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96화 (9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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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 돌이킬 수 있는

리들은 리브를 이대로 놓칠 수 없었다. 그녀는 돌이킬 수 없다고 했지만 리들은 돌이켜야만 했다. 그러려면 어떻게든 그녀를 만나야만 했다. 반드시 찾아내고 말 것이다. 자퇴라고? 이대로 나를 떠나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리들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단 만나자. 그러면 어떻게든 돌이킬 수 있을 것이다. 리들은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리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리브의 자퇴서 수리를 막는 것이었다.

“올리비아의 자퇴서 수리를 보류해주십시오.”

리들은 가장 먼저 자신의 기숙사 사감인 슬러그혼 교수를, 그 다음으로는 리브의 기숙사 사감인 메리쏘우트 교수를, 마지막으로 호그와트의 총체적인 행정담당인 교감 덤블도어 교수를 찾아갔다.

“부탁드립니다.”

리들은 그렇게 꺼려하던 덤블도어 교수를 찾아가 고개까지 숙이며 정중하게 부탁했다. 덤블도어 교수와 마주칠 때마다 속을 숨기고 절대 자신을 낮추지 않던 리들을 생각하면 이는 가히 놀라운 변화였다.

“하지만 톰. 벌써 개학한지 시간이 꽤 흘렀고 리브는 오지 않았단다. 앞으로도……”

“교수님, 아직 3일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리브가 자퇴서를 제출한 건 꽤 오래 전이었지. 만약 그녀가 돌아왔다면 되돌릴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무리일 것 같구나.”

덤블도어 교수의 하늘색 눈이 리들을 꿰뚫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리들은 평소와는 달리 교수와 시선을 마주치지도 않고 침울하게 눈꺼풀을 내리 깔고 있었다. 어쩐지 그 모습에서 지독한 슬픔이 묻어나오는 것 같기도 했다. 리들은 고개를 비스듬히 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교칙에 의하면 학교 측에서는 자퇴를 어느 기간까지는 보류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선례에 의하면 두 달까지는 가능한 것으로 압니다. 물론…… 그건 교감이신 덤블도어 교수님의 권한이겠지만요.”

그렇게 말하며 리들은 슬쩍 교수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리들은 덤블도어 교수의 얼굴에서 아무 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역시 미래의 멀린이 될 거라 추앙받는 눈앞의 교수는 정말 까다로운 대상이었다.

“호그와트 측에서는 올리비아를 어떻게든 돌아오게 하고 싶어 하지 않나요? 그래서 교수님들이 그녀의 자퇴를 그리 만류하셨겠죠.”

리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무리 호그와트라고 해도 부득부득 자퇴하겠다고 하는 학생에게 이토록 매달리는 것은 드물었다. 이건 리브가 어떤 학생이었는지 보여주는 일면이기도 했다.

“교수님은 안 그러세요? 교수님께서도 그녀와 편지를 주고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대로 그녀를 놓아버릴 생각은 아니시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내린 결정일 겁니다. 나중에 후회할 거에요. 그녀를 위해서라도 말려야 해요.”

리들의 말을 들으며 덤블도어 교수는 쓰게 웃었다. 편지로 리브와 나눈 대화는 여러 가지 주제를 넘나들었다. 덤블도어 교수는 참으로 수완이 좋아서 리브가 꺼려하는 것까지도 꺼내 들어서 거침없이 대화의 주제로 끌어올렸다.

[사랑이란 참으로 숭고하고 아름다운 감정이지. 그것이야 말로 정말 강력한 힘이란다. 무엇이든 가능하게 하고…… 아니라고 생각했던 문제에 관해서도 관대하게 만들더구나.]

