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10화 (10/130)

10회

6

폼프리는 내가 드레이코 말포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양 행동했다. 세심하면서도 배려 어린 말은 병동에서 지내는 걸 더 편하게 해주었다. 가끔 폼프리가 주는 더럽게 쓴 약만 아니라면, 병동의 생활은 꽤 풍족했다. 가끔 여기가 말포이 저택이 아닌지 헷갈릴 정도였다.

파킨슨은 병동을 슬리데린 휴게실로 착각한 게 틀림없었다. 자려고 하면 시도 때도 없이 와서 늘어놓는 말은, 절반이 다른 애들에 대한 욕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수업에 대한 내용이었고 말이다. 파킨슨은 내가 수업을 따라잡지 못할까 봐 걱정한 것 같았다. 솔직히 난 수업 내용을 듣는 것보다 호그와트의 여론이 어떻게 조성되었는지가 더 궁금했다. 그것에 관해서 물으면, 파킨슨의 대답은 항상 똑같았다.

"오, 드레이코. 슬리데린에서 넌 완전히 영웅이야! 해그리드의 그 무례한 짓에도 정중히 대처하는 그 완벽한 예법은 정말 멋있었어. 이번만큼은 래번클로도 후플푸프도 우리의 의견에 동조해주고 있어. 그 일 뒤로 그리핀도르는 슬리데린한테 찍 소리도 못 한다니까?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고, 순수 혈통 사이에서의 여론도 안 좋아. 이제 아즈카반은 시간문제일걸?"

나는 해맑은 말을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에서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폼프리에게 마법 약을 받고 겨우 병동을 탈출한 지 이틀도 되지 않았던 날이었다.

파킨슨의 말대로, 슬리데린은 나를 해리 포터 정도로 보고 있었다. 뭘 할 때마다 굉장히 부담스러운 시선을 보냈고, 칭찬을 넘어서서 찬양을 물을 쏟아붓는 것처럼 줄줄이 읊었다. 도대체 언제 파킨슨이 몇십 명으로 불어난 걸까. 나는 핥는 것처럼 달라붙는 시선을 씻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슬리데린에서 해리 포터로 거듭났다면, 해그리드는 볼드모트가 되고 있었다. 슬리데린 휴게실에서 어쩌다 '해그리드'라는 말이 나온다면, 그때는 모두 조개가 된 듯 입을 다물었다.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은 가지 않았고, 아예 루베우스 해그리드라는 사람이 없는 듯 행동했다.

"어디 가는 거야?"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 너희는 안 가?"

해그리드의 평판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아야 했다. 해그리드가 슬리데린에서는 최악이라지만 타 기숙사생들은 의외로 좋아할 수도 있고, 취급이 땅을 기는 거로 모자라서 바닥을 뚫고 파고들어 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전자이기를 바랐다.

"아…. 다른 애들한테도 물어볼게!"

파킨슨이 통통 튀는 어조로 말하고는 급하게 몸을 틀었다. 휴게실에 널브러져 있던 동급생들이 원 모양으로 둘러앉아 숙덕거린다. 물소리에 가라앉혀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였지만, 내 귀는 그 조용한 소리도 잘 잡아주었다.

"왜 드레이코가 간다는 거지?"

"그 사냥터지기를 굳이 보려고…?"

"신비한 동물들이 취향인가?"

"히포그리프한테 물렸는데 잘도 좋아하겠다."

"다치는 걸 좋아하는 건…."

"장난해, 크레이브?"

"수업을 듣는다는 핑계로 해그리드를 압박하려는 거 아닐까?"

벌스트로드가 손가락을 튕기며 속삭였다. 아아- 여기저기에서 깨달음 어린 탄성이 터져 나온다. 그런 뜻이 숨겨진 거구나. 용캐도 알았네, 밀리센트. 쏟아지는 칭찬에 벌스트로드가 입꼬리를 올리며 어깨를 쭉 폈다. 나는 이마를 짚고 싶었다. 그거 아니야…. 나도 모르게 내뱉은 문장은 보글거리는 물소리에 묻혔다.

