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74화 (7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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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3. 불안한 평화

    [난 전생에도 부모 없었어! 그런 나에게 전생의 부모님에 대한 향수 따위가 있을 것 같아?]

    그제서야 크리스는 리브가 어째서 현생의 부모님에게 집착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왜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를 향해 증오의 감정을 비췄는지도. 그녀는 부모의 존재가, 평범한 가족이라는 존재가 간절했던 것이다. 만약 리브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버리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자신처럼 정상적인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랐으리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전생에도, 현생에도 그것을 갖지 못했다. 그녀의 눈에 얼마나 자신이 아니꼽고 배부른 투정으로 보였을지 생각하자 크리스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왜 그녀의 어둠을 좀 더 주의 깊게 살피지 못했던 걸까. 자신의 슬픔 못지않게 리브도 다른 슬픔을 갖고 있었을 텐데 이를 눈치 채지 못하고 우둔하게 굴었다. 아니 정말 나는 눈치채지 못한 걸까?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을지도. 하지만 모른척했다. 나는 너무 답답했고 내 감정이 더 중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떻던가. 소용없었다. 거기다가 내 슬픔을 덜자고 리브의 상처를 건드리고 말았다. 크리스는 죄책감이 몰려오는 것을 느끼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녀를 배려했어야 했는데…….

    “카르티에.”

    그렇게 필요의 방을 나와 복잡한 마음으로 기숙사로 돌아가던 크리스는 그만 리들과 맞닥뜨리고 말았다. 그가 반장으로서 야간 순찰 중임을 깨달은 크리스의 얼굴에 살짝 낭패감이 맺혔다. 그러고 보니 아까 리브가 통금시간이라고 했었지!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그만 깜빡 잊고 만 청년이었다. 그렇게 그리핀도르의 청년은 눈앞의 슬리데린 청년이 자신을 잡아넣기 위해 호시탐탐 그리핀도르 기숙사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는 것 까지는 알지 못했다.

    “포터와 친하다더니 규율을 어기는 지경까지 다다른건가? 아니면 거액의 기부금으로 편입했듯이 학교 규칙까지 뜯어 고친 건가?”

    리들은 크리스를 신랄하게 조롱했다. 하지만 크리스는 발끈하기 보다는 피식 비웃을 뿐이었다.

    “너한테 규율에 관한 훈계를 듣다니…… 오래 살다 보니 별 일이야.”

    “변명은 교수님께 하도록 해. 마침 비어리 교수님이…….”

    “내가 누구와 있었는지 알아?”

    그 말에 리들이 잠깐 멈칫했다. 크리스는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리브와 있었어. 다행히 그녀는 잘 돌아간 모양이야.”

    “당연하지. 그녀는 내가 보냈으니까.”

    “호오. 그냥 곱게 보냈단 말이야? 네 성정에 분명 교수님께 넘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크리스는 요즘 리들과 리브의 사이에 냉기가 흐른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곱게 보내지는 않았을거야. 반장의 권위로 그녀를 협박 했겠지? 그래서 뭘 얻어냈니?”

    “너-”

    “가엾은 리브. 너와 엮여서 정말 못 볼꼴만 당하는 구나. 앞으로도 계속 그럴 테지.”

    리들은 손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 모습을 힐끗 본 크리스는 입꼬리를 올렸다. 젊은 시절의 볼드모트를 자극하는 것은 위험이 따랐으나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대체 그에게 리브가 무엇이기에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지.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으나 그에게서 리브를 떼어낼 수 있다면 못 할 것도 없었다. 톰 리들은 위험한 자였다. 좋지 않았다.

    “그녀 보다는 네 걱정을 하는 게 좋을거야.”

    리들의 위협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는 여전히 여유로운 상태였다. 거기다가 벨라 청년은 리들에게 의미심장한 일침까지 놓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보랏빛 자안은 상대에 대한 경멸을 담고 있었다.

    “너는 리브를 망치고 말거야.”

    저주 같기도 한 그 발언에 리들의 흑안이 흔들리며 균열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리들은 금세 본래의 차분함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 괘씸한 발언에 대한 앙갚음으로 근처를 지나가던 비어리 교수에게 넘겨버렸다.

    *

    크리스마스 휴가가 시작되고 리브는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 안에 남아 있었다. 리들은 휴가 기간 동안에는 멘토링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오리온을 통해 전해왔다. 안 그래도 심정이 복잡했던 터라 리브는 휴가 내내 필요의 방에 처박혀 있었다. 크리스도 그렇고. 리들도 그렇고……. 마음이 복잡했다. 그렇게 리브가 싱숭생숭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 막 학교에 돌아온듯한 크리스가 그녀를 찾아왔다.

