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87화 (8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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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 돌이킬 수 없는

* 오늘은 후기를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후기 뿐만이 아니라 내용도 뭉텅 잘렸습니다ㅜㅜ 하지만 전부 복구 완료되었으니 다시 읽어주시길 바랄게요.

리브가 눈을 떴을 때에는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

“다른 사람은 다 깨어났는데 너 혼자 깨어나지 않아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에밀리는 훌쩍이며 리브의 손을 잡았다.

“크리스랑 알렉스랑 위즐리랑 전부 깨어났는데 너 혼자 의식이 없어서……. 맥박도 호흡도 다 정상인데 너만 안 일어나서…….”

“…머틀은?”

리브의 물음에 그녀의 손을 잡고 있던 에밀리의 손에 힘이 풀렸다. 주변 학생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게……. 그러니까…….”

에밀리는 말을 더듬으며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 심상치 않은 태도를 보며 리브는 직감했다. 그때 그녀는 거울도,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몸은 조금도 굳지 않은 채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것은 마치…… 시체 같았다.

“……죽었구나.”

아무도 그 말에 부정을 하지 않았다. 그저 리브의 시선을 피하며 어두운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리브는 울음을 터뜨리거나 머틀이 죽었을 리가 없다고 악을 쓰지도 않았다. 조금의 울음소리도 내지 않은 채 리브는 그렇게 말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그 얼굴에는 표정 한 점 없었다.

“정말…… 죽었구나……. 그녀가…… 죽고 말았어…….”

이제 정말 돌이킬 수 없었다. 정말로 모든 것이 끝이 났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아왔던, 지금까지 간신히 유지했던 리브의 마음도 무너져 산산조각 나버렸다.

*

리브가 병동에서 퇴원했을 때는 모든 상황이 깔끔하게 종료되어 있었다. 습격당한 학생들은 깨어나고 나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자신이 뭘 보았는지 조차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 명도 아닌 네 명의 학생이 당하고 거기다가 사망자까지 발생했으니 이는 그냥 쉬이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못됐다. 범인이 반드시 잡혀야 했다. 범인이 잡히지 못 한다면 호그와트는 위험천만한 곳으로 낙인 찍혀 더 이상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을 지도 몰랐다. 그래서 호그와트 측에서는 학생들을 해치고 죽인 괴물을 잡아서 처벌하는 성의를 보여야만 했다. 실제로 리브가 의식이 없는 동안 호그와트는 폐쇄 직전까지 갔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호그와트를 폐쇄 위기에서 구한 것은 톰 리들이었다.

리들은 아라고그를 몰래 키우던 해그리드를 학교 측에 고발했다. 그리고 모든 습격은 바로 그 괴물의 짓일 지도 모른다고 말을 흘렸다. 자칫하면 문을 닫게 된 학교 측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평소에 위험한 생물을 몰래 기르던 루베우스 해그리드는 용의자의 소질이 다분해 보였다. 똑똑한 모범 학생인 톰 리들의 증언에, 몰래 그 괴물을 도주시킨 해그리드의 혐의는 그를 범인으로 몰기에 충분했다. 거기다가 리들은 그 괴물을 포획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으며 해그리드는 괴물이 도주할 수 있도록 리들을 공격하기 까지 했다. 이 모든 상황이 해그리드를 불리하게 몰고 가다 못해 범인이라 지목하고 있었다. 루베우스 해그리드가 퇴학 처분을 받게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사실 교수들은 습격이 애크로맨투라가 저지른 짓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애크로맨투라에게 사람을 식물인간 상태로 만들고 그렇게 깔끔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능력은 없었으니까. 정말로 비밀의 방이 열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슬리데린의 후계자라는 실체 없는 범인을 찾느니 용의자로 꼽힌 해그리드를 희생시키는 것을 택했다. 그들은 한 학생이 몰래 키운 위험한 괴물로 일어난 불행한 사고라며 머틀의 가족과 피해자 학생들의 가족을 위로하며 그렇게 부랴부랴 사건을 덮었다.

“리들, 너 덕분에 학교가 폐쇄되는 것을 막을 수가 있었구나. 너는 특별 공로상을 받게 될 거란다.”

