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106화 (10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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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7. 지지부진(遲遲不進)

    이제 에밀리는 무작정 떼를 쓴다고 해서 파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그 누구보다도 여동생을 아끼던 에드가마저 파혼은 무리니 자기가 결투를 빙자해서 손을 봐줄 순 있다고 에밀리를 달래기에 이른 것이었다. 집안 어르신들의 사주를 받은 것이 분명했다. 에밀리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더니 종국에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연기였지만 자신의 편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서러움이 복받친 것이다.

    “맙소사, 엠(에밀리의 애칭)…….”

    에드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여동생을 이리저리 달래기 시작했다.

    “말포이 그 바람둥이 자식을 내가 반 죽여 놓을게. 그러니까 울지 마. 응?”

    에밀리는 ‘싫어. 걔랑 결혼하기 싫어, 그럴 바에야 죽어 버릴 거야,’라고 외치며 더 큰 소리로 울었고 에드가는 여동생의 극언에 식겁했다.

    “걔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한지 알아? 나한테 흑…….”

    시간이 지나고 간신히 눈물을 그친 여동생에게 에드가는 무슨 일이 있었냐고 조심스레 묻기 시작했다. 아브락사스가 교활한 술수를 벌였지만 에밀리는 그대로 당하고만 있을 생각이 없었다. 눈을 또록또록 굴리던 에밀리는 눈물을 깨끗하게 닦으며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그 발정난 개자식이 날 겁탈하려고 했어!”

    리브의 말대로 에밀리는 래번클로의 영리한, 아니 소위 약은 면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이른 것이었다.

    *

    에밀리의 말에 에드가는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곧바로 아브락사스를 찾아가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오리온은 저 아브락사스가 또 무슨 사고를 쳤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 모습을 관망하다가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5학년 반장인 오리온 블랙은 그제 서야 에드가를 제지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슬리데린 구역이었다. 이곳의 소란은 곧 오리온의 책임이나 다름없던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여동생을 모욕했다며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길길이 날뛰는 에드가를 말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우리 기숙사 복도에서 뭐하는 짓이야, 에드가. 진정 해.”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저 발정난 개자식이!”

    에드가가 다짜고짜 무장해제주문을 날리는 바람에 지팡이를 속절없이 빼앗긴 아브락사스가 버럭 화를 냈다.

    “다짜고짜 이게 무슨 행패야! 내 지팡이나 이리 내놔!”

    에드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팡이를 아브락사스에게 휙 던져주었다. 일종의 결투선언에 오리온은 식겁했다. 저것들이 어디서 결투를 하겠다는 거야!

    “아브락사스 말포이 넌 오늘 너는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감히 엠한테…….”

    에밀리의 이름이 새어 나오자 아브락사스가 에드가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엠? 에밀리가 또 뭐! 너도 파혼 어쩌고 늘어놓을 생각이야? 넌 네가 후계자라는 자각도 없어? 맥밀란 가문의 미래가 훤하다 훤해!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쳐서 집안의 앞길마저 망칠 생각이야? 하, 파혼? 그런 모욕을 당한 우리 가문이 너희 가문을 곱게 둘 것 같아?”

    아마 이 말을 에밀리가 들었다면 그는 다시 한 번 민달팽이를 토해냈어야 했을 것이다. 오리온은 아브락사스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에드가는 아브락사스의 말에 정말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모욕? 모욕은 누가 먼저 줬는데! 시작은 말포이 네 놈이 먼저 했어!”

    “무슨 헛소리야! 네 여동생의 경솔한 언행이 우리 집안에 들어가지 않도록 애쓰는 나한테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에드가는 아브락사스에게 달려들더니 멱살을 잡고 으르렁 거렸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오리온이 그만하라며 에드가를 재차 말렸으나 역부족이었다. 조용하기로 유명한 슬리데린 복도는 유례없이 학생들이 몰리며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오리온은 이마를 짚었다. 어서 수습해야만 했다. 이걸 가령 학생회 소속 슬리데린 선배가 보기라도 했다가는……. 가령 리들 선배라던가.

