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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 지지부진(遲遲不進)
* 오늘은 후기를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리브와 에밀리는 서로의 속이 까발려졌던 그날 밤을 잊은 것처럼 굴었다. 잠깐 어색함이 흘렀으나 그것은 얼마가지 않았다. 둘은 신입생 시절부터 함께해왔고 가장 친한 친구였다. 에밀리는 자신이 지나친 것을 인정했고 리브 역시 자신의 지나침을 인정했다. 둘은 암묵적으로 사과를 건네며 앙금을 풀었다.
과연 톰 리들의 힘은 대단했다. 리브가 한 번 큰 소리를 내고 자취를 감추던 소문은 리들이 나서자마자 탄력을 받아 언제 그런 말이 있었냐는 듯 사그라졌다. 이대로 그렇게 흘러가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소문이 완벽하게 잊혀질 쯤, 사건이 터졌다.
*
리브가 리들과 멘토링을 하러 필요의 방으로 간 사이 에밀리는 기숙사 공동 휴게실에서 숙제를 하고 있었다. 이만 기숙사로 돌아가려고 책을 챙기는 에밀리에게 한 여학생이 다가왔다. 붉은색 넥타이를 맨 여학생은 연갈색 머리카락을 가졌는데 에밀리처럼 웨이브 진 스타일을 하고 있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에밀리와 전혀 다른 색감의 눈동자를 갖고 있었지만―에밀리는 은회안인 반면 그녀는 갈색 눈동자를 갖고 있었다.― 묘하게 스타일이 비슷했다.
에밀리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레베카 윌슨.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으나 그리 달갑지 않은 상대였다. 자신에게 무슨 용건이 있나 잠깐 고민하던 에밀리의 뺨에 순간 불이 일었다. 난데없이 뺨을 때린 이는 악에 바친 말을 뱉어냈다.
“이 빌어먹을 계집애! 다 너 때문이야!”
난데없는 봉변에 에밀리의 두 눈을 커졌다. 얻어맞은 뺨이 화끈거렸으나 그 부위를 감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너까짓게 뭐라고! 나보다 예쁘지도 않고 나보다도…!”
그녀는 옛 남자친구인 아브락사스에게 줄기차게 매달리고 있는 여학생이었다. 헤어진 지는 상당 개월이 되었으나 참으로 끈질기게 아브락사스를 물고 늘어졌다. 갑자기 나와 헤어지는 그 이유라도 알려 달라. 이대로 난 너와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아브락사스가 왜 이별을 선언한 지 이유를 들었다.
[사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 너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해.]
[설마……. 그게 에밀리 맥밀란이야? 네 약혼녀?]
레베카는 여자의 감으로 떠오른 인물을 언급해보았다. 그리고 정답이었는지 아브락사스는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러니까 이제 매달리지 마.]
레베카는 이를 부득 갈았다.
“너 때문에 아브(아브락사스의 애칭)가 나랑 헤어진 거라구!”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에밀리는 상황을 깨닫고 헛웃음을 뱉었다. 사실 에밀리가 눈앞의 여학생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는 아브락사스의 여자친구였으므로. 아니, 이제 옛 여자친구로 정정을 해야겠구나.
“아니, 절대로 인정 못해!”
멍하니 레베카 윌슨의 악쓰는 소리를 듣고 있던 에밀리는 화가 치솟기 시작했다. 지금 이게 대체……. 에밀리는 분노를 억누르며 한글자 한글자 내뱉었다.
“네가 인정 못하면 어쩔건데. 그리고 네가 아브락사스한테 차인 게 왜 나 때문이야.”
에밀리의 몸은 분노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것쯤은 알고 만난 거 아니야? 네가 잘못해서 차여놓고 감히 누구한테 따지고 드는 거야!”
에밀리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다 못해 몹시 모욕스럽게 느껴졌다. 에밀리는 지금까지 약혼자인 아브락사스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해 조금도 관여를 하지 않아왔다. 아브락사스에 대한 마음을 깨닫는 순간 속이 쓰리기는 했으나 에밀리는 기꺼이 그렇게 했다. 그리고 아브락사스의 여자 친구들은 주제넘게 에밀리에게 자신이 그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넌 표면적인 약혼녀일 뿐이라 유세를 떨지는 않았다. 분명 질투가 심한 여자 친구가 분명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브락사스는 확실히 바리케이트를 쳤고 에밀리는 그걸 알기에 묵인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무어란 말인가. 에밀리는 부들부들 떨며 입을 열었다. 볼이 화끈거리 수록 에밀리의 독설 수위는 커져갔다.
