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회
174
난 누구인가. 여긴 어딘가.
나는 바로 앞에 서있는 포터를 바라보았다. 제길, 사탕으로 유혹하다니. 사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포터와 허니듀크에 있었다. 포터는 목도리를 코 끝 까지 올리며 말했다.
"말포이, 사고 싶은거 없어?"
"…산성캔디."
포터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을 벌렸다. 그걸 어떻게 먹냐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포터를 무시하며 산성캔디 몇 봉지를 샀다.
"포터, 너는?"
"난- 음, 사실 뭘 사야할지 잘 모르겠어."
포터가 상기된 볼로 활짝 웃으며 말한다. 그럴거면 왜 온거냐.
"버터 맥주 먼저 먹어보지 않을래? 사실 한 번도 못 먹어봤거든."
"……그래."
사실 포터와 호그스미드에 왔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긴 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서 걸었다.
여전히 스리 브룸스틱스는 사람들이 붐볐다. 포터가 몸을 숨기기 위해 목도리를 끌어올렸다. 나는 인파 사이를 해집고는 로즈메르타 부인을 찾았다.
"로즈메르타 부인."
"오, 말포이로구나! 뭐를 줄까?"
"버터 맥주 두 개요."
"금방 기다리거라!"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포터가 앉은 테이블로 향했다. …어째선지 테이블의 인원수가 늘은 것 같은데.
"말포이?"
"같이 온거야?"
젠장, 그레인저와 위즐리였다. 어쩐지 귀찮아질 것 같은 예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같이 온거 아니야."
"그렇지만-"
"자리가 없어서 포터랑 우연히 같이 앉게 된거야."
딱 잘라 말하자 그레인저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위즐리가 그레인저 쪽을 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그럼 버터 맥주 더 시킬까? 말포이, 여기에 앉아도 돼?"
"…마음대로."
"내가 시킬께."
그레인저가 로즈메르타 부인에게로 갔다. 나는 자리에 앉았고 포터는 조금 시무룩한 듯 보였다. 내 알 바 아니다.
"로즈메르타 부인이 바쁘셔서 대신 들고왔어."
그레인저가 버터맥주 네 잔을 탁자에 올리며 말했다. 위즐리가 그레인저를 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잔을 받았다. 왜 저러지.
"…둘이 싸운거야?"
"아, 그게-"
포터가 말하려는데 갑자기 바람이 훅 불었다. 새로운 손님이 온 것이다. 포터가 눈을 크게 뜨고는 안절부절 못했다. 아, 맥고나걸하고 플리트윅, 해그리드, 퍼지 장관이었다. …잠깐, 그게 오늘 일어나는 거였냐.
"모빌리아르부스."
그레인저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테이블 앞에 두어서 가렸다. 머리 좋군. 나는 고민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포이, 어디 가?"
"호그와트."
"……?"
갸웃거리는 포터를 냅두고는 출입구 쪽으로 향했다. 다시 비밀통로로 가면 되겠지. 사실 블랙의 이야기를 다시 듣기는 싫었다. 이상한 눈초리를 받기도 싫었고.
* * *
호그와트로 돌아오자 날은 조금 어두워져 있었다. 나는 곧장 위즐리들을 찾아갔다. 위즐리들은 블랙과 놀고 있었다. 호그스미드 안갔냐. 어쩐지 안보인다 했다.
"위즐리."
"오, 위즐리가 몇 명 인데!"
"너무 딱딱하잖아."
"프레드라고 불러."
조지가 말했다.
"조지라고도!"
프레드가 말했다. 아니, 너네들 바꿔서 연기하는거 안 귀찮냐. 나는 다시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눌렀다.
"좋아. 조지, 프레드."
"오, 눈썰미 좋은데?"
"어떻게 알았어?"
"왈!"
프레드와 조지가 번갈아가며 말하고 블랙이 컹컹 짖었다. 진짜 시끄럽네.
"실렌시오."
좀 들어라.
* * *
입 안에 산성캔디 하나를 넣었다. 바로 혀에서부터 올라오는 신 맛에 인상을 와락 찌푸리다가 조금 느껴지는 단 맛에 인상을 폈다.
"…괜찮냐?"
"……?"
블랙이 걱정스레 물어봤지만 무시하고는 산성캔디를 깨물어 먹었다. 혀가 얼얼해서 마비될 것 같다.
"좋아, 아무도 안오지?"
"물론!"
"여긴 우리의 전용구역 이거든."
"우리 밖에 몰라."
프레드와 조지가 유쾌하게 말했다. …참 믿음직 스럽다. 블랙이 나를 곁눈질로 살펴본다.
