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원작파괴범-5화 (5/130)

5회

3

Side, Harry Potter

드레이코 말포이가 변했다.

처음에는 그리핀도르의 어떤 이도 그걸 믿지 않았다. 드레이코 말포이가? 걔가 변했다고? 다들 코웃음을 치면서 부정적인 결과를 나열했다.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다. 며칠만 있으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다. 아마 머리가 어떻게 돼서 미친 짓을 하는 걸 거다…. 물론 그건 해리도 마찬가지였다.

만나기만 하면 시비를 걸었던 일이 없다는 듯 잠잠해져도, 수업 때만 보이고 항상 행적이 두문불출 해도, 비꼬던 말수가 점점 줄어들어도. 해리는 말포이가 미쳤다는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었을 뿐이었다. 그가 변할 가능성은 해리의 머리에 존재하지도 못했다.

해리는 불안하게 말포이를 주시했다. 해그리드가 며칠을 기대했던 첫 수업인데 또 말포이가 망쳐놓고 있었다.

그는 이제 앞에 나서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그런 짓을 안 하는 건 아니었다. 예전보다 더 은밀하게, 더 슬리데린처럼, 더 철저히 원하는 것을 쟁취했다. 비열한 태도로 시비를 거는 것보다, 훨씬 성가신 것으로 방법을 바꾼 것이다.

"그 책은 어루만져 주어야만 해. 이렇게 말이야."

"어루만져 주래."

"진짜 웃긴다."

말포이의 흡족한 시선을 받은 크레이브는 어깨를 단단히 펴면서 큰 입꼬리를 헤벌쭉 올렸다. 그 멍청한 모양새에 론이 키득거리며 해리에게 속삭였다.

"트롤이라고 해도 믿겠군."

완벽한 비유에 해리가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러운 반응에 신난 론이 장난스레 덧붙였다. 예전에 쓰러뜨렸던 트롤이 크레이브보다 더 낫지 않아? 순간 폭소를 터뜨릴 뻔했지만, 헤르미온느의 따가운 눈초리 덕분에 필사적으로 참아야 했다. 크레이브의 기분 나쁜 비꼼 덕분이기도 했다.

"죄송해요! 전 저 이빨이 박힌 책을 어루만져 주지 못하거든요!"

"입 닥쳐, 크레이브."

해리가 크레이브를 지그시 노려보며 주의를 주었다. 이런 말은 항상 말포이에게 했었는데. 묘한 기시감에 슬리데린 쪽에 섞여 있는 말포이를 살짝 보았다. 말포이도 해리와 비슷하게 꽤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해리는 말포이와 동질감을 느꼈다는 것에 기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찝찝하고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곧 고개를 털고 해그리드에게 집중했다.

해그리드의 송충이 같은 눈썹이 축 처졌다. 해그리드는 완전히 자신감을 잃은 것 같았다. 그가 땅이 꺼질 듯한 한숨 -실제로도 땅이 조금 흔들렸다- 을 쉬면서 터덜터덜 숲속으로 들어갔다. 해그리드, 실망한 것 같지?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럽게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지금 장난하는 건가? 이딴 걸 읽으면서 시험을 봐야 해? 정말 끔찍해."

"저런 멍청이가 교수라니. 덤블도어가 미쳐도 단단히 미친 모양이야."

"덤블도어는 원래부터 미쳐 있었어."

"그건 그렇지만."

셋의 우려 섞인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초록색 넥타이를 입은 아이들이 재잘재잘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말포이가 조용해지자 변한 것 중의 하나는 슬리데린의 태도였다. 말포이는 슬리데린의 모든 불만을 비꼼으로 크게 말해서 해소해 주었던 것 같았다.

예전에는 방관만 한다는 듯 조용했던 이들이 말포이 대신 불평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속살거리는 목소리가 하나둘 늘어가고 동조 섞인 조용함이 그 주위를 채웠다. 해리가 다시 한번 주의를 주려고 입을 여는 순간이었다.

"안 그래, 드레이코?"

"…너희들, 교수 욕도 적당히 해."