그 주제를 논하며 덤블도어는 젊은 날의 첫사랑을 떠올려야만 했다. 그는 여동생을 잃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고 그와 동시에 첫사랑은 산산조각 났다. 그날 이후로 알버스 덤블도어는 여동생의 죽음에 대한 씻을 수 없는 죄책감과 다시는 그런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애써왔다. 권력에서 멀어지고자 애썼고 앞장서서 머글 옹호론자가 되었다. 그리고 갤러트 그린델왈드와의 관계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었다. 마음을 전하지도 못한 채 그렇게 관계는 깨어졌다. 사실 그 감정도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었다. 자신은 그를 사랑했노라고. 훗날 깨닫고 얼마나 괴로워했던가.

[글쎄요, 저는 교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은 못하겠어요. 하지만 아니라고 생각했던 문제에 관해서도 관대하게 만드는 것은 맞는 것 같네요. 사랑은 참으로 무서워서 제 결심을 깨버리기까지 했으니까요. 저는 제가 했던 행동을 뼈저리게 후회해요. 저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요. 하지만 저는 다시 시간을 돌려 그 상황에 가더라도 아마 그 짓을 또다시 저지르고 있을 거에요. 그게 사랑이라면…… 저는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나약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무서워요.]

[그래서 사랑은 아름답고 찬란한 거지. 그래도 그 기억만큼은 마음속에 강력하게 남아 있는거란다. 그리고 그것을 지표 삼아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거야.]

[……있잖아요, 교수님. 어머니는 사랑 때문에 저를 버렸어요. 사랑을 잃은 슬픔이 저에 대한 모성애보다 더 컸던 거에요. 그걸 생각하면 저는 견딜 수가 없어요. 그리고 아버지는 그토록 사랑한다는 아내를 열등감 때문에 버렸어요. 사랑이 그 정도 밖에 안됐던 거라 할 수 있겠지만 이보다 더한 비극이 어디 있을까요. 그런 사랑이라면 저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이대로라면 저는 더 끔찍한 비극을 맞게 될 게 뻔하거든요. 차라리 저라면 시작조차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 그리 쉬운 게 아니잖니.]

그 후로 리브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8월의 마지막 날. 리브는 답장과 함께 반장뱃지와 안내서, 그리고 자퇴서를 동봉해서 그대로 돌려보냈다.

[그렇다면 저는 그 사랑이 깊어지기 전에 끊어내겠어요. 그래서…… 호그와트를 떠나는 거에요. 저를 더 이상 붙잡지 말아주세요.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중에 돌아갈 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덤블도어 교수는 리브가 상세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음에도 끊어버리고자 하는 대상이 눈앞의 리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슬리데린 청년은 계속해서 덤블도어 교수를 설득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참으로 간절해 보였다. 당사자가 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교수님은 올리비아를 아끼시지 않나요? 그녀만큼 착하고 재능 있는 학생은 없다고 하셨잖아요.”

“톰, 네가 있잖니.”

이토록 안달이 나있는 리들을 보니 덤블도어는 왠지 모르게 속에서 악질적인 장난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교수님은 저 같이 꼬인 인간 보다는 착한 그녀를 훨씬 아끼시잖습니까. 그녀만큼 선하고 훌륭한 학생이 어디 있다고 이리 쉽게 포기하세요? 정말 올리비아를 이대로 놓을 생각이십니까? 거기다가 호그와트 측에서는 리브 같은 인재를 쉽게 놓칠 수 없을 텐데요.”

“인재는 많지. 호그와트를 가득 채우고 있는 모든 학생들이 소중한 인재란다.”

어쩐지 덤블도어 교수의 하늘색 눈에서 장난기가 묻어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리들은 조급함에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어떻게든 덤블도어 교수가 리브의 자퇴서를 보류하도록 해야만 했다.

“그리고 내가 자퇴를 보류한다고 한들, 당사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란다.”

“교수님, 어떻게든 제가 올리비아를 찾아오겠습니다.”

“어떻게? 학교 측에서 그리 설득해도 조금도 결심이 흔들리지 않던 그 아이를 네가 무슨 수로?”

