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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 불안한 평화
“전생에 나는 영국인이었어. 내가 프랑스인임에도 불구하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영국 문화에 능통한 것은 이 때문이야. 그때도 나는 모델이었어. 하지만 지금과는 달리 길고 긴 무명생활을 보내야만 했지. 어느 날 그런 내게 큰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왔어. 난 부푼 꿈을 안고 비행기에 올라탔지. 하지만 나는 무대에 오를 수가 없었어……. 그 전에 죽었거든.”
전생에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었노라 말하는 크리스의 얼굴은 어두웠다. 벨라 청년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다시 태어났어. 전생의 기억을 가진 그대로 이 세계에 태어났지. 그 때문일까? 나는 어머니의 양수 속에서 숨 쉬던 때부터 열다섯인 지금까지 전부 기억 나. 성인의 지적 수준을 갖고 있는 나를 똑똑한 아이라며 학교에서는 천재가 아니냐고도 했지. 하지만 너도 알겠지만 내 두뇌는 그 정도 까지는 아냐.”
크리스는 전생의 기억 때문에 이미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었고 그 덕분에 학교에서 천재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자신의 두뇌가 그들의 기대치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크리스는 적당히 그 나이대의 학생들과 수준을 맞췄다.
“나의 할머니는 벨라야. 그래서 그 피를 이어받은 나는 아름답게 태어났지. 전생의 나는 외모가 뛰어나지 못했어. 외모뿐일까. 전생에는 지극히 평범한 집안의 일원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재벌가의 일원으로 태어나 부족함 하나 없이 풍족하게 자랐지. 부모님도 정말 좋으신 분들이셔. 하나뿐인 아들인 나를 많이 사랑해주셔.”
그렇게 크리스는 해사하게 웃으며 전생과 현생의 자신을 하나하나 비교했다.
“그보다 더 놀라운건 내가 마법사라는 거야. 보바통에서 입학장이 오고 나는 깨달았지. 이곳은 해리포터 세계구나! 내가 마법사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그 기분이란……. 리브 너도 알겠지?”
크리스의 말에 리브는 어색하게 웃었다. 해리포터 세계임을 알게 됐을 때 나는 어떤 반응을 보였던가. 마법이라는 미지의 힘 보다는 톰 리들이라는 존재 때문에 경악을 했었지. 내가 마녀임을 알았을 때 나는 어떤 반응을 보였던가. 톰 리들 때문에 그럴 리 없다고 거부했었다.
톰 리들. 내 현생은 그와 함께 시작되었다.
“사실 난 전생에 해리포터 시리즈의 엄청난 팬이었어. 그래서 호그와트에 꼭 다니고 싶었지. 책 속에 나온 인물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거든. 호그와트에는 편입을 한 전례가 없다고 하지만…… 전례는 깨라고 있는게 아니겠어?”
리브는 뒷 말을 듣고 작게 웃었다. 크리스의 말은 과연 그리핀도르다웠다.
“프랑스 마법세계의 전설적인 모델인 이사벨 마르소의 아들이라는 것과 상당한 기부금까지 더해지니 꽤 수월하더라고.”
리브는 크리스의 말을 들으며 거액의 기부금 편입설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현생의 나는 정말 과분한 환경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
크리스는 특유의 해사한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무언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적어도 리브의 눈에는 그랬다.
“전생에 비하면 현생은 행복하기 그지없어.”
정말이야? 리브는 순간 그렇게 묻고 싶어졌다. 리브의 눈에 크리스는 마냥 행복해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
“올리비아.”
다음날 리브는 심상치 않은 표정의 리들과 마주쳤다. 그와 마주침과 동시에 리브의 벽안에 순간 어떤 감정이 맺히기 시작했다. 호크룩스가 적힌 페이지가 떠오르자 그때의 무력감과 절망이 또다시 온몸을 휘감았다. 또다시 분노가 치밀어 오르려는데 그럴 틈도 없이 리들은 다짜고짜 소녀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왜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았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리브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멍하니 벽안을 깜박였다. 소녀가 무어라 대꾸도 하기 전에 리들이 입을 열어 한 가득 항의 섞인 말을 쏟아냈다.