    “미안해.”

    리브와 마주치자마자 크리스가 건넨 말이었다.

    “난 네가 그런 사정을 갖고 있는지 몰랐어. 정말 미안해.”

    크리스는 리브에게 자신의 부주의를 진심으로 사과했다.

    “너랑 나는 같은 처지니까…… 너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줄 알았어.”

    크리스는 리브 역시 자신처럼 전생을 그리워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내가 잘못 생각 했던거야.”

    크리스는 무조건 몰랐다고 하기 보다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그리고 사실 네가 내 이야기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애써 모른척했어. 나를 이해해주는 존재가 있다는게 너무 기뻐서… 모든 걸 말하고 이해받고 싶었어.”

    “…….”

    “하지만 내가 경솔했어, 정말 배려가 짧았어. 미안해.”

    죄책감에 고개 숙인 크리스를 보며 리브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됐어, 더 이상 사과할 필요 없어. 너에게 분명한 의사를 밝히지 않은 내 탓도 있으니까.”

    리브에게 있어 전생에 대한 기억은 희미한 안개와도 같았다. 아예 백지 상태인 것은 아니라 생각하면 어렴풋이 떠올릴 수는 있었으나 크리스처럼 분명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그러했다. 그것이 자신과 크리스의 차이점이리라. 그래서 이리 다른 것이겠지.

    “난 전생의 기억이 너처럼 분명하지 않아. 거의 기억나지 않아. 생각하면 떠올릴 수야 있겠지.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 아마 전생의 나는 그리 행복하지 못했나봐, 어쩌면 현생에 충실하라는 신의 뜻일 수도 있겠지. 그게 맞다고 생각해. 어차피 돌아갈 수 없으니까. 과거에는 나도 가끔 생각해봤어. 그건 내 상상일 지도 모른다고.”

    “상상이-”

    “아니라는 것 알아. 이렇게 나와 비슷한 존재인 네가 있으니까.”

    리브에게 전생은 현실이 아닌 머나먼 기억일 뿐이었다.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태어난 순간부터 깨달았다. 변하는 것은 없다고. 현재에 충실해야한다고. 그래서 의식적으로 전생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관두었다. 그래서 일지도 모르겠다. 기억에도 없는 부모님에게 매달린 것은.

    “그리고 원작에 대해 드문드문 떠오를 때마다 깨달아. 내 전생은 상상이 아니라는 것을.”

    “…….”

    “하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잖아. 전생은 더 이상 현실이 아니니까.”

    리브는 크리스에게 전생을 잊고 현생에 적응하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는 여전히 그게 힘들어보였다. 휴가 기간 동안 마음을 정리하고자 애썼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리브, 대체 이곳은 어딜까. 책속의 세계?”

    “크리스.”

    “이 곳은 해리포터 세계관이 자리하고 있어. 책속의 세계가 아니면 무엇이겠어?”

    “오, 책속의 세계가 아니야. 현실이야. 너와 내가 실재하는 세상이라구. 그런 식으로 현실도피 하지 마.”

    리브는 크리스의 상황을 제대로 잡아냈다. 현실도피. 전생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다시 한 번 깨달은 그가 택한 방법인 모양이었다. 이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훗날의 허탈감만 크게 키울 뿐이었다. 크리스는 리브에 대한 야속함을 조금 담아 투덜거렸다.

    “그런데 모든 것이 원작대로 흘러가고 있잖아. 이게 책 속의 세계가 아니면 무엇이겠어.”

    “크리스, 제발.”

    “…….”

    “힘들겠지만 인정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넌 평생을 슬픔 속에 살게 될 거야.”

    리브의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목소리는 안타까움을 담고 있었다. 조금은 홀가분해 보여서 휴가 기간 동안 마음 정리를 한걸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역시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전생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환경이라고 했잖아. 전생에는 그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을 전부 손에 쥐고 있는 너야.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구. 전생의 사람들만 중요한거야? 지금의 네 부모님은? 친구들은? 나는?”

    “…….”

    “정을 붙이려고 노력해봐. 아니, 이미 정이 붙지 않았어?”

    리브의 말대로였다. 크리스가 전생을 그리워한다고 해서 현생의 사람들에게 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진지하게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전생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전생에 돌아가게 되면 또 현재의 삶에 대한 향수로 견디지 못하겠지. 지금의 사람들을 그리워하겠지. 모든 게 제자리였다. 크리스는 신을 원망했다. 어찌하여 내게 망각의 축복을 주지 않았냐고. 차라리 기억하지 못했으면 좋았을 것을.

