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66화 (6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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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2. 인지와 인정 사이

리브는 필요의 방을 서성이고 있었다. 역시 이번에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어째서? 대체 누가 안에 들어가 있는거지? 필요의 방을 제대로 알고 있는 존재가 이 호그와트 안에 또 있을 줄이야……. 리브는 새까만 노트를 끌어안은 채로 계속해서 주위를 서성였다. 근처에 그리핀도르 기숙사 입구가 있는 모양인지 진홍색 넥타이를 매고 있는 학생들이 간혹 이 앞을 지나가곤 했다.

“저기…… 브릴리언트 선배?”

누군가의 부름에 리브는 휙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보통 사람의 몇 배가 되는 몸집을 한 덩치 큰 남학생이 서 있었다. 진홍색과 금색이 교차된 넥타이를 매고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가진 이 남학생은 그리핀도르 3학년인 ‘루베우스 해그리드’였다. 2주에 한 번 꼴로 말썽을 일으키고—금지된 숲에 들어간다거나 위험한 동물을 키우는 것 같은— 덩치만큼이나 힘도 비정상적으로 세서 자주 실수를 저지르는 사고뭉치였다. 하지만 위협적인 몸집에 비해 순박한 성품을 갖고 있었다. 위험한 동물을 좋아하는 특이한 취향을 갖고 있는데다가 남다른 외모 때문에 친구가 많지는 않았으나 그럭저럭 별 탈 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혹시 크리스 보셨어요?”

“아니.”

“아, 그렇구나. 혹시 보시면…… 아,아니에요. 그럼 하던 일마저 하세요…! 방해해서 죄송해요.”

해그리드는 잔뜩 긴장했는지 말을 더듬더듬 거리다가 대뜸 사과를 뱉더니 휭 가버렸다. 그 모습에 리브는 어색한 웃음을 뱉었다.

“미안할 것 까지야…….”

루베우스 해그리드. 그리핀도르 소속인데다가 학년도 달랐기에 리브와는 조금의 접점도 없었다. 설사 접점이 있었다 해도 리브는 절대로 그와의 친분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해그리드를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못했던 것이다. 마치 머틀을 볼 때처럼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원작 때문이었다.

원작에 의하면 해그리드는 비밀의 방이 열리고 습격이 일어났을 때. 범인이라는 누명을 쓰고 퇴학당하는 인물이었다. 원작대로 흘러간다면 톰 리들은 언젠가 비밀의 방을 열겠지. 불행히도 리브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 였다. 이 이상으로는 아는 것이 제대로 없었다. 전생의 기억은 너무 희미했고 원작마저도 가끔은 지나고 나서야 깨닫곤 했던 것이다.

비밀의 방. 그게 언제 열렸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원작에 의하면 톰 리들은 학창시절에 비밀의 방을 열었다. 대체 그게 언제지? 기억 해내.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몰라. 그렇게 리브가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언제 생겼는지 모를 문고리. 이건 필요의 방의 것이었다!

리브가 문고리를 잡을까 말까 망설이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문고리가 사라졌다. 놀랍게도 필요의 방에서 나온 인물은 리브가 잘 알고 있는 청년이었다.

“크리스?”

“아, 리브.”

은발의 청년은 인사를 건네며 해사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왠지 모르게 힘이 없어보였다.

“필요의 방을 쓰고 있는게 크리스 너였니?”

리브의 말에 크리스가 자안을 깜박였다.

“리브 네가 필요의 방에 대해 알고 있을 줄이야. 아, 나 때문에 혹시 들어가지 못했던 거야?”

“아, 뭐……. 지금은 아니고 아까 그랬거든.”

리브는 크리스에게 그 안에서 무얼하고 있었냐고 물었고 크리스는 또다시 힘없이 웃었다.

“그저…… 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보고 싶은 것?”

“음…….”

잠깐 고민하는 듯 싶더니 크리스는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는게 더 빠르겠다. 이리 와봐.”

