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79화 (79/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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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 불안한 평화

* 오늘은 후기를 읽어주세요.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리브는 마음을 가라 앉히고 난 후에 한숨을 내쉬었다. 크리스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 중에 리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있다면 사랑의 묘약에 관한 것이었다.

“사랑의 묘약으로 태어나서 사랑을 할 수 없다고……. 어째서 그렇게 정의 내릴 수가 있는거지? 그에게도 부모님이 있고 사랑받고 자랐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구.”

크리스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지금에서야 읊조려 보는 리브였다. 또다시 리들의 옹호를 하고 있는 자신에게 리브는 이제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크리스에게 소리까지 질러버렸다. 누군가가 봤다면 정말 나답지 않다고 했을 모습이었다. 정말 나는 왜 이러는 걸까. 왜 나는 톰 리들과 관련된 일이면 감정적으로 변해버리는 걸까. 나는 하나도 이성적이지 못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고 무슨 소용일까. 또다시 한숨을 내쉬는데 그런 리브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꼬물꼬물 기어가는 새하얀 뱀. 나기니였다.

[나기니.]

리브의 부름에 비장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기어가던 나기니는 위협적으로 쉭쉭거리는 것을 멈추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리브다, 리브. 리브 안녕!]

[어디 가는 거니? 네 주인은?]

[난 톰의 심부름을 하고 있어!]

또 무슨 심부름을 시킨 거지? 리브는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 도둑질을 시키는 건가.

[그가 또 무언가를 가져오라고…… 나기니 이빨에 그거 뭐야? 뭐 먹었니?]

리브는 나기니의 새하얀 이빨에 검붉은 것이 맺힌 것을 보았다. 나기니는 자신의 변화를 알아봐준 리브에게 기쁨을 서슴없이 표현했다.

[독니야! 나도 이제 독사가 되었어!]

[…뭐?]

[톰이 나를 독사로 만들어줬어! 그는 그동안 방에서 나를 위해 마법약을 만들었지. 톰 덕분에 난 이제 맹독을 가진 독사야. 아무도 나를 해치지 못 할 거야. 물론 시간이 오래 가는 것은 아니지만…… 앗, 시간이 다 되기 전에 난 얼른 가봐야 해!]

그제서야 리브는 리들이 기숙사에 처박혀서 하는 연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나기니를 위한 연구는 그녀를 독사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리브가 척 봐도 저 검붉은 독은 위험한 맹독 같았다.

“맙소사. 독사라니.”

[리브, 그럼 나는 이만 심부름을! 조금만 지나면 약효가 다해서 나는 원래대로 돌아와. 바빠서 안녕!]

리브는 나기니의 꼬리를 휙 잡아 품으로 끌어안았다. 나기니는 깜짝 놀란 듯 했다.

[으악!]

[무슨 심부름을 가는 거니?]

리브의 말끝에는 불안감이 묻어있었다. 나기니를 독사로 만들어서 심부름을 시킨다? 순간 든 생각에 리브의 고운 얼굴에 경악이 담겼다. 설마. 누군가를 물라고 명한 것은 아니겠지?

[설마 지금 그 독을 시험해보러 가는 거야?]

[으앙 어떻게 알았어? 난 아무 것도 말한 적 없어! 리브가 맞춘 거야!]

나기니는 리브에게서 벗어나려 했으나 리브는 더욱 더 뱀을 꼭 쥐었다.

[리브 이거 놔줘! 나 가봐야 해!]

[누굴 물러가는 거야? 어서 말 해!]

[나,난 말 못해!]

리브는 요즘 리들의 눈 밖에 난 이가 누군지 곰곰이 생각했다. 누가 있지? 슬리데린에 더 이상 존슨같은 애들은 없는데……. 그리핀도르에 있나? 그 순간 리브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맙소사, 크리스!

[너 설마…… 크리스에게 가는 거야?]

[몰라, 그게 누구야! 리브 어서 놔줘! 톰한테 혼난 단 말이야!]

[은발에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남학생을 물러가는 거야?]

[그,그게……. 모,몰라! 난 아무 것도 말 못해!]

나기니의 태도에 리브는 그 대상이 크리스가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맙소사! 맹독을 가진 독사를! 그것도 나기니를! 나기니를 그런 흉측한 일에 쓰려한단 말이야? 정말 살인도구로 만들 셈인거야? 리브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다 못해 사색이 되었다. 안 돼. 나기니가 살인을 하게 둘 수도, 크리스를 죽게 할 수도 없었다.

