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101화 (1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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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 돌이킬 수 있는

리브는 부엌에서 리들에게 대접할 차와 자신의 것인 진한 핫초코를 한 잔 내왔다. 이제 쇼파에 자리 잡은 리들은 피가 흐르는 귀를 움켜쥐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 리브는 마음이 찌르르 아파왔다. 속성이 어둠의 마법인지라 좀처럼 지혈되지 않는 듯 했다. 치료마법을 쏟아 붓고 있는 리들을 괴롭게 응시하던 리브가 가까이 다가가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리브가 무어라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자 내내 흐르던 피가 멈췄다. 본래 그 마법을 시전한 자의 치료마법이 더 잘 듣는 법이었다.

“마셔요. 따뜻한 것을 마시면 현기증이 좀 가라앉을 거에요.”

“…….”

“당신, 피를 많이 흘렸잖아요.”

리들은 ‘누구 덕분에.’라고 대꾸하려다가 찻잔을 들어 입술로 가져갔다. 핫초코를 한 모금 마시며 리브는 리들의 모습을 흘깃 보았다. 그는 더없이 우아한 몸짓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한편 차를 한 모금 마신 리들은 그것이 살짝 식어 있다는 것에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목을 축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온도인지라 물이라고 생각하며 벌컥벌컥 마셨다. 리들이 찻잔을 내려놓았을 때 내용물은 절반가량이 비어있었다.

“차 맛이 좋네.”

그 말에 리브의 눈이 의미심장하게 반짝 빛났다. 하지만 머그컵을 잡고 있는 소녀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긴장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리들의 흑안과 마주친 순간 리브는 슬그머니 시선을피하며 입을 열었다.

“오해를 풀고 용서를 빌러 왔다고요?”

“그래.”

리브의 말에 리들의 얼굴에 미세한 긴장감이 물들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리들은 그녀를 애타게 찾아 헤맸다. 잠깐 소란이 있었지만 그래도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성큼 다가왔다. 지금 리브의 상태는 살짝 날카롭기는 했으나 아까에 비하면 굉장히 유순했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돌이킬 수 있으리라.

“대체 무슨 오해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당신이 비밀의 방을 열고 바실리스크로 습격을 감행했으며 종국에는 머틀을 죽이고 무고한 학생에게 누명을 씌워 퇴학시켰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인데 말이에요.”

“……절반은 맞지만 절반은 틀려.”

그 말에 리브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리들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예상이 빗나간 것에 대한 의아함이었다. 하지만 리들은 전자로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틀리다는 거죠? 해그리드를 퇴학시키고 특별 공로상을 받지 않았던가요?”

리브의 목소리에는 책망이 가득했다.

“대답해요.”

“……그래, 하지만 나는 호그와트가 폐교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어. 그 당시의 나는 가장 최선의 일을 한 거야.”

그 말에 리브는 자신도 모르게 머그컵을 쥔 손에 힘을 꽉 쥐었다. 리들을 응시하는 눈빛에 혐오가 살짝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그보다는 어째서 그런 짓을 했냐는 책망의 빛이 더 강했다. 리들은 거짓을 보태서라도 변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그녀를 속여서는 안될 것 같았다. 애초에 약속하지도 않았던가.

“넌 잘 모르겠지만 머틀이 죽고 네가 그리 되고……. 호그와트는 그야말로 뒤집어졌어. 습격 피해자 세 명에 이어서 사망자까지 나왔으니 말이야. 마법부에서는 심각하게 폐교를 논했을 정도야. 논의일 뿐이긴 하지만…… 어쨌든 상황은 몹시 좋지 못했어. 어찌됐든 책임을 져야만 하는 상황이었지. 넌 그 점을 알아줘야 해.”

“그래서 그 희생양으로 해그리드를 지목했다는 거에요? 지금 그게 이유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정말 정당해요?”

