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45화 (45/130)

4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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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이요?"

"그래. 어쩌면… 괜찮아질지도 모르잖니."

"전 괜찮은데요."

폼프리 부인이 아무 말 하지 않고 웃는다. …아니, 진짜 괜찮다고. 설마 고문이니 뭐니 하는 소문도 여기서부터 시작된건가.

"…좋아요."

"그래, 드레이코. 희망을 가져보자꾸나."

희망을 가지긴 뭘 가져. 아프지도 않는데. 어차피 검진이 끝나면 알게 될 사실이다. 변명하는게 귀찮았던 나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폼프리 부인이 반색하며 말했다.

"그럼 금 당장 시작하자꾸나."

"……네? 지금 당장이요?"

"그래, 지금 당장."

말에 묘한 박력이 느껴진다. 나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마법을 쓰며 내 상태를 살피던 폼프리 부인이 인상을 썼다. 더 자세하고 정밀한 검사는 마법약을 먹고 해야하는데, 약한 몸은 부작용이 갈 수도 있다나.

폼프리 부인은 결국 머글 의료기구를 도입했다. 아니, 괜찮다고. 내 말은 전혀 듣지 않아서 진전이 없었다.

"자, 드레이코. 팔 좀 내밀어보렴."

손 떨리는데요. 주사기를 들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폼프리 부인을 보자니 내 팔의 건강상태가 심히 걱정된다. 나는 폼프리 부인의 흉흉한 기색 때문에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다.

"…제가 할까요."

"아니, 머글 의료물품은 연구해 본 적이 있어. 이래뵈도 자격증까지 있단다."

못 미더운데. 다행히 그 말은 빈말이 아니었는지 그녀는 한 번 만에 주사를 놓았다. 도대체 왜 뿌듯한 표정을 짓는거냐. 그녀도 내심 불안했던 듯 했다.

"눈은… 이게 뭘까, 드레이코? 삼으로 보이니?"

"정답을 왜 말하시는 건데요…"

폼프리 부인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호호 웃는다. 아무튼 시력검사는 가뿐히 통과했다. 그녀가 청력검사라며 해드셋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당연한 듯이 그걸 착용했고. 폼프리 부인이 놀라며 말했다.

"머글 의료기구에 대해 잘 알고 있구나."

"…뭐,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것까지 알아본…"

폼프리 부인이 촉촉한 눈동자로 나를 쳐다본다. 도대체 뭘 생각하는 거냐. 이제는 정정해주기도 지친다.

"아, 아무튼 들리는 곳의 손을 들어보거라."

"네, 결과는 언제 나오죠?"

"다음 주 쯤에 나올 것 같단다. 알고있는 머글 의사에게 해석해 달라고 할거야."

해석까지…? 도대체 자격증은 어떻게 딴거냐. 10년도 더 된 자격증이라며 폼프리 부인이 어색하게 웃었다.

* * *

"그럼 다음 주 까지 조심하렴. 아니, 역시 더 쉬는게-"

"안녕히 계세요."

빠르게 병동에서 나와 슬리데린 기숙사로 향했다. 잘못했다가는 죽을 뻔했다. 건강검진이 끝난게 밤이라서 그런지 의외로 한산했다.

"이제는 디멘터도 없는건가…"

애초에 디멘터도 있는데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은게 다행히려나. 나는 그러려니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

"애옹-"

노리스 부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귀찮아질게 틀림없으니 그냥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고양이한테 공격 당하는 것보다는 낫지.

"…왜 쫓아오는건데!"

노리스 부인이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나를 쫓아온다. 아니, 쫓아오지 말라고. 애초에 필치한테 보고하러 가는게 아니었냐?

쓸데없는 추격전 끝에 닿은 곳은 교장실 쪽이었다. 의도한거냐. 노리스 부인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지만 고양이는 위협적으로 울며 다가올 뿐이었다.

"…페트리피쿠스 토탈루스."

"……."

진작 이럴 걸 그랬다. 굳은 고양이를 안아들어 다시 몸을 옮겼다. 거기서 발견한 검은 개만 아니었다면 진작 그랬겠지.

"블랙?"

"……."

블랙이 대답없이 몸을 변화시켰다. 도대체 왜 온거냐. 언제 들어도 저 뒤틀리는 소리는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뼈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사람으로 변한 블랙이 활짝 웃었다.

"오랜만이다!"

"…그러네요."

쓸데없이 잘 먹은 모양인지 블랙은 안색이 좋아보였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블랙을 보았다. 블랙이 인상을 팍 찌푸리며 굳은 노리스 부인을 바라본다.

"…그건 뭐야?"

"그거라뇨. 노리스 부인이예요."

블랙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뭐냐 그 표정은. 왠지 모르게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아, 맞다. 내 신원 필요하다고 했지?"

"네."

"여기 내 머리카락이다. 폴리주스 못 만든다면 내가 만들어줄-"

"괜찮아요."

나는 블랙이 미련없이 싹둑 자른 머리카락을 건내받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의심없이 건내줘도 되는거냐. 쓸데없이 수북한 머리카락들을 주머니에 대충 쑤셔넣고는 어쩐지 뻣뻣하게 굳은 블랙을 바라보았다.

"…왜그래요?"

"어, 어? 기억 지운다고 하지 않았냐?"

아, 맞다. 까먹고 있는 시점에서 들어서인지 뭔가 미묘한 기분이었다. 그보다 그 얘기를 직접 하는거냐.

"뭐, 됐어요."

이상한 소문을 막기 위해 기억력 수정 마법을 쓰려고 한거지만, 이미 소문은 날대로 났다. 무슨 오해를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건강검진 결과가 나오는 다음 주면 풀릴거고.

"아, 맞다. 네가 그… 그런 일을 당했잖아. 그런데 나는… 정말 미안하다."

그런 일이라면 디멘터를 말하는건가? 나는 대충 블랙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드레이코."

난 이름을 허락한 적 없는데. 왜 부르냐는 뜻으로 눈만 굴려서 블랙을 보았다. 블랙이 죄책감에 가득 싸인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넌… 그렇게 쉽게 용서할 수 있어?"

"…? 하지만 사과했잖아요?"

"드레이코,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블랙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이다가 곧 한숨을 내쉬었다. 왜 혼자서 저러는거냐.

"됐다. 애한테 무슨 말을 하려는거야."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블랙이 눈을 크게 뜨고는 나를 바라본다. 나는 노리스 부인을 꾹 안고는 블랙을 응시했다.

"쉽게 용서할 수 없을 수도 있죠. 그래도, 사과는 하는게 나을거라고 생각해요. 하지 않으면, 용서를 받을 기회마저 없으니까요."

"…그래, 그렇구나."

"뭐, 제임스 포터라면 충분히 시리우스 블랙을 용서할 거예요."

블랙이 원래도 크게 떴던 눈을 더욱 큼지막하게 떴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정도의 표정인 듯 싶었다. 티가 그렇게 나는데 모르면 이상한거 아니냐.

"그러니까 블랙은, 과거의 일에 집중하지 말고 현재를 신경써요. 아까도 말했지만, 사과를 하지 않으면 용서를 받을 기회조차 없으니까요."

나처럼 말이다. 쓸데없이 올라오는 감정에 그냥 눈을 돌렸다. 이 정도면 최대한 잘 말한거다.

"고맙다, 드레이코."

블랙의 손이 머리를 부드럽게 슬슬 쓸었다. 아니, 그보다 이름을 허락한 기억이 없다고. 블랙에게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것보다 블랙이 말하는게 먼저였다.

"시리우스라고 부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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