[나기니 그런 짓은 하면 안 돼!]

[난 주인인 톰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거야! 날 놔줘! 시간이 얼마 없단 말이야!]

[안 돼! 네가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난 방관할 수 없어!]

나기니를 없는 발을 동동 굴리며 리브에게서 벗어나려 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실랑이를 벌인 끝에 나기니는 리브의 몸에서 벗어났다. 리브는 그런 나기니의 꼬리를 붙잡았다.

[리브 이거 놔아!]

[안 돼! 살인은 안 돼!]

[그럼 나는 널 물 수 밖에 없어! 리들이 방해하고 해하는 자가 있으면 물어도 좋다고 했어!]

나기니는 위협적으로 쉭쉭거렸다. 리브는 잠깐 움찔하는 듯싶더니 다시 쉭쉭거렸다.

[그래, 그럼 나를 물고가렴.]

이는 나기니가 자신을 물수 없을 거라는 판단에서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정말 물어버리면 어떡하나 리브는 살짝 겁을 먹었다. 하지만 다행히 리브의 예상대로 나기니는 리브를 물지 못했다. 기겁하며 미친 듯이 쉭쉭거린다.

[뭐어? 안 돼! 그럼 리브가 죽는 단 말이야!]

리브는 대담하게 나기니에게 엄포를 놓았다.

[나를 물고 가기 전에는 못 지나 갈 줄 알아!]

[리브 그러지 마아! 내가 너를 어떻게 물어!]

나기니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만약 뱀이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면 나기니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엉엉 울고 있었으리라. 그렇게 리브는 자신을 물고 가라 엄포를 놓았고 나기니는 리브를 물 수가 없어 자신을 보내달라고 미친 듯이 쉭쉭 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그렇게 시간을 끌었을까. 약효가 끝났는지 나기니의 이빨에 맺힌 독이 사라졌다.

[으앙. 내 독니가 사라졌어! 리브 때문이야! 시험해 보고 싶었는 데에!]

꺼이꺼이 눈물 없이 통곡하는 나기니를 보며 리브는 그제서야 뱀을 놔주었다. 그때 나기니가 어딘가를 보더니 쉭쉭거렸다.

[토,톰!]

리브는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았다. 나기니는 자신의 주인에게 돌아가더니 미친 듯이 변명하기 시작했다.

[난 톰이 시키는 대로 하려고 했어! 그런데 리브가 내가 뭘 할지 알아채고 날 막고…… 막 자길 물고 가라고 하는 거야! 그런데 내가 리브를 어떻게 물어……. 리브가 죽으면 안 되잖아. 그래서 난 보내달라고 했는데 글쎄 안된대. 난 빠져나오려고 했는데…….]

[조용히 해, 나기니.]

뱀과 주인의 대치를 보던 리브가 그 주인에게로 다가갔다. 리들이 나기니에게 왜 그녀에게 들켰냐고 책망을 하려는데 그 전에 리브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둘은 또다시 날을 세우기 시작할 터. 리들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지팡이를 휘둘러서 방음마법을 걸었다. 그 치밀함에 리브는 혀를 내둘렀고 더욱 더 상대에 대한 괘씸함이 솟아났다. 나기니는 또 싸울 태세인 둘을 보며 불안한 듯 쉭쉭거렸다.

“어떻게 나기니에게 그런 짓을 시킬 수가 있어요?”

“내가, 내 뱀한테 무얼 시키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리들의 말에 리브가 빽 소리쳤다.

“난 당신이 나기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어요!”

불같이 화를 내는 리브를 보며 리들이 싸늘하게 대꾸했다.

“소중하게 생각해. 그래서 독사로 만든거야. 나기니를 독사로 만든 게 그렇게 문제되나? 나기니는 평소에 자기방어 수단으로 독을 갖고 싶어 했어.”

“누가 그걸 뭐라고 했나요? 나기니가 독사가 되었으면 그 독은 맹독이니 정말 위험할 때 쓰라고 주의를 줘야 하는 게 아닌가요?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크리스를 물라고 명하다니?”

“…너는 또 그 자식을 감싸는군.”

리브의 입술에서 크리스의 이름이 새어나오자 리들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이래서 없애려고 한 것이었다.

“리들 선배는 살인을…….”