"힘들면 조금 쉬었다가 해."
"……?"
블랙의 말은 적당히 무시해야 했다.
"로널드 위즐리에게 없어?"
"없던데?"
"난 아직도 좀 소름돋아."
"끔직해."
"스캐버스가 페티그루 였다니!"
"……없다고?"
원작대로라면 아직까지는 없어지지 않을 거였다. 그런데 없다고? 프레드가 유쾌하게 말했다.
"스캐버스는 가출했어."
"맞아, 없어졌어."
"로니가 그것 때문에 화가났지."
"쪼잔하기는."
"헤르미온느와 싸웠다고 했지?"
"…언제부터 없어졌는데?"
"글쎄."
"몇 주 전부터?"
원작이 아예 비틀어졌군. 아주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
호그와트에서 퀴디치 경기가 있든 호그스미드를 가든 내 알 바가 아니다. 피터 페티그루만 찾으면 모든 일은 끝나니까.
"…왜 없는거지."
호그와트를 돌아다니며 탐지마법을 걸었다. 도서관이나 수업방,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이랑 금지된 숲까지. 안 간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드레이코, 어디 아파…?"
"아니."
덕분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스네이프가 준 피로회복제만 아니었다면 쓰러졌을지도. 나는 버릇처럼 산성캔디를 먹었다.
신 맛이 혀에 닿자 조금 정신이 드는 것 같기도 했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해그리드의 수업이니까. 좋든 싫든 제정신으로 가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아라고그를 귀엽다고 기르던 해그리드라면 무슨 동물을 데려올지 몰랐다.
"따라오지 마."
어째선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는 파킨슨을 내버려두고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 * *
Side, Harry Potter
"드레이코가 자꾸 나를 피해…!"
난데없이 파킨슨이 찾아와서 한 말이었다. 파킨슨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는데 그다지 좋은 꼴은 아니었다. 론이 인상을 찌푸리며 휴지를 뽑아 건내주었다. …이럴 땐 손수건인데.
"왜 온거야, 파킨슨?"
"너희들은 아는거 없어? 그 애가 자꾸 우리를 피한단 말야! 포터, 너는 피하지 않는거야?"
"……뭐."
요즘의 말포이는 사람을 피하는 것 같기도 했다. 자꾸 어디론가로 가고 따라오지 말라는 이야기만 했지. 그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호그스미드에서 갔을 때도 먼저 해리네를 피하고 갔으니까.
"무슨 일이 있는걸까? 어디 안좋은거 아냐?"
"우리도 아는게 없어."
"…호그스미드 같이 갔다며. 뭘 아는 줄 알았는데."
파킨슨이 입을 삐죽였다. 그녀가 휴지로 눈물을 닦더니 해리를 한 번 노려보고는 슬리데린 기숙사로 향했다.
해리가 어이없다는 듯 그걸 바라보았다. 론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헛웃음을 내뱉는 소리가 들렸으니까.
사실 그도 두문분출하던 말포이가 걱정되기는 했다. 잠시 고민하던 해리가 양피지 조각을 손에 쥐었다.
* * *
"해그리드 교수님."
문을 두드렸는데도 반응이 없다. 이대로 갈까. 잠깐 고민하는데 안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해그리드가 문을 열었다.
"…특별 수업 받으러 왔는데요."
"오, 그래. 들어오거라."
입 안에 있는 사탕을 삼켰지만 안에 침이 고였다. 침은 삼키기 싫은데. 해그리드의 눈치를 보며 손수건에 침을 뱉었다.
해그리드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뭐지.
"해그리드! 안에 있어요?"
"해리?"
해그리드가 곤란한 듯 문을 열어주었다. 해리가 해그리드한테 인사를 하며 안을 조금 살펴보았다. 어, 눈 마주쳤다.
"미안하지만 해리, 지금은 음… 그래, 징계를 내리는 중이야. 말포이가 잘못한게 있어서 말이지."
해그리드가 버벅거리며 말한다. 누가봐도 거짓말 같은데. 그래도 특별수업이라고 말하지 않은거는 칭찬해줄만 했다. 편애라는 소문이 날 수도 있으니까.
나는 마저 입안에 고인 침을 닦고 손수건을 접었다. 빨간 액체가 흥건했다. 오, 약간 피같이 생겼는데.
"나중에 오면 좋겠어, 해리. 그래줄 수 있니?"
"…알았어요."
포터가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대답했다. 해그리드가 고맙다고 말하고는 문을 닫았다. 문을 닫기까지도 포터는 나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자, 이제 수업을 시작해볼까?"
"……네."
[작품후기]
+) 편의상 28편과 29편을 합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