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12화 (12/130)

12회

55

Side, Minerva McGonagall

드레이코 말포이는 어딘가 이상했다.

미네르바는 오래 지나지 않아 그걸 깨달았다. 동료들이 하도 많이 호들갑을 떤 탓에, 그녀는 말포이가 변하는 과정을 줄줄 읊을 수도 있었다. 미네르바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가끔 갑자기 철이 드는 슬리데린 학생들은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러니까, 말포이 군이 수업 시간에 엄청나게 집중해서 듣더라니까요? 뺀질거리던 어제랑 완전히 다른 거 있죠?"

플리트윅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히포그리프에 물렸는데 덤덤하게 지팡이를 들고 나갔어! 완전 멋있지 않냐?"

슬리데린의 한 아이가 자랑하는 것처럼 떠들어도,

"해그리드 교수를 변호하고 다닌다네요. 후… 정말…."

폼프리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내저어도, 미네르바는 그저 그렇군요, 하며 덤덤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소문은 항상 왜곡과 과장을 끌고 다녔고 대부분은 태풍처럼 부풀린 거짓 덩어리였다. 혹 소문이 사실이라도 이제야 제정신이 되었구나, 하며 넘어갈 일이었다.

"말포이 군, 말포이?"

드레이코 말포이가 수업 시간에 쓰러지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그녀는 당황과 당혹의 중간 정도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아픈 학생들은 많이 돌보았지만, 말포이는 슬리데린 퀴디치팀의 수색꾼이고, 말포이 가문의 하나뿐인 아이였다. 누구보다 건강한 학생 중 하나란 소리다.

"그레인저, 보건 교수를 불러오거라!"

숨을 들이켜며 놀라기만 할 시간이 없었다. 생각보다 먼저 몸은 움직였다. 학생들의 응급처치를 하기 위해서, 호그와트의 교수들은 전부 치료 계열의 마법을 숙지하고 있었다. 폼프리에게서 받은 자세하고 정확한 교육 덕분이었다.

외상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미네르바는 지팡이를 휘둘러서 몸 안쪽의 상황도 확인했다. 뛰는 심장박동은 미묘하게 느려지고 있었고, 올라가야 할 가슴은 요지부동이었다. 미네르바는 말포이의 코 밑에 손을 얹고 나서 그녀 자신도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뭐야?!"

"드레이코, 어디 아픈 거야?!"

"아아악!"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애써 가다듬는다. 미네르바는 침착하게 심호흡을 한 후에, 익숙지 않은 궤적을 그렸다. 그녀의 지팡이에 따라 말포이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마법이 성공하자, 미네르바는 조금 풀리려는 긴장감을 다잡았다. 그녀는 교수이고, 교수는 학생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었다.

"진정하세요! 말포이 군은 그저 쓰러진 것뿐입니다. 아무것도 잘못된 건 없어요!"

심각하게 마법을 부리면서 하는 말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미네르바는 항상 코웃음만 치던 슬리데린의 아이가 울먹이는 것까지 확인하고는 입술을 짓씹었다. 학생들을 불안에 던져놓다니, 조금 더 침착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보건 교수님 모시고 왔어요!"

그레인저의 목소리에 울컥 올라오려는 안도감을 가까스로 삼켜냈다. 폼프리는 희게 질린 안색으로 교실을 둘러보더니, 곧 미네르바처럼 눈빛을 무겁게 다잡았다. 미약한 동질감을 느끼며, 미네르바는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했다.

"말포이 군의 숨이 멈췄습니다. 다른 외상이나 타박상 같은 건 없고, 내상도 없는 거로 추정돼요. 다만… 몸 안의 영혼이…."

"거기까지만 해도, 괜찮아요."

날카로운 폼프리의 말에 미네르바는 입을 싹 다물었다. 폼프리는 이 일을 알고 있는 듯했고, 그렇다면 더 입을 놀려 위기감을 조성할 이유가 없었다. 이 뒤의 일은 호그와트의 보건 교수의 담당이었다. 미련 없이 몸을 돌린 미네르바는 훌쩍거리는 아이들에게 차례로 진정 마법을 걸어주었다.

"수업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하네요. 오늘 일은 묻지 말고 넘어가 줄 수 있을까요?"

"…그러도록 하죠."