“거슬려서 없애려고 한 것일 뿐. 나기니의 독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니 아무 증거도 남지 않…….”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나기니를 살인도구로 만들 셈이에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그건 정말 나쁜 짓이에요!”

그 말에 리들이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게 대체 뭐가 문제 되는 거지? 하, 올리비아. 나에게 또 도덕을 운운할 셈이야?”

리브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는 살인이라는 흉악한 행동에 있어 조금의 거리낌도 없었다.

“지금 선배가 무슨 짓을 저지른 줄 알아요? 살인 미수에요. 그리고 제가 아니었으면 정말로 살인을 저지를 뻔했다고요!”

“그딴 건 나에게 중요치 않아. 중요한 것은 네가 내 일을 망쳤다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리들의 미성은 차디찼다. 미세한 분노가 실려 있었다. 두 병 밖에 남지 않은 것이었는데……. 다시 만들려면 또 상당시일이 걸릴 터였다. 그걸 생각하자 리들은 리브를 한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 심정은 잠시였다. 사실 리브에게 들켰다면 이는 당연한 결과였다. 그녀는 이런 것을 몹시 싫어하니까. 그래서 리들은 나기니에게 일을 시키면서도 찜찜했다.어쩌면 리들은 이같은 결과를 예상했을 지도 모른다. 더 빨리 나와서 나기니의 방해자를 막을 수도 있었지만 리들은 그러지 못했다. 나는 왜 그런 걸까. 정말 너란 여자가 관련되면 나는 왜…….

“괘씸한 계집애. 정말이지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요즘 귀가 박히도록 듣는 리들의 독설에 리브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 모습에 리들이 얼굴을 찌푸렸다.

“크리스를 대체 왜 그렇게 미워해요? 그렇게 그가…….”

“그래, 싫어.”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마음에 안 드는 상대는 하나씩 없앨 생각이에요? 어쩌면 그렇게 사람이…….”

“그래, 난 네 말대로 못돼쳐먹었고 사악해.”

리들의 말에 리브는 정신이 까마득해졌다.

“알고도 내 옆에 있었던 거 아니야?”

“…!”

“그런 나도 이해하는 거 아니었어? 이해한다고 했었지, 너는.”

“…아니요. 이해하지 않아요. 난 그런 것 따위 이해 못해요!”

그렇게 말하는 리브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살인을 저지르려 해놓고도 일을 망쳐놨다고 자신을 책망하고, 그게 무슨 문제가 되냐 하고. 이처럼 뻔뻔스럽게도 당당한 리들의 태도는 리브는 화가 나다 못해 질릴 지경이었다. 줄곧 크리스에게 리들은 나쁘지 않다고 그런 식으로 매도하지 말라 그를 옹호한 자신이 참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력감이 온몸을 감싸왔다.

그래, 크리스가 옳았다. 그는 볼드모트가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리브는 또다시 복잡한 마음과 동시에 열이 치솟았다. 이제는 톰 리들보다 내 자신에게 화가 날 지경이었다. 리브는 이제 아무 말이나 뱉어내기 시작했다.

“크리스를 죽이고 첫 번째 호크룩스를 만들 셈이었나요?”

“…역시 봤구나.”

리들은 리브가 호크룩스에 대해, 그것도 일곱 개에 대한 가정까지 읽었음을 깨달았다.

“나와 필담을 나누었던 그 노트를 말이죠!”

“억측도 가지가지 하는 군. 호크룩스를 만들 계획이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그 일곱 개 가정은 확실치 않으니…….”

“뭐라고요?”

리브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조금이나마 있던 이성이 끊어졌다.

“사람을 죽여서 영혼을 쪼갠다니! 그것도 일곱씩이나! 그렇게 끔찍한 짓을 하면서까지 불사를 원해요? 대체 왜?”

“인간의 본능이야.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하고 불사를 갈망하지.”

“그렇지 않아요! 인간은 누구나 죽어요. 오래 살고 싶어 한다고 해서 누군가를 죽이면서까지 자신의 수명을 늘리려고 하지 않는다고요!”

“난 수명을 늘리려는 게 아니야. 내가 원하는 것은 불사야. 죽지 않음. 영원함, 불멸의 존재.”

리브는 순간 눈앞의 상대에게 공포가 느껴졌다. 그는 정말로. 호크룩스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일곱 개나. 리브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리들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너를 죽이고 만들지는 않을 테니. 하지만 네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정말…… 못쓰겠네요. 당신이란 사람.”

