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54화 (5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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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Chapter 11. 변동의 조짐

머글 지하철을 타고 어느 역에서 내려, 손님용 입구인 공중 전화박스를 통해 마법부에 들어온 리브였다.

[마법부에 오신 손님 여러분께서는 보안 검색대에서 지팡이를 등록하시고 검색에 응해 주시기 바랍니다. 보안 검색대는 중앙 홀 제일 끝에 있습니다.]

공중 전화박스의 여자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리브는 보안 검색대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와보는 마법부의 화려한 풍경에 절로 눈이 돌아갔다. 마법부에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중앙홀은 무척이나 화려하고 번쩍거렸다. 새까만 바닥은 반짝반짝 윤이 났고, 금빛 상징들이 새겨진 푸른 천장은 광택이 났다. 윤이 나는 까만 널빤지를 덧댄 양쪽 벽에는 금빛 벽난로들이 셀 수 없이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보아하니 왼쪽 벽난로가 입구이고 오른쪽 벽난로가 출구인 듯 했다.

중앙홀을 반쯤 지나자 커다랗고 둥근 분수대가 나왔다. 분수대의 정 가운데에는 금빛 조각상들이 서있었는데 마법사 조각상이 위엄 넘치는 모습으로 허공을 향해 지팡이를 치켜들고 있었다. 그 주위에는 아름다운 마녀 한 명과 켄타우로스, 도깨비 그리고 집요정이 둘러서 있었는데 이 셋은 모두 마녀와 마법사를 찬미하듯이 우러러 보고 있었다. 두 개의 지팡이와 켄타우로스의 화실, 도깨비의 모자, 그리고 집요정의 두 귀에서는 반짝이는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분수대에는 필리우스와 한 여성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여성은 리브에게 낯익은 얼굴 이었다. 지난달에 호그와트를 졸업한 래번클로의 세실리아 클리어워터였다. 리브는 반가움을 느끼며 빠른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필리우스와 세실리아는 리브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 채 재잘거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리브가 넌지시 인사를 건냈다.

“세실리아 선배, 필리우스 선배. 오랜만이에요.”

리브의 목소리에 그들이 시선을 돌려 소녀를 응시했다. 넘실거리는 금빛 블론드를 뒤로 넘기며 소녀는 싱긋 웃어보였다. 리브의 존재를 파악한 그들의 말소리가 멈췄다. 그들은 빤히 리브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반응에 리브는 어색하게 웃으며 많이 기다렸냐고 물었다. 그러나 대답 대신 들리는 것은 여성의 감탄섞인 목소리.

“세상에, 너 리브니?”

여름방학 동안 무섭도록 성장한 리브의 모습에 세실리아가 감탄사를 뱉었다. 필리우스 역시 리브에게 키가 많이 컸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키가 많이 컸다는 말에 리브는 활짝 웃으며 기쁨을 표출했고 그렇게 셋은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세실리아는 마법부에 무슨 일이냐는 리브의 물음에 마법부 채용 면접을 보러 왔다가 필리우스와 마주쳤다고 대답했다. 그러다가 마법부에서 볼 일이 있다는 것을 떠올린 리브가 다시 입을 열었다.

“두 분 대화하고 계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요. 금방 다녀올게요.”

“그래, 어서 다녀와.”

“세실리아 선배, 그럼 면접 잘 보세요.”

세실리아와 미리 작별인사를 한 리브는 보안 검색대로 향했다. 우선 마법부 규정대로 지팡이를 등록해야만 했다. 리브의 앞에는 역시 손님인지 지팡이를 등록하기 위해 경비와 대화중인 두 남녀가 있었다. 은발의 뒷모습을 보며 리브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두 사람은 이국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프랑스 국적인 것 같았다. 그들의 차례가 끝나고 지팡이를 등록한 리브는 황금 문으로 들어가 승강기에 올라탔다.

우연찮게도 방금 보안 검색대에서 봤던 두 프랑스인과 리브는 같은 승강기에 올라타게 되었다. 리브는 아무 생각없이 그들을 돌아보았다가 깜짝 놀라야만 했다. 엄청난 미녀와 미소년, 아니 미청년이 있었는데 특히 반짝 거리는 실버 블론드와 자수정 같은 보랏빛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30대 가량으로 보이는 은발의 여성은 감히 질투할 엄두도 못낼 만큼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또한 보랏빛 눈동자 때문인지 신비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와 놀라울 정도로 닮은 외모를 가진 청년 역시 빼어난 미모를 갖고 있었다. 리브는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전생과 현생 통틀어서) 제일 잘생겼다고 생각한 톰 리들과 동급의 미모를 가진 남자가 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느껴야만 했다.