폼프리가 정중히 고개를 숙인 다음, 말포이를 안아 들고 교실을 나갔다. 드르륵, 문소리가 이제 괜찮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정신을 바짝 곤두세우느라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미네르바는 허, 하며 긴장과 함께 한숨을 내뱉었다.

"드레이코는 괜찮은 거예요?"

"숨이 멈췄다는 게 무슨 소리예요?"

"영혼이라는 건 무슨…."

"말포이 군은 단지 조금 아픈 것뿐입니다. 호그와트에는 유능한 보건 교수가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폼프리 교수는 성 뭉고 병원의 병원장까지 될 수 있었던 분이죠."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곧 교실은 웅성대는 소음으로 가득 찼다. 불안함을 벗어 던지라는 의미로 한 말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미네르바는 마지막으로 몸을 떠는 아이들에게 진정 마법을 걸어주었다. 칼처럼 베일 듯한 공기도 조금 느슨하게 풀렸다.

미네르바는 조잘조잘 떠드는 아이들을 내버려 두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마력이 있는 마법사와 마녀들은 대체로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다. 아무런 징조도 나타나지 않고 숨을 멈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미네르바 맥고나걸은 스위치를 누른 듯 픽 쓰러져버린 드레이코 말포이를 기억했다. 그건…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영혼만이 자리를 비운 듯 텅 빈 몸 상태도 마음에 걸렸다. 폼프리 교수가 알아서 하겠지, 라고 다독여도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걱정은 어쩔 수 없었다.

"모두 집중하세요! 아직 수업 시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증상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짝짝 손뼉을 두어 번 쳤다. 우우…, 아이들의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

온몸에 전기가 도는 것 같은 빌어먹을 느낌은 영혼이 이동할 때마다 겪는 것이었다. 나는 신새끼에 대한 욕을 짓씹으면서 묘하게 무거워진 머리를 짚었다. 몽롱한 기분은 슬프게도 익숙했다.

"…병동인가."

천장만 보고 어디인지 알 수 있다는 사실은 우울했지만, 말포이 저택이 아니라는 걸 알자 우울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수업이 난장판으로 변했을 텐데, 호그와트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건 기적이었다.

슬쩍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실낱같은 반지가 빛을 반사해 반짝였다. 너무 가늘고 작아서, 반지를 착용했다는 사실도 모를 정도였다. 나는 화려함을 버리고 실용성을 추구한 반지의 디자인에 만족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반나절 정도 지났단다."

인자함과 유쾌함을 반반 섞어 놓은 듯한 목소리는 귀에 익었다. 설마, 라고 생각하면서도 눈은 목소리의 주인을 따라갔다. 주름에 인생의 깊이가 가득 담긴 듯했고, 하얗게 센 머리칼은 윤기가 흘러 찰랑거렸다. 호그와트의 교장인, 알버스 퍼시발 울프릭 브라이언 덤블도어였다.

"몸은 괜찮니, 드레이코?"

"안녕하십니까."

"오, 금발이 참 예쁘구나. 예전에는 나도 갈색 머리보다 금발이 더 좋았단다…."

어쩌라고.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넉살 하나는 좋은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도 덤블도어는 낄낄거리며 대화를 진행했다.

금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적도 있었지. 플리몬트의 염색 마법 덕분이었지만 말이야. 그게 마음에 들어서 일주일 동안 마법을 풀지 않았단다. 그 뒤에 제임스가 플리몬트를 뛰어넘겠다며 내 수염을 분홍색으로 염색했지! 난 수염이 하트 모양을 그리는 마법을 걸었고, 릴리가 제발 평소대로 다니라며 간청했단다.

입은 쉴새 없이 나불거리지만, 눈빛만큼은 질척거릴 정도로 진득하다. 파란 눈이 번뜩이면서 나를 꿰뚫는 것 같았다. 잠시만, 이거 레질리먼시잖아.

"…아."

진짜 퍼'시발' 같은 새끼. 축 늘어지는 눈꺼풀 사이에서, 언뜻 덤블도어의 당황 어린 모습이 어른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작품후기]

2019. 3. 4. 수정완료.

대충 마법세계의 슬리데린+그리핀도르 합반은 50명 정도로 설정했습니다! (+맥고나걸 -해리 -디키 +6명=55명

+) 프로페셔널한 맥고나걸 교수님... 그저 빛....

++) 이번 화에서 젤 중요한 내용은 제임스가 덤비의 수염을 핑크색으로 염색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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