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82화 (8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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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 돌이킬 수 없는

“그러니까 말포이 네가 집안 어르신들에게 말해서 약혼을…… 꺅!”

에밀리는 어딘가를 보더니 빽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았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아브락사스는 자세를 낮춰 그녀를 붙잡았다.

“에밀리! 괜찮아?”

아브락사스의 은회안에 걱정이 가득 담겼다. 에밀리는 대답 대신 떨리는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반쯤 열려있는 창문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그 틈으로 수 십 마리의 거미들이 대규모 이동을 하고 있었다.

“거,거,거…거미, 거미가…….”

에밀리는 보기도 싫은 듯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아브락사스는 에밀리를 달래려는 듯 부드럽게 토닥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규모 이동을 하는 거미를 신기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창가에는 거미들이 올라가는 데에 사용한 것 같은 하얀 거미줄이 밧줄처럼 매달려 있었다.

“참 이상하네. 마치 뭔가를 피해서 어딘가로 도망가는 것 같아, 그렇지 않아?”

아브락사스의 물음에 에밀리는 고개를 휘저으며 말했다.

“나한테 묻지 마……. 으…… 난 거미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

아브락사스는 작게 웃으며 그런 에밀리를 토닥토닥 한참동안 달래주었다. 그리고 상당히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에밀리는 거미에 정신이 팔렸는지 그 말을 제대로 귀담아 듣지 않는 듯 했다.

“에밀리, 우리 집에는 거미 없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

“젤러 부인. 전 괜찮아요.”

“괜찮기는! 넌 예전에 실어증도 걸렸잖니. 분명 그 어둠의 방이 너에게 큰 해코지를 한 게 분명해. 오, 불면증이라니…….”

아무래도 그녀는 덤블도어 교수에게 리브에 대한 얘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리브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젤러 부인을 만류했다.

“매일 그러는 것도 아니고 정말 가끔이에요. 전 정말 괜찮아요.”

“정기적으로 진정 물약이라도 처방받아 보는 건…….”

“괜찮아요. 젤러 부인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그렇게 심한 게 아니에요. 약까지 먹을 필요는 없는걸요.”

리브는 여름방학이라도 성뭉고 병원에 가보라며 치료사에게 말해 두겠다는 젤러 부인을 말리는 데에 애를 먹어야만 했다.

“리브, 이건 불면증에 좋은 찻잎이란다. 그러니 이걸 우려 마시렴.”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심하면 새벽이라도 내게 오렴. 심하면 두통이 동반되기도 하잖니. 종종 두통약을 받아가던 게 그것 때문이었지?”

그렇게 리브가 치료사에게서 찻잎을 받아 나오는데 신비운 동물 돌보기 담당인 케틀번 교수가 병동으로 들어섰다. 그는 몹시 기분이 안 좋아보였는데 곧바로 젤러 부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그 대화 중 일부가 리브의 귀에 들려왔다.

“오두막에 있는 수탉 여섯 마리가 전부 죽었어요. 금지된 숲에서 혹 짐승이라도 온 걸까 싶어요. 처음에는 학생들이 장난을 친건가 했는데 한두 마리도 아니고 다섯 마리가 전부 죽다니? 거기다가 한 마리는 도망쳤는지 없어졌어요.”

“혹시 금지된 숲에서 위험한 짐승이라도 나온 게 아닐까요?”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수탉이 전부 죽었다고?

“참 이상한 게 말이죠. 어째서 암탉은 그대로냐는 거에요. 몇 마리가 독에 중상을 입은 것 빼고는 무탈해요.”

“세상에, 그럼 수탉만 죽었다는 말인가요? 아니 잠깐, 독이요?”

암탉은 무사하고 수탉만 죽었다고……. 정말 해괴한 일이었다. 리브는 이유 없는 불안감이 잠식하는 것을 느꼈다. 케틀번 교수가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래도 금지된 숲에서 독을 가진 생물이 나온 게 틀림없어요. 전부 독이 퍼져서 죽었거든요. 그것도 맹독.”

맹독……. 예감이 좋지 않았다. 리브는 그 예감을 애써 떨치려 노력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리브의 귀에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섬뜩하게 박혔다.

[가죽을 벗겨서…….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 버릴 거야.]

리브는 깜짝 놀라 펄쩍 뛸 뻔했다. 그 목소리는 얼음장 같이 차갑고 오싹했다. 리브는 부르르 떨며 뒤를 휙 돌아보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무,무슨 소리지…? 리브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무래도 요즘 피곤하더니 헛것마저 듣는 건가? 환청이겠지. 리브는 그렇게 치부해버렸다.