덤블도어의 반문에 리들은 입술을 달싹거릴 뿐 쉽사리 말하지 못했다. 리들은 항상 여유로운 태도로 모든 일을 해왔지 이토록 누군가에게 매달리거나 안달낸 적이 없었다. 지금 이 상황 자체가 톰 리들 답지 않은 행동들이었다. 상대보다 우위를 선점하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야 한다는 리들의 평소 생각들은 행동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그만큼 청년은 급했던 것이다.

또한 리들은 눈앞의 교수가 어떤 감언이설로도 쉽사리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내어주지 않을 것을 알았다. 지금이야 말로 그녀가 누누이 말한 진심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걸 깨닫자 리들은 드높은 프라이드가 꺾이는 것을 경험해야만 했다. 하지만 리들이 어떻게든 리브를 만나서 모든 것을 돌이키겠다는 생각을 한 순간부터 자존심 따위는 더 이상 세울 것이 못됐다. 또한 그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슬리데린이기도 했다. 힘든 과정이기는 했으나 리들은 리브라는 목적을 위해 단 한순간도 놓지 않던 자존심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것은 리브에 한해서였지만 이제는 상대를 가릴 상황조차 되지 못했다.

얼마나 침묵이 흘렀을까, 리들의 입술에서  진심이 가득 섞인 미성이 흘러나왔다.

“전부…… 제 잘못입니다.”

그 말에 덤블도어의 눈이 살짝 커졌다. 리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 후에 말을 이어나갔다.

“그녀가 호그와트를 자퇴하고 떠난건 전부 저 때문이에요. 제가 이렇게 만든 겁니다.”

그 목소리에는 후회라는 감정이 짙게 묻어났다.

“그럼…… 돌이키고자 노력 해보았니?”

“네.”

하지만 대답과는 달리 리들의 표정은 왠지 자신이 없어 보았다. 쓸데없이 자존심을 세우다가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더 빨리 리브를 찾아갔어야 했다. 아니 방학이 시작하기 전에 오해를 풀고 용서를 빌었어야 했다. 리들은 그것이 몹시도 후회스러웠다. 그때 리브에게 너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던 자신의 입을 한 대 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럼 돌이킬 수 없겠구나.”

덤블도어가 툭 내뱉은 말에 리들의 흑안에 순간 불꽃이 튀었다. 리들은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아니요. 돌이킬 겁니다. 제가 돌이키겠습니다.”

“…….”

“어떻게든 그녀를 데려오겠습니다. 시간을 주십시오.”

덤블도어는 지금의 리들의 모습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리브와 리들을 파트너로 묶은 것은 꽤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둘은 닮았지만 상극인지라 덤블도어는 내심 걱정을 했었다. 그리고 그 걱정은 적중해서 리브는 깊이 상처 입고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리들은 이렇게 기특하게도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후회하고 돌이키려 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들은 자신과는 다른 결말을 맞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덤블도어였다. 아직 이들은 늦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이 엮어준 인연이었기에 덤블도어는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 그럼 내 선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마.”

그 말에 리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덤블도어 교수는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꼭 리브를 찾아오길 바란다.”

*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위치하는 라이트 가문의 별장은 저택에 비하면 소박할지 몰라도 사실 일반 가정집에 비하자면 더없이 훌륭했다. 고대 신전을 떠올리게 하는 순백의 새하얀 외관은 심플함보다는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을 선사했고 반짝이는 모래알과 푸른 빛깔의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했다. 또한 이곳은 알링턴 저택(라이트 가문의 저택)만큼의 강한 방어마법이 겹겹이 걸려 있었고 강력한 추적 불가 마법이 걸려 있어서 리브는 무척 흡족해했다. 거기다가 초상화도 한 점 없으니 다른 가문에 소문이 날 일은 절대로 없었다. 아무도 찾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톰 리들이라고 할지라도.