리브는 그들의 미모에 감탄하느라 본의 아니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 둘은 대화를 나누느라 바빠서 소녀의 그러한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리브는 순간 실례라는 생각이 들어 표정을 수습했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가 우연히 은발의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

“…….”

영국 태생의 금빛 소녀는 미모의 청년을 향해 살짝 미소 지었다. 잠깐 빤히 쳐다보던 프랑스 태생의 은빛 청년은 미소에 대한 보답으로 보랏빛 눈동자를 가늘게 휘어 매력적인 눈웃음을 선사했다. 그 눈웃음은 매력적이다 못해 매혹적이기 까지 했다. 소녀는 멍하니 벽안을 몇 번 깜박였고 승강기가 멈추는 소리 덕분에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리브였다. 청년은 어머니와 승강기에서 내렸고 리브는 고개를 흔들었다.

“뭐지? 방금 잠깐 기분이 이상했어.”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는데……. 고개를 갸우뚱 하던 리브는 그 다음 층에서 내렸다. 라이트 가문의 남은 재산 처리와 저택과 별장에 플루 가루 네트워크를 설치를 위해 해당 부서로 가던 리브는 우연히 슬러그혼 교수와 마주쳤다. 리브는 자신을 무척 반가워하는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그 미모의 청년에 대해 잊어버릴 수 있었다.

*

마법부에서 볼일을 전부 마친 리브는 서둘러 중앙홀의 분수대로 향했다.

“오래 기다리셨죠.”

“아니야, 금방 왔네.”

리브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계속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저녁때 근무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나머지 선배들은요? 필리우스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나머지 애들은 이미 연구소에 가있어. 아마 지금 견학 중일거야. 그리고 저녁 근무는 휴가냈어.”

원래 필리우스는 학생들을 다른 인턴에게 넘기고 저녁때 근무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저녁 근무를 휴가내면서 까지 자신을 견학시켜주겠다는 호의에 리브는 미안해하며 말했다.

“저 때문에 이렇게 수고스럽게…….”

“수고는 무슨. 우리 기숙사 유망주이자 친한 후배님께 마법 연구소 견학을 안 시켜 드릴 수는 없지.”

그렇게 말하며 필리우스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고마워요, 필리우스 선배.”

필리우스는 그렇게 고마워 할거 없다며 사실 요즘 연구개발 중인 마법 물품 때문에 골치가 딱딱 아파서 후배핑계 겸 빠지는 거라고 웃었다.

“마법 물품요?”

“응, 무생물을 작아지게 만드는 마법 물품에 대해 개발, 연구 중인데 너무 민감해서 말이야. 지속시간이나 이런 것들이 중구난방이고 너무 복잡해서 골머리를 앓고 있어. 요즘 내가 내내 그 생각만 하느라고 머리가 너무 아프단 말야. 이번 기회에 좀 쉬어야지. 방학 동안 하루도 안 쉬었거든.”

청년은 아마 자신 대신 다른 누군가가 실험을 했을거라며 매일 똑같은 변화 기록이라 지겨워 죽겠다고 투덜거렸다.

“리브, 동반 순간이동 할거니까 내 손 잡아.”

순간이동 시험에 통과한 필리우스는 동반 순간이동도 성공적으로 실행시켰다.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역시 순간이동의 느낌은 좋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며 리브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필리우스 선배, 여기가 맞나요? 연구소 입구는 어디있죠?”

“아, 여기서부터 걸어가야 해.”

“연구소 바로 앞으로 순간이동을 하면 안되나요?”

리브의 물음에 필리우스가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연구소는 마력에 무척이나 민감해. 그리고 순간이동을 하면서 생기는 마력의 흐름은 상당해서 순간이동으로 곧바로 연구소 입구에 도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 그래서 모든 방문객과 연구원들이 이렇게 도보로 이동하고 있지. 이어서 둘의 대화는 연구소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인턴이라서 별로 하는 일이 없어. 연구원들 보조나 조수 역할이지.”

“그런데 인턴에게 예비 실험을 시켜요? 위험하지 않나요?”