“내 핑계대면서 약속 취소하라고 했잖아. 나랑 해독제 연습하기로 했으면서 왜 그 기생오라비 녀석이랑 외출을 하고 있었던거지?”
리브는 그제서야 리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너 그때-”
리브는 청년이 무어라 더 말하려는 것을 끊어냈다.
“전 크리스와 약속을 취소하고 선배랑 해독제 연습을 하겠다고 한 적 없어요.”
리들의 흑안이 첨예해지며 둘 사이에 심상치 않은 침묵이 흘렀다. 그 무거운 침묵 속에서 리브는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못을 박듯 어떤 말을 뱉어낸다.
“그 때 말했잖아요. 선약이 있다고.”
“그래서 내가 약속 취소하라고 했잖아. 나랑 중요한 멘토링이 있다고-”
“제가 왜 그래야하죠?”
리브의 입술에서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담긴 메시지에 리들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었다. 리브는 어렵지 않게 리들의 감정 상태를 눈치챘다. 이는 거슬림의 표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브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호크룩스가 적힌 페이지가 눈에 아른거릴 때마다 리브는 견딜 수가 없었다.
“리들 선배는 말이에요. 가끔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말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리브는 멈출 수가 없었다.
“아니 항상.”
그와 이 평온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도 이상의 참견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한편 리들은 어디 계속 말해보라는 듯 리브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당신은 뭐든 자신의 마음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죠.”
더 이상 말하지 마. 리브의 마음 한 쪽에서 이성이 소리쳤다. 그와 이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려면 더 이상은 안 돼. 하지만 이윽고 다른 한 쪽에서 분노라는 감정이 고개를 드리밀고 반박하기 시작했다.
평화로운 관계? 이 불안한 평화가 언제까지 유지될 거라 생각해? 그의 추종자라도 될 셈이야?
리브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결국 그 말을 뱉어내고 말았다.
“그렇다고 내가 리들 선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착각하지 말아요.”
둘 사이에 또다시 심상치 않은 침묵이 흘렀다. 리들의 흑안과 리브의 벽안이 맞부딪혔다.
“올리비아, 너…….”
리들이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이는 리브가 꺼낸 말에 무산되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당신의 ‘추종자’가 아니야.”
리브가 뱉어낸 말에 굳어있던 리들의 흑안이 순간 확장되었다. 얼굴을 일그러뜨릴 듯 말 듯, 화를 낼 듯 말 듯. 그 애매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리브의 태도는 당당했다. 소녀는 줄곧 외치고 싶었다.
나는 당신의 추종자가 아니야.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이는 어린 날부터 이어져온 또 다른 결심이었다. 결코 깨뜨리지 않을.
“하, ‘추종자’라고?”
리들의 시니컬한 대꾸에 리브의 얼굴이 미세한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이윽고 리들의 입술에서 감정적인 외침이 새어나왔다.
“단 한 번이라도 네가… 내 마음대로 움직인 적이 있기나 해?”
리들의 흑안과 리브의 벽안이 치열하게 얽혀 들어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의 시선이 어긋났다. 리브의 눈빛을 견디지 못한 리들이 먼저 시선을 피해버린 것이다. 저런 눈을 하고 있는 리브를 맞닥뜨릴 때마다 리들은 있지도 않은 양심을 콕콕 찔리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뭐야? 뭐가 그렇게 불만인건데!”
리들은 리브의 눈동자에 맺힌 감정을 정확히 읽어냈다.
“말 해.”
리브는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리들을 빤히 응시할 뿐이었다. 어찌 말할 수 있을까. 당신의 노트에서 호크룩스에 대해 봤노라고. 어째서 그러한 짓을 하려 하냐고. 살인을 어찌 한 번도 모자라서 일곱 번이나 저지르려 하냐고.