“아브락사스에게 너 같은 여자는 수도 없이 많았어. 너에게 질려서 떠난 것을 나 때문이라고? 그가 너에게 푹 빠져서 약혼을 깨고 오로지 너의 남자가 될 거라 생각했어? 꿈도 크지. 넌 그에게 심심풀이 유희일 뿐이야.”
에밀리의 독설에 레베카 윌슨은 다시 손을 치켜들었다. 에밀리는 본디 머글식 폭력에 익숙하지 않은 지라 또 다시 뺨을 얻어맞아야만 했다.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에밀리의 몸이 휘청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에밀리가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고명한 순수혈통 가의 영애인 그녀는 머글식 폭력을 당했다고 똑같이 그 짓을 하는 부류가 아니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에밀리의 몸이 휘청이며 두피가 아파왔다. 레베카가 에밀리의 머리채를 잡은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에밀리는 비명을 지르며 지팡이를 놓치고 말았다.
“이 망할 계집애! 뭐? 유희?”
“너 이거 안 놔? 아악!”
레베카는 에밀리의 머리채를 잡아 이리저리 흔들며 폭력을 일삼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밀리는 종잇장처럼 맥없이 그 손짓에 끌려가야만 했다. 두 여학생의 사투, 정확히는 에밀리가 철저하게 밟히고 있는 이 상황에 휴게실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몇 몇 학생들이 말리려는 시도를 했으나 레베카는 보통 내기가 아니었다. 윌슨, 그 손 놔! 주변에서 소리치고 잡아끌어도 끝까지 에밀리의 머리채를 놓지 않는 그 모습은 표독스러워서 질릴 지경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지금 휴게실에는 이런 사건에 이골이 나 효과적으로 수습할 수 있는 학생회 한 명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날린 마법이 먹혀들어 간신히 레베카에게서 에밀리를 떼어냈다.
거의 바닥에 나뒹굴다시피한 에밀리의 얼굴은 눈물이 가득 했다. 그녀는 울음을 참으려 애썼지만 흐느낌이 흘러나오는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맞은 뺨이며 두피가 너무 아파서 절로 눈물이 터졌다. 곱게 자란 순수혈통 아가씨에게 일방적인 머글식 폭력은 몹시 잔인한 종류의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에밀리는 태어나서 이런 취급을 처음 받아보았다. 그만큼 모욕감과 굴욕감은 거대하게 다가와 에밀리를 짓눌렀다.
레베카는 독하게도 또 다시 에밀리에게 달려들려고 했고 그녀의 친구들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레베카, 제발 그만해! 이러다 큰 일 나겠어! 너희 이거 안 놔? 레베카는 친구들을 거의 패대기치며 에밀리에게 빽 소리쳤다.
“심심풀이 유희? 너 지금 말 다했어?”
레베카는 긴 머리카락을 휙 넘기며 말했다.
“너야 말로 겨우 겉치레뿐인 약혼녀가 아니던가?”
레베카는 개선장군처럼 당당한 모습으로 에밀리를 조롱했다.
“그리고 유세? 너 유세라고 했어? 유세를 떠는 건 내가 아니라 너지. 아브랑 한 번 잤다고 네가 기고만장한 모양인데……. 나와 그는 수많은 밤을 보냈어!”
내가 왜 여기서 이런 모습으로 저런 추잡한 소리나 듣고 있어야 하는 건지. 이제 에밀리는 비참함에 딱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린 너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사이란 말이야! 고작 너 따위 계집애 때문에 아브가 나를…….”