“예비 실험이라고 해도 그냥 마법약 몇 방울 떨어뜨리고 상태 관찰 하는거야. 그리고 개발 중인 마법 물품은 원래 불안정해서 위험할 수밖에 없고, 연구소 직원들은 전부 그 위험을 감수하고 있어. 확실히 마법학은 정말 매력적이야. 물론 우리 연구실의 것은 위험하지 않아.”

마법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필리우스의 얼굴은 열의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 필리우스 선배가 마법 담당 교수였던가. 역시 마법학을 좋아하는구나. 그 순간 리브의 머릿속에서 원작에서 읽었던 필리우스 플리트윅의 특징이 스쳐지나갔다. 몸집이 매우 작아서 난쟁이 같았던……. 그래서 처음에 그를 만났을 때 일반 사람들과 별 다를 것 없는 모습에 놀랐었지. 그 당시에는 원작이 전부 일치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넘겼지만…… 혹시, 태생적으로 몸집이 작은게 아니라 후천적인 게 아닐까. 불행히도 마법 사고라던가…….

그렇게 생각하니 리브는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느꼈다. 갑자기 몸집이 작아져서 일반인과 달라진다면 얼마나 실망하게 될까. 다시는 원래의 크기로 돌아오지 못할텐데. 문득 그가 안타까워졌다. 원작대로 흘러갈 것이다. 그럼 언젠가 필리우스 선배는 몸집이 작아질테지. 그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테지.

이제는 불안해졌다. 모든게 원작대로 흘러간다면…… 톰 리들은… 역시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내가 호크룩스 책장을 찢어버렸음에도 이미 그는 책을 읽은 후 였듯이, 결국 그의 손에 문제의 책이 넘어갔듯이……. 내 시도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어떻게든 원작대로 모든 것이 흘러간다.

그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톰 리들을 놓지 못하면서도, 그를 막으려 하면서도 회의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그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어둠의 마법사가 될, 볼드모트가 될 소질이 다분했다. 언제나 나는 느낀다. 그는 결코 변하지 않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둬. 하지만 종종 나는 그에게서 헛된 희망을 품고 만다. 그러나 그 희망은 말 그대로 헛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만두려는 내 시도 역시. 나는 그를 도저히 놓을수가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그리고 결국 원작대로 볼드모트가 되어 파멸할 그를 생각하자 슬퍼졌다.

*

“이게 무슨…….”

필리우스 선배와 함께 도착한 마법 연구소는 입구에서부터 무척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마법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뿅하는 소리와 함께 나타났다 사라지는데 전부 심각한 표정이었다. 순간이동으로 연구소를 왔다고? 방금 필리우스 선배의 말에 의하면 연구소 앞에서의 순간이동이나 큰 마력을 요하는 마법은 금지되어 있을터. 이 규율을 깰 만큼 연구소에서 큰 일이 생겼음이 분명했다.

“연구소에 무슨 일이 생긴게 분명해.”

필리우스는 인턴증을 보여주며 연구소에 출입하려 했으나 경비들에게 출입을 제한 당해야만 했다.

“수석 연구원 밑으로는 엄금하라는 상부의 명이 있었습니다.”

“연구소에서 큰 사고라도 있었습니까?”

“네, 제 3 연구실에서 일이 좀……. 혹 근무 때문에 오신거라면 취소되었으니 돌아가십시오.”

“제 3 연구실이라고요?”

경비원의 말에 필리우스는 경악했다. 제 3 연구실은 그가 몸담고 있는 곳이었다. 청년은 자신이 그 연구실 소속이며 원래 대로라면 지금쯤 그 안에 있어야 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고 캐묻기 시작했다. 경비들은 난감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볼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많은 사람들이 연구원으로 들어가고 나왔다. 그 얼굴들은 하나같이 심각했다. 리브는 연구소 안의 상황이 무척 심각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럼 이곳에 견학을 온 학생들이 있는데 어찌 되었습니까?”

“호그와트 학생들이라면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참 전에 귀가 했으니 걱정 마십시오.”

그래도 필리우스가 무슨 일인지 알아야겠다며 경비에게 끈질기게 묻는데 누군가가 휘적휘적 다가왔다. 호그와트에서 마법 수업을 담당하는 캠벨(Campbell) 교수였다. 리브는 학교 교수를 발견하자 꾸벅 인사했지만 캠벨 교수는 제자의 인사를 받을 정신이 아니었다. 교수는 급하게 온듯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는데 그런 그의 얼굴은 몹시 창백했다.