경멸이 깔려있는 리브의 목소리에 리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제 리브의 고운 얼굴은 혐오감을 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리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카르티에와 어울리더니 그 자식과 똑같이…….

“당신이 그 정도로 최악일 줄은 몰랐는데…… 난 줄곧 당신을 옹호해왔어요!”

쌓아온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는 느낌이었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게 이런 느낌일까. 아니. 이미 탑은 오래 전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어쩌면 탑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지도 몰랐다. 단지 나는 그것을 외면했을 뿐이다. 크리스 말대로 내가 보고 싶은 면만 보고 그리 생각해온 것이다. 왜 나는…….

“정말 당신은…… 나쁜 사람이야. 악인이야. 정말 끔찍할 정도로.”

그 말에 잔잔하던 리들의 흑안이 거칠게 일렁였다. 그리고 이제 리들의 잘생긴 얼굴은 사정없이 일그러져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나쁘다고 해도 개의치 않던 리들이었다. 하지만 소녀의 입술에서 그 말이 튀어나온 순간 청년은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가 없어졌다.

“누가 옹호 따위 해달라고 했어? 넌 내가 무슨 성인군자라도 되는 줄 알아?”

이제는 리들도 불처럼 화를 내기 시작했다. 좀 참는 가 싶더니 어김없이 터져버렸다.

“너란 여자는 도대체…!”

“이제 앞으로 뭘 할 건가요? 당신의 그 호크룩스에 관한 가정을 슬러그혼 교수에게 확인받기라도 할 건가요?”

“하, 정말 넌 기분 나쁠 정도로 나에 대해 잘 알아. 그래, 그럴 생각이라면 어쩔 건데?”

리브의 얼굴이 충격과 경악을 담았다. 아무렇지도 않아하고 있었다.

“그래서 네가 뭘 어쩔거냐고.”

리들이 붉은 입술이 빈정거림을 잡았다.

“또 그 어설픈 충고로 나를 막기라도 할 셈이야?”

이제는 위압감을 담았다.

“내가 너를 언제까지 눈감아 줄 거라 생각해?”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위협.

“자꾸 그러면 너를 죽이고 호크룩스를 만들지도 몰라.”

그 말에 리브의 벽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리들에게 온갖 독설을 들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리브였다. 홀로 눈물을 훔칠지는 몰라도 절대로 리들 앞에서 만큼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더욱 더 바락바락 대들며 리들과 대등하게 기 싸움을 했고 한 치도 밀리지 않으려 했던 리브였다. 그런 소녀의 눈물은 리들에게 몹시 버거웠다.

“더 이상 나를 거스르지 마. 내가 말했잖아. 나를 막는 자는 그 누구도 용서 안 한다고.”

리브의 눈물에 리들의 흑안이 거칠게 일렁였다. 이윽고 청년은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그리고 리들은 결국 그 말을 뱉어내고 말았다.

“내가 언제까지 너에게 관대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야.”

그 말을 남긴 채 리들은 소녀를 지나쳐갔다. 그와 동시에 리브의 고운 얼굴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리들은 이를 보지 못했다. 그런 청년의 얼굴은 몹시 괴로운 듯 일그러져있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리브도 이를 보지 못했다.

*

오늘 저녁의 민달팽이 클럽은 슬러그혼 교수의 방에서 소규모로 이루어졌다. 리들을 비롯한 여섯 명의 슬리데린 남학생들과 홍일점으로 리브가 있었다. 리브는 오리온의 옆에 앉아 있었는데 몹시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리온은 그런 그녀를 걱정스럽게 응시하고 있었다.

“메리쏘우트 교수님이 내년에 퇴직하신다는 게 정말인가요, 교수님?”

리들의 질문에 슬러그혼은 눈을 찡긋하며 대답했다. 장신구 하나 없는 그의 매끈한 손가락이 머그컵의 손잡이에 걸쳐져 있었다.

“톰, 톰, 설사 내가 안다고 해도 너에게 알려 줄 수는 없단다.”

리들은 대답을 듣지 못했음에도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컵 안의 음료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소리 하나 나지 않게 그것을 내려놓는다. 그 모습은 참으로 우아해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네가 어디서 그런 정보들을 얻는지 정말 궁금하구나. 교수들 절반을 합친 것보다도 더 아는 것이 많으니…….”