    오리온은 부르르 떨었다. 리들 선배한테 걸리면 안 돼. 절대로 안되고 말고. 오리온은 리브를 빼돌렸다는 이유로(별장에 있는 걸 알면서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리들의 거대한 분노를 산 전적이 있던 것이다. 다행히도 완전히 그의 눈 밖에 나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한동안 리들은 오리온을 싸늘하게 대했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렸는지 리들은 뭐 하나만 걸리라고 은근히 벼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뭐야? 너야 말로 에밀리한테 너의 파렴치한 행동이 우리 집안에 들어가지 않도록 한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해! 이런 염치도 없는 자식! 하여간 이래서 슬리데린은 상종할 게 못된다더니!”

    “둘 다 그만해!”

    두려움에 떨며 어떻게 해야 하나 발을 동동 굴리던 오리온은 일단 둘을 말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구도 오리온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지 않았다. 아브락사스는 자신의 멱살을 잡은 에드가를 휙 떼어놓고 벌개진 얼굴로 잠깐 씩씩거렸다.

    “너 지금 뚫린 입이라고 아주 막 뱉는다? 너 지금 그거 우리 가문에 대한 선전포고로…….”

    하지만 아브락사스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에드가의 지팡이에서 붉은 빛이 튀어나왔다. 지팡이도 없는데다가 무언주문이었기에 아브락사스는 속절없이 당하고 말았다. 청년은 인상을 찌푸리며 어깨를 감싸 쥐었다. 피가 줄줄 흐르는 모습을 본 오리온이 식겁했다.

    “맙소사, 당장 지팡이 내려! 에드가 맥밀란!”

    “오리온 넌 빠져! 이건 결투야!”

    “결투 같은 소리 하네!”

    에드가가 오리온에게 무어라 외치는 사이에 아브락사스가 주문을 날렸다. 명중하지 않고 단지 스쳐지나갔을 뿐인데도 에드가는 비틀거리며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아브락사스의 어깨보다 더 심하게 새어나오는 피를 보며 오리온의 얼굴이 식겁하다 못해 새하얗게 질렸다. 아브락사스가 어떤 종류의 마법을 쓴 지 눈치 챈 오리온의 은회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좀처럼 큰소리내지 않고 점잖기로 유명한 블랙가의 후계자는 체면을 잊고 빽 소리쳤다.

    “아브락사스 너 미쳤어!”

    오리온 블랙은 이제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려는 듯 지팡이를 빼어 들었다. 진작에 이랬어야 했는데! 오리온은 자신의 뒤늦은 대처를 후회하며 동작그만주문을 날렸으나 아브락사스의 손길 한 번에 제지당하고 말았다. 5학년과 6학년의 차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에드가가 우위를 선점해 아브락사스의 지팡이를 날려버리고 멱살을 재차잡고 있었다. 위험하다는 것을 느낀 오리온은 혼신의 힘을 다해 강력한 무장해제 주문을 날렸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에드가의 손에서 지팡이를 날리는 데 성공했다.

    오리온은 에드가에게 아브락사스의 멱살을 놓을 것을 요구했지만 맥밀란 가문의 후계자는 그것을 맹렬히 거부했다. 지금 한 대 날리고 싶지만 체면을 생각해서 머글식 폭력은 참고 있다며 소리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브락사스는 멱살잡이까지 해놓고 무슨 소리냐고 비아냥거렸고 정말로 에드가가 주먹을 날리려는 그 순간 빛이 번쩍 하며 둘을 떼어놓았다. 에드가는 다시 아브락사스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견고한 방어막이 그것을 제지했다.

    “리,리들 선배…….”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다. 오리온은 제발 나타나지 않길 바랐던 0순위 후보의 등장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방어막 마법을 쓴 흑발의 청년은 무표정한 얼굴로 거리를 좁혔다. 리들의 범상치 않은 분위기에 셋은 입을 꾹 다물었다. 에드가는 리들보다 한 학년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그 위압감에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처 입은 다리의 아픔에 그는 주저앉고 말았다. 그 모습을 흘깃 본 리들의 흑안이 가늘어지더니 오리온과 아브락사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오리온은 아주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난 이제 죽었다. 아브락사스 역시 어깨를 부여잡은 채로 낭패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슬리데린의 위계질서를 사실상 꽉 잡고 있는 리들은 소란을 피우는 것을 특히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처분은 가차 없었다. 특히 요즘 잔뜩 심기가 불편한 리들은 좀처럼 관대함을 베풀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런 대형사고를 치다니.