“오, 멀린이시여…….”

한참동안 멀린을 찾던 교수는 필리우스가 무사함을 확인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5시 경에 제 3 연구실에서 불행한 사고가 있었고, 4시부터 자신이 인턴으로 추천해서 채용된 애제자의 근무가 있다는 말에 혼비백산한 노교수였다.

“교수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 때 연구소 안에서 마법부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누군가가 급히 나오고 있었다. 급하게 입구에서 떨어져 길을 터주던 셋은 한 연구원이 들처업은 누군가 보며 경악했다. 리브는 눈을 부릅뜬 채로 굳어버렸다. 정신을 잃은 채로 한 직원의 등에 업혀있는, 연구원으로 추정되는 마녀는 몸이 몹시 작아져있었다. 마치 난쟁이처럼. 직원들이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성뭉고 병원으로 옮기려는 모양이었다.

“맙소사…….”

캠벨 교수의 입에서 연구소 안에서 있었던 자초지종이 흘러나왔다. 방금 실려간 마녀는 제 1 연구실의 주임 연구원으로 오늘 필리우스가 갑작스럽게 휴가를 내는 바람에 비는 제 3 연구실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했다. 연구 개발 중인 마법 물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특정 마법약을 떨어뜨려 예비 실험을 하던 도중 이 사달이 난 것이었다. 그 예비 실험은 위험한 것도 아니었고 필리우스가 아까 말한 대로 항상 지겹도록 해오던 것이었다. 또한 연구 중인 마법 물품도 단지 무생물을 작게 만드는 것이었고 개발 중이라 불안정하더라도 근처의 양피지나 장갑 같은 것들을 작게 만드는 데에서 그쳤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해서는 한치의 의혹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마법 물품이 생물에게 작용해 버렸고 피해자가 속출했다. 방금 실려간, 예비 실험을 하던 그 마녀와 편지를 전하러 온 부엉이 하나가 작아져버린 것이다.

“그 주임 연구원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난 네가 무사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건 분명 멀린의 가호가 있던게야…….”

다행이라고 쉴새없이 중얼거리는 캠벨 교수에게 필리우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 청년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자칫하면 불행한 사고를 겪어 성뭉고 병원에 실려간 것은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진 것이다. 안도감 하지만 왠지 모를 죄책감. 그 마녀에게 미안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워,원래대로 돌아올 수는…… 있는거죠?”

“수석 연구원들과 수뇌부들이 지금 원인을 분석중이란다. 그래서 나도 소환된거고…… 우리가 아니더라도 성뭉고 병원에서 금세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게다.”

“그렇겠죠?”

“물론이란다. 오, 리브도 있었구나. 방학은 잘 보냈니? 견학을 온 모양이지만 오늘은 안되겠구나. 그럼 개학 때 보자.”

그렇게 말하며 캠벨 교수는 급히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필리우스는 교수에게 작별인사를 할 생각도 못한 채 소란스러운 연구소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리브 역시 살짝 충격에 빠진 얼굴이었다.

원작이 바뀌었다.

*

리브는 착잡해 보이는 필리우스에게 아무런 말도 건넬 수가 없었다. 그 마녀는 괜찮을 거라고,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돌아오지 못할테니까. 리브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 마녀는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그 자리에 필리우스 플리트윅이 있어야 했다. 내가 약속에 늦게 나옴으로써 그 불행은 필리우스를 비켜갔다.

“있잖아, 리브.”

내내 말이 없던 필리우스가 운을 뗐다.

“정말 그 마녀에게 미안해. 내가 휴가만 내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그런 일을 겪지는 않았을 테지.”

그렇게 말하는 필리우스의 목소리는 죄책감이 묻어있었다.

“미안해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네가 오늘 약속에 늦었고, 그로 인해 내가 충동적으로 휴가를 낸 것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러게 말하는 필리우스의 얼굴에 죄책감이 진해졌다. 리브는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필리우스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자신이 겪어야 할 사고를 다른 이가 겪은 것에 대해서. 하지만 그 사고를 피해서 천만 다행이라며 약속에 늦은 리브에게 고마워하는 자신에게 부끄러워 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응당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안위가 더 중한 법이다. 하지만 밀려오는 죄책감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오늘 약속에 늦은 너에게 고마워하는 내가 싫어져.”

“필리우스 선배…….”