레베카 윌슨의 말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끊겼다. 흉흉한 표정으로 나타난 금발의 여학생이 주문을 쏜 것이었다. 얼음장 같은 얼굴로 리브는 ‘퍼넌쿨러스’ 주문을 날렸다. 반사적으로 얼굴을 막은 손에 종기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리브의 얼굴에 ‘감히 막아?’라는 표정이 떠올랐다. 리브의 지팡이에서 다시 한 번 마법의 빛이 새어나왔고 레베카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리브의 칼날 같은 주문에 레베카의 머리카락이 무참하게 잘려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졌다. 의도한 바가 아닌 듯 리브는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비명을 지르는 게 레베카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격이 큰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수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리브는 바닥에 쓰러져서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흐느끼고 있는 친구의 처참한 모습에 이성을 잃고 말았다. 방금 것들보다 더 치명적인 주문을 날려줘서 똑같이, 아니 더한 고통을 주고 싶었다. 리브의 분위기는 너무도 험악해서 살인 저주라도 날릴 기세였다. 리들이 폭발하려는 리브의 낌새를 눈치 채고 말리려 했으나 그럴 틈도 없이 리브의 입술에서 중얼중얼 어떤 주문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리들이 리브에게 전수했던 어둠의 마법 중 하나로 크루시아투스보다 한 단계 낮은 고문 마법이었다. 크루시아투스 저주가 용서받지 못할 저주라는 자각은 있는 모양이었지만 위험한 마법이라는 것은 변치 않았다.
“올리비아!”
제지하는 리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리브의 지팡이에서는 기어이 섬뜩한 마법의 빛이 튀어나왔다. 시전하기 까다로운 마법임에도 불구하고 리브는 그 주문을 성공시켰다. 레베카 윌슨은 마법을 맞자마자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상당한 강도의 고문 마법을 정통으로 맞은 여학생은 발작하듯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리브는 조금의 동정심도 들지 않는 지 지팡이를 겨누고 다시 한 번 주문을 외울 듯 입술을 달싹 거렸다. 적에게 가차 없는 리브의 냉혹함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올리비아 그만두지 못해?”
세찬 경고에도 불구하고 리브는 마법시전을 멈추지 않았다. 겨우 한 번 알려준 마법을 그 사이 완벽하게 터득한 리브는 계속해서 저주를 지속시키고 있었다. 여학생이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응시하는 눈빛은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리들이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올리비아!”
리들은 자신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는 리브에게 무장해제 주문을 날렸다. 리브의 장미목 지팡이가 리들의 수중에 들어옴과 동시에 레베카의 경련이 잦기 시작했다. 방해 받은 마녀는 그 분노의 눈빛을 리들에게로 돌렸다. 리들이 흥분한 듯 빽 소리쳤다.
“너 미쳤어? 지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보통 화가 나더라도 고요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리들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큰 반응이었다. 지금 리브가 쏜 주문이 공론화되면 곤란해지는 것은 오로지 그녀였다. 정학을 당하게 될 지도 몰랐다. 그래서 이런 답지 않은 격렬한 반응이 새어나온 것이었다. 리브가 얽혔으므로.
보는 눈이 많다는 속뜻을 파악한 리브는 자신이 평정을 잃었음을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레베카는 리브의 눈동자에 맺힌 새파란 분노에 움찔하며 더욱더 흐느꼈다. 아무리 독하디 독한 성정이라 해도 방금의 고문 주문은 감당하기 힘든 종류의 것이었다. 여전히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게 참으로 가엾어 보였다.
리브의 차디찬 눈빛은 리들에게로 향했다. 리들은 그 시선을 정통으로 받고 있음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리브는 아직도 화를 추스르지 못한 모양인지 이제 리들에게 지팡이를 내놓으라 소리쳤다. 하지만 리들은 당연히 지팡이를 내줄 생각이 없었고, 이제 리브는 지팡이에는 미련이 없는 듯 레베카에게 발을 내딛고 있었다. 마녀식으로 응징을 하더니 그곳도 모자라서 머글식으로도 응징을 해주려는 모양이었다. 그 모양새에 리들의 얼굴에 살짝 질린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저 무지막지한 계집애. 금방이라도 머리채를 잡아채서 바닥으로 내리칠 그 기세에 리들이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리브가 레베카에게 가까워지려는 데 그 움직임이 딱 멈췄다.
“…!”
리들이 뒤에서 리브를 끌어안은 것이었다. 움직임이 구속당하자 리브는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으나 리들은 더욱 더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귓가에 입술을 갖다 대고 작게 속삭인다.
“진정해. 보는 눈이 많아. 그 주문이 어둠의 마법인 게 밝혀지면 곤란해지는 것은 너야. 이성을 찾아.”
리브는 리들의 온기를 강하게 느끼며 푸른 눈을 깜박였다. 신기하게도 조금씩 진정을 찾아가는 리브에게 리들이 조곤조곤 속삭였다.