*

리들은 크리스의 동선을 꿰고 있었다. 크리스가 주로 어디에 가고 누구와 어울리는 지. 전부. 아브락사스가 주기적으로 보고해 온 정보는 리들에게 유용하게 쓰였다. 비록 리브 때문에 실패로 끝났지만 나기니를 보낼 때도 이 정보가 초석이 되기도 했다.

크리스는 주로 샤를루스 포터나 아놀드 위즐리 같은 그리핀도르 학생들과 친하지만 타 기숙사 학생들과도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리고 요즘은 루베우스 해그리드에게 그가 몰래 키우는 생물을 어서 풀어주라고 채근하고 있다는 것 까지 알아냈다. 또한 그는 리브에게 무례한 짓을 저지르고 한동안 내침을 당하다가 최근 들어 다시 각별한 친분을 유지했다. 하지만 중간에 잠깐 어색해보이기도 했다는 상세한 것까지 리들의 귀에 들어왔다.

“무슨 대화를 하는 지 집요정에게 그것도 들어오라고 했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대.”

“알 수가 없다니?”

“타인이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없도록 마법을 걸어놓는 것 같아.”

대체 얼마나 비밀스런 대화를 나누길 래……. 리들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싸늘해졌다. 둘이 그 정도로 깊은 사이가 된 건가.

“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너한테 말 안 한게 있는데 예전에 둘이 싸운 적이 있다고 했어. 그니까 둘이 잠깐 어색했던 때 있잖아. 그거 같아.”

“…?”

“근데 무슨 문제로 싸운 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내 집요정이 딱 한 소절을 들었대.”

리들의 흑안이 궁금증으로 물들었다.

“‘더 이상 내 앞에서 그를 나쁘게 말하지 마.’ 그리고 정말 불 같이 화를 냈다고 했어.”

“…‘그’라고? 그게 누구지?”

“음…… 그것까지는 모르겠어. 리브가 카르티에 말고 친하게 지내는 녀석이 또 있었던가……. 나랑 오리온은 요즘 관계가 소원해져서……. 아니, 우린가?”

아브락사스는 곰곰이 리브의 인간관계를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답을 찾아낸 것은 리들이었다.

“알렉스 애컬리.”

“…누구야 그게?”

“래번클로 3학년. 그녀와 친분이 있는 후배야.”

“아아, 예전에 리브한테 고백했다가 차인 애?”

아무렇지 않게 쾌활하게 말을 뱉었던 아브락사스는 아차했다. 리브한테 차인 애가 지금 리브랑 친하게 지낸다고 하면 리들은 그리 반갑게 생각하지 않을 텐데. 아브락사스는 헛기침을 하더니 자신의 말을 수습해나갔다.

“그래봤자. 후배일 뿐이지. 리브가 그런 건 칼 같잖아. 하하.”

리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조각 같은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했다. 하지만 화룡점정으로 박힌 흑안이 매섭게 빛났다. 아브락사스가 자신의 생각을 술술 뱉기 시작했다.

“카르티에 입장에서는 애컬리가 달갑지 않았을 거야. 애컬리는 작년부터 리브와 친분이 있었고 리브는 그 녀석을 귀엽게 보잖아. 그래서 카르티에는 애컬리를 험담했을 테고 착한 리브는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겠지.”

아브락사스는 리브가 옹호한 ‘그’를 알렉스 애컬리라 추측했다.

“그렇군.”

리들은 짧게 수긍했을 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애컬리는 리브랑…….”

“아브락사스, 됐어.”

리들은 매섭게 아브락사스의 말을 끊어냈다.

“그 계집애가 얼마나 많은 남자들과 만나고 다니는 지는 내 알바 아니야. 그러니까 카르티에와 그녀의 대화까지 캘 필요는 없어, 애컬리도 내 알바 아니고.”

“…….”

“그리고…….”

순간 리들의 흑안이 날카롭게 벼려진 칼처럼 아브락사스를 응시했다. 백금발의 청년은 순간 드는 위압감에 바짝 긴장해야만 했다.

“그녀에 대해서도 시시콜콜 보고할 필요 없어.”

아브락사스는 크리스에 대해 보고하면서 은근슬쩍 리브의 일상에 대해서도 읊고 있었다.

“혹 카르티에 말고 그녀에게도 붙인 집요정이 있다면 어서 떼어 내는 게 좋을 거야.”

리들의 목소리에서는 날카로운 불쾌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아브락사스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말포이가의 청년은 입을 열고 자신을 변호하기 시작했다.

“난 네가 리브를 궁금해 하는 것 같아서 겸사겸사…….”

“아브락사스.”

친우의 이름을 담는 리들의 미성은 부드러웠으나 얼굴은 냉혹함을 담고 있었다.

“내가 시키지도 않은 일은 할 필요 없어.”

“미안, 내가 실수했어.”