“하지만 저는 별로 한 게 없습니다. 그저 제 추측을 말씀드린 것뿐인걸요.”

“리들, 너는 특별 공로상을 받게 될 거란다. 너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알거라 생각한다.”

“네, 알겠습니다. 교수님.”

그렇게 리들은 범인을 잡은 공으로 특별 공로상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리들은 디펫 교수가 자신에게 이 사건의 허점에 대해 입을 다물라는 무언의 명령을 했다는 것을 바로 눈치 챘다.

“루베우스가 퇴학이라뇨. 그게 무슨 소리에요!”

크리스는 깨어나자마자 해그리드가 퇴학 처분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반발했다. 그리고 교수들은 해그리드가 XXXXXX등급(식인동물)인 애크로맨투라를 키우다가 걸렸노라고 말했다. 거기다가 문제를 일으킨 괴물을 멋대로 풀어두고 이 사달이 났으니 이는 당연히 퇴학감이라는 것이었다. 크리스는 해그리드가 결국 아라고그를 풀어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풀어주라고 했는데! 해그리드는 크리스에게 아라고그를 풀어준 것 마냥 숨긴 것이었다.

“만약 해그리드 군이 그 괴물을 도망치게 두지 않고 넘겼더라면 정학 처분으로 끝날 수 있었겠지만……. 그는 리들 군을 공격하기 까지 했어.”

“그 애크로맨투라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저는 애크로맨투라에 당한 게 아니란 말이에요! 습격당한 다른 애들에게도 물어보세요. 그 애들은 분명히 본 게 있을 거에요!”

“다 물어보았다! 애컬리 군과 위즐리 군 모두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어. 심지어 브릴리언트 양은 회복약을 먹었음에도 아직 깨어나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야.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 모르겠니?”

그 말에 크리스의 자안이 확장되었다.

"리브가…… 리브가 습격을 당했단 말씀이세요?“

“그래, 그녀 역시 죽을 뻔 했지. 가엾게도 머틀 양이 죽을 때 함께 있었단다. 아마 죽음을 본 충격에 의식을 찾지 못하는 게…….”

크리스는 의식 없이 잠들어 있는 리브를 응시했다. 소녀의 몸은 따뜻했다. 회복약을 먹어서 더 이상 차갑게 돌처럼 굳어져 있지 않았음에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의 말대로 눈앞에서 머틀의 죽음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까 왜 나를 막았어……. 그러지 않았으면 이럴 일 없잖아.”

“…….”

“루베우스가 퇴학당할 거야. 이제 만족하니? 너의 리들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서 만족해?”

크리스의 원망 섞인 말에 리브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의식 속에 있을 뿐이었다.

“리들의 편을 들었으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왜 머틀의 죽음을 막으려고 했니?”

“…….”

“너도…… 죽을 뻔 했잖아. 왜 그런 무모하고 미련한 짓을 했어.”

대답하지 않는 친구를 물끄러미 응시하던 크리스는 덤블도어 교수의 사무실에 찾아갔다. 이대로 가만히 손 놓고 앉아서 해그리드가 퇴학당하는 것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청년은 다짜고짜 사무실에 찾아가 해그리드가 퇴학당한 것은 누명이라 주장하며 덤블도어 교수에게 힘을 써 달라 부탁했다. 그리핀도르의 패기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무모함도 함께.

“교수님은 아시죠. 돌처럼 굳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애크로맨투라가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에요. 애크로맨투라는 식인동물이긴 해도 아무 짓도 저지르지 않았어요! 루베우스는 철저히 관리를 했어요.”

“…….”

“제가 다잉 메시지를 남겼는데 어째서 다들 그렇게 모른 척 하실 수가 있죠? 비밀의 방이 열렸어요. 리들의 짓이에요. 그 안에 있는 괴물은 바실리스크란 말이에요!”

그 말에 덤블도어의 하늘색 눈이 번뜩였다. the chamber of secrets, riddle, monster is. 그제서야 교수는 그 다잉 메시지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 메시지가 그런 의미였구나. 리들을 범인이라고…….”

