가 어이없다는 듯 시리우스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리우스, 애한테 이상한거 가르치지 마. 그리고 애초에 장난도 아니잖아."
"에이, 비유지."
"시리우스가 그런 것도 알았어요?"
"해리, 너마저!"
"옳은 소리네."
리무스가 딱 잘라 말했다. 시리우스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아무도 내 편이 없어. 물론 그 말은 무시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