리들의 붉은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매력적인 미소를 만들어냈다. 그의 점잖은 반응에 비해 다른 남학생들은 하하 웃으며 그에게 감탄하는 시선을 보냈다.

“알아서는 안 되는 사실을 알아내는 너의 기이한 능력과 중요한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는 사려 깊은 태도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파인애플 설탕 절임을 보내 줘서 고맙구나. 정확한 판단이었어.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란다……. 내가 장담하지만 넌 틀림없이 20년 내에 마법부 장관 자리에 오를 거야. 네가 앞으로 계속해서 나에게 파인애플 설탕 절임을 보내 준다면 15년밖에 안 걸리겠지만 말이지. 난 마법부에 아주 훌륭한 연줄이 있으니 말이다.”

그 말에 리들과 리브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리브는 멍하니 음료를 마시다가 살짝 흘렸는지 손수건을 꺼내 그 흔적을 닦고 있었다. 리들이 특유의 차분한 미성으로 예의 바르게 대꾸했다.

“하지만 정치가 제 적성에 맞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교수님. 우선 저는 적절한 뒷배경이 없거든요.”

오리온이 아브락사스에게 속삭였다. 리들 선배처럼 훌륭한 분에게는 분명 고귀한 피가 섞여 있을 거야. 그게 아니라면 나는 우리 집안을 잡종 가문이라고 하겠어. 그 말을 듣고 아브락사스가 킬킬거리며 ‘나도’라고 동조했다. 둘의 시시껄렁한 농담에도 불구하고 리브는 조금도 미소 짓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자네 같은 수재들은 보나마나 훌륭한 마법사 가문 출신 아니겠나.”

리들은 잘생긴 얼굴에 우아한 미소를 담았다. 그 모습은 정말 귀한 집안의 귀공자 같아 보였다.

“오, 넌 잘 나갈 거란다, 톰. 지금까지 학생들에 대한 나의 판단은 한 번도 틀려 본 적이 없어. 그렇지 않니, 리브?”

갑작스럽게 질문을 받은 리브는 깜짝 놀란 듯 벽안을 깜박였다. 남학생들의 시선이 리브에게로 박혔다. 애버리와 래스트랭은 그녀의 미모를 두고 래번클로에 있는 게 아깝다고 속삭였다. 그때 슬러그혼의 책상 위에 놓인 황금 시계가 11시를 알렸다.

“이런 세상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시간이 늦었으니 리브가 피곤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아니, 그보다 이제 그만 가보는 게 좋겠다. 안 그러면 우리 모두 곤란해질 수가 있어요. 래스트랭, 내일까지는 작문 숙제를 내도록 해라. 안 그러면 징계를 당할거야. 애버리, 너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슬러그혼의 방을 나가기 시작했다. 리들은 오리온과 아브락사스에게 교수님께 질문할 것이 있으니 먼저 돌아가라 일러주었다.

“톰, 조심하거라. 취침 시간이 넘어서 침실 밖을 나다니다가 붙잡히고 싶지는 않겠지? 너는 반장이야…….”

그 말에 교실을 막 나선 리브는 발걸음을 뚝 멈추었다.

“리브 왜 그래?”

“…아무 것도 아니야.”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리브는 그것을 애써 무시하고 발걸음을 내딛었다. 오리온과 아브락사스와 헤어진 후 래번클로 기숙사로 돌아가던 리브는 무언가 허전하다는 것이 떠올랐다. 품을 뒤적이던 리브는 손수건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슬러그혼 교수가 준 음료를 흘려 그 손수건으로 닦았던 것 같았다. 아무래도 멍 때리다가 자리에 놓고 온 모양이었다. 좋지 않은 예감은 그 때문이었나. 급히 슬러그혼 교수의 방으로 돌아간 리브는 문틈으로 리들과 슬러그혼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일에 대해서 호기심을 느끼는 건 자연스런 일이야……. 대개 재능이 있는 마법사들은 항상 이런 마법에 마음이 끌리기 마련이야…….”

“네, 교수님.”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거지? 리브는 귀를 쫑긋 기울였다.

“하지만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건 말이죠…….”

망설이는 듯한 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살짝 흥분이 묻어있었다. 리브는 리들과 오랫동안 가까이 지내온지라 그의 미세한 반응에서 세심한 감정을 읽어내는 재주를 갖고 있었다.

