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13화 (13/130)

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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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하는 건 이제 퍽 익숙했다. 삐- 하고 울리는 이명과 지끈거리는 머리까지도 적응이 된 것 같았다. 이런 건 적응하고 싶지도 않아. 나는 능글맞은 덤블도어를 생각하면서 이를 갈았다.

"깨어났니?"

혀 깨물 뻔했다. 이제는 생각만 해도 나타나는 걸까.

알버스 덤블도어의 스토커 설을 거의 확정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를 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더 레질리먼시를 당하기는 싫었다. 덤블도어도 딱히 신경 쓰는 기색은 아니었다.

"갑자기 기절해서 놀랐단다."

기절의 원인을 만든 덤블도어가 할 말은 아니었다. 잔잔한 놀라움이 배어든 어조는, 정말로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여기서 내가 따진다면 나는 레질리먼시가 통하지 않는 이유를 말해야 했고, 그렇지 않더라도 덤블도어에게는 아무런 불이익이 없었다. 과연 덤블도어.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덤블도어의 얼굴을 보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지금 얼굴을 맞대었다면, 썩어든 내 표정이 고스란히 보일 거였다.

"어디 아픈 거 아니니? 도움이 필요하다면 누구에게든 요청해도 된단다.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는 건 나쁜 버릇이야."

"별로 아픈 거 아닙니다."

부드럽게 상황을 넘어가는 게 썩 마음에 차지 않았다. 덤블도어의 시선이 뒤통수에 꽂힌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머리가 뚫릴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번 뒤돌아 누운 게 잘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레이코, 요즘 아주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단다. 좋은 현상이지. 네가 호그와트에서 하나둘 배워가는 것 같아서 자랑스럽구나."

그럼 그전에는 못 배웠다는 소리인 건가. 나는 해석되는 말을 애써 잊으려 노력했다.

"신비한 동물 돌보기 교수도 변호해 주었다고 들었다. 널 해친 수업을 말리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왜 그랬는지 알려줄 수 있겠니?"

재잘대는 소리가 뚝 끊겼다. 내가 드레이코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 왜 저러나 했더니, 결국 저 질문을 하려는 거였나? 여기가 병동인지 법정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꼭 심문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깊은 한숨 후에, 나는 입을 열어 대답을 툭 떨어뜨렸다.

"해그리드 교수님이 아즈카반에 평생 있을 수도 있잖습니까. 너무 심한 처벌이라서 말린 것뿐입니다. 어차피 덤블도어 교수님도 변호해 주실 거 아닙니까?"

숨 막힐 듯한 적막감이 병동을 삼켰다. 나는 그게 긍정이라는 걸 알았다.

덤블도어가 법정에 간다면 반쯤은 믿고 맡길 수 있었다. 말포이 부부를 감당할 수 있는 이가 알버스 덤블도어 뿐이기도 하고 말이다. 덤블도어는 꽤 유명하기도 했다. 약간의 계산을 마친 후에, 조용히 심호흡했다. 나는 덤블도어를 등지던 몸을 홱 돌렸다.

"제 기숙사 책상 서랍 안에 증거 같은 게 모여 있습니다. 해그리드 교수님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사소한 것이지만, 이 시대의 현자라는 덤블도어 교수님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충분합니다. 애초에 마법 세계에서 교수님의 명성은 꽤 막강합니다."

머릿속에서 주르륵 쏟아낸 정보는 꽤 많았다. 나는 한 번 심호흡을 한 다음 말을 이었다.

"집요정에게 부탁하든지 마법 써서 가지고 오든지 알아서 하십시오. 원하신다면 제 증언도 녹음해 드리겠습니다. 아즈카반 무기징역은 절대로 안 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합니다."

나는 최대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며 의뭉스러운 눈동자를 마주했다. 인자하고 따뜻한 표정은 동네 할아버지를 연상케 했다. 허허 웃는 얼굴 안에서 숨겨진 것은 동네 할아버지 정도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고맙구나, 드레이코."