크리스는 벽 앞을 세 번 정도 왔다 갔다 했다. 그러자 눈부시게 윤이 나는 문이 벽에 나타났다. 청년은 소녀의 손을 잡고 문고리를 열어 안으로 들어섰다. 리브는 얼떨결에 크리스에게 끌려 필요의 방 내부로 들어오게 되었다. 리브가 리들과 함께 멘토링을 하는 아늑한 공간과는 달리 안은 텅 비어있었다. 아니, 단 하나. 천장까지 닿는 커다란 거울이 있었다. 거울은 테두리가 화려한 황금빛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고 두 개의 뾰족한 다리가 달려 있었는데 맨 위에는 어떤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Erised stra ehru oyt ube cafru oyt on wohsi.]

리브가 그 글귀가 무엇인가 작게 발음해서 읽어보는데 크리스가 그 해답을 일러주었다.

“거꾸로 읽으면 돼. 나는 당신의 얼굴이 아니라 마음속의 소망을 보여준다.(I show not your face but your heart's desire.)"

소망의 거울. 리브는 눈앞의 물건의 정체를 깨닫자마자 한 걸음 물러섰다. 한편 크리스는 거울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서 그것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뭉클한 목소리로 거울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소망의 거울이야.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소망을 보여주지…….”

크리스는 거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리브는 거울을 잠깐 응시하다가 이내 외면했다. 그래서 청년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이걸 보통 거울처럼 사용할 수 있대. 정확히 자신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니까 말이야…….”

아무래도 크리스는 거울에서 원하는 것을 찾은 모양이었다. 멍하니 거울에서 눈을 뗄 생각을 도저히 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인 모양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크리스는 그제서야 눈을 돌려 리브에게 거울을 볼 것을 권했다. 하지만 리브는 그것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유를 묻는 크리스에게 리브가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말했다.

“나는……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지 않아. 그리고 뭐가 보일지는 뻔하지.”

“뭔지 물어봐도 돼?”

“어…… 초콜릿이나 마카롱에 파묻혀 있는 내 모습 말이야. 난 단 것을 정말 좋아하거든. 하지만 살이 찔까봐 많이 못 먹고 있어.”

크리스는 어쩌면 리브가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이를 지적하지 않고 크리스는 멍하니 거울을 응시했다. 청년의 해사한 얼굴에 더욱더 진한 미소가 맺혔다. 하지만 그 미소는 왠지 모르게 조금 서글퍼 보였는데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순간이었기에 리브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넘겨버렸다.

크리스는 이제 곧 통금시간이라는 리브의 재촉이 몇 번 있고나서야 거울에서 눈을 뗐다. 아쉬운 듯 거울을 뒤로하고 필요의 방을 나오는 크리스의 얼굴은 왠지 모르게 그늘이 져있었다. 리브는 크리스가 소망의 거울에 집착을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스러워 충고를 해줄까했지만 이내 관두었다. 과연 자신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나 역시 소망의 거울 앞에 서면 그처럼 될 지도 몰랐다. 리브는 그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처음부터 회피하고 차라리 보지 않는 것을 택한 것이다.

“그런데 리브, 그 노트는 뭐야?”

“아, 이거……. 리들 선배껀데 잠깐 빌려왔어.”

리브는 왠지 모르게 내가 언제 빌려줬냐고 항의하는 리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애써 무시했다. 리브의 품에 안겨있는 새까만 양장본 노트를 보는 크리스의 자안이 의미심장하게 빛났다. 크리스의 눈은 표지 뒷면에 인쇄된 런던 복스홀 가의 잡화점 이름으로 향해 있었다.

“빌려줬다고? 정말 친한가 보네.”

그렇게 툭 말을 내뱉은 크리스는 다시 한 번 해사하게 웃었다.

“리들의 일기장?”

“그건 아닌 것 같아.”

“하긴, 일기장이면 절대로 빌려줄 리 없지. 하지만 꽤 두껍고 연도를 보니까 몇 년 된거 같아서 말이야. 오래 쓸 만한 노트이면 일기장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크리스는 보기보다 예리하고 눈치가 빠른 성격인 것 같았다. 어린 나이부터 모델 생활을 했기 때문일까. 평소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크리스는 사교계나 연예계에 이골이 나있는 듯 했다.

“거기 무어라 쓰여 있어? 필기 노트인가?”

