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37화 (37/130)

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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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대로 흘러가는게 억울하긴 하지만, 의외로 일은 더 빨리 진행되었다. 원작에서는 호그스미드 외출일이 있고나서 루핀에게 들키고 그 다음에 벅빅의 사형일 때의 일인데. 지금은 사형일은 커녕 호그스미드도 안갔다. 그러고보니 퀴디치 결승전도 빠르게 끝났지.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위즐리가 목소리를 음산하게 깔며 중얼거렸다.

"진짜 블랙이 고문한거야? 그래서 여기 있는거고?"

"잠깐, 고문이라니 뭔소리냐?"

"…애초에 고문같은건 당하지도 않았어."

위즐리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한쪽 눈썹을 올렸다가 내렸다. 위협을 느낀 블랙이 그를 구석 쪽으로 내려놓았다. 그래도 내팽겨치지 않은걸 보면 쌍둥이들의 동생이라고 배려하는 것 같다.

내가 슬쩍 지팡이를 휘둘러 페티그루에게 동작정지마법을 걸었다. 워낙 어두웠기 때문에 아무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주머니 속의 움직임이 잠잠해졌다.

위즐리가 블랙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지팡이만 있었더라면 저주를 쐈을 것 같은 비주얼이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최대 레벨 감옥의 탈옥수인데. 안무서운거냐.

"젠장, 어떻게 말포이한테 그럴 수가 있어?"

"그보다, 고문이라니? 말포이가 고문을 당했다는 소리냐?"

"그걸 주도한 사람 주제에 지금 모른다는 거야?"

"난 고문 안당했-"

"요즘 안보이던 이유가 있었군! 말포이한테 얼마나 몹쓸 짓을 한거야? 얘는- 최소 8살 때부터 고문을 받아왔다고! '그 자'의 오른팔이었던 당신이 시킨거지? 그렇지?"

"하! 내가 볼드모트의 오른팔 이었단 말이냐?"

아니, 내 말은 안듣는거야? 애초에 고문같은건 당하지도 않았다. 어이가 없어서 입을 벌리며 할 말을 찾지 못한 채로 가만히 있자 블랙과 위즐리가 더욱 언성을 높였다. 위즐리가 붉어진 얼굴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당신은 배신자잖아! 그것 때문에 해리가…!"

"…배신?"

블랙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얼굴을 일그러 뜨렸다. 그 속에 든 것은 뭐라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죄책감과 분노, 슬픔. 그런 것들이 뒤죽박죽 섞인 것 같았다. 한없이 매마른 블랙의 눈동자는 굉장히 낯설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어쩐지 울지는 않았지만, 우는 것 같이 느껴졌다.

* * *

Side, Fred Weasley

"조지, 아무래도 도련님이 개인 플레이를 하는 것 같은데?"

프레드가 지도를 들며 중얼거렸다. 해리에게 지도를 빌렸다고는 했지만 돌려줬다고는 안했다. 뭐, 도련님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지만.

"그게 정말인가, 프레드?"

조지가 뒤를 돌아보며 조금 의아한 듯 물었다. 프레드가 지도를 빤히 살펴보며 다시 과장스럽게 중얼거렸다.

"오, 사실이고 말고. 도련님이 '튕겨내는 나무' 쪽으로 가고 있잖아?"

"정말 그러네?"

조지가 같이 지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들이 동시에 짜기라도 한듯 활짝 웃었다.

"가보자!"

"그래!"

조지가 꾸러미에서 주섬주섬 장난감 용품들을 꺼내고는 프레드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아무렇게나 던진 장난감을 묘기부리듯 받아낸 프레드가 악동처럼 웃었다.

조지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지도를 살펴보며 먼저 버드 나무 쪽으로 간 프레드의 뒤를 따랐다. 조지가 지도를 접으려고 하다가,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는지 다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곤란한 어조로 말했다.

"음- 즈레드? 우리 집 로니하고 해리, 헤르미온느도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오! 드디어 패드풋 씨도 보이고."

