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33화 (33/130)

3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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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듣고 있어?"

"…어."

쌍둥이들이 신이 나서는 또 재잘거린다. 애초에 듣고있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은거냐. 누가봐도 지금 나 안 듣고 있지 않았나.

"그래서 내가 점수를 땄지."

"래번클로는 겉만 번지르르 하다니까?"

"그러면서 뽐내기는 얼마나 좋아하는지."

"뭐, 그리핀도르가 이겼지만 말야."

둘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화하기 시작했다. 그냥 둘이 말하지 그러냐.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려니 블랙이 퇴로를 차단하고 있었다.…제길.

"요즘 일이 너무 잘풀리는 것 같아."

"후원자님도 생겼고."

"월!"

블랙이 만족스럽게 짖었다. 네가 개냐. 태클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그냥 넘겼다.

"그래서 그 '쥐'는 잡았어?"

"오,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에는 없던데?"

"맞아. 없었어."

"…벌써 수색했어?"

"내가 해그리드에게 말을 거는 동안-"

"-내가 오두막집을 들어가 수색했거든."

"혹시 몰라서 선물도 확인해봤어."

"아무 반응 없던데?"

여기서 '선물'이란 '인형'을 의미하는 거겠지 질린다는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거린다. …아니, 자랑할게 아니잖아.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 인형 만들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오, 끔찍했지. 약 600개의 인형이 새록새록 떠올라."

"각각의 눈색과 머리색을 알아내느라 고생도 했지!"

"특히 세실리아 패실은 기숙사에서 너무 안나왔어."

"결국 물어물어 알아냈지만."

"아, 참. 도련님 것도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넣어둬, 넣어둬."

필요없는데. 조지가 떨떠름한 나에게 용돈을 쥐어주는 것 마냥 상자를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그나저나 해리포터 인형이 아니라 다 다른 인형으로 만든거였냐. 참 쓸데없는 정성이다.

"재료비는?"

"그건 패드풋 씨가!"

"테스트니까 당연하지만!"

"…테스트?"

프레드와 조지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장난스레 웃었다. 그들이 왔다갔다 거리며 정신없이 패드풋 주위를 돌았다.

"후원자 테스트지."

"결국 우리는 통과했지만 말야."

"애초에 너무 쉬웠다고?"

"아… 그래…?"

인형이 후원자 테스트였어…? 쓸데없는 정보였지만 조금 뜻밖이기는 했다.

"…수업이라서 가볼게."

"어? 아직 경기 다 얘기 안했는데?"

"조금만 듣다가!"

내가 들을 것 같냐. 나는 못 들은 척 하며 쌍둥이들을 벗어났다.

어쨌든 수업인건 사실이었다. 나는 지하에 있는 마법약 교실로 들어가면서, 날 보고 멈칫거리는 스네이프에게 인사했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지, 마법약 수업에서는 스네이프와 나 뿐이었다. 괜히 온건가. 숨 막힐 것 깉은 정적이 교실에 깔려있었다. 스네이프는 계속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였다.

"네가 폭력이라고 했지, 드레이코."

"…네, 그랬죠."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아는 그 스네이프 맞나? 나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숙이고 있던 고개를 치켜들었다. 스네이프도 어색한건 마찬가지였는지 입을 다시 달싹거렸다. 스네이프가 마침내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했지만 우르르 몰려오는 것 같은 수다소리에 묻혔다.

나는 눈을 조금 깜빡이며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스네이프는 내가 그 말을 듣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느새 다른 이들도 마법약 교실에 도착한 것 같았다. 스네이프는 나를 보고 있던 눈을 떼고는 학생들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방금 스네이프가 말했다. 고쳐보겠다, 라고.

조금은 생소한 기분이다. 무슨 기분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나는 멍하니 생각하며 스네이프의 말을 들었다.

"포터 내가 누누히 말했지만 넌-"

스네이프가 포터를 보며 인상을 확 찌푸렸다. 그가 여느 때처럼 말하려다가 곧 입을 닫았다.

"…쥐오줌풀을 넣을 때에는 삼등분 해야한다."

"네?"

포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스네이프는 내 쪽을 흘깃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뭐하는거지? 빨리 해라."

"네…!"

"그리고-"

스네이프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움찔거렸다. 곧 한숨을 내쉬며 포기한 그가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네이프가 왜저러지? 곧 죽을 병에라도 걸린건가?"

"나는 시한부 쪽에 1갈레온 걸께."

"나도 거기에 걸려고 했는데!"

포터와 위즐리의 대화가 너무 잘 들렸다. 그리고 스네이프도 들었겠지. 스네이프가 불쾌한 듯 휙 그 쪽을 바라보자 둘이 모르는 척 딴청을 피웠다. 어차피 이럴 거 왜 까분거냐.

"……."

분명 징계를 내릴거라 생각했지만 스네이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롱바텀에게도 일제 손을 대지 않았고. 그건 수업이 끝날 때까지 마찬가지였다.

스네이프는 분명 변하려고 하고 있었다.

* * *

포터와 같이 하는 패트로누스 수업은 생각보다 잘 진행되고 있었다. 포터도 나도 군더더기 없는 주문과 지팡이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되었지.

하얀 연기까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포터도 거기까지는 성공했고.

"잘했다! 다음 수업에는 보가트를 상대해도 괜찮겠구나!"

"음… 글쎄요. 보가트는 아시다시피 위험하잖아요?"

"정 위험하다면 내가 제압할거란다."

"그러니까- 음-"

포터는 반대를 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보다못한 내가 쩔쩔 매는 루핀을 거들어 주었다.

"전 괜찮아요."

"보렴! 말포이도 괜찮다고 하잖니."

"그렇지만…"

"그럼 다음 수업 부터는 보가트를 가져오기로 하자꾸나."

루핀이 그렇게 말하고는 수업을 끝냈다. 포터가 불만족스러운 기색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루핀이 마침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참. 퀴디치 경기에서 이긴 것 축하한다, 해리."

"감사합니다."

포터가 인사를 하고 문을 닫고는 나갔다. 나도 가려고 했지만 루핀이 해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말포이, 차 한 잔 하고 가지 않겠니?"

아니요. 나는 바로 고개를 저으려고 했지만 그보다 루핀이 더 빨랐다.

"허브티 좋아하니? 이렇게 말하니 꼭 덤블도어 교수님이 된 것 같구나."

루핀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차를 따른다. 그가 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왜 패트로누스 마법을 배우고 싶은거니?"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글쎄. 하지만 더 효율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선 알고 싶구나."

"…굳이 지금요?"

처음 배울 때면 모를까, 굳이 지금 시점에서 묻는게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이해가 안간다는 듯 루핀을 바라보자 루핀이 난감하게 미소지었다.

"어쩌면… 내 생각과는 다를지도 모를 것 같거든."

"……?"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필요해서요."

"…왜?"

"…? 절 위해서요?"

루핀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나 보구나."

도대체 뭔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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