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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파괴범-22화 (22/130)

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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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급격하게 싸늘해진 분위기에 당황했다. 농담삼아 말한 걸 진담으로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뱀을 혐오하는 그 사자들이. 포터의 미간에 섬세하게 주름이 졌다. 분노의 기색마저 보이는 포터에, 조금 당황스웠다.

일동이 시간이라도 멈춘 듯 정지 상태가 되자 내 머릿속도 정지 상태가 된 것 같았다. 나는 급하게 상황을 수습할 아무 말을 했다.

"농담이었어."

루시우스 말포이도 울고 갈 냉정한 어투로 말해보았자 설득력은 없었다.

포터가 보이지 않도록 주먹을 꼭 쥐었다. 주먹을 쥔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여린 살에 손톱까지 파고들어갈 기세여서, 나는 다급히 포터를 불렀다.

"포터?"

포터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마주 본 녹색의 눈동자가 울듯 일렁거렸다. 각막에 고인 눈물 속에는 미처 숨기지 못한 혼란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뭘 생각하는지는 알겠는데, 일단 그건 아니다. 나는 입술을 달싹였다. 여기서 뭘 말해보았자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판단이 섰다. 도망이 답이다.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자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걸 애써 무시한 채, 성큼 초상화 앞으로 걸어갔다.

"나 이만 가볼게."

"자, 잘가. 민감한 거 물어서… 미안!"

크리비가 눈을 질끈 감고 냅다 소리질렀다. 미치겠군. 나는 후에 이불을 찰 크리비를 위해 별다른 대답 없이 휴게실을 나섰다.

시리우스 블랙은 나타나지 않았다.

죽치고 기다린 보람이 없잖아. 왜 없는 건데? 치밀어오르는 짜증에 괜히 미간을 찌푸렸다.

"……찍."

"안 왔어."

한숨처럼 얘기하자 쥐, 무스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나는 더욱 짜증을 내며 말했다.

"왜 안 오는거냐고, 협박을 하면서까-"

-지 내가 데려와야 되겠는거야? 쥐의 정서에는 안 좋은가. 새삼 찔려서 말을 끊자 무스가 뚫어지게 바라본다. 너는 관찰하는 게 취미냐.

"…무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무스가 내 손가락 곁으로 다가와 몸을 부벼댔다. 간지럽지만 따뜻한 부들거림이었다. 아, 뭔가 힐링된다. 매일 관리해준 보람이 있구나.

침대에 멍하니 누워있다가 버릇처럼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이제는 거의 다 들어서 반지에서 느껴지는 묘한 마력도 희미하기만 하다.

반지를 통해 친구의 목소리를 들은 후였다.

"우우욱…"

버릇처럼 피를 토하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이편이 뒤처리가 깔끔하다. 한숨과 함께 침대에 누우니 무스가 보였다. 안절부절 못하며 내 주위를 뱅뱅 맴도는 무스가 조금 귀여웠다.

"난 괜찮아."

그런데 넌 멀미걸려서 죽을 것 같은데.

뱅글거리는 무스를 잡아주고 케이지 안으로 넣었다. 빤히 날 응시하는 무스에게 쿠키 몇 개를 더 주었다. 쥐 사료는 나중에 구해줄게. 미안하다, 무스야.

*

신비한 동물 돌보기 시간이 되자,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파킨슨이 아이들을 이끌고 나를 따라왔다. 내가 움직이면 아이들은 내 꼬리라도 되는 것 마냥 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녔다.

"나 참, 진짜 짜증나."

파킨슨이 넓은 식탁에 앉아 들으라는 듯 짜증을 부렸다. 크레이브가 그녀의 옆에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손부채질을 했고, 고일은 그녀에게 시원한 얼음물을 건넸다.

파킨슨은 얼음물을 홱 낚아챘다. 그녀는 짜증 가득한 표정을 순식간에 지우고, 나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내보였다.

"얼음물 먹을래, 드레이코?"

"아니."

"뭐, 부채질이라도 할래? 그렇게 시원하지는 않지만."

"아니."

파킨슨이 버리듯 얼음물을 고일에게 떠안겼다. 그녀는 인상을 잔뜩 구기며 크레이브에게 명령했다. 더. 더 세게 부치란 말이야. 똑바로 안해?

요새 셋이 붙어다니더니. 나는 나에게서 벗어나도 쫄따구 신세를 면치 못하는 둘에게 속으로 애도를 표했다.

"

"안녕하세요."

"그래, 말포이."

해그리드가 조금 나은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오, 평소에 이렇게 하고 다니지. 다크써클은 조금 남아있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이었다. 지저분한 수염도 면도했고 머리카락도 조금 정리한 것 같았다.

"자, 모두 자리에 앉으렴."

해그리드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슬리데린 아이들은 투덜대며 자리에 느릿느릿 앉았다. 해그리드가 뚜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비니, 슬리데린 5점 감점이란다."

"네?"

앉기는 커녕 당당히 일어서 있던 자비니가 억울하다는 듯 소리친다. 아니, 그보다는 놀라움이 더 컸다. 나도 조금 놀랐다. 해그리드가 감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이건 부당한 대우라고 생각하는데요?"

"난 교수로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 같은데?"

어, 패배했다. 자비니가 이를 우득부득 갈면서도 자리에 앉았다. 포터도 조금 감명받은 것 같았다. 그는 명료하게 말하는 해그리드를 향해 활짝 웃음을 지어주었다.

"일단, 나도 사과할 일이 있구나. 드레이코 말포이. 히포그리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점은 내 책임이었지. 미안하다."

해그리드가 사과를 하다니. 조금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스네이프가 서커스를 한다는 것 만큼 안맞는 것 같다.

"…괜찮습니다."

해그리드가 밝게 웃었다. 그가 책을 꺼내라고 말한다.

"책을 어떻게 꺼내는데요?"

자비니가 다시 시비를 걸었다. 재도전인가.

"자꾸 무는 것 같아서 못 꺼낼 것 같은데요?"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첫번째 과제지. 나도 연구를 조금 해왔단다. 어떻게 책을 피는지 아는 사람있니? 오, 그래. 그레인저."

성으로 불렀다. 수업시간에 해리 포터와 친분을 과시하던 점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변화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책을 여는 방법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먹이를 주는 것이며, 두 번째 방법은-"

해그리드의 수업은 놀랍도록 재밌었다. 책을 피는 것부터 시작해서 간단한 이론 수업과 실습이 있었다.

…물론 나는 책을 펴보지도 못했지만. 날 잡아먹을 듯 으르렁 거리는 책을 건드리지도 못했다.

스네이프나 다시 봐야할 듯했다. 사태가 진정되고 교수까지 완벽해졌으니 내가 수업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매번 새롭게 적대감을 내보이는 동물들을 상대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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