말포이가 말을 꺼낸 순간 싸한 정적이 주위를 휘감았다. 툭, 네빌이 들고 있던 괴물 책을 떨어뜨렸고, 그건 이빨을 딱딱거리며 주위의 잡초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해리는 말하려던 것도 잊고 입을 멍하니 벌렸다. 놀란 건 그리핀도르뿐만이 아니었다. 벌스트로드는 헤실헤실 풀어졌던 입가를 바로 싸늘하게 굳혔고, 파킨슨은 안 그래도 큰 눈을 튀어나올 듯 더 크게 뜨고 있었다.

"해리, 내 귀가 이상한가 봐."

"내 귀도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론, 해리. 너희 둘 다 아주 멀쩡해."

바보 같은 소리 좀 하지 마. 헤르미온느가 한심하다는 듯 둘을 흘겨보며 톡 쏘아붙였다. 헤르미온느의 발치에는 그녀의 괴물 책이 덜 묶인 채로 팔딱거리고 있었다. 내가 미친 게 아니면 말포이가 단단히 돌은 걸 거야. 론의 멍한 중얼거림에 해리는 조용히 동의했다.

조용하고도 경악스러운 분위기를 깬 것은 해그리드였다. 해그리드는 거대한 생명체를 말을 인도하듯 끌고 오고 있었다. 새 같은 부리를 가졌고, 말 같은 꼬리와 몸통을 가진, 해리가 살면서 본 것 중이 가장 이상한 동물이었다.

"히포그리프야! 멋지지 않니?"

아무도 해그리드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해리는 깃털이 멋있기는 하지만 누군가를 죽일 듯 노려보는 히포그리프를 관찰했다. 흉흉한 안색이 꼭 다가오면 공격하겠다는 의사 표현 같았다. 히포그리프는 어딘가를 뚫을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다.

시선의 끝을 해리가 채 파악하기도 전에, 말포이가 삐딱한 태도로 번쩍 손을 들었다. 망설임 없는 태도에 해리는 약간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포이를 바라보았다. 교수 욕도 적당히 하라던 사람이 누구였단 말인가. 말포이는 제 말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그도 다른 이들도 말포이가 이러는 게 익숙하기는 했다. 전처럼 애같이 굴고 모든 게 자기 뜻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질릴 정도로 겪었었다. 해리는 어쩐지 돌아온 것 같은 말포이를 보며 안도했다.

"말포이! 무슨 일이니?"

"…몸이 좀 안 좋습니다. 병동에 가도 되겠습니까, 교수님?"

그 순간만큼은, 그리핀도르, 슬리데린 할 것 없이 서로 수군거리기 바빴다. 교수님, 교수님이라고?! 론이 거의 절규하듯 말했다. 해리도 그 말에 동조했다. 거의 모든 이를 얕보던 옛날의 드레이코 말포이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죽거릴 거라는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경악 어린 시선에도 말포이는 꿋꿋이 해그리드의 눈을 응시했다.

해리는 말포이를 자세히 흝었다. 방금 전까지 조용하고 태연한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창백한 안색에 파르르 떨리는 몸, 입술은 억지로 웃는 듯 경련했다. 무언가에 두려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괜찮니? 정말 아파 보이네."

"…버틸 만은 합니다."

"알았다. 말포이, 병동으로 가렴."

"고맙습니다."

쟤 왜 저래? 론이 떨떠름히 속삭였다. 해리는 순간 론이 자신의 생각을 대신 말하는 건 아닌지 궁금해졌다.

헤르미온느는 말포이가 간 쪽을 바라보다, 곧 신경을 끄기로 한 것 같았다. 그녀는 교수의 한 마디도 흘러 넘기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쭉 내밀고 해그리드를 집어삼킬 것처럼 보았다. 헤르미온느의 시선에 정신을 차린 해그리드가 큼큼,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럼- 자, 조금 전에 말했던 대로 이 아이들은 히포그리프라고 불리는 동물이야. 히포그리프들은 도도하고 쉽게 화를 내. 그러니, 무례한 짓은 절대 안 돼. 명심해."

