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50화 (50/130)

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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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은 항상 슬리데린 여학생들과 같이 있었다. 왜 혼자지? 뭐, 찾아오는 일이 많으니까 그러려니 했다.

"나 여기 앉아도 돼?"

"…맘대로."

파킨슨이 삼인방을 쳐다보더니 놀란 듯 몸을 굳히다가, 드물게 긴장한 기색으로 자리에 앉았다. 고일과 크레이브가 말을 걸어도 못들었는지 뻣뻣하게 굳어있기만 했다. 왜 저러지. 뭐, 상관할 일은 아니다.

"헤르미온느, 거기 초콜릿 좀."

"아, 여기."

개구리 초콜릿을 까서 입에 넣었다. 파킨슨이 눈을 크게 뜨고 나와 헤르미온느를 번갈아 쳐다본다. 초콜릿 먹은게 그렇게 충격적인 거냐.

"쟤 이름으로 불러?"

파킨슨이 작게 속삭인다. 나는 초콜릿을 씹으며 대강 고개를 끄덕였다. 파킨슨은 적잖이 충격받은 것 같았다. 잠시 굳어있다가, 강렬한 눈빛으로 삼인방을 쏘아본다. 진짜 왜 저러지.

"…그렇구나."

보통 파킨슨은 험담을 하거나 충고같은걸 하는데. 넌 누구냐. 설마 폴리 주스 마신건가. 파킨슨은 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삼인방을 노려보았다. 로널드도 그 죽일 듯한 시선을 느꼈는지 같이 쏘아보고 있었고, 헤르미온느는 상대하지 말자는 주의인 것 같다. 해리는… 왜 날 보고 있는거지.

파킨슨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녀는 강렬하게 삼인방을 노려보며 한참 동안이나 입을 우물거리기를 반복하더니 곧 쥐어짜내듯 말했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 쥐어짜낸 것 같은 목소리였다.

"미안해."

"……?"

"그레인저한테 그거라고 부른 것 말야. 그리고 뒷소문 같은거 퍼트린거. 정말 미안해."

"……?"

진짜로 팬시 파킨슨인가. 이쯤되면 다른 이로 바뀔 법도 한데. 폴리 주스는 지속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

나만 그렇게 느낀건지 다른 아이들은 진중한 기색이었다. 크레이브와 고일까지도. 왜 아무도 파킨슨을 의심하지 않는거지.

"왜 지금 사과하는거야?"

"그냥,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졌어. 그러니까, 나는… 조금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내 주위 사람들을 해친다는 걸 몰랐어. 순혈주의가, 누군가를 해칠 수 있다는걸 몰랐어."

"…그렇구나."

파킨슨이 말하면서 나를 힐끔 거리는데 기분탓인가. 내가 슬리데린을, 정확히는 파킨슨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혈통차별 때문이다. 물론 조금 이기적인 어린아이의 면모 덕분에 친해지지 않은 것도 있지만.

"순수혈통이 싫어. 드레이코가 '말포이'가 아니면 좋겠어."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나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 까지의 시간이 조금 걸렸고, 다른 이들은 무언의 긍정같은 기색이었다.

"좋아."

정적을 깬 헤르미온느가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예의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과는 받아줄게."

그러니까, 파킨슨이 순혈주의가 싫다고 했다. 내가 '말포이'가 아니면 좋겠다고도 했고. 그렇게까지 날 걱정하고 있었나? 조금 의외다. 파킨슨, 아니, 팬시의 안색이 확 밝아졌다. 가만히 있던 해리가 별안간 씨익 웃었다.

"난 어차피 별로 신경쓰지도 않았어, 파킨슨."

"뭐? 해리, 너 미쳤어?"

로널드가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쉰다. 곧 로널드는 얼굴 한가득 장난스러운 미소를 띄며 말했다. 방금 뭔가 쌍둥이들 같았다.

"어차피 사과는 이루어진 것 같은데?"

팬시가 후련하게 웃었다. 뭔가 묘한 기분이다. 계속 원수관계일 것 같았던 넷이 화해하다니. 아니, 내가 친한 것 부터가 이상한가.

크레이브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초콜릿을 집어먹었다. 고일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이내 창 밖을 보며 외쳤다.

"저거… 부엉이 아냐?"

해리가 부엉이를 발견하고는 재빨리 그걸 집어 넣었다. 부엉이는 편지를 두 개 들고 있었는데… 원래 한 개 아니였나? 생각하기도 전에 해리가 해맑은 기색으로 편지를 건내주었다.

"시리우스에게서 온거야! 드레이코, 이건 네거."

"……?"

왜 편지를 한거지. 아무튼 편지를 받은 나는 그걸 펼쳤다. 해리는 신이나서 편지를 소리내어 읽고 있었다.

「드레이코에게.

드레이코, 나는 무사히 잘 있단다! 머글 거리에 저택을 하나 구했어! 위치를 적어놨으니, 나중에라도 와 주었으면 좋겠다. 분명 해리도 환영할 거야.

할 말이 많지만 직접 보고 하는게 더 좋을 것 같아. 언제든지 환영이야, 드레이코. 방학 때 쯤에 들려줘.

p.s. 리무스도 우리 저택에서 살거란다. 올 때 보름은 피해주렴! 그리고, 천문학 좋아하지?」

…정말 시리우스다운 편지라고나 할까. 천문학 얘기는 왜 나오는거냐. 나는 편지를 다시 접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보니 나중에 주머니 정리나 해야겠다. 공간확장마법 걸렸다고 전부 여기에 넣었으니까, 뭐가 들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와! 시리우스가 저택을 구했대!"

해리가 환호성을 질렀다. 더즐리 부부에게 가기는 죽기보다 싫은가 보다.

* * *

짐을 끌고 기차에서 내리고는 루시우스와 나시사에게로 향했다. 쌍둥이가 위즐리들 쪽으로 가며 소란스럽게 외쳤다. O.W.L.s를 끝냈는지 전보다 더 수척해진 것 같은 안색이다.

"내년에 봐, 도련님!"

"그리고 천문학 좋아하지?"

"……?"

왜 계속 천문학 타령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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