    아브락사스는 참지 못한 자신의 성질을 탓했고, 오리온은 더 빨리 대처 못한 자신의 안일함을 탓했다. 아브락사스는 친구와 눈이 마주치자 움찔하며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요즘 리들은 기분이 좋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런 공개적인 사안이라면 친인이라고 봐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언제부터 슬리데린 기숙사 복도가 이런 천박한 소음의 집결지가 되었지.”

    지긋이 그들을 응시하던 리들이 싸늘한 목소리로 내뱉은 첫 마디였다. 학생들이 잔뜩 몰려서 시끄럽게 웅성이는 복도를 꼬집은 청년은 이제 소란의 주범인 에드가와 아브락사스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학생회끼리 참 잘하는 짓이로군.”

    아브락사스는 반장은 아니었지만 학생회 임원이었고, 에드가는 학생회의 수장이나 다름없는 남학생회장이었다. 상태가 좋지 않은 에드가를 보며 리들이 형형한 눈빛으로 아브락사스를 노려보듯 응시했다. 네가 무슨 짓을 한 지 다 알고 있다는 그 눈빛에 아브락사스가 다시 한 번 움찔했다.

    “블랙, 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했어. 반장이라는 게 일 이 따위로 밖에 못하지.”

    “…죄송합니다, 리들 선배님.”

    나름 중재를 하려고 애썼던 오리온이었으나 대처가 늦은 것은 사실이었다, 특히 그는 리들이 변명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에 군말 없이 죄송하다는 말을 뱉었다. 리들은 자신의 옆에서 굳은 얼굴로 또록또록 눈을 굴리고 있는 리브에게 말을 건넸다. 어느 정도 싸늘함이 가신 미성이 새어나왔다.

    “올리비아.”

    슬리데린 학생들이 잔뜩 몰려서 수군거리는 복도를 둘러 본 리들이 마찬가지로 학생회 임원인 리브를 불렀다. 그는 리브의 얼굴과 마주하자마자 언제 얼굴을 굳혔나는 듯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화가 난 탓인지 목소리까지 부드럽게 바꾸는 것은 무리였다. 리브는 리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는 것을 눈치 채고 저 세 명에게 애도를 표했다.

    “너한테 주변 수습 좀 부탁할게. 근처에 슬리데린 학생회가 없거든.”

    리브는 리들이 6학년 반장으로서 5학년 반장인 자신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것을 깨닫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네, 리들 선배.”

    리브가 옆을 떠나자마자 리들은 다시 싸늘하게 얼굴을 굳히고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학생회장이 연루됐으니 내가 함부로 다룰 수가 없군.”

    리들에게 일반 임원인 아브락사스는 휘두를 권한이 되었으나 에드가의 경우 보다 위치가 더 높은 남학생회장이기 때문에 권한 밖이었던 것이다. 에드가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잡아낸 리들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맥밀란.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어. 이대로 슬러그혼 교수님과 비어리 교수님을 호출할 수도 있고, 깔끔하게 위원회에 회부하길 원한다면 그리 하겠어. 이 정도는 학생회장에 대한 예우라고 해둘지.”

    “…그럴 필요 없어, 리들.”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는 않다?”

    리들의 나지막한 물음에 에드가가 핏기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회장이 타 기숙사 구역에 가서 결투를 벌이고 상대를 다치게 했으며 동시에 자신도 몹시 다쳤다. 이 사안은 큰 파문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일단 학생회 위계질서부터가 엉망임을 보여주는 건 충분했다. 슬리데린만큼 엄격하지는 않지만 아무리 후플푸프라고 해도 위계질서에 대한 인식 정도는 있었다.

    “하지만 그 상태로 병동에 가면 곤란해 질 거야. 그대로 있어.”

    다행히 에드가는 아직 자신이 맞은 주문이 어둠의 마법 속성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듯 했다. 리들은 품에서 어떤 용액을 꺼내 아브락사스에게 휙 던졌다. 아브락사스의 얼굴이 밝아지자 리들이 차갑게 말했다.