하지만 리브는 학기가 시작하고 1주일도 안돼서 편지 세례에 시달려야 했다. 에밀리나 크리스는 물론이고 아브락사스와 오리온, 그 외에 친하게 지내던 동급생들과 선후배들, 심지어는 졸업생인 미네르바 맥고나걸과 필리우스 플리트윅까지 편지를 보내왔던 것이다. 다들 ‘편지가 제대로 갈지 모르겠지만’이라는 류의 문구로 시작하고 있었는데 리브는 부엉이들이 얼마나 훌륭한 통신수단인지 새삼 느껴야만 했다. 전부 너무나도 제대로 도착하고 있었다!

[호그와트를 자퇴했다니, 맙소사! 어서 돌아오도록 해. 그건 너무 무모한 결정이야……]

[리브 선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학교를 자퇴하다뇨.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편지들은 하나 같이 리브에게 어서 학교로 돌아오라며 자퇴를 만류하고 있었다. 리브는 그 편지들을 읽으며 쓰디 쓴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돌이킬 수 없었다. 이미 학기가 시작됐는데 나타나지 않은, 그것도 이미 자퇴서를 제출하고 자퇴 의지가 강력한 학생을 어찌 받아준단 말인가. 하지만 리브는 미네르바 맥고나걸의 편지를 읽으며 그 생각을 바꿔야만 했다.

[리브, 자퇴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은 들었어.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은 아직 너의 자퇴서를 수리하지 않으셨다고 해. 그러니까 더 늦기 전에 어서 학교로 돌아가.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자퇴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해. 많은 이들이 널 걱정하고 있어. 그리고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야.]

자퇴서가 수리되지 않았다니……. 이건 분명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보류해두신 게 분명했다. 리브는 자신의 뜻은 변하지 않는 다는 편지를 보내려다가 관두었다. 시간이 지나면 학교 측에서도 자신의 자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홀가분했던 첫날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리브는 편지를 읽으며 내내 눈물을 떨궈야만 했다. 정성어린 편지들은 리브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리고 크리스와 에밀리, 오리온 같은 친인들은 리브가 답장을 보내지 않음에도 꾸준히 편지를 보내왔다.

[리브, 무사히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그보다 정말로 자퇴를 한 것은 아니겠지? 제발, 리브. ………………겨우 톰 리들 때문에 네 인생이 뒤틀린다니! 억울하지도 않아?]

억울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억울했다. 왜 나는 그와 같은 고아원에서 자랐으며, 그의 흥미를 자극했는가. 왜 멘토링을 함께 하며 정을 쌓게 되었는가. 왜 하필 나인지, 왜 하필 그인지, 그리고 왜 나는 그를 마음에 담은건지! 억울하고 또 억울했다. 하지만 이건 자신이 감당하고 치러야 할 대가였다. 나는 그를 바꿀 수 없었다. 그러므로 그의 옆에 있을 수 없었다.

[리브 나야, 오리온. 네 자퇴서 수리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최대한 보류하시기로 하셨어. 네가 알고 있을지 모르겠는데 리들 선배는 너의 자퇴서 수리를 막기 위해서 덤블도어 교수님을 직접 찾아가서 간곡히 부탁드리기까지 했지. 호그와트 측은 시간이 지나면 너를 포기해야겠지만 적어도 리들 선배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리들 선배를 생각해서라도……. 아아, 이건 안되겠구나. 여전히 너와 그분은 냉전이니까 말이야. 혹시 네가 떠난 이유가 리들 선배 때문은 아니지?]