“저 계집애를 응징하는 것보다 네 친구를 챙기는 것이 우선이야. 저 끔찍한 시선 속에 계속 둘 거야?”
리들은 계속 끌어안고 싶다는 욕망을 내리누르고 리브를 놔주었다. 어쩐지 리브의 얼굴이 붉다고 생각하며 리들은 지팡이를 돌려주었다. 그러면서도 엄한 표정으로 나중에 얘기하자는 말은 잊지 않는다. 리브는 후환이 두려워져 살짝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일단은 에밀리가 우선이었다. 리브는 고개를 들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친구를 조심스레 일으켜 세웠다.
“맙소사, 에밀리!”
뒤늦게 서야 등장한 아브락사스는 약혼녀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머리가 산발이 돼서 울음을 삼키고 있는 에밀리와 고문 주문의 후유증으로 벌벌 떨며 우는 옛 여자친구, 그리고 흉흉한 얼굴의 리브를 보고 대충 상황을 파악한 듯 했다. 아브락사스는 레베카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로 에밀리에게 다가갔다.
“어,어떻게…….”
리브에게 부축 받아 몸을 일으킨 에밀리는 아브락사스의 손을 매몰차게 쳐냈다. 지독한 원망과 온갖 감정이 뒤섞인 은회안과 마주한 아브락사스의 은회안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에밀리, 우선 병동으로…….”
병동으로 가자는 리브의 말에 에밀리는 고개를 젓고 그녀를 떼어 놓았다. 에밀리는 지팡이를 꺼내 머리를 톡톡 두드리고 무어라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산발이 된 머리칼이 단정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흉하게 부어오른 뺨과 울어서 부은 눈이 방금의 참사를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이제 에밀리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침착한 표정이 담겨있었지만 떨리는 손을 통해 그녀의 감정 상태가 어떤지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에밀리, 괜찮-”
“아니, 전혀 괜찮지 않아.”
아브락사스의 말을 끊은 채로 뱉은 말이었다. 그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지만 분명하고 다부졌다.
“괜찮냐고? 너는 정말 내가 괜찮아 보이니?”
차라리 평소처럼 신경질을 내고 짜증을 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나는 지금 너무 비참해. 어느 정도냐면 이 자리에서 혀 깨물고 죽고 싶을 정도야.”
“에,에밀…….”
“나는 너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 저 잡종 계집애보다 너한테 더 화가 나.”
사실 에밀리는 아브락사스의 여자친구에게 관심을 끊으려 애썼지만 그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레베카 윌슨에 대한 간단한 인적사항 정도는 꿰고 있었다. 얼굴은 상당한 미인이나 머글 태생. 에밀리는 본래 ‘잡종’이라는 모욕적인 단어를 쓰는 족속이 아니었다. 하지만 거침없이 잡종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았다. 에밀리는 견딜 수가 없었다. 난데없이 뺨을 맞고 머리채를 잡히는 수모를 겪었다. 머글식 폭력에 아무 힘도 못쓰고 거의 밟히다시피 했다. 이는 단순한 봉변이나 행패를 넘어선 도가 지나친 모욕이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당한 머글식 폭력은 에밀리에게 비참함과 모멸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이대로 사라져버리고 싶을 만큼 굴욕적이었다. 그런 에밀리가 바닥에 쓰러져서 내 든 생각은 아브락사스가 은연중에 레베카에게 보였을 태도였다. 네가 얼마나 나라는 존재를 가벼이 여겼으면……. 네가 다른 여자를 만나도 신경을 안 쓰던 나를, 너는 그렇게 쉬이 여겼었나. 얼마나 내가 하잘 것 없으면, 네가 얼마나 나에 대해 쉽게 말했으면 저딴 계집애가……. 잡종 따위한테 이런 모욕을 받다니. 어떻게 너는 나한테…….
에밀리는 순수혈통이라고 거만하게 굴지는 않았으나 그에 대한 자부심은 겸비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뿌리 깊은 사고방식이었다. 에밀리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잡종 계집애에게 밟혔다는 것에 더욱 더 모욕감을 느꼈다. 그것도 아브락사스를 스쳐갈 그런 별거 아닌 계집애 따위가……. 나는 이런 꼴을 당하자고 너의 모든 행동을 묵인한 게 아니었어. 너를 최대한 존중하고자 했던 행동이 이렇게 돌아올 줄은……. 에밀리의 눈에서 간신히 그쳤던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네가 얼마나 나를 가벼이 여겼으면 약혼녀인 나에게 저런 행패를 부릴까.”