“그냥 호기심에서 여쭤 보는 겁니다만…… 그러니까 호크룩스 하나가 뭐 그렇게 쓸모가 있을까요? 영혼은 한 번에 하나씩밖에 나눌 수 없는 건가요? 차라리 영혼을 좀 더 여러 조각으로 나눈다면 더 쓸모 있고 더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제 말은 예를 들자면, 7은 가장 강력한 마법의 숫자죠. 그러니까 일곱 조각으로 나누면…?”

그 말에 리브는 아연실색한 표정이 되었다. 정말로…… 호크룩스에 대해 묻고 있어…? 왜…… 왜 벌써…? 리브는 벽에 몸을 기댄 채 숨을 거칠게 쉬었다. 깜짝 놀란건 리브 뿐 만이 아닌지 슬러그혼이 빽 소리쳤다.

“맙소사, 톰! 일곱이라고!”

분명 크리스는 6학년 때 물어 본다고 했는데……. 어째서? 왜!

“단 한 사람을 죽일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그것도 성에 안차서? 아니…… 영혼을 나누는 것도 나쁜 짓인데, 거기서 일곱 조각으로 나눈다니…….”

리브의 머릿속에 순간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까 자신이 리들에게 외쳤던 말.

[당신의 그 호크룩스에 관한 가정을 슬러그혼 교수에게 확인받기라도 할 건가요?]

내가 부추긴 건가. 리브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내가 그를 부추긴 거야. 지난 여름방학에 그가 보진과 버크에서 슬리데린의 로켓을 탈취한 것처럼…… 이것도 내가…… 내가…… 내가 이렇게 만든 거야……. 소녀의 몸은 가엾을 정도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물론 이건 모두 가정일 뿐이지. 우리가 지금 토론한 것 말이다, 안 그러니? 모두 학문적인 관심 때문에…….”

“네, 교수님, 그렇고말고요.”

리브의 표정이 결연해졌다. 떨리던 몸도 멈췄다.

“하지만 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절대로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내가 방금 했던 말들, 그러니까 우리가 토론한 내용들 말이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리브는 그렇게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 소녀의 고운 얼굴에는 아무 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이 정도면 되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왔어. 크리스가 전생을 잊기 위해 노력하듯이 나도…… 이제 그를 놓아야 해. 그를 바꿀 노력을 할 게 아니라 그를 놓을 노력을 해야 해.

리브는 신기하게도 정말 그를 놓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이제 너무 지쳤다. 어쩌면 그동안 나는 그와의 관계를 끊기 위한 구실을 찾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답지 않게 그에게 날을 세우고 듣기 싫은 소리를 해댔을지도. 정을 떼기 위해서. 물론 별 효과는 없었지만……. 그래 이제 되었다. 난 그동안 최선을 다했어. 그를 이해하려고 충분히 애써왔어. 여기까지야. 자신에게 세뇌하듯 리브는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우리가 호크룩스에 대해서 뭐라고 떠든 줄 알면 사람들은 좋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호그와트에서는 금지된 주제니까……. 특히 덤블도어가 알면 불같이 화를 낼 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겠습니다, 교수님.”

리들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는 방을 빠져 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 직전에 테이블에 놓여있는 낯익은 손수건을 발견했다. 아까 흘린 걸 닦던데 깜빡하고 놓고 간 모양이군. 청년은 망설이다가 그것을 손에 쥐었다. 그녀도 이렇게 내 손에 쉽게 쥐어지면 좋을 텐데. 리들은 실없는 생각을 했다고 픽 웃으며 그것을 품에 갈무리하여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는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문 앞에 인형처럼 서있는 리브를 발견했다.

리들의 흑안이 순간 확장 되었다. 들은건가……. 리들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리브와 싸우고 홧김에 슬러그혼 교수에게 이 주제를 토론한 것은 맞지만 그것을 들키고 나니 당황스러운 심경이었다. 개의치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네 앞에 서면 나는 이상해져. 청년은 불안한 듯 품안의 손수건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리들은 불안한 마음을 애써 털어내려 노력했다.

상관없었다. 너 따위 때문에 내가 흔들릴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야. 나는 지금까지 충분히 네 뜻을 존중해왔어.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야. 하지만 리들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당당하지 못한 심정이었다. 혼란까지 일었다. 그 혼란을 감추고자 리들은 더욱 더 신랄한 말투를 쓰기 시작했다.