“수수께끼의 괴물이라니! 어떻게 다들 톰 리들을 떠올리지 못하는 거죠? 그리고 저는 영어에 서투르지도 않아요!”

“지금 나한테 하고 있는 이야기를 나 이외의 누군가에게 했니?”

크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리들이 범인이라는 것을 믿어주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고대 생물인 바실리스크 역시. 하지만 교수님은 저를 믿어주셔야 해요. 믿어 주실 거죠?”

덤블도어의 표정은 묘했다. 크리스는 도저히 덤블도어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교수님! 무고한 학생이 퇴학당하는 건 옳지 않잖아요! 제발…….”

한참 후에야 덤블도어 교수가 입을 열었다. 이제 그의 얼굴은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이는 학교와 마법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마법부에서는 호그와트의 폐쇄를 논하기는 했으나 이는 학교에게 그럴듯한 성과를 내놓으라는 무언의 압박일 뿐이었다. 두 쪽 다 이 사건을 어떻게든 수습해야만 했다. 영국의 유서 깊은 마법학교에서 일어난 사망 사건이라. 이는 영국의 국제적인 위상도 달려있는 일이었다. 거기다 마법부는 쉽게 호그와트를 폐쇄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직원들은 학교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 아래에서 모든 것을 눈감고 상황을 이렇게 이끌어야만 했다.

“교수님은 교감이시잖아요. 그리고 위즌가모트 소속에 국제 마법사 연합회 부회장이기도 하시잖아요. 루베우스의 퇴학 처분을 번복 하실 수…….”

“미안하구나, 얘야. 늦었단다.”

그 말에 크리스의 표정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총명한 크리스는 이게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매달리고 있었다. 무의미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만큼 절박했다. 해그리드가 거짓 누명을 쓰고 퇴학을 당하게 두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리들이 범인이라고 했니? 하지만 그를 가리키는 증거가 없다면 상황을 뒤집을 수가 없단다. 심증만으로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어. 그리고 학교는…… 사건을 책임질 누군가가 필요하지.”

크리스는 덤블도어 교수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았지만 이대로 해그리드가 퇴학당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짓지도 않은 죄 때문에 희생되도록 둘 수 없었다. 하지만 무력감이 온몸을 감싸와 크리스를 짓눌렀다. 청년은 해그리드의 퇴학을 절대로 막을 수 없었다.

“호그와트를 지키겠다는 이름 아래에서 무고한 학생 한 명쯤은 퇴학당해도 상관없다는 건가요? 교수님은 아니, 이 학교가 루베우스의 인생을 망쳐놓은 거에요. 그걸 다들 알고는 계신 거에요?”

크리스는 한참을 씩씩 거렸다. 눈앞의 덤블도어 역시 이 사태를 뒤집을 힘이 없다는 것쯤은 알았음에도 청년은 무의미한 짓을 계속 했다. 교수는 그저 안타까움이 가득한 얼굴로 묵묵히 크리스의 울분에 찬 외침을 계속 들을 뿐이었다.

“그러면…… 퇴학을 막을 수 없다면 지팡이는 보존하게 해주세요.”

크리스가 분함에 찔끔 흘린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지팡이까지 부러뜨리는 것은 그에게 너무 가혹해요. 그것만은 그에게 남겨주세요. 어찌 됐든 그는 마법사니까요. 이 정도는 해주실 수 있으시죠? 해주셔야 해요.”

“…….”

“교수님, 제발요. 이 정도는 해주실 수 있으시잖아요……”

“…그래, 노력해보마.”

덤블도어 교수의 비호로 루베우스 해그리드는 지팡이만 간신히 보존한 채 호그와트에서 퇴학당했다. 그리고 그렇게 마법부에서 힘을 휘두른 대가로 알버스 덤블도어는 훗날 갤러트 그린델왈드와의 결투를 피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현재로서는 머나먼 일일 뿐이다.