“에밀리, 오해야! 나는 절대로…….”
“입 닥쳐! 지금 내 꼴을 보고도 오해라는 말이 나와?”
에밀리가 비명처럼 소리쳤다.
“서로의 이미지에 흠집이 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유를 누리자고 했어. 하지만 너는 번번이 그걸 어겼지. 보란 듯이 여자친구를 만들고 나를 우습게 만들었어. 나를 두고 어떤 말들이 오가는 지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약혼자 마음 하나 잡지 못하는 매력 없는 여자라는 말이 떠돌아도 나는 참았어!”
에밀리의 외침은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이제는 못 참겠어. 아니, 나는 더 이상 참지 않을 거야.”
그 말은 마치 사형선고를 내리기 직전의 모습 같아서 아브락사스는 덜컥 겁이 났다.
“에밀리, 내가 잘못했어. 너 외의 아무도 만나지 않을게. 여자 따위 정리한 지는 꽤 됐어. 저 계집애도 만난 지 오래됐어! 이미 예전에 정리한…….”
“내가 닥치라고 했지!”
에밀리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건 중요치 않아.”
“에밀리, 나에겐 너뿐…….”
“그 입 닥치라니까! 그렇게 내 말이 우스워?”
에밀리는 씩씩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 계집애가 그랬어. 너와 수많은 밤을 보냈다고.”
“…….”
“이제 부정조차 하지 않는구나!”
그 외침은 흡사 울음소리 같았다.
“그래, 이제 알았어. 하룻밤조차 보내지 않은 나는 너에게 얼마나 하잘 것 없는지 똑똑히 알았어.”
“에밀리, 제발……. 그런게 아니…….”
그리고 사형선고가 떨어졌다.
“우리 파혼해.”
순간 아브락사스의 애원이 멈췄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에밀리는 파혼을 말하고 있었다. 평소에 줄기차게 떠들던 파혼과는 다른 명백히 달랐다. 그것이 투정과도 같은 종류였다면 이것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다. 허언이 아닌 진담이었다. 에밀리는 정말로 아브락사스에게 인연을 끊겠다 선언하고 있었다. 그것을 깨달은 것은 아브락사스 뿐만이 아닌지 주변에서 숨을 훅 들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런 모욕을 당하면서까지 네 옆에 있을 이유가 없어.”
충격을 받은 건지 아브락사스는 얼어붙어 있었다.
“너와 결혼을 하고난 후에도 이 같은 일은 또 일어나겠지. 너의 애인들이 집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고 또 다시 내게 모욕을 줄 거야. 어쩌면 내 자리를 노리고 나에게 독을 먹일 지도 모르지. 그 때마다 너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그건 오해라고 할 거야?”
“절대 그런 일은…….”
“한 번 일어났는데 두 번은 못 일어날 까!”
에밀리가 투덜거리면서도 아브락사스와의 약혼 관계를 유지한 것은 그에 대한 연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자신의 명예를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확신은 깨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에밀리는 아브락사스와의 공식적인 관계와 자신을 사려 깊게 대하는 약혼자의 태도로 자존심과 명예를 간신히 지키고 있었다. 아브락사스는 에밀리에게 약혼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했고 에밀리는 기꺼이 약혼녀로서의 본분에 충실했다.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한다는 말을 하며 아이러니한 관계가 계속되었으나 그것은 에밀리의 관용이었다.
에밀리는 어찌 됐든 아브락사스가 정착할 곳은 자신의 치마폭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자신은 말포이 가문의 안주인이 될 테니까. 결국 아브락사스는 정신을 차리고 가정으로 돌아와 에밀리에게 충실할 것이었다. 하지만 에밀리는 그 생각을 고쳐먹어야만 했다. 아브락사스는 정신을 차리지도 않을 것이고 돌아오지도 않으리라. 끊임없이 밖으로 나돌겠지. 너의 마지막은 나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오만이었던 거야. 참으로 어리석었다.
“평생 네 뒷모습만 보며 살고 싶지 않아. 나는 그렇게는 못해.”