“말한다고…… 말하면…….”
어째서 당신은 그런 사악한 성품을 가지고 있느냐고. 정말 본성은 변하지 않는 거냐고.
“당신은 변할까요.”
리브의 목소리에는 어쩐지 체념이, 아니 그 비슷한 감정이 묻어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말하지 않을래요.”
“…….”
“그럼.”
살짝 목례를 한 후 뒤를 돌아선 리브를 리들은 붙잡을 수가 없었다. 붙잡아 보고자하는 미약한 손길은 이내 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리들은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 상황에,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로 주먹을 꽉 쥐었다.
“어째서.”
리들의 입술에서 나온 목소리는 서늘한 분노를 담고 있었다.
“왜.”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아무 일도 없었잖아. 대체 왜 그러는거야, 올리비아.
그 순간 리들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인물이 있었다. 은발에 자안을 가진 곱상하게 생긴 녀석. 크리스티안 카르티에. 리브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그가 등장하고, 소녀와 그가 얽히기 시작하고 나서 부터였다. 리들의 흑안에 붉은 빛이 번뜩였다. 이로써 리들의 분노가 향할 곳이 정해졌다.
*
그 날 이후로 리들과 리브의 사이에는 미세한 냉기가 감돌았다. 더 이상 필요의 방에서 단 둘이 멘토링을 하지 않았다. 기숙사 공동 휴게실에서 철저히 멘토링만을 했다. 전처럼 친근감과 애정이 감돌지도 않았고, 둘은 멘토와 멘티의 직분에 충실할 뿐이었다. 남들은 쉬이 눈치채지 못할 그런 냉기와 어색함이 둘을 감싸고 있었다. 평소보다 더욱 더 예의를 차리는 리브와 평소보다 더욱 더 사무적인 리들을 알아차린 것은 아브락사스와 오리온 같은 친인들 뿐이었다.
“리브, 리들 선배랑 무슨 일 있었어?”
“…일은 무슨.”
잠깐 뜸을 들이는 리브의 태도에서 거짓을 읽어낸 오리온이 대꾸했다.
“있었구나? 혹 잘못한 게 있어도 리들 선배는 너그럽게 용서를…….”
“뭐라고 했어?”
리브의 고운 얼굴이 짜증을 가득 담았다. 이어지는 것은 분노의 하이톤.
“난 잘못한거 없어!”
순하기로 유명한 여학생의 날선 태도에 오리온은 잠깜 당황한 듯 했다. 블랙가의 청년은 답지 않게 주섬주섬 변명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이는 역부족이었다.
“아니 내 말은 네가 잘못을 했다는게 아니라 가정을 해보자는-”
“오, 그런건 너의 친애하는 리들 선배에게 물어보렴!”
이런 답 없는 톰 리들 빠돌이 같으니라고. 리브는 뒷말을 삼킨 채 오리온을 잠깐 노려보다가 휭 가버렸다. 멍 때리고 있는 오리온의 모습을 보며 아브락사스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이런……. 오리온 그래서 네가 저번에 발부르가랑 싸운거야.”
“시끄러워.”
“넌 벌써부터 리들의 편을 들면 어떡하냐? 리들이 무슨 잘못을 한 지 몰라도 네가 이해해주라는 말을 해야지.”
여자들은 본래 편가르기에 민감한 족속이야. 이걸 모르는 우둔한 남자들이 너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아브락사스는 혀를 차가면서 오리온의 실수를 신랄하게 지적했고 블랙가의 후계자는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그렇게 여자에 대해선 잘 알면서 왜 리들 선배한테선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하는데?”
“알아내지 못하다니! 오리온. 난 그의 가장 친한 친구야. 내가 그에 대해 모르는게 있을 것 같아?”
아브락사스는 펄쩍 뛰며 자신과 리들에 대한 친분을 과시했지만 오리온은 같잖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리들 선배가 내내 뭘 하고 있는지도 알아내지 못한 네가 할 소리는 아닌거 같은데?”