그럼 쉬어라, 덤블도어가 굉장히 미묘한 얼굴로 덧붙이고는 병동을 나갔다.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방금은 덤블도어의 목소리가 아닌 건가? 씁쓸함과 경계심이 한대 뒤엉킨 것 같은 목소리였다. 그건 좀… 이상했다.

교실 한복판에서 쓰러진 뒤, 아이들과 교수들의 태도가 퍽 달라졌다. 유리 인형을 대하는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과 보들보들 듣기 좋게 굴러가는 목소리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덤블도어의 이상한 발언은 예고편이었다는 듯, 경쟁하듯 나를 찾아와 안부를 묻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드레이코, 어디 아파? 지금도 얼굴색이 안 좋은데? 병동 같이 가줄까? 슬리데린이 후플푸프로 변한 게 아닐까 의심될 지경이었다. 아니, 호그와트 학생들 전체가 후플푸프로 변한 것 같았다.

벌떼처럼 몰린 아이들을 이리저리 피해서 나무 밑동으로 건너간 나는, 겨우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반지는 유혹이라도 하듯 반짝거렸다. 어서 자신을 사용하라는 것처럼 말이다.

'마력을 주입하면 작동한다고 했었나?'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를 하는 것 같았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기분이랄까. 나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면서 한참을 머뭇거렸다.

"…나도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나는 한숨과 함께 마력을 끌어올렸다. 혈관 속에서 부글부글 들끓던 마력은, 손가락을 통해 반지로 들어갔다. 새하얗던 반지가 더 새하얗게 되고, 반지를 끊어내기라도 할 것처럼 마력이 넘실거렸다.

- 걔한테 말하라고? 이거 꿈이야?

그리운 음성이 머릿속을 울린다.

*

"우웨에에엑…."

입에서 검붉은 것이 줄줄 쏟아진다. 물을 뿜어내는 페트병이 된 기분이었다. 비릿한 쇠맛이 혀끝에서부터 감돌았다.

"프로테고, 프로테고 토탈룸."

나는 방어 마법을 한 번 더 겹쳤다. 내가 페로몬을 뿌리기라도 한 건지, 동물들이 날 동글게 포위하고 있었다. 푸른 방어막에 머리를 박는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쟤네들은 지치지도 않을까. 반쯤은 질린 눈으로 동물들을 흝어보던 때였다.

"……어?"

무리의 뒤에 검은색의 실뭉치 같은 것이 쳐져 있었다. 유난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불길함이 더 컸다. 나는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갔다. 까만 무언가가 형태를 더해 갈수록, 내 표정은 점점 모호해졌다.

"……월."

꼬질꼬질한 검은색의 개였다.

네가 왜 거기 있냐? 거의 다섯 걸음 남짓을 남기고 멀뚱히 쳐다보자, 개가, 아니, 확실하지 않지만, 블랙이 주춤주춤 뒷걸음을 치다가 쌩하니 멀어졌다. 나는 황망히 블랙의 빈자리를 쳐다보았다.

"……시발."

질척거리던 여운이 다 날아갔다. 동물들이 이렇게 열정적인데 혼자서만 꽁무니 빠지듯 도망친 건가? 저 개가 시리우스 블랙이거나, 아즈카반을 탈옥한 죄수이거나, 마루더즈의 패드풋일 확률이 머릿속을 뚫고 치솟았다.

……시발.

[작품후기]

2019. 3. 27. 수정완료.

크레이브와 고일이 슬리데린들에게 말함=한 슬리데린 학년당 25명 쯤. 6×25=150 다른 기숙사 학년 애들도 들음 다시 +30 거기에 +55 안믿는 사람들 -115(거의 다 헛소문이라고 치부(...) =120 ……후.. 계산은 제 능력이 아닌 것 같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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