아브락사스는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혹 그녀가 눈치라도 채면 어쩌려고 했어? 그러면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

리들은 말을 뚝 끊었다.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본의 아니게 자신의 본심이 새어나왔다. 아브락사스는 리들이 왜 심기가 불편해졌는지 문득 깨달았다. 백금발의 청년은 순간 드는 생각에 웃을 뻔 했지만 간신히 표정을 수습했다.

“어쨌든 넌 쓸데없는 짓을 했어. 난 그녀를 스토킹 하라고 한 적은 없어.”

마치 리들은 리브에게 안 좋게 각인 될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이가 끊어져버린 지금. 리들은 리브 얘기만 나오면 그 계집애라 칭하며 정말 별 거 아닌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녀를 무척 신경 쓰고 있던 것이다. 아브락사스는 리들과 리브의 사이가 끊어진 것이 리들의 자의가 아닐 것이라고 꽤 그럴듯한 추측을 했다.

자존심이 강해서 타인이 자신과의 관계를 끊은 것에 대해서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분명 이는 미련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깊은 것임이 분명했다. 예전부터 느낀거지만, 어쩌면 자신의 완벽한 친구는 지독한 짝사랑을 하고 있는 지도 몰랐다. 하지만 역시 그는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 부분에 있어서는 그 철두철미한 완벽함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면 깨닫고도 모른 척 외면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째서? 혹시 리브도…? 아브락사스는 리들이 수려한 미소를 머금을 때면 종종 수줍게 웃던 리브를 떠올리며 소리 없이 웃었다. 어쩜 둘이 그렇게 똑같을 수가 있담.

*

“리브 선배! 소식 들으셨어요?”

동글동글한 귀염상의 외모가 리브의 눈동자에 담겼다. 소녀의 호의적인 미소에 알렉스가 베시시 웃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오두막에 있는 수탉들이 전부 죽었대요. 그것도 전부 독 때문에 죽었다고 하는데…… 오두막 근처에는 가지 않는 게 좋겠어요. 숲을 나온 위험한 동물이 돌아다니나 봐요.”

“아…… 아까 병동에서 들었어. 케틀번 교수님이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

“암탉들은 몇 마리가 독에 중독됐지만 대부분 살아 있는데 수탉들만 다 죽었다는 건 되게 이상하지…… 병동이요? 리브 선배 어디 아프신 거에요?”

리브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별 거 아니야.”

“하지만 요즘 되게 안색도 안 좋으시고……. 잠은 제대로 자고 계시는 거에요? 되게 피곤해보여요.”

알렉스는 걱정 어린 눈으로 리브를 응시했다.

“나는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리브는 곱게 웃으며 알렉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소녀를 누군가의 흑안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 흑안이 싸늘하게 빛나며 소녀의 옆에 있는 귀염상의 남학생에게로 향했다.

“도대체 너는 내가 없는 곳에서 누구와 또 친분을 갖고 있는 거지?”

리들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휙 돌아서버렸다. 올리비아 따위 상관없었다. 내 손을 떠난 것은 더 이상 필요 없어. 저 계집애는 자신의 손을 떠났고 이제 제 관심 밖이었다. 그래야만 했다. 그런데 리들은 신경을 끌 수가 없었다. 도저히.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처음 그녀를 알게 되었을 때, 자꾸 눈에 밟혀서 관찰하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아졌다. 아니 그보다 더 심했다. 그렇게 리들은 자신이 리브를 어떤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경계하던 그 시절과는 달랐다. 매우 많이.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선작 추천 코멘트 항상 감사드립니다♡

* 많이들 크리스가 모순이라고 집어주셨는데 아시다시피 크리스는 전형적인 환생자 성격입니다. 원작을 알고 있고 그게 그대로 흘러간다고 맹신하나 한편으로는 좋지 않은 부분은 바꾸고 싶어하죠. 특히나 그는 해그리드를 좋아하고 있고, 그렇다면 당연히 퇴학당하는 것을 막고 싶지 않을까요? 그리고 원작에서 아직 악행을 저지르지 않은 리들이라면 몰라도 볼드모트 만큼은 절대악이나 다름없죠. 그리고 크리스가 본 리들 역시 볼드모트가 될 소지가 다분하구요.. 그래서 리들을 볼드모트로 여기며 그토록 싫어하는 거랍니다. 어쩌면 편협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크리스는 리들을 바꿔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최대한 써보았는데 이해가 되셨을 지 모르겠습니다ㅠㅠ

* 수탉이 죽은 것은 과연 누구의 짓일까요? 이건 그냥 독자님들의 추측과 판단에 맡기렵니다ㅎㅎ 예리한 독자님들은 쉽게 맞추실 듯요

의문점이 있으시면 코멘트로 남겨주세요. 죄송하지만 한동안 리리플을 하지 않기 때문에ㅠㅠ 후기에 적도록 하겠습니당

그럼 여러분 좋은밤 되세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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