“에밀리, 제발. 내가 미안해. 잘못했어. 다시는…….”
“그러니까 파혼할 거야.”
이제는 에밀리가 애원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나를 비참하게 하지 마. 파혼해 줘.”
“미안해, 그러니…….”
“네가 내가 받은 모욕에 미안함을 느낀다면 파혼해 줘. 제발.”
파혼을 해 달라 애원하는 약혼녀의 모습에 아브락사스는 그야말로 무릎을 꿇고라도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 만약 되돌릴 수 있다면 그리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브락사스는 그래도 소용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어떤 이유를 대도 괜찮아. 나를 난잡한 여자라고 몰아도 좋으니까 파혼만 해줘.”
저렇게까지 말하는 그녀를 어찌 붙잡을 수 있을까. 아브락사스는 에밀리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바닥으로 내리꽂혀 너의 산산조각난 자존심을 내가 어찌 보상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이었다. 그걸 깨닫자 아브락사스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리브의 부축을 받아 병동으로 가는 에밀리의 뒷모습을 보며 아브락사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다시는 그녀와 돌이킬 수 없으리라. 아브락사스는 지독한 슬픔과 함께 상황이 이리 된 것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에밀리에게 모욕을 주고 발단이 된 레베카에게로 향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아브락사스가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레베카가 먼저 흐느끼며 말했다.
“아브! 저까짓 계집애가 뭐라고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여기서 더 험한 꼴 당하고 싶지 않으면 닥치는 게 좋을 거야.”
항상 신사적이고 꽃미소를 날리던 아브락사스는 온데간데 없었다. 톰 리들이 워낙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 그렇지, 아브락사스 말포이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 만약 톰 리들이 없었다면 슬리데린을 휘어잡은 것은 말포이였으리라.
“내내 살을 섞어온 나보다 겨우 한 번 잔 그 계집애가 더…….”
“내가- 닥치라고- 했을 텐데.”
달콤하게 듣기 좋은 말을 속삭이던 아브락사스는 어디에도 없었다. 항상 신사적인 매너로 여학생들의 혼을 빼던 남학생 또한 없었다. 그저 차갑고 싸늘한 분노를 뿜고 있는 순수혈통 가문의 후계자만이 있을 뿐이었다.
“또 다시 그녀를 모욕한다면 그 주둥이를 찢어주지.”
아브락사스의 거친 언행에 여학생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너. 나랑 몸 좀 섞었다고 뭐라도 된 것 같다고 착각하나 본데…….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서 내 총애를 얻어봤자 천한 잉첩일 뿐이야.”
아브락사스는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었다. 말마따나 여러 번 살 섞은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말로 난도질을 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한 때는 달콤한 말을 내뱉던 입술이었으나 지금은 무시무시한 칼날이 되어 있었다.
“너 설마 말포이 가문의 안주인이라도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움찔하는 옛 여자친구의 모습을 보며 아브락사스가 실소를 머금었다. 내가 사람을 잘못봤군. 아브락사스는 아무 여자나 만나는 것처럼 보여도 주제파악을 잘하는, 절대 훗날 귀찮게 하지 않을 그런 여자만을 만났다. 지나쳐 보이는 여성편력에도 불구하고 아브락사스의 이미지에 그리 타격이 크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였다. 리들이 이것도 하나의 능력이라며,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아브락사스는 에밀리를 원했다. 그래서 그녀를 닮은 저 머리카락과 스타일에 그만 그 안목을 잃고 말았다. 그것은 크나큰 실수였고, 결국 정말로 원하는 이를 잃도록 만들었다.
“임신이라도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가? 꿈도 크지.”
여학생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벌벌 떨다가 다시 흐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아브락사스는 독설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강도를 높일 뿐이었다.
“너 따위 천한 계집에게 우리 가문 안주인이 가당키나 해? 주제를 알아. 이 더러운 잡종아.”
아브락사스는 많은 여자들과 밤을 보냈지만 단 한 번도 씨를 남기지 않았다. 예로부터 순수혈통 가문의 자제들은 피임교육을 더욱 더 철저히 받았다. 씨를 아무 데나 뿌려서는 안 된다는 철칙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브락사스는 단 한 번도 피임에 실패한 적이 없는 철두철미한 남자였다. 그것은 한 치의 예외도 없었다. 어찌 피임을 여성에게 떠맡길 수 있냐는 신사적인 면모는 사실 본인의 안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설사 네가 정말로 임신을 한다고 해도 그 씨는 더러운 사생아에 불과하고, 난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거야. 하나 말해주자면 우리 가문에는 대대로 사생아가 없어. 왜냐면 태어나기도 전에 없애버리거든.”