*

시험은 정상적으로 치러졌다. 학생들은 호그와트가 폐쇄 직전까지 갔는데 어째서 이 상황에 시험을 보느냐고 불평했지만 학교 측은 학교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침이라며 밀어붙였다. 연이은 습격 사건의 결과로 학생이 하나 죽은 지라 학교는 몹시 가라앉은 분위기로 흘러갔다. 그리고 시험 결과를 말하자면 7학년 필리우스 플리트윅이 수석을 차지했고, 5학년 수석은 톰 리들이었다. 또한 4학년 수석은 올리비아 브릴리언트와 오리온 블랙 두 명이 공동으로 차지했다.

그리고 학기말 연회에서 톰 리들은 특별 공로상을 받았다. 그런 리들을 보며 크리스는 이를 부득 갈았다. 그리고 리브는 그를 지독한 슬픔으로 응시했다. 그런 리브의 벽안에 맺힌 것은 완전한 체념과 어떠한 결심이었다.

이제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났다. 더 이상 미련을 명분 삼아 리들을 붙잡을 수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자신의 모든 신념과 다짐이 깨질 것이 분명했다. 이제는 놓아야만 했다. 아니 이미 리브의 마음은 무너져내렸고 희망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볼드모트의 추종자가 되지 않으리라. 악의 무리에 합류하지 않으리라.

그 다짐마저 깨버리고 나면 리브는 더 이상 자신에게 떳떳할 수가 없었다. 리브는 처음으로 원작을 바꿔 보겠다고 결심하고 마지막 발악을 해보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머틀은 죽었고 자신 또한 죽을 뻔했다. 그리고 크리스의 말대로, 아니 원작대로 그는 머틀을 죽이고 호크룩스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 생각을 하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리브는 리들과 슬러그혼이 호크룩스에 대해 논하는 것을 들었을 때보다 더 비참한 심정이었다. 리브의 두려움은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 리들은 정말 살인을 저질렀고 누군가가 죽었다. 그리고 그렇게 첫 번째 호크룩스가 완성되었다. 이제는 정말 놓을 것이다. 놓아야 한다.

이제 절대로 그의 곁에 있을 수 없어. 더 이상 그에게 시선을 주는 것 또한 안 돼. 방관을 하던가 그와 맞서는 수밖에 없어. 맞설 수 없으면 앞으로 정말 방관해야 해. 미련 따위는 깔끔히 버려야 해.

하지만 리브는 이제 방관할 자신조차 없었다. 자기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때 눈이 뒤집혀져서 크리스의 타임터너를 깨버린 것처럼 언제 또 자신은 돌발행동을 할지 몰랐다. 그렇게 합리화를 하다가 종국에는 스멀스멀 물들고 말겠지.

[네가 아직 자각하고 있지 못한 것 같아서 알려주는데……. 너는 리들에게 매료되다 못해 푹 빠져 있어.]

자각하지 못할 리가. 리브는 실소를 머금었다. 내 마음 쯤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부정하고 인정하지 않으려 애썼던 것 일뿐이었다. 이런 상황이 올까봐 나는 항상 두렵고 무서웠다.

[사랑에 눈이 멀었으니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도 당연하지. 뭐가 옳고 그른지도 모르고. 하지만 너는 결코 그 감정에 보답 받지 못 할거야. ]

사랑이라고 했니. 리브의 감정은 오래전부터 그녀가 알 수 없는 곳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곳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곳은 사랑이었다. 리들에게서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사소한 것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이는 예정된 미래나 다름없었다. 완벽하고 매력적인 톰 리들에게 인간적인 면모라.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리브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변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그리고 리브는 그것이 썩은 줄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붙잡았다.

보답이라. 리들이 설사 자신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다고 해도……. 그 생각을 하자 리브는 정말 자신이 중증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이라니. 톰 리들이 사랑이라니?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랑 이라는 감정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자였다. 둘이 드물게 가치관이 맞는 부분도 이것이 아니었던가. 사실 리브는 부모님의 선례를 생각하면 사랑을 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그래서 다짐했다. 영원하지도 못하고, 언젠가 식어버릴 사랑 따위 하지 않겠다고. 보답 받지 못할 것이라면 더더욱 해서는 안됐다.

[너는 리들에게 전리품일 뿐이니까. 그래, 평생 그렇게 전리품이며 추종자로 잘 살아봐.]