    “냉정하게 말하자면 너는 가질 수 없는 것에 욕심을 부리고 있는거야. 이제는 가질 수 없는 것과 가질 수 있는 것을 구분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포기할 줄 아는 현명함을 발휘해야 해. 전생의 삶이 끝난 지 십 년이 훌쩍 넘었어. 십 년이면 금수강산이 변한다고 하지. 이제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어?”

    그 말에 크리스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의 말대로 자신은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걸지도.

    “전부 가질 수는 없는 거야.”

    이는 리브 자신에게 하는 말과도 같았다. 그렇지 않은 것은 포기할 줄 아는 현명함이 필요한 것은 자신이었다. 여전히 리브는 리들을 포기하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하고 정을 끊든가 해야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왜 나는 그를 놓지 못하는 걸까. 호크룩스를 만들 계획을 세우는 그를 왜 못 놓는 걸까. 그 대답은…… 리브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끝까지 외면할 생각이었다. 보답 받지 못할 것이 분명하므로.

    “알아…….”

    크리스가 풀이 죽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돌아갈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아. 이게 현실이라는 것도 알아. 처음에는 꿈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깨닫게 되더라고. 네 말대로 이것은 현실이야. 전생은 잊어야 한다는 것도 알아.”

    항상 해사하던 목소리는 우울했다.

    “그런데 인정하기가 힘들어.”

    보랏빛 자안이 깊은 그리움과 슬픔을 담은 채로 음울한 공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인정해야겠지. 노력도 할거야. 그러니까…… 더 이상 소망의 거울도 찾아가지 않을거야.”

    크리스의 말끝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소망의 거울을 통해서 크리스가 본 것은 전생의 소중한 사람들 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을 놓아야 한다. 그녀의 말대로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휴가 기간 동안 내내 생각해봤어. 네 말이 옳더라고.”

    크리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이번 생에도 모델이라는 직업을 택한 것은…… 역시 전생 때문이겠지. 나는 여전히 전생의 편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 때와 같은 일을 하려 한 거야. 그렇게라도 전생의 자취를 쫓으려 한 거야.”

    크리스에게 현생은 일종의 연장선이었다. 전생에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는. 이제는 그것만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하지만 벗어나야겠지.”

    *

    크리스마스 휴가가 끝나고 1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벌써 4학년의 절반이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자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졌다. 리들은 휴가 기간 동안 학교를 비우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전날 호그와트에 돌아왔다. 리브는 라이트 가문의 집요정 하나를 불러 리들이 저택에 들렸냐고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부정이었다. 대체 어디를 갔다 온거지? 고아원으로 갈리는 없고……. 분명 호그와트에 머무를 거라 생각했는데.

    리들과 리브의 관계는 시간이 흘렀으니 조금 괜찮아 질 법도 했으나 여전히 냉기가 돌았다.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이라는 텀이 있어서인지 어색함까지 짙게 묻어났다. 둘은 여전히 멘토링 때는 사무적인 태도를 유지했으나 그 야밤에 복도에서 마주쳤던 이후로는 찬바람까지 날리고 있었다. 이는 리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날, 자신에 대한 처사가 섭섭했던 것이다.

    나를 여동생 같은 존재라 하더니 그게 뭐란 말인가. 슬리데린의 도레아 블랙이라는 여선배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 그녀는 단지 오리온의 사촌일 뿐이었다. 리브가 알기로 리들과 그녀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과 리들은 보통 친밀한 사이가 아니지 않은가. 대외적으로 나를 아끼는 여동생이라 하더니…… 자신의 입으로 친밀한 사이 그 이상이라 했으면서!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녀는 그냥 보내줘 놓고서! 나는 기숙사 점수를 감점하고 따로 벌까지 주겠……. 그 순간 리브는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깜박였다. 그러고 보니 그는 그 이후로 자신에게 징계를 주겠다는 내색을 비친 적이 없었다.

    “징계를 주겠다더니.”

    잊어버린 건가? 하지만 그럴 인간이 아닌데. 그렇게 리브가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는데 리들이 휴게실 안으로 들어왔다. 소음이 가득하던 기숙사 공동 휴게실이 잠시 조용해졌다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리들은 그 소음이 거슬리는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던 그의 눈에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리브가 들어왔다. 그녀와 단 둘이 있는 것은 피하려 했지만 오늘은 도저히 이곳에서 멘토링을 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너무 시끄러웠다.

    “따라와. 오늘은 다른 데에서 할 거야.”

    그 말을 남긴 채 리들은 휴게실을 휭 나가버렸다. 리브는 상념에서 깨어나 가방을 챙겨 그를 따라갔다. 필요의 방에서 멘토링을 하겠다는 건가? 리브 역시 단 둘이 있는 것은 피하고 싶음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리브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 소녀의 앞을 가로막은 자가 있었다. 상대를 확인한 리브는 호의적인 미소를 띄우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 크리스.”