“도둑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대화를 듣는…….”

리들의 조롱은 리브가 입을 열게 되면서 끊어졌다. 리브는 더 이상 떨고 있지 않았다. 더 이상 화가 나있는 얼굴도 아니었고 울고 있는 얼굴도 아니었다. 냉정해 보일 정도로 차분했다. 리들은 순간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내가 줄곧 당신에게 말했던 조언들은 전부 소용이 없었군요.”

이제 리브의 고운 얼굴은 슬픔에 젖어있었다. 하지만 말투만큼은 단호하고 확실했다.

“난 그동안 당신을 옹호해왔어요. 본인이 사악하다고 했죠? 본성이 그렇다고 해도 나는 변할 거라 생각했어요. 내가 당신과 논쟁을 하고. 진심에 대해 운운하고. 그렇게……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을까. 그럼 당신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리브의 목소리에는 체념이 가득했다. 리들은 이런 리브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 마치 마지막을 고하듯 리브는 그렇게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 모습은 몹시 이성적이었다. 정말 이성적이라는 평을 받는 올리비아 브릴리언트다웠다. 하지만 리들은 불안해졌다. 자신을 향해 보이는 소녀의 이성적인 모습이 너무 불안했다.

“바꿀 수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소녀는 왠지 모르게 무기력해 보였다. 건조롭고 메말라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차라리…….

“하지만 이제 알았어요. 그건 내 오만이라는 것을.”

한 순간 슬퍼보였다. 그러나 이성은 조금도 잃지 않았다. 리들은 차라리 그녀가 평소처럼 바락바락 대드는 모습이 낫겠다 싶었다. 차라리 화를 내. 리들은 속이 뒤틀리다 못해 답답해졌다.

“나는 정말로 당신에게 아무 것도 아닌 거죠.”

이윽고 리브의 푸른 눈망울에서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녀의 고운 얼굴은 몹시 잠잠했다. 그래서 그 눈물은 마치 부자연스러워 보일 정도였다. 리들은 한걸음 소녀에게로 다가갔으나 리브는 한 걸음 물러섰다.

“그래서 당신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거에요. 앞으로도 그럴 테죠.”

리브는 그대로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 당신을 믿지 않을 거 에요.”

더 이상 그 가식에 속지도 않을 거야. 그렇게 리브는 돌아서버렸다. 그렇게 내내 위태롭던, 끝을 보이던 불안한 평화가 완전히 깨어졌다. 내내 팽팽하던 끈은 결국 끊어져버렸다. 더 이상  둘 사이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듯 했다.

<불안한 평화> 마침.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어느새 선작이 8000을 넘었네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조회수도 선작 따라오면 좋을텐데...ㅜㅜ 다들 돌아오세요..!

선추코를 비롯해 멘토링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 원래 좀처럼 화도 안내고 싫은 소리도 안 하는 사람이 저렇게 대놓고 날을 세우고 싸운 다는 것은 너와의 관계를 끊겠다는 의미나 다름없어요. 어쩌면 리브는 리들과의 관계를 끊을 구실을 찾아왔을 지도 모르겠네요. 서서히 마음정리를 하고 있던 거죠. 그게 쉬울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불안한 평화의 끝은 깨어짐이었습니다.

* 사실 둘의 대치상태와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리들 성격상 꼭 필요한 부분이구요.. 얘는 리브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으려면 한계까지 가봐야 해요. 사실 이래도 정신 못 차릴 놈이라 지 성격 못 이기고 날뛰다가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가서 제대로 굴러봐야 할걸요. 끝까지 리브를 별거 아니라고 말하고 자존심 세우고.. 리브한테 좀 듣기 싫은 소리 들었다고 그래? 그럼 네 말대로 슬러그혼 교수한테 가서 그렇게 해주지ㅋ하면서 가서 호크룩스 논하는 거 좀 보세요;; 원래 이런 놈입니다...아이고... 리브보다 지 야망이 중요하고 지 자존심이 중하죠. 리브가 그렇게 말해도 지 생각을 뜯어 고치지를 않아요. 리브도, 지 야망도, 지 가치관도.. 그냥 전부 다 갖고 싶은거에요. 한 마디로 아직 정신 못 차렸습니다^0^...으휴 이 독한놈.. 여러분 현실에서는 이런 놈 만나면 절대로 안돼요. 당장 도망가야함;; 나쁜남자는 관상용