리브는 테이블에 머그컵을 세게 내려놓았다. 그 소리는 마치 리브의 기분을 대변해주는 것처럼 몹시 날카로웠다. 리들은 자신도 모르게 리브의 눈길을 살며시 피하며 입을 열었다.

“해그리드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학교 측들도 알아. 애크로맨투라가 식인 생물이기는 해도 그런 능력은 없으니까. 설마 교수들이 그렇게 멍청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 말에 리브의 얼굴에 당혹감이 가득 서렸다. 리브는 리들이 해그리드를 범인으로 몰아 퇴학시켰다는 표면적인 이유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 자세한 속사정까지는 알지 못했다.

“호그와트는 영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마법학교지. 그래서 호그와트를 쉽게 폐쇄할 리는 없지만 심각하게 논의했던 것은 사실이야. 잠정 휴교라든가 이런 것들 말이야. 하지만 그랬다가는 국제적으로 영국의 위상이 어떻게 되겠어? 어린 학생들의 안전하나 책임 못 지는 위험한 학교, 그 평판은 영국 마법부의 무능함까지 흘러가겠지. 호그와트와 마법부는 별개라는 점을 강조해도 그건 정해진 수순이야.”

“…설마.”

“비밀의 방이 열리고 슬리데린의 후계자가 그 안의 괴물로 습격을 하고 살인을 저질렀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건 사실이잖아요!”

그 슬리데린 후계자는 리브의 눈앞에 보란 듯이 앉아서 차를 홀짝 마시고 있었다.

“피해 학생의 가족들이 퍽이나 믿어주겠어. 비밀의 방은 전설에 불과해. 그리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리브는 순간 리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깨달았다.

“호그와트는 학생들을 해치고 죽인 괴물을 잡아서 처벌하는 성의를 보여야만 했어. 학교 안에 괴물이 돌아다닌다니…… 끔찍하기 그지없잖아. 어느 부모가 마음 놓고 자식을 맡기겠어? 똑똑한 너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그들은 비밀의 방이니 뭐니 하는 실체 없는 범인을 찾느니 용의자로 꼽힌 해그리드를 퇴학 시킬 것을 택했어.”

“하지만-”

“학생 하나가 죽었는데 사건이 너무 빨리 종결됐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그 말에 리브의 얼굴이 파삭파삭 굳었다. 리들을 신경 쓰느라 그런 전후 관계는 생각하지도 못한 리브였다.

“그들은 이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아했거든. 내게 특별 공로상을 준 것도 그 때문이야. 허점을 알고 있는 내 입을 막기 위함이지.”

리들의 설명에 리브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청년이 하고 있는 말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었다. 리브는 분한 심정이 되어 소리쳤다.

“그럼 당신이 책임을 졌어야지!”

“내가 왜?”

그 뻔뻔스러운 반문에 리브는 어이가 없어졌다. 하지만 눈앞의 인물은 톰 리들이었다. 그에게 도덕적 책임 같은 것을 논하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그간의 경험으로 뼈저리게 깨닫지 않았던가.

“왜 당신 때문에 무고한 학생이 퇴학을 당해야 해! 당신은 한 명의 인생을 망쳐놨어. 그걸 알기나 해?”

“나는 그를 비밀의 방 범인이 아닌 위험한 생물을 키우고 있다는 혐의로 고발했어. 뭐 그 과정에서 습격 사건에 대한 말을 흘리기는 했지만……. 하지만 나 때문에 걔가 퇴학당했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야.”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애크로맨투라를 소지한 해그리드를 고발하며 은연중에 습격 사건도 이 생물의 짓이 아니냐는 말을 흘렸으리라. 리브는 그의 교활함에 혀를 내둘러야만 했다. 리들은 오만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쐐기를 박았다.