오리온의 편지는 다른 의미로 리브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리들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었는데 언젠가 리브를 찾아내고 말거라며 겁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리브는 앞으로 오리온의 편지를 읽지 않고 확 태워 버릴까 했으나 계속해서 뜯어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야만 했다. 리브는 미련 투성이인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

[대체 언제까지 답장 한 통 안 보낼 생각이야? 적어도 에밀리한테는 한 통 보내주지 그래? …… 리들 선배는 여전히 너를 찾고 있어. 언젠가 찾아내고 말거야. 순순히 돌아오는 게 어때? 요즘 슬리데린 기숙사 분위기가 말도 아니야. 슬리데린의 대표나 다름없는 리들 선배 기분이 최저를 넘어서 아예 땅을 뚫고 있는데 성할 리가 없지. 요즘 예민하시고 툭하면 화를 내시기 일쑤여서 모두 노심초사 하고 있어.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옆에 없으니까 리들 선배 심기가 그런 거라고. 설마 무슨 말이냐고 묻지는 않겠지? 나는 네가 둔하긴 해도 정말로 둔할 거라 생각하지 않아. 넌 모른 척 하는 것뿐이야. 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어.]

[리들 선배는 널 반드시 찾아내고 말 거야. 그러니까 제 발로 돌아오는 게 좋아. 잡혀오는 것보다는 모양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넌 어때?]

이것 봐라. 이제 협박을 한다 이거지? 리브는 오리온의 편지를 읽으며 이를 부득 갈았다. 언제부턴가 그는 리브에게 점점 실마리가 잡히고 있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겁을 주고 있었다.

[난 네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 진심으로 말하건대 순순히 돌아오는 게 좋을 거야.]

이게 어디서 허세를 부려. 리브는 대놓고 코웃음을 치며 오리온의 편지를 탁자 위로 던졌다. 하지만 리브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오리온의 말이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만 했다.

*

요즘 리들의 기분은 극과 극을 달렸다. 호불호(好不好)의 극이 아닌 불불불(不不不)의 극을 달렸다. 몹시 예민해져서 툭하면 짜증을 내고 조그마한 일에도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런가하면 어떤 날은 평소와 다름없이 친절하게 굴었다. 하지만 그럴 때의 리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거나 멍하니 먼산을 본다거나 몹시 우울해했다. 여학생들은 눈꺼풀을 내리깔고 슬픔에 젖어있는 리들을 보고 우수(憂愁)에 찬 모습도 멋있지 않냐고 속닥거렸으나 당사자는 단순한 근심과 걱정을 겪고 있는 게 아니었다.

또한 리들은 미쳐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극심한 감정적 혼란을 겪고 있었다. 리브에 대해 생각하면 자신의 잘못이라며 후회하고 자책하며 속으로 이미 떠난 상대에게 용서를 빌다가도 한편으로는 열이 받아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분풀이를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분풀이를 할 상대는 이곳에 없었다. 정말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계집애였다. 그녀 앞에만 서면 이상해지는 자신도, 도무지 찾아낼 수 없는 그녀도, 전부 다 싫었다. 리들은 리브를 떠나게 만든 자신에게 분노하다가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에 지독한 무력감을 느꼈다. 네가 뭔데 나한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거야. 너 따위…….

그러다가도 리들은 리브가 없는 현실과 마주해야 했고 그때마다 몰려드는 감정에 마음이 너덜너덜 해졌다. 그리고 청년은 허탈감과 상실감에 몸부림 쳤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는 것 같아서 리들은 분을 참지 못해 발작적으로 뭔가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 이런 머글식 폭력에 가까운 행동은 이성적이지 못하다며 리들이 경멸하던 것이었으나 요즘 부쩍 그 횟수가 잦아지고 있었다.

또한 리들은 개학하고도 무척이나 무기력했다. 만사가 귀찮고 재미가 없었다. 이전에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며 낙천적으로 살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몹시 답답했고 도저히 평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전에도 정적인 성격이기는 했으나 여유 있는 것과 무기력한 것은 다른 법이었다.