"그럼 수적으로 많아야 유리하겠네?"

"넌 이런 거 싫어했잖아."

"무능해서 주변에 피해 끼치는 교수는 더 싫어하거든."

코웃음과 함께 수근거림은 멈췄다. 아이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결심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 중심에서 파킨슨이 유독 비장한 표정을 하고 빽 소리쳤다. 호수 아래에 위치한 기숙사여서 그런지, 그녀의 말은 휴게실에서 윙윙 메아리 쳤다.

"우리도 같이 갈게, 드레이코!"

모닥불을 피우지 않아도 될 만큼 아이들은 활활 불타올랐다. 가지 말라고 해도 전혀 들을 기색이 아니라서, 나는 결국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나는 동물을 유인하는 페로몬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꾸역꾸역 몰려온 동물들을 보면서 조금 질린 기분이었다. 팔에 코를 문대었지만, 그 어떤 냄새도 나지 않았다.

"이건 뭐야?!"

"보우트러클, 클레버트, 저건…. 모르겠다."

"왜 이렇게 동물들이 몰리는데?"

"몰라. 예전에는 안 이랬는데, 저번에 쓰러지고 나서 더 심해진 것 같아. 역시 그 새끼 때문인가…."

나는 신발에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보우트러클을 지팡이를 휘둘러서 떼었다. 원작을 유지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을 때도 이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다. 나를 보고 달려들거나 물어뜯지도 않았고, 그냥 조금 거부반응을 보이는 정도였다. 신새끼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신새끼의 해맑은 얼굴을 상상하면서 나는 이를 조금 갈았다.

"프로테고!"

"프로테고, 프로테고, 프로테고…."

"그러니까 따로 가자고 했잖아."

지금이라도 떨어질래? 얼굴색이 잔디와 흡사해진 아이들에게 권하자, 아이들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파킨슨이 어림도 없다는 듯 지팡이를 탁, 쳤다. 프로테고! 신경질적인 주문이 튀어나왔다.

"이제 거의 다 왔거든?"

"마, 맞아. 이제서야 떨어진다니 말도 안 돼."

크레이브가 고개를 주억이며 열심히 맞장구쳤다. 맞아. 그럴 수는 없지. 조금 전까지 눈치를 보았던 아이들이 다급히 말을 바꾼다. 천연덕스러운 태도에는 고민한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슬리데린에서는 가문이 굉장히 중요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비위를 맞출 정도니 오죽할까. 저 대답에 얼마나 많은 계산이 숨어 있는지, 얼마나 열심히 머리를 굴렸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그냥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 해그리드 교수님한테 괜히 시비 걸지 마."

"뭐? 왜?"

"…내가 직접 처리하려고."

슬리데린만이 이해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아이들은 응원도 모자라서 짝짝거리며 손뼉까지 쳤다. 한 사람의 비위를 맞추려고 참 노력한다. 나는 데이비스의 눈에 스쳐 가는 한심함을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멋 모르는 어린애가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니, 싹수가 없어지는 것도 이해는 갔다.

나무를 그대로 잘라 만든 것 같은 조잡한 탁자가 탁 트인 잔디 사이에 세워져 있었다. 수업 거부를 일삼던 슬리데린이 제 발로 걸어 나오자 그리핀도르는 퍽 놀란 것 같았다.

속살거리는 목소리가 하나둘 늘어갔지만, 슬리데린은 물론이고 나도 전혀 듣지 않았다. 솔직히 몰려오는 동물들이 그리핀도르의 숙덕거림보다 더 성가셨다. 이러다가 트롤도 오는 건 아닐지 고민할 즈음에, 쿵쿵, 울리는 땅이 느껴졌다. 말이 씨가 되는 건가. 나는 주위를 경계하며 지팡이를 치켜들었지만, 아이들은 킥킥대며 중얼거렸다. 시발한 똥물 돌보기 교수님 행차하신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그래, 말포이."

