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24화 (24/130)

24회

174

해그리드와 이야기를 나누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기숙사는 오늘따라 사람이 얼마 없었다.

"무슨 날인가…?"

왜 없는거지. 오늘은 비가 많이 내려서 나갈 일도 없을텐데. 아무도 없어서 한적하긴 하지만. 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하다가 곧 그만두었다. 뭐, 무슨 일이 있겠지.

기숙사로 들어가서 방 안을 돌아다니고 있는 무스에게 간식을 더 주었다.

기숙사가 한산해서 너무 좋았다. 시끄러운건 딱 질색이거든. 실렌시오를 걸면 되겠지만 주목받기는 별로였다.

무스의 몸도 씻겨주고 빗질해주고 책도 읽고 과제도 다 끝냈다. 정말 할게 없어서 멀뚱히 눈을 뜨고 침대에 누웠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서 따분한 느낌이다.

계속 그러고 누워있으려니 웅성대는 소리가 밑에서부터 올라왔다. 슬리데린들이 온건가. 크레이브와 고일이 시끄럽게 떠들며 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기분이 아주 나빠보였다.

"…무슨 일 있어?"

"아, 드레이코!"

크레이브가 입을 열기도 전에 플린트가 내 기숙사로 들어왔다. 이거 무단침입 아니냐. 그가 잔뜩 성을 내며 말했다.

"우리 슬리데린이 이길 뻔한걸 포터가 다 막아놨지 뭐야? 걔가 스니치를 잡고는 디멘터들이 몰려와서 기절했다니까?"

"……아, 네."

"역시 너도 복귀하고 싶은거지? 블레이즈 자비니보다 너가 훨씬 손발도 잘맞고 퀴디치도 잘해. 얼마든지 들어와."

"아뇨. 괜찮아요."

플린트가 아쉬운듯 입맛을 다셨다.

"서, 선배님."

크레이브가 내 앞을 막아섰다. 뭐지. 그가 플린트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 안된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쯧."

플린트가 혀를 차고는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나에게 속삭였다. 그가 기숙사에서 나가자 고일이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퀴디치 경기가 있었다고?"

"어? 어, 응…"

그런거였냐. 왠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우스 블랙을 잡을 수 있었는데.

시리우스 블랙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다른 퀴디치 경기에도 있겠지만 그 때까지 기다리기엔 귀찮았고. 나는 침대에 누워서 생각을 정리했다.

퍼득 대안이 떠올라 튀어오르듯 일어섰다. 내 배 위에 있던 무스가 떨어졌다. 음, 미안. 무스야. 그래도 떨어진 곳은 침대라 다행히다.

"안온다면, 내가 가면되잖아?"

"찍!"

무스가 허튼 생각은 말라는 듯 찍찍거렸다. 어떻게 알았지. 나는 무스의 말(?)을 못들은 척 하며 머릿속으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금지된 숲."

거기에서 피를 토하면 알아서 오겠지. 마침 마지막 메세지가 남았고 비도 그쳤다.

* * *

- 너가 여기에 미련을 가진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해. 거기서도 잘 살아야 해.

목소리가 흩어지듯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반지도 점점 투명해져갔다. 이젠 정말, 전생과 연관된 물건이 하나도 없구나.

"…우웨에에에엑."

피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지팡이를 휘둘러 그걸 지운 다음에 침착하고 조용히 무언으로 추적마법을 사용했다. 기척이… 잡힌다!

"인카서러스."

"……?!"

블랙이 밧줄로 꽁꽁 묶였다. 혹시 몰라 동작정지 마법과 밧줄 마법을 이중삼중으로 겹쳐 걸었다.

드디어 잡았다, 개새끼.

개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람으로 변한다. 그래봤자 동작정지 마법이 걸린건 그대로였지만. 나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지팡이를 휘둘렀다. 기억수정 마법 주문이 뭐였더라.

"오블리비아-"

"우왁! 잠깐만!"

블랙이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그래도 넌 어차피 마법에 걸릴 운명이야. 무시하고 주문을 외우려는데 블랙이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제발제발! 나만 도와준다면 나중에는 기억을 지우든지 없애든지 지지고 볶든지 해도 상관없어!"

"…그래서 제가 얻는건요?"

블랙이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나는 무시하고 지팡이를 꺼내들-

"잠시만! 네가 원하는건 뭔데?"

"…시리우스 블랙. 당신의 신분이 필요해요."

말포이는 망할거다. 루시우스와 나시사는 미래를 아는 내가 어떻게든 구출하겠지만 어쨌든 죽음을 먹는 자가 될 루시우스 말포이를 말리기엔 역부족이다.

'시리우스 블랙'의 신분으로는 돈이든 뭐든 벌 수 있을거다. '시리우스 블랙'은 성인이니까 말이다. '드레이코 말포이'의 신분은 미성년자라 애초에 성립이 안된다.

"너… 알고있었냐?"

"뭐를- 아?"

내가 블랙의 이름을 말했나. 뭐, 상관은 없었다. 나는 시치미를 뚝 떼며 블랙에게 말했다.

"저는 당신의 신분을 받는 대가로 당신을 도와주고 그 다음에 기억을 지워도 된다는 건가요?"

"…그래."

"부탁이 뭐죠?"

블랙이 입을 열었다. 대충 피터 페티그루를 찾으라는 거겠지. 심드렁하게 부탁을 들으려는데 갑자기 또다른 기척이 느껴졌다.

"여기 맞는건가, 즈레드?"

"오, 물론이네. 포지."

"그럼 듣고 있겠지?"

"그것도 물론이라네-"

"그럼 드레이코 말포이와-"

"-시리우스 블랙."

"왜 둘께서 내통하고 계실까?"

"궁금한데?"

젠장, 한동한 잠잠하다 했더니 망할 쌍둥이들이었다. 난 전혀 너희들이 궁금하지 않아. 빠르게 블랙을 아씨오로 끌어당기고 투명마법을 시전하려던 찰나였다.

"오, 찾았다네."

"나도 마찬가지라네."

시발, 싱글거리며 똥폭탄을 든 쌍둥이들이 앞에 보였다. 지금이라도 블랙을 버리고 튈까. 진심으로 고민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