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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파괴범-28화 (28/130)

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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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그리드가 나를 탁자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하얗고 깜찍한- 토끼?

"토끼…?"

"아, 그건! 그건 아니란다. 슬라임형 동물인데 눈이 아파서 말이지. 시력이 거의 없어."

확실히 토끼는 아니었다. 감촉은 토끼보다 탱글탱글 해 보였으니까. 토끼를 향해 손을 가져다대자 토끼가 얼굴로 손을 비볐다.

"…부드럽네요."

"애교가 많은 아이거든. 가끔 이렇게 어디로 사라질지 몰라서 애를 먹지만 말이다."

"직접 올라간 거예요?"

"그렇단다."

해그리드가 토끼를 집어서 큰 울타리 속으로 넣었다. 그가 다시 방에서 무언가를 갖고 나왔다. …이번에는 괴물책이냐.

"책을 열 때 까지 다른 동물은 만지면 안된단다. 책을 연다면 동물과 만날 최소한의 준비는 되어있다는 뜻이겠지. 어떤 방법이든 좋으니 책을 열어보았으면 하구나."

"…어떤 방법이든지요?"

"어떤 방법이든지."

주저하다가 지팡이를 들었다. 책을 열 방법은 이것 밖에 없었으니까. 해그리드가 당황하는 사이 아쿠아멘티와 레파로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괴물책은 젖었다가 다시 멀쩡해지기를 반복했다.

괴물책이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 내가 책을 열려고 손을 대자 괴물책이 경기를 일으키며 얌전히 나를 받아들였다. …뭔가 좀 이상한데.

"……."

"……."

해그리드와 나 사이에서 정적이 감돌았다. 이게 아닌가. 해그리드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띄엄띄엄 말했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해보자꾸나."

"……네."

이번 수업은 망한 것 같다.

* * *

Side, Severus Snape

"루핀."

세베루스가 루핀을 노려보며 음산하게 말했다. 루핀이 그런 세베루스를 난처한 듯 바라보았다. 오늘은 보름이었던 것이다. 리무스 루핀은 늑대인간 이었으니까. 보름은 조금 위험했다.

"약 가져왔어? 그래… 여기 두고가줘."

"아니, 부탁할게 있어서 왔다."

루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를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는 세베루스가 이런 부탁을 할 줄은 몰랐던 것 같았다. 하긴 세베루스도 자신이 부탁을 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마루더즈에게 말이다. 세베루스가 이를 갈면서 말했다.

"패트로누스 마법을 가르친다고 하더군. 드레이코 말포이도 같이 가르쳐주면 좋겠어서."

"…드레이코 말포이."

그의 수업에서 특이한 보가트를 불러낸 학생이었다. 루핀의 눈이 조금 가라앉았다. 곧 루핀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세베루스, 너도 패트로누스 마법을 할 수 있잖아?"

"…나는 마법약을 만들어야 해."

"아, 내 마법약?"

세베루스가 삐뚜름하게 웃었다. 그런 식으로 오해한다면 자신도 편했다.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수긍한 루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고맙군."

세베루스는 거의 짓씹듯 말했지만 그건 분명 감사인사였다. 루핀이 다시 눈을 크게 떴다. 도대체 드레이코 말포이가 어떤 이길래 저러지? 그가 신기한 듯 세베루스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세베루스는 이미 문을 박차고 나갔을 뿐이었다.

세베루스가 이를 빠득 갈았다. 자신이 가르치고 싶었지만 그는 치료제를 만들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패트로누스 마법."

너덜너덜해진 영혼을 어느 정도 수복해주는 마법이었다. 적어도 세베루스가 불러낼 때에는 조금 나아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드레이코도 그걸 배우기만 한다면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못 미더워서 문제지만. 세베루스가 삐뚜름하게 웃으며 슬리데린 기숙사로 향했다.

* * *

"드레이코 말포이."