그 말에 아브락사스가 작게 신음을 흘렸다. 말마따나 리들의 가장 친한 친구로 꼽히는 아브락사스는 그가 내내 방에 틀어박혀서 무얼 하는지 조금도 알아내지 못한 상태였던 것이다. 오리온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추측을 늘어놓았다.
“리브랑 싸워가지고 기분이 좋지 않아 방에 칩거하신다던가…….”
“설마. 말도 안 돼. 리들이 그럴 인간이냐?”
“왜 말이 안 돼? 리들 선배가 리브를 얼마나 아끼는지 너도 알잖아.”
리들과 리브가 단순한 멘토와 멘티, 오빠와 동생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둘이었다. 단순한 멘토링 파트너라고 보기에는 각별했고,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남매같은 사이라고 보기에는 애착이 너무 강했다. 정확히는 리들이 리브에게.
오리온과 아브락사스의 사이에 무언의 눈길이 오갔다. 차마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하지만 리들과 리브의 묘한 관계에 대한 것을 생각하고 있으리라. 아브락사스는 대화 주제를 살짝 틀었다.
“내가 요즘 알아낸 것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뭘 알아냈는데?”
오리온의 은회안이 반짝 빛났다. 과연 누군가의 말대로 리들 빠돌이 다웠다.
“리들은 카르티에를 싫어해. 그것도 매우.”
“어…….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는 했어. 어째서?”
아브락사스는 대답 대신 고갯짓을 해보았다. 아브락사스가 가리킨 곳에는 리브와 크리스가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둘의 관계는 무척 친밀해보였다. 거기다 리브는 내내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종종 입술을 열어 재잘재잘 말을 늘어놓기도 했다. 두 남녀의 모습은 마치 한 쌍의 연인 같아 보였다.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오리온은 리들이 왜 편입생을 싫어하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
리브와 크리스는 환생자라는 동질감을 갖고 나서부터 더욱 더 가까워졌다. 특히 크리스는 리브에게 이것저것을 털어놓고 했다. 자신의 전생의 삶, 전생의 죽음, 그리고 현생의 가정환경까지. 리브는 크리스가 전생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눈치챘다. 그래서 그리 달가운 소재가 아님에도 인내심 있게 잘 들어주었다. 그에게는 자신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일테니.
“어머니의 양수 속은 몹시 편안했어. 비록 태어날 때는 힘이 들었지만…….”
그 말에 리브의 얼굴에 살짝 난감함이 떠올랐다. 그 기억이 없던 것이다. 양수 속은 물론 어머니에 대한 기억 자체가 없었다. 뱃속에서 지금의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크리스의 말에 리브는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느꼈다. 그래, 차라리 기억 못 하는게 나을 지도. 기억 했다면 아버지가 어머니를 버리는 대화를 들었을 테니. 그리고 어머니의 울음소리까지. 그런데 왜 나는 기억하지 못 하는걸까?
“태어나자마자 내가 완전 부잣집에 태어났다는 것을 깨달았지. 전생에 고생을 해서 신이 나에게 축복을 내려준건가 싶더라니까?”
크리스는 재잘재잘 말을 이어나갔다. 보통 부잣집이 아니라 재벌가였어. 만약 내가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난 후계경쟁의 중심에 있었을 테지. 집안 배경과 지금의 어머니를 빼닮은 외모 때문인지 전생과는 달리 데뷔도 수월했어. 내 첫 데뷔는 무려 카르티에 지면 광고였지. 지금의 어머니가 지금의 아버지와 결혼을 한 후에 잠깐 카르티에 광고를 찍으셨는데 그때 갓난아기인 나도 같이 나왔거든. 나는 이번 생에도 모델을 하고 싶었어. 전생과는 달리 모델로 큰 성공을 할 수 있었지. 주목받을 수 있는 외모에 확실히 밀어 줄 수 있는 빵빵한 집안 배경이 있으니 정말 수월했어. 전생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봐주지 않았는데 지금은 내가 뭘 하든 하나하나 기사가 나고 파파라치가 따라 붙지. 그놈의 파파라치 때문에 호그와트 올 때도 고생했지 뭐야. 파파리치와의 일화를 들으며 리브는 작게 웃었다. 이어서 크리스는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 늘어놓았다.