"뭐?"

프레드가 잘못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 손으로 귀를 두드렸다. 마침내 잘못 들은게 아닌 걸 깨달은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위험한거 아냐?"

"교수님 불러야하나?"

"오, 방금 좀 너드(nerd) 같았어."

"하지만 지극히 논리적인 발언이었지."

낯선, 아니, 굉장히 익숙한 목소리에 쌍둥이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서있는지 모르겠지만 뒤에는 리무스 루핀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슨 소리인지, 말해줄 수 있겠니?"

망했다. 프레드와 조지가 말없이 시선을 교환했다. 똥폭탄 쓸까? 그건 숲에 가서 사용해야 해. 프레드가 티나지 않게 고개를 저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연극 대사를 연습하고 있었거- 잠깐."

"오, 즈레드. 나와 같은 생각을 한건가?"

쌍둥이들이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가늘게 접어올렸다. 전에 패드풋 씨가 무니의 정체를 말해주었다. 꽤나 충격받았고 말이다. 그도 그럴게, 무니의 정체는 바로 리무스 루핀 교수님 이었으니까.

"루핀 교수님, 아니, 무니 씨."

"……!"

"도움이 필요해요."

"이유는 가는 길에 설명해 드릴께요."

쌍둥이가 루핀, 아니, 무니 씨의 주위를 뱅글뱅글 돌았다. 그들이 악동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루더즈가 꼭 필요한 일이예요."

"패드풋 씨도 기다린다고요?"

"오- 쥐새… 웜테일 씨도요!"

그 말에, 무니 씨가 난처한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 * *

"하지만, 네가 진실을 듣는다면…"

"하! 진실은 무슨. 배신자 주제에!"

블랙이 얼굴을 팍 구더니 부정하지는 않으며 입을 닫았다.

"당신이 그런거예요…?"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그레인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포터가 그녀의 옆에서 눈을 부릅 뜨며 블랙을 노려보았다. 그레인저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말포이를…"

"아니, 안했어."

내가 끼어들어서 말하자 전부 날 쳐다본다. 도대체 그런 오해는 왜 생긴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과보호 한건가.

"고문은 당하지도-"

"그게 사실이냐? 그래서 그렇게… 젠장! 죽음을 먹는 자들이야? 그 새끼들이냐?"

블랙은 포터를 본 것에 감격했는지 그에게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도 속사포로 말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왜 자꾸 말을 끊냐고.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그냥 참고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엑스펠리아르무스!"

포터의 큰 목소리가 오두막을 울리며 블랙을 날려보냈다. 블랙이 벽 쪽으로 쳐박혀서는(위즐리가 블랙을 피해 다른 쪽으로 기어갔다) 잔기침을 계속 내뱉었다. …저러다 죽는거 아닐까.

포터가 빠르게 블랙에게 다가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

"말포이의 고문을 주도하고, 우리 엄마와 아빠를 죽였으면서."

"아니, 내 말을 좀-"

"어떻게 당신이 나한테 그런 말을, 어떻게 말포이에게 그런 말을…!"

포터가 지팡이를 쥐고는 블랙의 머리에 그걸 가져다 대었다. 아니, 내 말 좀 들으라고. 혹시 몰라 지팡이를 세게 움켜잡으며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내 말을-"

"해리, 안돼!"

"저 자식은 우리 엄마와 아빠를 죽였어! 말포이도 고문했고!"

"내 말을-"

"날 죽일 셈이니, 해리?"

"내-"

"못 죽일 것도 없죠."

포터가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블랙은 차마 포터를 공격하지는 못하고 바라만보고 있었다. 아니, 시발. 말 좀 들으라고.

"실렌시오."

급격히 조용해진 분위기에 숨이 좀 트였다. 나는 최대한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고문을 받았더라도 블랙은 아니야. …그리고 애초에 받은 적도 없어. 포터, 네 부모님을 죽인 사람도 다른 사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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