“…난 뒷면에 이니셜을 새겨주기로 했을 뿐이야. 개인적인 것이 적혀 있는데 펼쳐 보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 생각해.”

자신을 무례한 사람으로 모는 듯한 리브의 말에 크리스는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그렇긴 하지. 하지만 궁금하지 않아? 오랜 기간 알아온 사람이라 해도 내가 알고 있는 전부는 아닌 법이니까. 난 때로는 내 친구가 마음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던데.”

그제서야 굳어있던 리브의 표정이 풀렸다. 크리스는 요즘 리브를 상대하면서 전에 리들에 대해 함부로 입을 놀렸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그 때의 일로 리브에게 이미지가 잘못 낙인찍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크리스는 마음이 좋지 못했다. 그런 말은 좀 더 친해지고 나서 하는건데…… 확실히 경솔하게 굴었다. 그러고 보니 리브와는 변신술 파트너라는 것 이외에는 공통사가 없었다. 비슷한 관심사나 공통점이라도 있어야 동질감이 형성되고 더 가까워지기 마련인데 통 알 수가 없으니 원. 크리스는 리브와 심도깊은 대화를 나눌 저도로 학문에 조예가 깊지는 못했다.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또 어떤 관심사를 갖고 있을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가령 나도 모르는 비밀을 갖고 있다던지……. 알고 있으면 더욱 더 친해지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리브 난 그렇게 생각해.”

“그래, 그러겠다.”

“그리고 가장 솔직한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볼 수 있기도 하지.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도 있잖아.”

순간 리브의 고운 얼굴에 그늘이 생겼다. 아니야, 크리스. 청년의 말에 부정하지 못한 채 소녀는 침울하게 길게 뻗은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차마 뱉지 못한 말을 속으로 외쳐본다. 아는 것은 무서운거야.

*

크리스와 헤어지고 기숙사로 돌아온 리브는 곧바로 노트를 펼쳐 그 문제의 부분을 찢어내려는 시도를 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실패였다. 아무래도 리들이 손상금지마법 따위를 걸어놓은 모양이었다. 자신의 마법실력으로 톰 리들이 걸어놓은 마법을 해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데다가 함부로 남의 노트에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리브는 지팡이를 들어 그 문제의 부분을 마법으로 깔끔하게 지워버리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리브는 무의식적으로 노트를 휘리릭 넘기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앞쪽에 리들과 리브가 종종 필담을 나눈 흔적이 있는 페이지가 있었는데 바로 그 다음 페이지가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수수 한참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야 리들과 리브의 필담이나 자질구레한 필기 같은 것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또 다음 장을 넘겨보면 깨끗하게 비워져있고……. 이러한 패턴이 반복이었다.

보통이면 한 페이지를 쓴 후에 바로 다음 페이지를 쓰지 않나? 왜 비워놓은 거지? 중간 중간에 비어있는 페이지는 대체 뭐지? 아, 투명잉크로 쓴걸까?

리브는 장미목 지팡이를 꺼내 노트를 향해 겨누다가 멈칫했다. 비밀스러운 내용이라면 내가 함부로 훔쳐봐서는 안되는게 아닐까? 그 생각이 들자 리브는 지팡이를 내려놓고 노트를 덮었다. 그건 아까 크리스에게 말한 대로 이는 무례한 행동이었다.

[물론 그렇긴 하지. 하지만 궁금하지 않아? 오랜 기간 알아온 사람이라 해도 내가 알고 있는 전부는 아닌 법이니까. 난 때로는 내 친구가 마음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던데.]

궁금하다. 대체 무엇을 써놓았을까. 사적인 일이 가득 적힌 일기? 혹시 요즘 기숙사에 처박혀서 하고 있는 그 연구에 관한 것은 아닐까? 감당할 수 없는 호기심이 맺히기 시작했다. 어느새 리브는 다시 노트를 펼친 채로 지팡이를 겨누고 있었다.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또 어떤 관심사를 갖고 있을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가령 나도 모르는 비밀을 갖고 있다던지……. 알고 있으면 더욱 더 친해지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가장 솔직한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볼 수 있기도 하지.]