해그리드는 얼굴로 피곤함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새빨간 눈은 잔뜩 운 것처럼 보였고, 눈가까지 내려앉은 다크서클은 멍보다 더 거뭇했다. 울긋불긋하게 올라온 약간의 두드러기까지 보자, 숙연하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의 고생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얼굴에 아로새겨진 흔적은, 꽤 불쌍해 보였다.

"진짜 뻔뻔하다."

"덩치가 커서 그런가? 거의 트롤 수준이네."

해그리드에게 들으라고 하는 것처럼, 키득거림과 수군거림이 빈자리를 채웠다. 슬리데린에게 한마디 하려 입을 열었지만, 그 말을 한 이들은 그리핀도르였다. 해그리드를 감싸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자들 말이다! 슬쩍 해그리드의 얼굴을 살피자, 그는 어떠한 동요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했다.

"다들 플러버윔 한 마리씩 가져가렴. 브라운, 그건 피니칸의 플러버윔이란다…."

"플러버윔만 몇 주째 하는 거 알고 있을까?"

"모르겠지. 그러니까 저러는 거 아니야."

"나 사탕 가져왔는데 먹을래?"

"아, 나 먹을래!"

해그리드에 대한 비꼼과 수업 시간인지 쉬는 시간인지 신경도 안 쓰는 무관심이 겹치자, 수업은 개판을 넘어서서 히포그리프 수준으로 변질되었다.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해그리드의 침울한 얼굴과 아이들의 흥겨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교수와 학생이 뒤바뀐 것만 같았다.

"…감점도 안 하는 거야?"

"오, 드레이코. 사냥터지기 주제에 교수 흉내를 내라는 거야?"

"저 사냥터지기는 감점하는 방식도 모를걸."

키득거리는 소리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어이 까지 가출해버렸다. 해그리드가 입을 열면 아이들은 버릇없는 말을 자아냈고, 비꼬는 솜씨는 드레이코 말포이가 울고 갈 정도였다. 그리핀도르가 저렇게 말을 잘 꼬았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해그리드는 거의 뱀과 사자들에게 뜯기는 먹잇감이었다. 이건 뜯는 수준이 아니라 굽고 잘라서 질겅질겅 맛보는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

소문보다 더한 결과가 눈앞에 매달려서 덜렁덜렁 흔들린다. 나는 얼굴을 제대로 들 수가 없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존재하지 않았다. 원작을 비튼다고 해도, 이 정도로 크게 달라지게 하려는 건 아니었다. 승리를 더 나은 승리로 만들자는 거였지, 패배로 바꾼다는 건 아니었다고. 해그리드가 없어짐으로 인해서 생길 부작용은 한 두개가 아니었다.

바닥으로 머리를 박고 싶었다. 블랙을 구출해야 하는 것도 문제인데, 해그리드까지 아즈카반에 가면 어쩌라는 거지? 심지어 해그리드는 애니마구스도 아니었다.

소문은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였고, 내가 수습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물론 '내가' 처리할 수는 없겠지. '말포이 가주'면 모를까.

나는 펜을 내려놓고 편지를 정독했다. 해그리드가 잘못하지 않은 근거를 딱딱하게 나열한 문장은, 편지라기보다 보고서가 어울릴 정도였다. 나는 증거사진까지 첨부한 편지를 봉투에 넣어 밀봉했다. 제발 이게 통하기를, 루시우스와 나시사가 오해만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작품후기]

2019. 2. 24. 수정완료.

+) 여러분의 추리대로 숫자는 '완전히 착각계 루트로 갈아탄 사람들의 수'입니다! 현재까지는!

덤블도어, 해리, 세베루스, 폼프리 부인, 루시우스, 나시사가 있습니다!

++) 3월 초까지 수정 끝내려고 했는데... 과연 가능할까요... 할 수 있을 만큼 해보겠습니다

+++) 편의상 두 편을 한 편으로 합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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