그 말이 어찌나 아프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그가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여동생처럼 여긴다고 해도 좋았다. 그것 역시 가족이니까. 그래서 잠시 우쭐하기도 했다. 모두가 우러러 보고 좋아하는 톰 리들에게 내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 기쁘기도 했다. 그는 나에 한해서는 관대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전리품에게, 혹은 미래의 추종자에게 보이는 특별함이라면…… 그 생각을 하니 리브는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정말로 자신은 그에게 장기말에 불과할 지도 몰랐다. 전리품. 정말 그 단어가 딱 이었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리들이 너에게 이 이상의 뭔가를 느껴봤자 그건 성욕일 뿐이야. 어쨌든 그도 남자니까. 그래, 그렇게 리들에게 농락당하다가 질리게 되면 버려질 테지. 최악에는 그의 손에 죽을 거야. 그래 더 이상의 원은 없겠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마지막에는 목숨까지 내어주다니. 이 얼마나 눈물겨운 충성이고 헌신인지.]

리브는 몹시 현실적이었다. 전생에 그리움을 갖느니 곧바로 끊어내고 기억하지 않는 것을 택했다. 그런 리브가 비참하고 끔찍한 미래를 알면서 그 길을 걷는 그런 멍청한 행동을 할 리는 없었다. 크리스의 말과 다르게 그의 마음이 진심일 수도 있지만 리브는 도저히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설사 그렇다 해도 그는 사랑보다 자신의 야망이 우선일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결과는 비참하리라. 나는 그의 추종자가 되어야 할 테니.

사랑에 치를 떨던 내가 그에게 사랑을 기대하게 되다니. 어쩌다가 내가 이리 되었을까. 정말 나는 미친게 분명했다. 사랑을 하지 않겠다 해놓고 이렇게 사랑을 갈구하게 되다니. 사랑이 아닌 애정을 갈구 했던 거라고 해보지만 이는 미약할 따름이었다. 나는 왜 그에게 그런 덧없는 기대를 해온 걸까. 결과가 잔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나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해온 걸까.

이제는 정말로 끊어야만 했다. 놓아야 했다. 쉽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더 이상의 어정쩡함은 허용해서는 안됐다. 이제는 끊어내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리라. 힘들어도 어쩔 수 없었다. 이는 내 신념을 깨뜨린 것에 대한 대가였다. 또한 그를 보고 있는 것이 이제는 너무 괴롭기도 했다. 나는 할 수 있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으니까. 리브는 마음속에 또 하나의 결심을 세웠다.

“다시는 당신을 보지 않을 거에요.”

무어라 말을 하기 위해 다가온 리들에게 리브가 뱉은 말이었다.

“올리비-”

“내 이름 부르지 말아요!”

리브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하지만 리브에게는 지독한 슬픔이 가득 묻어났다.

“당신이 하는 말은 아무 것도 믿지 않아요.”

리브는 잠깐 입술을 깨물었다가 다시 목소리를 냈다.

“날 이번에도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

“난 고아원에서 어린 날의 당신이 애들한테 빼앗던 전리품 같은 게 아니야-”

그 말을 하며 리브는 울컥하는 심정이었다. 리브의 말에 항상 잔잔하던 리들의 눈동자에 균열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내 잘생긴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시는 마주치지 말아요. 저택에서도 나가줬으면 좋겠어요. 짐은 집요정을 통해 보내도록 하죠.”

리들은 자신에 관련한 모든 것을 끊겠다는 의지가 강력한 리브의 축객령에 울컥한 듯 했다. 거기다가 소녀는 청년의 말은 조금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 리브는 리들에게서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저 뱀 같은 혀로 자신을 미혹할 것이 뻔했다. 그리고 또 나는 넘어갈 테지. 이제는 그 악순환을 끊어버리리라.

“내가…… 너 하나 없다고 흔들리기라도 할 것 같아? 그러라고 이렇게 시위하는거야?”

리들은 이를 악물고 한글자 한글자 똑바로 내뱉었다. 리브는 그 차가운 말에 욱씬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하, 그래. 네 마음대로 해.”

이제는 이런 아픔과 괴로움에도 익숙해져야만 했다. 리브 역시 이를 악물었다. 그 어떤 독설이 날아와도 참겠다는 듯.