알고 싶다. 어떤 관심사를 갖고 있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이미 그의 성향을 속속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알고 싶다. 그 누구보다도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어떤 사람인지 나는 더욱 더 알고 싶다. 어쩌면 그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답은 나왔다. 나는 할 것이다. 어떤 내용이 적혀있는지 보고싶다. 무슨 내용인지 보기만 하고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 놓으면 돼. 그러면 모를거야. 그리고 안다 해도 별 말 하지 않을거야. 방금도 이렇게 노트를 그냥 넘겨줬잖아. 정말 뻔뻔스러운 자신감이었다. 나는 이를 알면서도 내 자신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아파레시움.”

지팡이로 노트를 세 번 톡톡 두드리며 주문을 외워보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리브는 더욱더 무슨 내용인지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어떻게 해서든 이 내용을 보고야 말겠어. 리브는 에밀리에게서 그녀가 다이애건 앨리에서 구입했다는 ‘비밀 폭로제’를 빌려왔다. 지우개처럼 생긴 연한 붉은 색의 그것을 박박 빈 페이지에 문질러보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비밀 폭로제로 A부터 Z까지 모든 알파벳을 써보았음에도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뜻대로 되지 않자 신경질이 난 리브는 노트를 내팽개치듯이 내려놓았다. 그럼 그렇지. 톰 리들이 이리 허술하게 비밀을 기록할 리가 없었다. 보여주지 않을 거라면 그의 성격 상 꽁꽁 숨겨놓았겠지. 나한테 순순히 노트를 넘겨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이었다.

리브는 짜증을 가라앉히고 뒷면에 이니셜이나 새기기로 했다. 소녀는 장미목 지팡이를 휘둘러 허공에 자신의 글씨체로 리들의 이니셜을 썼다. ‘T. M. Riddle.’ 리브는 그것을 적당한 크기로 축소시킨 후 노트에 담았다. 선명한 황금빛 글자가 새까만 양장본 뒷면에 새겨졌다. 새기고 나서 보니 문득 드는 생각. 음, 슬리데린이니까 은색이나 초록색으로 할 걸 그랬나? 색깔을 바꿀까 고민한 리브는 혹시 얼룩덜룩해질까 싶어 그냥 관두었다.

리브는 무심결에 노트를 앞면을 한 장 넘겨보았다. 첫 페이지에 잉크로 쓰여진 ‘T. M. Riddle’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필체를 보니 리들이 쓴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을 손가락으로 쓸어보던 리브는 노트를 탁 덮었다. 노트는 포기하자. 하지만 이는 쉽지 않았다.

이제 리브는 침대에 엎드린 상태로 멍하니 그 문제의 페이지를 응시하고 있었다. 기분 탓일지 모르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이 페이지에 써진 것을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처럼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물론 무엇이 쓰여 있는지 알아내고 싶다는 집착 같은 바람도 한몫했다. 그러다가 리브는 몸을 틀어 정자세로 누웠다. 긴 머리카락이 황금빛 폭포수처럼 베개에 흩어졌다.

머리 묶고싶다. 근데 몸을 일으켜서 머리끈을 가져오기에는 귀찮았다. 그래서 리브는 몸을 돌리고 다시 엎드리더니 품에서 아까 리들이 손에 쥐어주었던 손수건을 꺼냈다. 브라운 빛깔의 그라데이션 색감이 소녀의 작은 손에 들렸다. 창문으로 들어온 태양빛에 의해 손수건에 새겨진 황금빛 이니셜이 반짝 빛났다.

리브는 손수건을 끈처럼 모양을 잡아 입에 물고는 붕대를 감지 않은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대충 모았다. 간신히 높이 올려 동그랗게 말고 있는데 입술에 물린 손수건이 펼쳐놓은 노트 위로 툭하고 떨어졌다. 말아놓은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손수건을 집으면 되지만 불행히도 오른손은 붕대가 감겨있었다. 리브의 벽안이 짜증으로 물들기 시작하려다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그 바람에 소녀의 손에 들린 머리카락이 다시 아래로 흩어졌다.

“어떻게……?”

분명 아까까지 비어있던 페이지였다. 무슨 수를 써도 나타나지 않던 글씨들이 나타나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그러던 리브의 눈에 브라운 빛깔의 손수건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 이게……? 리브는 떨리는 손으로 옆의 빈 페이지에 손수건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새하얀 페이지가 리들의 글씨로 채워졌다. 이 손수건이 리들이 걸어놓은 마법을 푸는 열쇠였던 것이다.