해그리드가 세상의 진리를 말하는 것처럼 딱 잘라 말했다. 해리는 여태껏 그렇게 단호한 해그리드를 본 적이 없었다. 해리는 누군가에게 쫓기듯 빠르게 걸어가는 말포이를 한 번 보았다가, 매끄러운 깃털을 가진 히포그리프 쪽으로 눈을 돌렸다.

히포그리프들은 도도한 고양이라기보다는 사나운 호랑이 같았다. 어딘가를 보며 으르릉거리는 히포그리프는 해리가 보아도 조금 이상했다.

"히포그리프는 원래 저래?"

"조금 까탈스럽고 다루기 어렵다고 책에서 말했어. 하지만 참고 사진은 저 정도로 위협적이지는 않았는데."

해그리드는 아이들에게 설명하느라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그들은 히포그리프의 험악한 움직임을 똑똑히 보았다. 쟤네 위험하지 않아? 공격할 것 같은데? 불안함을 담은 수군거림이 불길처럼 번져나갔다. 결국 해그리드의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라벤더 브라운이 주저하며 손을 들었다.

"그래, 브라운?"

"저- 저렇게 침을 뚝뚝 흘리는 거나 눈을 위협적으로 뜨는 거…. 발톱을 흙에 가는 것도 히포그리프의 특징인가요?"

"어?"

라벤더의 말에 오히려 당황한 건 해그리드였다. 해그리드는 그제야 흥분한 히포그리프를 발견하고는 입을 얼굴의 반 정도로 떡 벌렸다. 해그리드가 히포그리프를 조심스레 쓰다듬었지만 히포그리프는 위협적으로 발을 굴릴 뿐이었다. 히포그리프가 더 과격한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아이들은 저마다 두려운 표정으로 움찔거렸다.

"아니, 이건 히포그리프의 특징이 아닌데…? 얘가 왜 이러지? 벅빅, 진정해!"

"뭐야, 어떡해?"

"내 생각에는 뒤로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아."

슬리데린은 이미 히포그리프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고, 위험을 감지한 그리핀도르도 하나둘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용기의 그리핀도르답게 성큼 앞으로 나가 구경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벅빅, 진정해! 아멜, 발톱을 갈지 않아도 네 발톱은 충분히 멋져. 히프, 네 목소리가 아름다운 건 진작 알고 있었어! 제발, 다들 너무 흥분했어! 너희들은 좀 떨어지는 게 좋겠구나. 꽤- 위험한- 상황이거든-"

"들었지? 어서 물러나."

해리와 론은 헤르미온느의 잔소리를 받으며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시무스와 딘은 호기심어린 얼굴로 목을 길게 뺐지만 목숨을 걸 정도의 궁금증은 아닌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뭉그적거리면서 물러나자, 히포그리프들을 중심으로 횅한 원이 생겼다.

해리는 불안한 시선을 둘과 교환했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해그리드의 '위험'의 기준은 그들의 위험과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해그리드는 새끼용이 불을 뿜어도 껄껄 웃으며 넘어갈 사람이었다. 그런 해그리드가 위험하다고 다급하게 소리 지르다니.

헤르미온느와 론도 어느 정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 같았다. 론은 슬슬 뒤쪽으로 물러나다가 나무에 걸려 넘어졌고, 헤르미온느의 눈은 점점 걱정으로 물들었다.

"해그리드가 위험한 거라고 하면 진짜 위험한 거 아니야?"

"어떡하지? 다른 교수님을 불러야 할까?"

"해그리드도 교수잖아."

"음…. 그렇지만 해그리드는 지금이 첫 수업-"

"벅빅, 안 돼!"

해리는 눈을 느릿하게 떴다. 목줄을 끌고 달려나가는 히포그리프는 이성을 잃은 듯 흉악하게 포효했다. 해리는 다급하게 지팡이를 들어 올렸지만, 히포그리프가 정신없이 가는 쪽은 그리핀도르 쪽도 슬리데린 쪽도 아니었다. 히포그리프는, 뒷모습이 질릴 정도로 익숙한 한 남자만이 목표인 것 같았다.