“올리- 아니! 브릴리언트 너 따위는 내게 아무 것도 아니니까.”

호칭이 바뀌었다. 리브는 그가 자신과의 관계를 깨끗하게 청산했음을 깨달았다. 그는 나약한 자신과는 다르니 정말 나를 끊어 내리라. 그래, 이걸로 정말 끝이 났다. 이제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

“오, 왔구나. 아가!”

“이제 좀 저택에 사람 냄새가 나겠어.”

“그래, 소식은 들었단다. 또 수석을 했다며? 공동 수석이라도 뭐 어떠니. 원래 블랙가 애들이 똘똘하단다.”

초상화들은 비록 처음에는 박대했지만 그래도 하나 남은 핏줄이라고 학기를 마치고 저택에 돌아온 리브를 몹시 반겼다. 하지만 리브는 몹시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본래 리브는 행복과 기쁨에 둘러싸인 지니아와는 달리 차분하고 잔잔한 느낌이었으나 그녀와는 다른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한 소녀였다. 거기다가 초상화들이 종종 말을 걸면 비록 그들의 말투가 퉁명스럽다 해도 항상 상냥하게 웃으며 대꾸를 해왔다. 초상화들은 도저히 마지막 남은 여아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리브는 그늘과 슬픔이 가득했다.

“얘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습격을 받았다는 소식은 들었다. 몸이 안 좋은 게냐? 호그와트에서 몰래 괴물을 키우다니! 대체 학생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건지!”

“성뭉고 병원에 가 보거라. 그곳에 내가 아는 초상화가 있는데 힘을 좀 써서 가장 먼저 진료 받을 수 있게 해주마.”

초상화들은 제각각 떠들어 대며 리브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애썼다. 리브는 한참 후에야 간신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피곤해서 그래요. 전 먼저 올라가 볼게요.”

리브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슬픔을 곱씹었다. 아까 리들이 뱉은 말이 계속해서 리브의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그는 전리품이라는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리브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다. 더 이상 내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다. 이윽고 리브의 입술에서 울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처럼 울기 시작한 리브는 이제 금방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울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쳐 쓰러지기 까지 했다. 하지만 소녀의 곁에는 리브가 울어도 달래줄 사람 하나 없었다. 항상 그녀를 달래주며 쓰러질 것을 걱정해 남몰래 잠재우기까지 했던 친절한 리들은 더 이상 없었다. 이제 정말로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방에 내내 처박혀 있던 리브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리브는 자기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나면 호그와트에 가게 될 테고 그러면 리들을 또다시 봐야만 했다. 아니 어느 날 갑자기 리들이 다시 저택에 들이닥칠지 몰랐다. 자신은 그에게 좋은 패이자 유용한 장기말이 될 터. 한 마디로 자신은 그에게 가치 있는 존재였다. 능력이든, 무엇이든. 리브는 뱀처럼 교활한 리들에게 유혹당할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떠나기로 했다. 호그와트로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영영 리들을 지워버릴 것이다.

“얘야, 어딜 가는 거니?”

“여행이라도 가는 거냐? 프랑스에 아는 가문이 있는데 거기에 신세 질 수 있도록 내가 알아봐 줄까?”

“너, 설마 떠나는 건 아니지?”

초상화들이 제 각각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리브는 슬프게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나중에 돌아올게요.”

아마 볼드모트가 된 리들 선배가 해리 포터에 의해 파멸하고 난 후가 되겠죠. 조상님들은 이곳에 오래 계셨으니까 그 정도 세월은 별거 아닐 거에요. 리들의 미래를 생각하니 마음이 욱씬 아파왔다. 리브는 슬픔을 삼킨 채 문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청년이 오면 어떡하니? 톰 리들이라고 했던가.”

그 말에 리브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소녀는 입술을 바르르 떨다가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는 오지 않을 거에요.”

나를 아무 것도 아니라 했으니까. 돌아 올 리가 없었다. 그리고 온다고 해도…… 그건 나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리라. 나는 그의 야망을 이뤄줄 도구로 가치가 있었으니까.

“그래도 혹 온다면…….”