아브락사스의 은회안이 잔혹하게 빛났다.
“만약 기어이 낳겠다고 발악을 하면 그 아이,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나에게는 나와 그녀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를 위협하는 존재에 불과할 테니까. 뭐 나는 그런 일 자체를 만들지 않겠지만.”
아브락사스의 입술에서 나오는 말들은 거의 재앙수준이었다. 여성에게 달콤한 말만 뱉을 줄 알았던 친구의 입에서 나오는 무시무시한 독설에 리들은 진귀한 것을 본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녀와 잤다고? 아니, 난 그녀와 아무 일도 없었어.”
아브락사스는 차갑게 말을 이어나갔다.
“너와는 잤지만 그녀와는 자지 않았다는 게 무슨 의미인 지 알아? 나는 그녀를 더 소중히 아껴줬고. 그건 너랑은 급이 다르단 말이야.”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바로 진도를 끝까지 빼버리는 아브락사스의 입에서 아껴준다는 말이 나오다니. 그를 아는 학생들이 입을 쩍 벌렸다. 심지어 리들도 허-하고 실소를 뱉었다.
“이제 알겠어? 이 주제파악 못하는 천한 계집애야.”
레베카가 참고 참은 울음을 터뜨렸지만 아브락사스는 할 말을 다 뱉어냈다.
“에밀리랑 조금 닮아서 만나줬더니…….”
아브락사스는 레베카를 나락까지 떨어뜨리겠다고 다짐한 사람 같았다.
“앞으로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 한 번만 더 거슬린다면 그때는 널 죽여버리겠어.”
몸을 돌려 휴게실을 나가버리는 아브락사스의 잘생긴 얼굴에 깊은 슬픔이 맺혔다. 백금발이 슬프게 흔들리며 아브락사스의 눈을 덮었다. 그것을 걷어낼 생각을 하지 않은 채로 아브락사스는 하염없이 걸었다.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젖는 것을 느끼면서.
*
“에밀리, 제발.”
아브락사스는 에밀리에게 그야말로 매달렸다. 아브락사스에게 관계를 끊지 말자고 매달리며 애원하는 것은 언제나 자신이 아니라 여성들이었다. 지금 아브락사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성에게 애걸하고 매달리고 있었다.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게 해야만 했다. 청년은 소용없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로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게 빌고 또 빌었다. 자존심을 바닥으로 내팽개친 채로.
자신을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파혼만큼은 하지 말아 달라 애걸하는 모습은 에밀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녀가 받은 상처는 너무 컸다.
“이러지 마.”
보다 못한 에밀리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아브락사스를 용서할 수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나면서도, 그날의 비참함과 모멸감은 쉬이 씻겨 지지 않는 것이었다. 에밀리는 두렵고 무서웠다.
“난 너무 옹졸해서 너를 용서할 수 없어.”
“에밀리, 제발…….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빌지 마. 내 마음은 변치 않는 단 말이야…….”
이대로 그냥 용서할까.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았다. 에밀리는 나중에 후회하게 될 지라도 당장은 아브락사스에 대한 연심보다 부서진 자존심이나마 지키고 싶었다. 또 그와 같은 일이 반복될 테니까. 그리고 네 마음이 진심인지 나는 이제 믿을 수가 없어. 에밀리는 너무 지쳐 있었다. 기나긴 짝사랑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난 그 날을 한 시도 잊을 수가 없어. 그 계집애만이 문제가 아니야. 너 역시 나를 모욕한 거나 다름없는 거야.”
그녀가 그리 행동한 것에는 역시 네가……. 에밀리는 울음을 삼켰다.
“나는 너를 용서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그만해.”
에밀리는 자세를 낮춰 무릎을 꿇은 아브락사스와 눈을 마주쳤다. 아브락사스는 자신의 것과 같은 은회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참담함을 느꼈다.
“아브락사스, 그냥 파혼하자. 우리는 결실을 맺을 수 없어.”