“해그리드의 퇴학은 학교 측과 마법부의 합작품이나 다름없어. 난 거기에 불씨를 던져줬을 뿐이야. 그걸 없앨지 말지는 그들이 결정하는 거지. 탓하려면 나대신 어른들을 탓해. 난 호그와트가 폐교되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들은 사건의 수습을 원했어. 이렇게 여러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그런 결과가 도출된 것뿐이야.”

“애초에 당신이 일을 저지르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테죠.”

이제 리브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다. 리들과의 기싸움은 리브의 정신력을 한계로 내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해그리드의 퇴학에 숨겨진 속사정을 알게 되자 더욱 더 기운이 빠졌다. 발등이 불이 떨어진 그들에게 리들의 밀고는 탐스러운 유혹이었으리라. 리브는 리들의 교활함에 치가 떨리다 못해 소름이 끼쳤다. 열여섯의 톰 리들은 어른들까지 손아귀에 쥐고 뒤흔들고 있었다.

“나한테 애초에 왜 비밀의 방을 열었냐고 할 생각이라면 그건 봐줘.”

아까까지 제발 대화를 하자고 애원하던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었던 당당하던 모습이 어느새 한꺼풀 꺾여 있었다.

“난 그곳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부터 찾기를 염원해왔어. 내 조상이 나를 위해 남긴 공간인데 어떻게 찾아보지 않고 배길 수가 있겠어. 그건 너도 알잖아.”

리들의 얼굴은 말과는 다르게 어쩐지 생기가 없었다. 비밀의 방을 찾아서 후계자로 인정받았다는 흥분감과 우월감은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눈앞의 소녀를 잃게 된 원인이나 다름없었으므로.

“왜 그들을 죽이려고 했어요?”

“뭐?”

“알렉스와 크리스가, 머틀이 그렇게 당신에게 큰 잘못을 했던가요? 그리고 위즐리는 왜?”

“죽이려고 한 적 없어!”

리들은 그제서야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 깨달았다. 그간 쌓여있는 오해를 풀고자 했지만 리브는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리들은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리들은 비밀의 방일에 대해 리브가 오해를 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 뿐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너 설마 내가 그들을 전부 죽일 생각으로 바실리스크를 풀었다고 생각한 거야?”

그게 아니었던가? 리브의 얼굴에 그대로 생각이 드러났다. 리들은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 어리석은 여자야, 내가 그렇게 앞뒤분간 못하고 날 뛸 사람으로 보여? 그런 짓을 했다가는 아무리 나라도 곱게 넘어가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알아.”

“하지만…!”

리브는 이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그들은 왜 습격을 당한거지? 리들이 그 물음을 읽은 듯 속사포처럼 말을 뱉기 시작했다. 마치 줄곧 이 순간을 기다려 온 사람 같았다.

“나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습격이 일어나고 한 명이 죽었으며…… 누군가 퇴학당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겠어. 하지만 그것들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의도한 게 아니야! 바실리스크를 꺼낸 것도 맞지만 그들을 공격하라 명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그런 생각은 애초에…… 그래, 생각 정도는 해봤어. 특히 카르티에 그 자식은 자근자근 짓밟아 죽이고 싶었지. 애컬리는 눈에 거슬렸고, 머틀은 말할 것도 없고, 위즐리는 조금 유감이긴 해.”

리들은 말을 잠깐 멈췄다. 중간 중간에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버렸다. 잘 나가다가 쓸데없는 말을 잔뜩 했다고 생각하며 리들은 다시 입을 열었다.

“바실리스크 그 멍청한 늙은 짐승이 내 통제를 벗어나서 너랑 학생들을 해친 거야.”