리브는 필리우스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가 괴로워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리브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선배의 잘못이 아니에요.”

“알아, 하지만 마음이 좋지 않네.”

필리우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난 정말 나빠. 정의롭지도 못해. 마법의 모자가 날 잘못 본거야.”

필리우스는 마법의 모자가 그리핀도르와 래번클로 사이에서 무척이나 고민한 모자걸이였다. 필리우스는 래번클로의 현명함과 그리핀도르의 정의로움을 가졌다며 스스로에게 프라이드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프라이드에 먹칠을 한 것 같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불행한 사고를 피했다는 것에 대해서 다행스럽게 여기지 선배처럼 죄책감을 갖지 않아요.”

“그래도… 나 대신 그런 일을 당했으니까…….”

“그 마녀 아는 분이에요?”

“…연구소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어.”

생판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몇 번 마주친 사람이기에 크게 미안함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리브는 무어라 말해야할까 열심히 말을 골랐다. 무슨 말을 해도 저 죄책감을 전부 가라앉힐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저는… 필리우스 선배가 사고를 당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그 마녀가 누군지 모른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가 어찌되든 내 알바 아니다. 냉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나에게는 안면 없는 그 마녀보다 친분을 갖고 있는 필리우스 선배가 더 중요했다. 그 마녀가 겪은 사고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동시에 필리우스 선배가 작아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한테는 선배의 안위가 더 중요하거든요. 정말 다행이에요.”

필리우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채 쓰게 웃었다.

“아무도 선배의 탓을 하지 않을거에요. 이건 단지 불행한 사고일 뿐이에요.”

이어지는 것은 청년의 깊은 한숨.

“그러니까 너무 죄책감 가지지 마세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내 위로로 그가 죄책감과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벗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

필리우스 선배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필리우스 선배가 작아지지 않았다. 앞으로 필리우스 선배는 난쟁이 같은 비정상적인 몸이 아니라 평범한 마법사로 살아갈 것이다. 나는 그게 기뻤다. 물론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원작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언젠가는 작아질지도 몰라.’라는 작은 불안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원작이 바뀌었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물론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확신한다.

“여기 학교에서 편지왔어.”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리들이 리브에게 쓱 편지를 내밀었다. 그런 리들이 나온 곳은 특별 서재 쪽이었는데 리브는 잠깐 흠칫하다가 재빨리 대답했다.

“올해는 편지가 늦게 왔네요.”

“그러게, 조만간 다이애건 앨리에 가야할 거 같아.”

“오늘 플루 가루 네트워크 신청하고 왔어요. 아마 바로 쓸 수 있을거에요.”

“잘됐네.”

리브는 리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브라운 빛깔의 그라데이션 색감에, 금빛 실로 자수가 놓여진 손수건. 그것을 보고 리들이 흑안을 깜박였다.

“아, 이거. 어디갔나 했는데…….”

리들이 리브의 손에 들린 손수건을 회수해갔다. 리브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 거렸지만 그 말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 리브의 고운 얼굴을 보며 리들이 물었다. 할 말 있어? 리브가 어떡해야하나 눈을 또록또록 굴리다가 테이블 위에 다소곳하게 올려진 반장 배지를 발견했다.

“…반장 된거 축하하다고요.”

“아, 별 거 아니야.”

아주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며 리들은 옅게 웃었다. 그 잘생긴 얼굴을 물끄러미 보던 리브는 그런 청년에게 ‘앞으로 그 서재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려다가 이 역시 그만두었다. 이미 그 서재에는 더 이상 볼일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원하는 것은 전부 얻어냈으니까.

“그 서재. 외부인은 출입이 엄금되어 있는데… 초상화들이 저랑 리들 선배 사이를 오해하고 있더라고요.”

“아, 그래서 알려줬구나. 앞으로는 출입을 자제하도록 할게.”

정말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솜씨가 일품이다. 리브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오해는 풀었으니까 걱정 말아요.”

“무슨 오해?”

“호그와트에서 허구한 날 듣던 말 있잖아요. 말도 안되는 소리들.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아요.”

“나는…….”

리들이 무언가 말하려는 듯 했지만 리브는 자신의 편지를 집어들 뿐이었다.

“이따가 식사 때 봐요.”

최대한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리브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뒷모습을 보며 리들은 하려던 말을 삼켜버렸다.

‘기분 나쁘지 않아.’