그 말에 아브락사스는 화가 났지만 서럽게 울고 있는 에밀리에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주려고 했지만 에밀리는 고개를 돌리며 그 손길을 피했다.
“나보다 더 예쁘고 이해심 깊은 이상형의 여자를 만나길 바랄게.”
에밀리가 몸을 일으켜 뒤돌아 선 순간 아브락사스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백금발의 청년은 몸을 일으킨 상태였다.
“우리가 파혼하고, 그 후에 일어날 일들……. 너는 감당할 수 있어?”
파혼 후에 당장 양 가문간의 협력이 끊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브락사스의 말은 일종의 예고이자 경고였다. 말포이 가문에서 맥밀란 가문에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경제적으로 압박을 할 수도 있었다. 아니, 분명히 그리하리라.
“그렇다면 파혼해줄게. 너는 물론이고…….”
아브락사스는 치졸한 자신에게 환멸감을 느끼면서도 기어이 말을 뱉어냈다. 청년의 얼굴은 눈에 띄게 굳어 있었다.
“너희 집안까지. 이대로 평화롭지 못할 거야.”
그리고 방금까지 애원을 하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설핏 냉정해 보일 정도로. 빠르게 감정을 수습하는 모습은 과연 한 가문의 후계자다웠다.
“그래도 괜찮아?”
안 된다고 해. 파혼을 무르란 말이야. 내가 이렇게까지 매달렸어. 이제는 제발……. 아브락사스는 속으로 간절하게 멀린을 부르짖었다. 멀린이시여, 제발. 하지만 멀린은 청년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전부 각오하고 말한 거야.”
“…….”
“상관없어.”
둘은 공식적인 약혼 관계로 얽혀 있었지만 완전히 잇지 못한 지지부진한 관계의 결과는 결국 파경이었다.
“그래, 이제 앞으로는 나도 어떻게 될지 몰라. 네가 자초한 거야.”
그날 밤, 아브락사스는 에밀리와 파혼을 하겠다는 장문의 편지를 썼다. 눈물을 꾹꾹 눌러 참았다. 하지만 결국 그 편지를 집안에 날려 보내며 참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브락사스는 소리내서 엉엉 울었다. 서럽게.
정말로 끝이 난 것이었다. 다른 의미로 지지부진한 관계가.
============================ 작품 후기 ============================
바람둥이의 최후......
안녕하세요. 아피아체레입니다.
우선 리들과 리브는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닙니다. 108편은 본편이 아닌 외전이었답니다. 외전은 미래의 일이므로 사귀는 사이가 맞으나 본편은 아직 아닙니다^^;;
연재를 하다보면 여러가지를 지적해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솔직히 저도 사람인 이상 지적받는게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지적이 불쾌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틀린 부분을 지적해주시면 기꺼이 수용하고 정정합니다.
하지만 제가 틀리지도 않은 부분을 틀렸다고 하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어떤 독자님께서는 제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시더군요;; 제가 정말 딱하게도 잘못된 것을 맞는 것 마냥 맹신하고 있는 것이라면 적절한 사료를 제시해주세요. 그래야 제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특히 맞춤법. 제가 틀리게 쓰고 있다면 올바르게 쓸 수 있도록 지적해주세요. 맞춤법은 꼭 지켜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맞는 건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고 키보드를 두드려 주세요. 한 마디로 검색이라도 해보시고.. 그 문제의 단어의 시시비비를 검토해주십사 당부 드립니다. 이런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반복되니 솔직히 눈살 찌푸려집니다. 악의 없는 행동이시겠지만 그리 되면 듣는 저도 불쾌하고.. 제가 그 일을 끄집어내면 지적해주신 분도 민망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분께서는 지적하는 독자가 많아봤자 소수인데 왜 저러지? 그냥 넘어가라. 라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에게는 그 한 분의 독자님이 모여서 수십 번의 지적이 됩니다. 그 수많은 지적을 듣게 되는 제 입장도 헤아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코멘트를 작성하실 때는 누군가가 보고 있음을 한 번만 더 생각해주시고 키보드를 두드려주세요. 악의는 없으실 테죠. 하지만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게 항상 면죄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서로 얼굴 붉힐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 법입니다.
마지막으로 특정 누군가를 지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밝힙니다. 예전부터 진지하게 이런 류의 언급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사람인 이상 매번 그냥 넘어가는 것도 한계가 있더군요.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