그렇게 말하는 리들의 목소리에는 희미하게 분노가 묻어났다. 리들은 바실리스크를 너무 오래 살려뒀다고 생각하며 이를 부득 갈았다. 반면 리브는 모든 일이 불행한 사고로 인한 것이었다는 생각에 여전히 혼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피해 학생들은 리들이 평소 싫어하던 학생들이었고, 아놀드 위즐리는 크리스의 가장 친한 친구였기에 타깃으로 삼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거짓말이야. 지금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리브는 리들의 말이 한치의 거짓도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소녀의 눈길은 이제 깨끗하게 비어진 찻잔으로 향해 있었다. 그는 저걸 전부 마셨어. 차 맛이 좋다고까지 했는걸. 리브의 얼굴 표정이 좋지 못하자 리들은 살짝 긴장하며 묻지도 않은 말을 줄줄 꺼내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바실리스크를 꺼낸 것을 후회하고 있던 참이야. 하지만 바실리스크가 오랫동안 그 안에 갇혀 있었고 답답하다고 해서 잠깐 풀어둔 것뿐이야.”

리들은 피도 눈물도 없을 정도로 냉혹하기도 했지만 의외로 자신의 것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에 속했다.

“올리비아 너라면 부엉이를 계속 새장에만 가둬 둘 거야? 나도 그런 생각이었어. 물론 바실리스크가 돌아다닐 때 난 항상 함께 있었어.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르니까.”

“…….”

“하지만 정말로 일어날 줄은 몰랐지. 애컬리가 그 곳에서 징계를 받고 있는 줄 알았더라면 난 절대로 바실리스크를 나다니게 하지 않았을 거야. 그 시간에는 학생도, 교수도 아무도 다니지 않는 때였어. 사람이라고는 오직 순찰을 도는 나뿐이었지.”

리들은 위즐리와 크리스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위즐리가 지하에 있는 주방을 드나들 줄은 몰랐어. 원래 그런 곳은 필요의 방처럼 일반 학생들이 잘 모르잖아. 그 때는 정말 나도 큰일 나는 줄 알았어. 은그릇이 그를 살렸지……. 리들은 잠깐 망설이는 듯싶더니 입을 열었다. 정말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교묘하게 말을 돌리려고 했지만 리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마음속에서 정직해야 한다고 줄곧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몹시 강력해서 리들에게 불가항력이었다.

“카르티에가 당한 것은 바실리스크가 내 통제를 벗어났기 때문이야. 위즐리가 그렇게 되고 난 어서 돌아가고자 했어. 그런데 그 쓸모없는 뱀이 위즐리를 죽이려고 하는 거야. 간신히 돌아가다가 마법이 풀려서 다시 위즐리한테 가는데…… 그 때 하필 카르티에가 있었어.”

리들은 조금만 늦었어도 크리스가 짓밟혔을 거라며 자신은 그의 생명을 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투덜거렸다. 하지만 리브의 딱딱한 얼굴을 보고 이내 관두었다. 오늘 따라 자꾸 멍청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며 리들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싶어졌다. 정말이지 올리비아 너 앞에만 서면…….

“머틀은요? 그것도 사고였나요. 당신은 그녀를 죽이고 싶을 만큼 싫어했어요. 일부러 죽인 게 아니에요? 당신의 의도는 조금도 없었어요?”

리브는 마음을 졸이며 리들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가 조금이라도 의도가 있었다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리브는 희망을 찾고 있는 자신이 우스웠다. 이런다고 변하는 건 없어. 그는 머틀을 죽이고 그 기회를 놓칠 리가 없어. 호크룩스를 만들었잖아. 그만 둬.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그는 이제 자신의 입으로 호크룩스를 만들었노라 고백하게 될 거야. 그럼 넌 그걸 기회삼아 그를 잘라내면 돼.

“없애고 싶은 만큼 싫었던 것은 맞지만 정말로 죽일 생각은 없었어. 내가 뭣하러 그런 귀찮은 짓을 해? 그리고 네가 난리 칠 게 뻔한데.”

리들은 또 쓸데없는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자꾸 본심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놈의 입은 주인의 의지를 배반하고 계속해서 술술 말을 내뱉고 있었다,

“머틀의 죽음에 내 의도는 조금도 없어. 그 화장실은 습격 때문에 금지 구역이었고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곳이 되었지. 거기 머틀이 질질 짜고 있을 줄 나라고 어찌 알겠어? 내내 그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았단 말이야.”