"드레이코, 피해!"

"무슨…!

드레이코 말포이가 뒤를 돌아보는 것과 히포그리프가 앞발을 내려치는 건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파킨슨이 손으로 입을 막고 눈을 크게 떴고, 크레이브가 입을 떡 벌렸다.

새빨간 핏물이 뚝뚝 떨어지며 흙을 적셨고, 비릿한 혈향이 코끝에 진득하게 감돌았다. 배에 난 상처는 언뜻 보기에도 매우 심각해 보였다.

말포이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지팡이를 휘둘러 붕대를 감고 난 다음에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마냥 자리를 털고 일었다. 그는 다시 황당해하고 있는 다른 이들을 보다가 혀를 쯧, 찼다. 해리는 말포이가 조금 짜증스러워한다고 생각했다.

"괜찮습니다."

덤덤한 목소리가 오히려 소름 끼쳤다. 왜 저러는 거야? 해리는 론의 말도 흘려 넘기면서 눈앞의 말포이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드레이코 말포이는 변했다. 아주 이상하게 말이다.

해그리드의 수업이 끝나고 나서, 슬리데린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그일을 재잘재잘 떠들어대기 바빴다. 덕분에 해그리드의 소문은 더욱 악의적으로 퍼졌고, 그에 따라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은 개판으로 변했다. 심지어 슬리데린 중 몇몇 이들은 수업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몸과는 다르게 마음은 여린 해그리드는 상처를 받았을 거다. 해리가 폭 한숨을 내쉬었다.

해리는 투명망토를 쓰며 호그와트를 거닐었다. 생각할 것이 많은 날은 돌아다니는 게 적격이기도 했고, 왠지 모르게 찝찝한 기분에 잠이 오지도 않았다. 해리는 무덤덤하기라 보다, 거의 무표정에 가까웠던 말포이를 떠올렸다. 말포이는 왜 그렇게 변한 걸까? 무슨 이유라도 있었을까? 보이지 않는 이유를 두고 끙끙대는 기분이었다.

"말포이는 언제쯤 오나요?"

"아마 내일 모레쯤 올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그 증상은 무엇인지 알아 보셨습니까?"

해리는 눈을 끔뻑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금 뒤에, 그는 병동에서 말소리가 들린다는 걸 알아챘다. 문틈 사이로 밝은 병동의 불빛이 새어 나왔다. 해리는 약간의 고민 끝에 그 불빛 앞에 몸을 내밀었다. 그의 눈에서 여자와 남자의 형상이 선명히 담겼다.

대화의 주인은 스네이프와 폼프리 부인이었다.

[작품후기]

2019. 2. 9. 수정완료.

+) 너무 늘어져서 차마 넣지 못한 분량

"위험한 거 아니야?"

"오, 론. 위험하면 해그리드가 데리고 왔겠니?"

" '귀여운 노버트' 기억 안 나? '아라고그'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하던 헤르미온느가 눈을 도르르 굴리면서 입을 딱 다물었다. 해그리드는 새끼용인 노버트를 기르려 한 적이 있었고, 학창 시절에 대왕 거미인 '아라고그'를 호그와트에서 기르다 퇴학 당한 적이 있었다. 히포그리프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기에는, 해그리드의 전적이 너무도 화려했다.

"그래도… 수업이니까. 그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괴성을 내지르는 히포그리프를 곁눈질 하면서 말끝을 조금 흐렸다. 론이 그런 헤르미온느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설마 안전한 호그와트에 대왕 거미가 있겠냐고 말한 네가 생각난다."

헤르미온느는 반박할 만한 말을 찾지 못하고 눈썹을 찡그리면서 입술을 일자로 꾹 다물었다. 드물게 헤르미온느를 논리적으로 이긴 론이 기세등등한 태도로 어깨를 쭉 폈다. 그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을 잇기도 전에, 해그리드의 다급한 목소리가 숲속을 뒤흔들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