무엇을 써놓았을까. 그는 무슨 연구를 하고 있을까.

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리브는 세차게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노트를 들여다보았다. 이내 소녀의 벽안이 경악과 충격으로 물들었다. 심장이 더욱더 세차게 뛰었다. 아까와 같은 설렘이 아니었다. 이는 두려움과 불안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절망감.

리브는 손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다음 장을 넘겼다. 그리고 간신히 손수건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또 다음 장에도. 그렇게 계속해서 손수건을 올려놓았다. 떨리던 손은 점점 잦아들고, 리브의 고운 얼굴에는 모든 감정이 사라졌다. 하지만 푸른 눈동자에 맺힌 절망만큼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계속 넘기며 억척스럽게 손수건을 올려놓는다. 그런 소녀의 손길에 따라 새하얀 페이지에는 리들이 써놓은 글이 드러났다. 무어라 써놓은 지 읽으면서 리브는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가장 사악한 어둠의 마법의 비밀.]

내가 특정 챕터를 찢어버렸던 그 문제의 책. 특별 서재에 있었던 그 문제의 책. 특별 서재의 모든 책을 읽은 톰 리들. 이 손수건이 끼어져있던 그 문제의 책. 원작은 그랬을지라도 지금의 그는 다를거라고 합리화하며 헛된 희망을 붙잡던 나. 그 어리석음의 대가는 컸다.

톰 리들은 호크룩스 챕터를 은밀하게 필사(筆寫)해놓았다.

절망스럽다 못해 참담한 심정이었다. 이는 단지 필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호크룩스와 가장 강력한 마법의 숫자, 7의 상관관계.]

아아, 이래서 아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 작품 후기 ============================

성장 아이템 선물주신 바라만보는자님, 네이티리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추코 해주시고 따로 성장템 투척해주시는 독자님들도요^0^

전 코멘트를 사랑해여.......헿.....

* 달달해질 쯤 하면 이렇게 빵 하나 터뜨려주는게 있어야하져... 제 심보가 못돼서 그래여.... 리들리들 너에게 리브를 쉽게 줄 수 엄써!

* 이번 챕터는 유독 길죠..! 다음 편에서 열두번째 챕터가 끝납니당

* 이번 챕터 끝나고 전 꼬르륵 잠수탈거에여! 물론 무기한 잠수는 아니에여 잠수함이 없어서 숨막히면 나와야함;;;; 멘토링이 슬슬 절정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플롯을 가다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다시 체크해야 함돠.. 점점 앞에 뭘 썼는지 까먹고 있어여... 떡밥 회수도 해야하고 그래야하는데..... 내가 무슨 떡밥을 던졌더라..... 그런 의미로 우리 같이 정주행해요;;;^0^;;; 이거 땀 아니고 머리카락이에여

* 그런 의미로 다음 편은 좀 빨리 올릴게요! 거의 다 써놨음 헿 근데 그게 비축분 끝이라는 슬픈 전설이.... 으앙

* 어째 오늘 후기는 사담인 느낌^^! 그렇다고 감상댓글 없으면 저 슬퍼여.... 전 솔직히 선작보다 코멘이 더 좋아영.. 그렇다고 선작이나 추천이 싫다는건 아님;;; 쾅쾅 눌러주세여

여기까지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의 표시로 오랜만에 예고편 나감미당

<67화 부분 발췌>

“…톰 리들을 좋아하기라도 하는 거야? 너 역시 그에게 푹 빠져 버린거야?”

*

“……크리스에게 손대지 말아요.”

“나는 리들 선배가 작년에 수많은 여학생들과 끊임없는 열애설을 내고 다녔을 때 단 한 번도 무어라 한 적 없어요.”

*

“리브가 저러는건 너 때문이야.”

“최근 그녀가 하고 있는 걱정이며 근심은 전부 너 때문이라고 이 멍청아.”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앞에 @를 붙여주세요!

그럼 저는 조만간 67화로 찾아뵙겠습니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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