“세 명이나 습격을 당했는데도 또 바실리스크를 꺼냈단 말이에요?”

“……비밀의 방을 채 닫기 전에 바실리스크가 멋대로 나온 거야.”

리들은 기가 잔뜩 꺾여서 이제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머틀의 죽음은 리들에게도 좋은 화제가 되지 못했다. 리들은 머틀을 죽게 함과 동시에 리브 역시 죽일 뻔했다. 청년은 시체 같았던 리브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리들은 자다가도 벌떡벌떡 깰 정도였다. 자신의 손으로 망치다 못해 이제는 죽일 뻔했다.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리들은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확실히 내가 안일했어. 내가 잘못한 거야. 네가 그렇게 되고 난 정말 후회했어. 바실리스크를 꺼내는 게 아니었는데.”

리들의 목소리에서 후회의 감정이 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차라리 비밀의 방을 열지 않는 것이 나았을지도. 이젠 그마저 후회가 돼.”

“……왜요? 그토록 간절히 원했으면서.”

“네가 죽을 뻔했잖아.”

그 말에 리브가 눈꺼풀을 깜박였다.

“다른 사람은 어찌되든 상관없어. 네가…… 네가……. 너만 무사하다면……. 내가 널 죽일 뻔했어.”

“…….”

“그 때, 네가 죽는 줄 알고 정말 무서웠어.”

리들에게서 죄책감과 괴로움이 물씬 느껴져 리브는 살짝 당혹스러웠다. 그에게 이런 면이 있었던가. 죄책감 따위는 하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여전히 당당하고 오만하며 뻔뻔스러운 모습으로 자신을 실망시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정말로 자신에게 미안해하고 그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또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러지 마. 당신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잖아. 이런 식으로 나를 흔들지 말란 말이야!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또 나를 속이고……. 그렇게 생각하던 리브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지금 자신을 속이고 있지 않았다.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호크룩스는 바꿀 수 없어.

“그랬다면 난 정말 견딜 수 없었을 거야.”

리들은 리브를 정면으로 똑바로 쳐다보지 조차 못했다. 동시에 쓸데없는 말을 뱉는 자신의 입을 당장이라도 틀어막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말들은 한치의 거짓도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물어볼 게 있어요. 사실대로 대답해요. 거짓을 말한다면 용서하지 않을거에요.”

리들이 거짓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리브는 그 말을 굳이 입 밖으로 냈다.

“날 봐요.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해요.”

그 말에 리들은 고개를 들어 리브와 눈을 마주쳤다. 청년의 흑요석 같은 흑안과 마주한 리브는 이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다. 묻고 싶지 않았다. 잔혹한 진실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물음에 대한 대답은 잘 알고 있었으므로. 하지만 그 대답으로 리브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리들을 끊어낼 생각이었다. 그럴 작정으로 리들이 알면 경을 칠 일을 이미 저지르지 않았던가.

그리고 모든 일이 불행한 사고였다고 해도 호크룩스를 만들었다면…… 리브는 그걸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그 말은 즉, 리브보다 리들 자신의 야망이 우선이라는 것이었으므로. 리브는 그에게 비뚤어진 야망보다 못한 존재라는 것이 싫었고, 그의 악한 야망에 이용 되는 것은 더욱 더 두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호크룩스는 볼드모트가 될 수순을 밟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였다.

“머틀이 죽고 그걸 이용해서 호크룩스를 만들었죠?”

============================ 작품 후기 ============================

항상 선추코 감사드립니다!

늦게 와서 죄송스럽네요..ㅜㅜ 연참 할 테니까 봐주세요 뿌잉

퇴고만 하고 올게여...

마지막으로 중복하지않는단어님 예쁜 리브 그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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