어쨌든 오늘 사태는 리들이 비뚤어진 야망을 버리지 않는 한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습니다. 리브는 절대로 리들의 추종자가 될 수가 없으니까요. 사실 지금까지 둘은 어찌보면 이 상황을 계속 미뤄온거에요. 연재 초반에 어떤 분이 리브는 리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려고 하는 것 같다고 해주셨는데 네 그게 맞습니다. 동질감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리브는 마음이 약해졌고 정이 너무 들었거든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바꾸고 싶었던 거에요. 거스르지 않는 한에서 바꾸고 싶으니 행동은 소극적일 수 밖에 없죠. 하지만 확실히 영향을 끼치긴 끼쳤습니다.

그리고 정이 들고 감정이 가고 그런건 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른 여자애들이었으면 자기한테 이래라 저래라하고 화까지 내고 대드는거 절대 가만 안 놔뒀습니다. 지랑 열애설 난 머틀, 지 명예 깎고 기분 나쁘다고 그냥 매장시키는 거 보셨죠? 누군가가 자기랑 대등하게 날 세우는걸 그냥 보고만 있을 놈이 아니에요. 근데 리브를 지금까지 그냥 묵인해오고 귀담아도 들었다는 것은 아마 그녀가 특별하다는 것이겠죠?

어쨌든 이러이러한 상황을 위해 환생자인 크리스가 필요했습니다. 보통 인물이라면 리들에게 마찬가지로 매료되고 말거든요. 같은 환생자라면 그래도 리들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테죠. 말도 되게 그럴듯하게 했고요. 어느 정도는 맞아요. 물론 크리스는 원작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많이 치우쳐져 있긴 합니다. 크리스는 리들과 리브 사이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모르니까요. 역시 뭐든 적정선이 필요한 법이네요.

* 리들이 크리스를 없애버리고 싶을 만큼 싫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리브에 대한 질투심도 있지만 크리스는 본의 아니게 리들의 불안감을 찔렀습니다. 혹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리들은 종종 자신이 리브를 망칠 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걸 크리스가 입 밖에 냈죠. 너는 리브를 망치고 말거야. 리들은 아마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을거에요. 요즘 부쩍 드는 생각이 그거거든요. 아마 항상 떠나지 않을 테죠. 착하고 깨끗한 리브랑 있으면 있을수록 자신이 나쁘고 더럽게 느껴지니까요. 리들은 은연중에 그걸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리브가 자신을 나쁘다고 비난하는거에 유독 민감하고요.. 어쩌면 그런 반대되는 면 때문에 리브에게 끌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사실 제가 처음 멘토링을 구상할 때 자신과 정 반대되는 여자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교화되고 내가 쟤를 망치면 어떡하지 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지도 않은 양심에 찔려하고, 그러다가 진심을 배우고 저절로 사랑을 느끼는 그런 리들을 쓰고 싶었어요. 어찌보면 볼드모트치고는 꽤 인간적이죠. 저는 원작의 리들에게 리브같은 사람이 있었더라면 볼드모트가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록 롤링도 사랑의 묘약으로 태어난 톰 리들은 사랑을 할 수가 없다고 못을 박아놨지만 그래도 메로프가 있었으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여지를 두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리들에게 메로프는 줄 수 없지만 대신 리브를 주었답니다.

원래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바꾸기가 제일 힘든 법이에요. 사실 저는 리들이 생각을 고쳐먹고 완전히 교화될 거라고는 확답을 못하겠습니다. 그냥 리브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리브의 발닦개가 되길 바랄뿐^^! 그러면 최소한 리브가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겠죠. 그렇게 리들 너의 세상은 리브를 중심으로 도는거야..!

하지만 아직 그날을 멀었습니다.. 다음 챕터도 만만치 않거든요ㅎㅎ... 다들 이 상황을 너무 답답해하셔서 이렇게 쭉 적어봅니다. 걱정마세요. 언젠가 달달한 날이 올거에요.. 진짜루요....

이걸로 열세 번째 챕터가 끝났습니다. 그럼 저는 열 네번째 챕터를 들고 찾아뵐게요.

아이고 후기가 너무 기네요..ㅠㅠ 지루하실텐데 본편에 이어서 긴 후기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을 지 모르겠네요.

그러면 여러분 좋은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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