괴물책과 한참 씨름 중인 나에게는 구원같은 목소리였다. 더 있었으면 괴물책이 내 손가락을 뜯었을지도 몰라. 먹이를 주자 온순해지긴 커녕 더 난폭해졌던 괴물책을 떠올렸다.

그래도 스네이프가 여기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다. 도대체 왜 기숙사까지 온거지. 아니, 우리 기숙사 담당 교수니까 괜찮기는 하지만.

"스네이프 교수님…?"

"패트로누스 마법을 배울 생각이 있나."

그렇게 다짜고짜 물어보면 어쩌라는 거냐. 항상 생각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는 버릇 좀 고쳤으면 좋겠다. 나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너에게 도움이 될 거다."

하긴, 패트로누스 마법을 배우면 요긴하게 쓸 것 같긴 하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걸로 말싸움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스네이프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가 한층 나은 기색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포터와 함께 루핀 교수의 수업을 들어야겠군. 목요일 저녁 8시에 마법의 역사 교실로 가거라."

괜히 한다고 했다.

* * *

크리스마스 연회가 시작되었다. 그 말은 즉 기숙사에 사람이 없을 시간이라는 뜻이다. 나는 나를 애타게 부르고 있을 파킨슨을 생각하며 공중 부양 마법으로 계단을 올랐다.

내가 슬리데린이고 블랙이 그리핀도르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페티그루는 다른 기숙사에 숨어 있을지도 몰랐다. 탑 꼭대기에 있어서 인적이 적은 래번클로는 몸을 숨기기에 적격인 기숙사였다.

여쨌든 쥐의 존재 여부는 청동 독수리상의 질문을 뚫어야 확인해볼 수 있었다.

괜히 긴장된 나는 산성 캔디 하나를 입 속에 넣었다. 짜릿한 신맛이 혀를 강타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문고리에 달린 청동 독수리상은 내 상상보다 작았다. 독수리는 부리를 딱딱거리며 말했다.

"음? 우리 기숙사 학생이 아닌데?"

"문제나 내."

"뭐, 좋아."

순간 독수리상의 눈이 번뜩였다.

"각 기숙사의 동물은 무엇이지?"

"호그와트 설립자들이 생각한 중요한 가치과 비슷한 이미지의 동물. 예를 들어 그리핀도르는 용기를 제일 중요한 것으로 보았고, 용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이 사자지."

"정의를 얘기한 것이 아니다. 래번클로에 들어가려면 생각하는 법을 익할 줄 알아야 해!"

독수리상은 불만스럽게 꽥꽥거렸다.

손이 절로 지팡이 쪽으로 움직였다. 나는 마법을 쓰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는데."

"철학적으로."

'래번클로의 상징이 독수리인 건 네가 새대가리라서 그런 것 같아.'

나는 퍽 철학적인 생각을 했다. 스스로 마음에 들었지만 독수리상의 화를 돋굴 대답이었다. 나는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비꼼을 눌러삼켰다.

나는 턱을 괴고 답을 고민했다. 독수리상과 나 사이에 잠시간 침묵이 감돌았다.

"기숙사의 동물은 상징이자 틀이야."

내가 말한 게 아닌 몽롱한 목소리의 대답이었다. 뒤를 돌아보았다.

순무 귀걸이를 단 소녀가 툭 튀어나올 것 같은 눈으로 독수리상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그녀는 가는 손가락으로 하얀색에 가까운 금색 머리칼을 순무 귀걸이와 같이 배배 꼬았다. 무의식적인 행동 같았다.

"그 말의 뜻은?"

"기숙사로 자신을 대표할 수 있지만 그 동물의 특징으로 갖은 편견에 시달릴 수도 있으니까."

"멋진 대답이군!"

기숙사의 문이 열렸다.

나는 태연하게 래번클로 기숙사로 들어가는 소녀, 루나 러브굿을 얼떨떨한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러브굿이 뒤를 돌아 나를 보았다. 그녀는 평이한 어조로 말했다.

"안 들어와?"

래번클로 기숙사로 들어가려는 슬리데린에게 묻는 말 치고는 이상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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