리브는 또다시 마음 한 구석에서 솟아나려는 희망과 미련을 억눌렀다.

“그럴 리 없지만 혹시 오거나 저에 대해 묻는 다면…….”

리브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슬아슬하게 맺혀있던 눈물이 굴러 떨어졌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 말해주세요.”

그 말에 초상화들 사이에 동요가 일어났다.

“그게 무슨 말이냐!”

“아가, 여행 가는 게 아니고 떠나는 거란 말이니?”

“학교는 어떡하고! 그래 바로 학교로 돌아 갈거지?”

초상화들은 리브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을 등진 채 리브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잘 지내세요. 그리고 다른 가문에 제가 떠났다는 말은 절대로 흘리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려요.”

리브는 철저하게도 초상화들의 입막음까지 한 채 저택을 홀연히 떠나버렸다. 이 사실을 리들이 알게 된 것은 아주 나중의 일이었다. 그렇게 리브는 리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먼 곳으로 떠나버렸다.

<돌이킬 수 없는> 마침.

============================ 작품 후기 ============================

지금까지 멘토링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는 훼이크고요ㅋㅋㅋㅋ

다음 챕터부터 그동안 리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밝혀질 예정입니다.

* 예쁜 그림 그려주신 은 해님 미리디엘님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독자님들 시간 되시면 제 뜰에 방문하셔서 금손독자님들이 그려주신 그림 꼭 보세요! 혼자보기 아까울 정도로 너무 예쁘답니다ㅠㅠ♡

* 원작에 의하면 정면으로 바실리스크의 눈을 보면 즉사라고 하죠. 거울 같은 것을 이용하면 돌이되는 것에서 그치구요. 바실리스크의 눈을 정면으로 보면 돌이 되어 부서져 죽는 것 까지는 본 기억이 없네요ㅠㅠ혹 롤링 여사의 인터뷰? 비하인드 스토리? 그런 곳에 나와있는건가?ㅠㅠ 어.. 그렇다고 해도 패러디니까 봐주세요 뿌잉>< 제가 원작빠라서 최대한 원작고증을 하고 있지만 몰라서 혹은 설정상 상이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 부분은 너그럽게 이해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전 롤링이 아니니까여... 이미 쓰여진 부분은 정정이 힘들겠지만 다음에 글을 쓸 때에는 꼭 참고할테니 올바른 정보로 지적해주시면 감사히 듣겠습니다.

* 제 시간표가 헬게이트 열려서 3월이 되면 연재주기가 불규칙+길어질 것 같습니다ㅠㅠ 양해 부탁드립니다ㅜㅜ...최대한 방학 때 쭉쭉 진도를 빼도록 할게요! 하지만 3월은..또르르... 우리 모두 3월 되면 바쁘잖아요..? 저만 그런거 아니져..?^0^....

* 제가 후기를 봐달라 한 이유는 연재주기와 더불어 독자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요! 선작해주시고 추천해주시고 코멘트 남겨주시고 그냥 부족한 제 글을 그저 읽어주시는 분들까지 모두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ㅠㅠ♡ 선추코랑 조회수 올라가는 것 볼때마다 구름위를 둥둥♡ 성원에 힘입어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려요!

★후기가 뭔가 좀 비어보인다구여..? 어서 원본을 내놓으라구여..? 사실 조아라가 제 글이랑 후기를 전부 다 먹어써여.... 원래 감사인사 저거보다 더 길었는데ㅠㅠㅠ원본 퀄이 안나와요ㅠㅠㅠ하지만 제 감사하는 마음은 똑같음ㅠㅠㅠㅠ진짜 조아라 이게 뭐하는 짓이야 엉엉.... 이제 후기도 백업 해놓아야 할까봐여.... 여러분 내용 잘려서 당황하셨죠?ㅠㅠ저도 아침에 보고 당황.. 분명 제대로 나와있었는데!!!! 그래서 지금 부랴부랴 복구 했습니다ㅠㅠ 조아라 이게 뭐하는 짓이야ㅠㅠㅠㅠㅠㅠㅠ 죄송합니다ㅜㅜ 그럼 저는 다음편에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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