“내 아버지는 머글이야. 카르티에 집안의 차남이지. 어머니는 프랑스 마법세계에서 전설로 꼽히는 모델이셨고 마녀지. 너도 저번에 마법부에서 봐서 알겠지만 난 어머니를 빼닮았어. 덕분에 모델로 성공하기가 수월했지……. 어쨌든 머글과 결혼하는 마법사들이 흔히 그렇듯이 우리 어머니도 마녀라는 것을 숨기셨다고 해.”
리브 너는 어때? 크리스의 물음에 리브는 잠깐 눈을 깜빡이다가 입을 열었다.
“…나도 너랑 비슷해. 어머니는 순수혈통 가문의 마녀였지.”
“와, 리브의 아버지도 머글?”
“어…… 정확히는 스큅이야.”
대답을 하는 리브의 표정은 어두웠으나 크리스는 이를 눈치 채지 못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내 어머니의 정체는 내가 보바통에서 입학장을 받고 나서 들통났어. 아버지가 글쎄, 무슨 속임수를 부린거냐며 주변을 샅샅이 뒤지시더라니까. 그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얼마나 웃으셨는지 몰라. 리브 너도 그랬어?”
리브는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간신히 입을 열어 답했다.
“내 아버지는 어머니가 마녀인 걸 알고 그대로 떠났어.”
“…어?”
“머글 세계에서 천재 과학자인 아버지는 스큅 중에서도 최악의 대우를 받은 사람인지라 마법세계를 증오하고 있었거든. 마법에 대해서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라 마녀, 그것도 순수혈통인 어머니를 무참히 버렸지.”
아버지에 대해 말하는 리브의 얼굴은 잔잔했지만 목소리는 서늘했다. 그 목소리에 묻어있는 증오를 어렴풋 읽어낸 크리스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눈꺼풀을 내리 깐 채로 조곤조곤 자신의 출생에 대해 읊는 리브는 왠지 모르게 싸늘한 느낌을 자아냈다.
“그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고 내 어머니는 나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목을 맸어. 아마 내 눈 앞에서 그랬던 것 같아. 비록 기억에는 없지만 난 세스트랄이 보이거든. 그 후로 나는 시설로 옮겨졌고, 고아원에서 자랐지.”
크리스가 리브의 눈치를 흘깃 보며 말했다.
“그,그래도…… 뒤늦게라도 돌아오지 않았을까? 딸인 네가 있잖아.”
그 말에 리브는 살짝 울컥한 것 같았다. 하지만 감정을 억누르고 차갑게 대꾸했다.
“뒤늦게 돌아와서 용서를 빌겠니 어쩌니 한 것 같지만 내 어머니는 이미 죽은 후였어. 그리고 그 남자는 내 존재를 알지도 못 해. 그러니까 앞으로 평생 마주칠 일은 없을거야.”
“…….”
“그런 표정 지을 거 없어. 난 신경 안 쓰니까.”
크리스는 종종 느꼈던 리브의 어두운 면모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착하고 순한 눈앞의 소녀는 자신과는 달리 현생의 부모님에게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본인은 절대 인정하려 하지 않겠지만.
============================ 작품 후기 ============================
제가 쉬는 사이에 팬아트 주신 신데렐라 콤플렉스님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돌아와봤는데 선작이 7000을 넘어서 진짜 깜짝 놀랐어요!
독자님들 정말 감사드려요.
감이 떨어진 것 같아 걱정되지만 뭐.. 쓰다보면 다시 돌아오겠죠..?
어쨌든 앞으로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의문나는 점이 있으시면 코멘트로 남겨주세요. 성심성의껏 답해드리겠습니다.
전처럼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를 붙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