    “리브, 어디가는 길이야?”

    “아. 멘토링이 있어서.”

    멘토링이라는 말에 크리스는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리브는 시선을 피해 그런 크리스의 표정을 못 본 척했다. 요즘 크리스는 전생의 얘기를 하기 보다는 원작에 대한 얘기를 했다. 원작은 리브에게 무척이나 흥미로운 주제였다. 줄줄줄 원작을 꿰고 있는 크리스와는 달리 리브는 단편적인 기억만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해리 포터의 할아버지라는 샤를루스 포터나 론 위즐리의 집안 어르신이 분명하다는 아놀드 위즐리로,  미네르바 맥고나걸이나 필리우스 플리트윅, 포모나 스프라이트가 거론되기도 했다. 톰 리들은 아주 가끔 볼드모트라는 이름으로 거론 될 뿐이었다. 그리고 리브는 볼드모트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더욱 더 기분이 가라앉곤 했다.

    “리들 선배가 기다리고 있어서 난 이만 가볼게.”

    그 순간 무언가를 발견한 듯 크리스의 자안이 반짝 빛났다. 그는 리브를 불러세웠다.

    “리브, 잠깐만.”

    크리스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표정이 떠올랐다.

    “조금 정도는 괜찮을 거야.”

    “나는 그를 뒤따라가고 있는 중이었어. 그가 돌아올 거야. 그와 마주치는 것은 너도 달갑지 못하잖아.”

    그 말은 즉 조금도 괜찮지 않으니 어서 자신을 보내주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크리스는 그럴 생각이 없어보였다. 급기야 리브의 손목을 잡고 복도 구석으로 이끌기까지 했다. 리브는 얼떨결에 끌려가고 말았다.

    “크,크리스!”

    “리브, 사실은 지금 리들이 보고 있어서.”

    “뭐어?”

    리브가 뒤를 돌아보려고 하자 크리스는 소녀의 어깨를 붙잡아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훌쩍 지났음에도 호그와트 집요정이 미처 치우지 못한 겨우살이 밑으로 리브를 인도하기 까지 한다.

    “난 지금부터 재미있는 실험을 해 볼 생각이야.”

    “지금 무슨 소리를…….”

    자신이 지금 어디에 서있는지 알지 못하는 리브는 이 상황이 그저 얼떨떨할 뿐이었다. 크리스는 잠깐 리브의 뒤편을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건 누군가를 약 올리는듯한 표정 같기도 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리브는 크리스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이는 쉽지 않았다.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지 않니?”

    크리스는 리브의 벽안을 똑바로 응시하며 해사하게 웃었다. 그리고 리브가 무어라 대꾸하기도 전에 그 어느 때보다도 페로몬을 강하게 방출하기 시작했다. 리브는 자신의 페로몬에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있으니 보통으로는 안됐다. 리들의 반응을 보기 전 까지는 자신의 페로몬이 리브의 정신력보다 더 강해야만 했다.

    “리브, 내 무례를 용서해줘.”

    짙은 페로몬을 정면으로 받은 리브는 크리스에게서 벗어나려는 것을 멈추고 몽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크리스는 겨우살이 밑에 있는 리브의 귓가에 대고 무어라 속삭였다. 누군가 본다면 사랑고백을 하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겨우살이 밑이니까 용서해줘야 해. 너한테 미움 받기 싫어.”

    그 말을 마치고 크리스는 리브에게 입을 맞췄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연참입니다.

    왜 갑자기 연참이냐 물으시면.. 그냥 제 변덕...

    또 이렇게 휴재를 끝내고(연중아님) 돌아왔는데 코멘트가 줄지 않았다는게 너무 감격스러워서ㅠㅠㅠㅠ조회수가 반토막나서 처음에 헉했는데 그것도 점점 돌아오고 있는 것 같고ㅠㅠㅠㅠ 여전한 사랑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쓸게요!

    사실 비축분이 얼마 안 남아서 이렇게 연참하면 안 되는데ㅎㅎ...

    뭐 다음 챕터는 어떻게든 되겠죠!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그 대신 저는 연참의 대가로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를 받아가겠어요^0^...

    그나저나 크리스가 이번편에서 대형사건을 치는 바람엨ㅋㅋㅋㅋㅋㅋ.. 어... 크리스 명복을 빈다... 리들이 크리스 죽이기 전에 독자님들이 먼저 죽일 느낌적인 느낌^^!

    그럼 여러분 좋은밤 되세요! 저는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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