속되게 말해서 오락가락한 리들 때문에 도리어 힘든 것은 주변 친인들이었다. 그 다음은 지인들과 슬리데린 학생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몹시 심기가 불편한 리들 때문에 특히 슬리데린 학생들은 죽을 맛이었다. 에밀리는 친인 중의 친인이라 할 수 있는 아브락사스와 오리온이 신경쇠약으로 죽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전에는 오리온이 거의 죽어가더니 이제는 아브락사스까지 그러고 있었다. 에밀리는 점점 체념의 방향으로 가서 친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마음을 돌리고 있었으나 그들을 보니 생각을 바꾸고 싶어졌다. 리브 그냥 돌아오면 안될까.

“진척이 없단 말이야?”

리들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아브락사스와 오리온은 리들의 짜증에 익숙해질 법만 했으나 함께 딸려 오는 위압감은 절대로 익숙해질 만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마주할 때마다 고역이었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리브가 어디 있는지 찾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리들에게 갖다 바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럼 뭐하나. 찾을 수가 없는데.

“영국에 없는 거야? 아니면 외국으로 간 거야? 어떻게 생각해.”

“그,글쎄…….”

“내가 그딴 쓸모없는 대답을 바라고 물어본 게 아니잖아.”

리들은 신경질 적으로 양피지 더미를 밀어버렸다.

“마법사 세계가 아니라 머글 세계에 있는 게 아닐까?”

아브락사스의 조심스러운 말에 리들의 싸늘한 흑안이 그에게 정통으로 내리 꽂혔다.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지금까지 겨우 그거 알아낸 건 아니겠지?”

“아니 그게…….”

“그래서 머글 세계 어디쯤에 있는 것 같은데?”

리들은 당장에라도 그 어디쯤을 샅샅이 수색할 기세였다. 하지만 아브락사스는 그 어디쯤도 알아내지 못한 상태였다. 오리온은 최근에 입수한 정보가 있었지만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 이유는 확실하지 않은 정보라는 점도 한 몫 했다.

“머글 세계는 우리의 영향력이 좀처럼 미치지 않아서……. 그게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야, 리들.”

더듬더듬 아브락사스는 변명의 말을 내뱉어 보지만 오히려 리들의 분노만 직격탄으로 맞아야만 했다.

“사람 찾는 건 일도 아니라고 한건 어디의 누구지?”

리들의 붉은 입술에서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는 어찌나 심기가 불편했는지 독설을 내뱉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말포이 가문이랑 블랙 가문의 인맥이라면 미성년 마녀 하나쯤은 금방 찾아낸다고 하지 않았나? 이거 밖에 안 돼? ”

눈치 빠르게 가만히 입 다묾으로써 중간은 가고 있던 오리온까지 저격한 리들은 말을 이어나갔다.

“너희가 그토록 자랑한 순수혈통의 능력은 이 정도야?”

“리들, 머글 세계는 우리 마법사들의 영향력이 닿기가 힘들어. 이건 우리도…….”

더 듣기 싫다는 듯 리들은 인상을 팍 찡그리며 소리쳤다.

“그럼 머글 세계에 있는 이상 절대로 못 찾는다 이거야?”

내내 잔잔하게 분노를 일삼던 리들이 목소리를 확 키우자 둘은 눈에 띄게 움찔했다. 아브락사스와 오리온은 불쌍해 보일 정도로 주눅이 들어있었지만 리들에게 그 같은 상태를 알아차리고 배려할 아량 따위는 한 조각도 없었다.

“무슨 짓이든 해서 그녀가 어디 있는 지 알아내!”

“하지만 리들-”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리들이 소리 지르듯 말했다.

“너희 힘이 안 되면 잡종의 힘이라도 빌리란 말이야!”

리들은 씩씩 거리다가 방을 나가버렸다. 아브락사스와 오리온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머글 세계는 어찌 수소문한담. 리들 기분 달래주랴, 리브 찾으랴. 그들에게 고민이 또 하나 추가된 셈이었다.

============================ 작품 후기 ============================

성장 아이템 선물해주신 애슐리알바녀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추코도 항상 감사드려요!

다음편은 개인지 관련 공지입니다.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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