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23화 (23/130)

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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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네이프의 사감실로 향했다. 문을 두드리자, 들어오라는 형식적인 목소리가 울렸다. 내가 들어오자 스네이프는 나를 보더니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무슨 일이냐?"

"수업 하나를 빠지고 싶어서요."

"뭐?"

스네이프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레질리먼시는 아닌 것 같았다. 레질리먼시를 했다면 내가 기절했을테니까.

"무슨… 수업을?"

"신비한 동물 돌보기요"

스네이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나지막히 말했다.

"벌써 거기까지 간건가."

"네?"

"아무것도 아니다. 그나저나 이건 내 허락만 받는다고 끝나지 않는 일인데."

그건 알고있다. 수업에서 빠지는건 그 수업 교수님 한테 부탁해야 한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처럼 수업을 째지 않는 이상.

"저희 기숙사 담당 교수님이잖습니까. 해그리드 교수님을 쉽게 설득하려고요."

"…그렇군."

스네이프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에 몇가지 문장들을 적어내려갔다. 그러다가 스네이프가 멈칫하며 물었다.

"뭐라고 적길 바라나?"

"네? 그냥… 교수님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스네이프가 눈을 크게 뜨더니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스네이프 맞는거냐. 얼굴변화가 다양하다.

"…알겠다."

스네이프가 뭐라고 더 적어내리고는 나에게 그 종이를 넘겼다.

"가져가거라."

"아, 네."

"그리고."

그가 다시 어디론가로 가서 약들을 잔뜩… 약들을?

"임시방편 이지만- 하루에 한 개씩 복용하거라."

"괜찮습니-"

"말포이 가주께서 부탁하셨다."

스네이프가 더이상의 반론은 듣지 않겠다는 듯 딱 잘라 말했다. 내가 푹 한숨을 내쉬며 그 약들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공간확장 마법이 있어서 몇 백개를 넣어도 들어간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래."

나는 바로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해그리드 교수님."

나는 문을 두어 번 두드렸다. 그러자 큰 문이 열리면서 해그리드가 나왔다. 운 건가? 그가 빨간 눈으로 애써 웃으며 물었다.

"물어볼게 있니?"

"어… 아닙니다. 말씀 드릴게 있어서요."

해그리드가 안을 보며 약간 고민하더니 들어오라고 말했다. 나는 해그리드의 말에 따라 오두막집으로 들어갔다.

"그래, 무슨 일이야?"

해그리드가 그렇게 말하며 의자에 앉았다. 나도 의자에 앉았는데 너무 커서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빠지고 싶습니다."

"뭐?"

해그리드가 눈을 크게 떴다. 그가 놀란 목소리로 외치려다가 조금 진정하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따로 이유가 있니?"

"동물은 저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히포그리프도 어쩌면 저를 싫어해서 공격한 겁니다."

내가 농담하듯 웃자 해그리드가 안타깝다는 듯 눈을 조금 일그러 뜨렸다. 그가 살살 다독이는 어조로 말했다.

"그건 내 잘못이야. 내가 제대로 관리만 했더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벅빅도-"

해그리드가 말 끝을 흐렸다. 그가 조금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수업은 원칙적으로 모두가 하게 되어있단다."

"사감 교수님의 허락이 있었습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양피지를 꺼내 해그리드에게 내밀었다. 해그리드가 그걸 읽더니 커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가 인상을 팍 쓰면서 눈물을 조금 떨어뜨렸다.

도대체 얼마나 마음대로 쓴거냐. 새삼 스네이프가 써준게 궁금했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뭐, 알아서 써줬겠지.

"수업에 빠져도 됩니까?"

"…알았어. 대신에-"

해그리드가 결심한 듯 말을 이었다.

"-내가 도와줘도 될까? 시간나는 대로 일주일에 한 번만 이곳으로 와. 최선을 다해서 가르쳐줄게."

"…어차피 안될텐데요."

"아니, 될거야."

해그리드가 확언하듯 말했다. 뭐, 일주일에 한 번이면 상관없다. 애초에 엄청 선심쓴거기도 하고.

"상관없어요."

"고마워."

해그리드가 조금은 쓰게 웃었다.

* * *

Side, Harry Potter

"다시 한 번 말해볼게! 이번 작전은 말야-"

해리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버가 그런 해리의 상태를 알아차렸는지 눈을 번뜩였다.

"해리! 집중하고 있어?"

"응? 어, 응."

해리가 퍼득 정신을 차리고는 머쓱하게 웃었다. 어쩐지 기운없는 미소였다. 올리버가 그런 해리를 조금은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지금의 해리는 조금 이상했으니까. 아니, 저번부터 조금 이상한 것 같기도 했다.

"무슨 일 있는거야?"

안젤리나가 해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해리가 조금은 쓰게 웃었다.

"아니, 없어. 그래서 다시 말한다고?"

"어? 아, 그러니까-"

올리버의 설명을 듣는대도 여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해리가 빗자루를 꼭 그려쥐었다.

고문을 받아왔다고 했다.

자신의 입으로.

해리는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말포이가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며 현실을 직시하기를 부정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려낸 듯한 웃음을 지으며 농담이라고 하는 모습은 지독하게도 작위적 이었으니까.

"자, 그러면 이제 나가자!"

"어, 어!"

해리가 팀원들과 함께 경기장으로 나갔다. 슬리데린과의 대결. 드레이코 말포이가 없는 팀과의 대결이었다.

* * *

「건의사항: 드레이코 말포이의 수업 결시를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유: 말포이는 고문을 당해 동물들이 싫어하는 상태입니다.

p.s. 혹시라도 모르니 이 종이는 받는 즉시 태우시고, 아무에게도 말씀 하시지 마십시오.」

[작품후기]

해그리드 +1=17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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