    “말포이, 네 꺼 아니야. 맥밀란한테 아낌없이 쓰도록 해.”

    리들이 던진 그것은 어둠의 마법으로 인한 상처에 특화된 마법약이었다. 완전히 낫게 하는 것은 무리였지만 일반적인 상처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어둠의 마법의 흔적을 없애는 데에 효과적이었다. 아브락사스는 에드가의 상처를 보려고 했지만 이내 그 몸의 주인에게 내침을 당했다.

    “놔! 내가 할 거니까.”

    에드가는 아브락사스에게서 약병을 빼앗아 들었다. 아브락사스는 자신이 홧김에 날린 마법의 흔적을 보고 당황한 듯 했다. 자신이 강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것을 깨달은 청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스치기만 했는데 이 정도였다. 명중했더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에드가 미안해.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에드가는 대꾸도 하지 않으며 상처에 약을 뿌렸다. 경황이 없어 어둠의 마법으로 인한 것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다행이었다. 약을 뿌리자마자 흉하게 패인 상처가 점점 낫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고통까지 덜어주지는 못하는 듯 에드가는 잔뜩 얼굴을 찌푸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에드가에게서 약병을 회수해간 리들은 이제 수습이 된 복도를 둘러보았다. 영리하게도 리브는 타 기숙사인 자신이 전적으로 수습을 하기보다 슬리데린 학생 하나를 시켜 반장을 하나 데려오도록 했다. 거기다 그녀는 여러 명의 반장 중에서 입이 무겁고 눈치가 빠른 학생을 지목했다. 리들은 똑소리 나는 리브의 일처리에 입꼬리를 올렸다. 반장 업무에 어려움을 겪더니 이제는 적응이 된 모양이었다. 역시 가르치는 보람이 있다니까.

    사실 리들이 리브에게 일을 시킴으로써 자리를 피하도록 한 것은 앞으로 자신이 할 짓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리들은 처분을 내리는 데에 있어서는 냉정하고 잔인할 정도로 가차 없었으므로 그런 모습은 리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싫어할 테지.

    “거기 너.”

    슬리데린 학생 하나를 지목한 리들은 에드가를 병동으로 데려가도록 지시했다. 타 기숙사생인 에드가 앞에서 보일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에 내린 판단이었다. 심정 같아서는 시작을 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에드가부터 족치고 싶었지만 그는 리들보다 한 학년 선배에 남학생회장이므로 리들이 쉬이 터치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에드가는 아브락사스를 맹렬하게 그야말로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네가 감히 내 여동생한테…….”

    죄인인 아브락사스는 더 이상 에드가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자신이 지은 죄를 알 뿐만 아니라 여기서 더 소란을 피웠다가는 리들이 가만 두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들의 표정을 보니 에드가가 잔뜩 심기를 긁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브락사스는 간절한 심정이 되어 에드가에게 속삭였다.

    “에드가 정말 미안해. 그러니까 제발…….”

    하지만 그 말은 에드가의 인내심을 끊어놓은 것 같았다.

    “네가 미안해야 할 것은 내가 아니야! 이 발정난 개자식 같으니라고!”

    “에드가 맥밀란.”

    다시 큰소리를 내는 모습에 리들이 싸늘하게 그의 풀네임을 불렀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성을 되찾지 못한 에드가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듯 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모욕에 가까운 언행을 듣자 아브락사스도 성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리들의 존재를 잊고 백금발의 청년이 빽 소리쳤다.

    “이게 아까부터 자꾸 욕질이야! 대체 내가 미안해해야 할 게 누군데!”

    “너 그거 말이라고 해? 넌 에밀리한테 무릎 꿇고 싹싹 빌어도 시원찮아!”

    다시 목소리를 높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오리온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리들의 얼굴은 무언가를 참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 모습을 보며 오리온은 큰 일이 나겠구나 싶어서 두렵다 못해 공포에 떨었다. 정말 오늘 제대로 날 잡았구나.

    “난 에밀리한테 그 정도로 큰 잘못 한 적 없어! 그리고 얼마나 사과를 했는데!”

