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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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데린 기숙사로 향하는데 스네이프가 나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무슨 일이지.
"무슨 일입니까?"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
스네이프가 쓸데없이 근엄하게 말한다. 아, 그거 일주일 걸린다고 하지 않았나. 4일 정도밖에 안지났는데, 의외로 빠르다.
스네이프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둥둥 떠다니- 뭐하는거지.
"…내려주세요."
"걷기 힘들잖느냐. 가만히 있거라."
그렇게 말하는 스네이프의 표정이 살벌해서 반론도 못했다. 내가 감사의 의미로 목례를 살짝 하자 스네이프의 표정이 구겨진다. 내 인사가 그렇게 받기 싫은건가.
"드레이코."
"…네?"
"사람을 경계해라. 쉽게 믿지 마."
스네이프가 비죽 웃는다. 묘하게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저번에 루핀이 말한 것과 너무 극과 극 아니냐.
"특히 나는, 절대 믿으면 안된다."
"……?"
내가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에 병동에 도착한 것 같다. 스네이프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병동의 문을 두드리고는 말했다.
"드레이코 데려왔습니다."
"아, 고마워요!"
폼프리 부인이 활짝 웃으며 문을 열었다. 우리가 들어가자 그녀가 화분 밑에 놓아둔 봉투를 나에게 건냈다.
"너의 검진 결과이니 아직 살펴보지 않았단다. 다 보고나서 나에게 주겠니?"
"아, 네."
정말로 안 뜯은건가. 묘한 부분에서 양심적이다. 내가 봉투를 뜯는 사이에 폼프리 부인과 스네이프가 대화를 시작했다.
"그래서, 덤블도어 교수님이 뭐라고 하셨나요?"
"거절하셨습니다."
"네?!"
아, 깜짝이야. 놓친 봉투를 다시 집어들어서 나머지 밀랍을 뜯었다. 그러자 안의 편지에 빼곡히 적힌 글씨가 보인다.
"제가 교수님께 가서 따질까요?"
"…어차피 들을 분이 아닙니다."
"아니, 그래도 그렇죠. 어떻게 그럴 수가-"
"검진결과, 환자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내 목소리에 둘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나는 후련한 듯이 편지를 그들의 앞에 들이밀었다. 아니, 진짜 후련했다.
"안 아프다고 했잖아요."
"…? 잠시만, 잘못되었을 수도 있잖니."
"없어요."
스네이프가 눈을 크게 뜨며 재차 편지를 읽는 것 같았다. 폼프리 부인은 아예 사실인지 안믿는 것 같았고. 나는 드물게 친절한 어조로 사실(과 약간의 변명)을 되짚어 주었다.
"안 아파요. 숨이 멈춘건 제가 장난을 친거고, 기절한건 그냥 피로해서 그런겁니다. 마법으로 살폈을 때도 이상 없었잖아요."
"하지만… 분명 4년, 남았다고-"
"…? 뭐가요?"
폼프리 부인이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말하는 것조차 괴로운 표정이다. 그러니까 뭐를 말이냐.
"앞으로 살 날이… 4년 남았다고 했잖니…"
"……?"
이건 또 무슨 개소리냐. 그런 기억은 전혀 없다. 내가 그런걸 말했던 적이 있던가. 인상을 찌푸리며 기억을 되짚어 보다가 그냥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그건, 무슨 소리예요?"
"여기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4년 밖에 안남았다고…"
"……."
그걸 그렇게 들은거냐. 나는 잠시 할 말을 찾지 못해 입을 살짝 벌렸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호그와트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뜻이었어요."
"…그런거였니?"
"네."
가만히 듣고 있던 스네이프가 허탈한 듯 웃었다. 그가 곧 엄격한 어조로 말했다.
"숨을 멈추었다니, 그런 장난은 함부로 치면 안된다."
"조심할게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동을 벗어났다. 아무리 말해도 안듣더니, 다행히도 잘 해결된 듯 싶다.
* * *
Side, Severus Snape
드레이코가 나간 뒤의 병동에는 정적만이 가득했다. 누구 하나도 섣불리 입을 열 수 없어 보였다. 폼프리 부인이 세베루스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피며 입을 열었다.
"스네이프 교수님, 정말 저희가 오해한 걸까요?"
"…그렇겠죠. 머글의 의학으로도 결과가 없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드레이코는 꼭-"
"변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세베루스가 태연하게 말을 받았다. 그래, 아이가 눈살을 찌푸리며 머리를 굴리는게 빤히 보였다. 그건 누가 보아도 변명거리를 생각하는 태도였다.
"그렇죠? 저만 느낀게 아니군요!"
"변명이 아니길 바라야겠죠."
우습게도, 드레이코가 말할 때 느낀 감정은 당혹감이 아닌 안도감이었다. 아이가 아프지 않은 것 같아서, 그런 일을 당한게 아닌 것 같아서 안도했더랬다.
"그렇지만… 애초에 드레이코는 숨을 멈추는 장난 같은걸 하지 않아요."
"다른 아픈 곳은 없었습니까."
"네, 이상은 없었어요. 드레이코 몸 구석구석을 조사해 보았는데, 정말 건강하더라고요. 물론 조금의 영양실조는 있었지만요. 아, 참! 음식 먹으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폼프리 부인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계속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계속 웃고있는게 어지간히도 기쁜 모양이었다.
"어디를 검사하셨습니까."
"전부요. 몸 안 구석구석까지 다."
그렇다면 마음을 놓아도 되겠지. 세베루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 * *
"드레이코, 어디 앉을거야?"
"아무 곳이나. 빈 객실."
대충 대답하니 크레이브가 연신 눈치를 살피며 나를 바라본다. 뭐냐, 그 눈빛은. 고일도 마찬가지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거지.
"드레이코!"
"…뭐야?"
고일이 눈살을 찌푸리며 문 쪽을 바라본다. 해리가 그 기세에 잠시 주춤거리더니 눈 깜짝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저쪽 객실 비었어. 가자."
"드레이코는 우리랑 갈거야."
"저리 안가?"
뭔가 크레이브의 목소리가 스터가 우는 소리랑 똑같은 것 같은데. 기분탓인가. 더 있었다가는 싸움이 커질 것 같은 분위기에 바로 입을 열었다.
"그냥 같이 앉아."
* * *
"드레이코, 넌 시험 잘봤어?"
"……대충."
"난 점술이 망했어. 그렇지만 트릴로니 교수가 시리우스는 다시 아즈카반으로 간다고 하는거 있지?"
"그것 참 옳은 소리인 것 같네."
"넌 좀 조용히 있을래?"
너희는 싸우는게 취미냐. 말린 지 5초도 안되서 다시 싸우는 이들을 신기하게 바라보았- 잠시만.
"점술 시험 때, 뭐 특별한 거 없었어?"
"응? 전혀?"
해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지, 볼드모트가 부활한다는 예언을 안들은건가. 아, 나한테 말해주기 꺼릴 수도 있겠다. 확실히 말포이 가문이니까. 들었든 안들었든 내가 알게 뭐냐. 나는 관심을 끄고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드레이코, 한참 찾았- 뭐야? 왜 여기 모여있어?"
이번에는 파킨슨이냐.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쟤까지 합치면 더 싸울게 뻔한데. 괜히 같이 앉는다고 했다.
[작품후기]
이건 더 큰 착각계를 위한 밑바탕일 뿐... 후후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