*

사실 처음에는 그 손수건을 돌려주며 호크룩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어떤 대답이 나올지 예상되기 때문에 두려웠다. 확인 사살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절망감이 온몸을 덮치는데 그 순간 필리우스 선배가 떠올랐다.

“그래, 원작은 바뀌었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리브는 푹신한 침대에 몸을 눕혔다. 침대위에 드리워진 캐노피를 멍하니 보던 리브는 앞으로 정상적인 몸으로 살아갈 필리우스를 떠올리며 작게 미소 지었다. 원작이 바뀌었다. 내가 약속에 늦게 나감으로서, 필리우스 선배는 불행한 사고를 피해갔다. 사실 나는 필리우스 선배에게 늦을 것 같으니 기다려달라는 말 대신에 약속을 취소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기다려달라고 했고 필리우스 선배는 나에 대한 호의로 근무 시간을 급작스럽게 바꾸었다. 그 의도치 않은 행동으로 원작이 바뀌었다. 나로 인해서.

나라는 존재로 원작은 이미 비틀리고 있는게 아닐까. 그러면 리들 선배가 꼭 볼드모트가 된다는 법은 없잖아. 원작은 바뀔 수 있는거니까. 나는 오늘의 일로 희망을 부여하고 있었다.

오늘 나의 본의 아닌 행동으로 원작이 틀어졌다. 작은 변동이지만 나비 효과처럼 정말 커다란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 원작이 아예 비틀리면 어떻게 되는걸까. 원작을 바꾼다니… 나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있는게 아닐까. 하지만 그 커다란 변화가 좋은 쪽이라면…… 상관없지 않을까.

그래,  나는 오늘의 일로 인해 좋은 일이 생길지 나쁜 일이 생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왕이면 이게 좋은 조짐이었으면 싶었다. 그건 나의 진심어린 바람이었다.

============================ 작품 후기 ============================

항상 감사합니다!

* 지난편에서 초상화들이 리들에게 특별 서재의 열람을 허락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덧붙입니다. 원작을 보면 리들은 회색숙녀를 꼬드겨서 수세기동안 발견되지 않은(회색숙녀가 그 누구에게도 절대 말해주지 않은) 래번클로의 보관을 손아귀에 넣었어여. 그런 리들에게 초상화들 꼬드기는거야 뭐 일도 아니져!ㅋㅋㅋㅋ자세한 설명을 원하시는 분은 작품설정 53편것을 봐주세여. 어떤 분이 물어보셔서 거기 자세하게 서술했습니다^^

* 이제 본편 얘기로 갈게요.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초반부를 보시면 일반 남학생과 다를바 없어 보이는 필리우스를 보며 리브는 원작에 전부 다 같지 않을걸까 생각해요. 원작에서 필리우스는 난쟁이였으니까요! 저는 이에 관해서 이종족간의 혼혈일 수도 있지만.. 혹시 마법사고로 인해 몸이 작아지거나 그런게 아닐까 추측했습니다. 실제로 어떤지는 저도 잘 몰라여;; 걍 제가 넣은 설정입니다ㅋㅋ

* 어쨌든 리브는 원작을 일부분 틀어놓은게 맞습니다. 만약 리브가 없었으면, 혹은 약속을 취소했다면 필리우스는 예정대로 연구소에서 근무를 했을테고 그럼 뙇! 난쟁이가 되어 실려간 사람은 필리우스가 되었겠죠..ㄷㄷ 앞으로 필리우스는 정상적인 몸으로 살아갈거에요.

* 다들 눈치채셨겠지만 리브에게 눈웃음을 친 미모의 청년은 여러분이 고대하시는 서브남이 맞습니다^0^ 리브가 순간 홀린 이유는 벨라의 페로몬 때문이라고 봐주셔요..

* 아 둘중에 누가 더 잘생겼냐고여? 둘의 외모는 맞먹는다는 설정임미다ㅎㅎ 으아니 벨라혼혈과 동급인 외모라니 리들은 대체 얼마나 잘생긴거야..ㄷㄷ 쨌든 외모가 맞먹으니 매력 대결로 가아하는데여.. 그럼 마왕님의 마성 VS 벨라혼혈의 페로몬 이렇게 되는듯?ㅋㅋㅋㅋㅋ참고로 둘의 이미지는 사뭇 다릅니다! 어쩌면 정반대라고 보면 되겠네여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앞에 @를 붙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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