    “뭐야? 이 뻔뻔하고 파렴치한 놈! 어르신들이 뭐라고 해도 내가 나서서 파혼 시켜놓을 거야!”

    에드가의 말에 아브락사스가 펄쩍 뛸 기세로 무어라 말 하려는 데 리들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안돼요, 리들 선배!”

    그런 리들을 제지한 것은 리브였다. 주목나무 지팡이가 들린 것을 보고 식겁한 그녀는 빠르게 이곳으로 다가와 리들의 손목을 잡고 움직임을 봉쇄했다. 그녀는 리들이 기숙사 기강을 잡을 거라는 것을 알고 일이 끝났음에도 자리를 피해있었다. 너무 길어지면 멘토링은 미루고 조용히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큰소리가 나더니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이었다. 리브는 리들의 지팡이가 들린 것을 보고 그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것을 금방 눈치 챘다. 리브는 리들이 권력을 휘둘러 처분을 내릴 때 가차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게 어떤 식인지는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둘 다 그만해! 에드가 너는 학생회장이 이래도 돼? 그것도 타 기숙사 복도에서! 그리고 아브락사스 선배도 이건 과실 행위인거 알죠?”

    리브는 리들의 얼굴이 풀리자 손을 놓아주고 그들을 나무랐다. 아브락사스는 자신이 성질을 못 이겼다는 것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지만 에드가는 꿋꿋했다. 오히려 그는 리브에게 큰소리를 냈다.

    “리브 네가 어떻게 날 탓할 수가 있어! 넌 내 편을 들어줄 줄 알았어!”

    에드가의 분노가 리브에게로 향하자 리들이 형형한 눈빛으로 소리쳤다.

    “에드가 맥밀란!”

    이제 리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지경에 이르자 리브는 진정하라는 듯 리들의 손을 다시 한 번 감싸 쥐었다. 자신의 무의식적인 행동에 리브는 깜짝 놀랐지만 그 효과는 상당했다. 금방이라도 일을 칠 것 같았던 리들의 눈빛이 잔잔해진 것이다. 하지만 에드가에게는 아무런 소용없음은 자명했다.

    “리들 너도 저 자식이 무슨 짓을 저지른 지 알면 아무 말도 못할 걸! 리브 너도 제대로 모르니까 이러는 거야!”

    “저 녀석이 뭔 짓을 하든…….”

    ‘저 녀석이 뭔 짓을 하든 내 알바 아니다.’라는 말을 뱉으려던 리들은 리브가 손을 꽉 잡자 입을 다물었다. 왜 그러냐는 듯 눈을 마주쳐오는 리들에게 리브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에드가의 성질을 돋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리브가 입을 열고 훈계하듯 말했다.

    “에드가, 학생회 임원끼리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일단 진정하고…….”

    “어떻게 진정할 수가 있겠어! 저 자식을 찢어 죽여도 시원찮아!”

    “아니 내가 왜!”

    아브락사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솔직히 에드가의 분노는 도가 지나칠 정도였다. 화가 난 톰 리들을 앞에 두고도 이런 감정적인 모습이라면 필시 그 이유가 있을 터. 이어서 리들과 리브의 얼굴에도 아브락사스와 같은 표정이 담겼다.

    “에드가, 아브락사스 선배가 정확히 무슨 짓을 한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참고 마음을 가라 앉히…….”

    조곤조곤 그를 달래려는 리브의 시도는 화를 억누르지 못한 에드가의 한 맺힌 외침으로 뚝 끊기고 말았다.

    “저 자식이 내 여동생을 겁탈했어! 근데 나보고 그걸 참으란 말이야?”

    ============================ 작품 후기 ============================

    “그 발정난 개자식이 날 [겁탈하려고] 했어!” -> “저 자식이 내 여동생을 [겁탈했어]!”

    네, 여러분은 말이 와전되는 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아브락사스가 대체 어디까지(?) 일을 저지른건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예쁜 그림 주신 제티는 달다님, Alice1110님 감사드립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아마 다음 주부터는 휴재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당.... 시험이 우르르 잡혀서요^_ㅜ....사실 제가 이 시간에 글을 올리는 것도 그런 이유랍니다...

    그럼 저는 주말에 올게요. 좋은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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