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47화 (4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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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 친밀감 혹은 그 이상(1부 完)

지금 리브는 라이트 가문의 조상이라는 그 초상화와 마주보고 있었다. 리브는 눈을 돌려 초상화 아래에 써진 이름을 보았다. ‘리차드 라이트(Richard Wright)’ 재직 연도를 본 리브는 정말 옛날 사람이라며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고지식하고 꽉 막힌 순수혈통 주의자일만 했다. 옛날 분이실수록 더욱 더 심하지.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어요?”

리브의 뚱한 목소리에 초상화가 팀탁치 않은 얼굴로 말했다.

“용건이 있으니까 찾았지.”

“그러니까 그 용건이 뭐에요. 저를 라이트 가의 후손으로 인정하신다는 말씀을 하시려는건 아닐테고….”

“맞다.”

초상화의 말에 리브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리브와 같은 색감의 블론드에 푸른 벽안을 가진 노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난 네 외증조부다. 이 잔망스러운 외증손녀야.”

“하…. 절 인정하지 않으시겠다고 그리 말씀하시더니…”

“누군 널 인정하고 싶은 줄 아느냐! 이게 다 가문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함인 것을!”

초상화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아르만도(디펫 교수의 first name)에게 들으니 네가 뛰어난 학생이라더구나. 그래 우리 가문의 피를 받았으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일단 네가 하는 것을 봐서 가계도에 이름을 올릴지 말지 정할 것이니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바로 본가로 들어오도록 해라.”

예상은 했지만 내 뒷조사를 하셨구만. 리브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과연 리들 선배의 말대로였다.

[아마 네 존재를 알게된 순간부터 너에 대해 교장에게 하나하나 물어 봤을거야. 한 마디로 뒷조사.]

[그들은 널 후손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어. 가계도에 이름을 올릴까 말까로 장난질을 하더라도 말려들지 마. 끌려가지 말고 그들의 우위에 서서 고고하게 굴란 말이야. 오만방자하게 굴어도 좋아.]

소녀는 고개를 살짝 치켜들고 초상화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건방져보일지 모르는 호칭을 뱉는다. 라이트 씨(Mr. Wright). 당연히 초상화는 눈을 부릅뜨며 소녀에게 호통을 쳤다.

“외증조부님이라고 해야지! 쯧쯔… 머글들의 손에서 자랐다더니 불손하기 그지없구나.”

“외증조부님이라뇨? 아직 가계도에 이름을 올리지도 않았는데 어찌 제가 라이트 씨의 외증손녀가 되겠어요."

리브의 비꼼에 초상화는 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리브는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전 마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라이트 저택의 소유주에요. 저택에 들어가고 말고는 제가 결정할 일이지 누구의 허락을 맡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설사 라이트가의 시조(始祖)라고 해도요.”

*

“그러니까 또 조상님이랑 한 판 한거야?”

“뭐 그런 셈이지.”

오리온의 말에 리브는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마카롱을 베어 먹었다. 달디 단 마카롱을 행복감 가득한 표정으로 오물거리는 리브를 물끄러미 보며 리들이 포장을 하나 더 뜯었다. 그 모습을 보며 리브가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먹어봐요. 입에서 살살 녹아요. 하지만 리들의 길게 뻗은 손가락에 걸쳐진 마카롱은 청년의 입안에 안착하지 못했다. 초콜릿 향을 풍기는 마카롱은 소녀의 얼굴로 향했고 리브는 반사적으로 입술을 열어 그것을 앙 물었다.

“역시 난 단 음식은 별로야.”

그렇게 말하며 리들은 손에 묻은 마카롱 부스러기를 탈탈 털었다. 리브는 그러던가 말던가 작은 손을 들어 입에 물린 마카롱을 잡더니 한입 베어 먹었다. 입안에 퍼져가는 달콤한 초콜릿 향을 음미하는 리브를 보며 에밀리가 말했다.

“교장실에 블랙 가문 조상님도 계신다던데, 리브 혹시 봤어?”

“글쎄, 기억 안나. 하지만 다른 초상화들은 조는 척하면서 나랑 그 분을 구경하더라고.”

그 중 하나겠지. 그 말에 에밀리가 킬킬거렸고 오리온이 피니어스 나이젤러스 증조부님이 계시다는 말을 해주었다. 집에 증조부님의 초상화가 한 점 걸려있어. 대부분 교장실에 계시고 가끔 오셔. 이어서 오리온은 리브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기 시작했다.

“라이트 저택에 집안 가계도가 있을거야. 넌 저택에 가자마자 거기에 이름을 적으면 돼.”

“내가 적어도 되는거야?”

“그럼.”

오리온은 설명을 이어갔다. 대부분 순수혈통 집안의 가계도에는 고대마법이 걸려있는데 그 마법은 핏속에 어김없이 녹아있지. 그 집안의 피가 흐르지 않은 이가 가계도에 손을 대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하지만 너 같은 경우에는 라이트의 피가 흐르니 네 이름이 고스란히 적히겠지. 그 설명을 들은 리브가 살짝 얼굴을 찌푸렸고 아브락사스가 픽 웃으며 말했다.

“뭐야, 그럼 리브는 그 꼬장꼬장한 조상님한테 낚인거네? 인정을 하네, 안하네 할 것이 없었잖아.”

“그렇지. 사실 리브 외모만 봐도 답이 나오잖아. 저 금발에 벽안이 흔한거야? 거기다가 어머니까지 쏙 닮은 얼굴인데 의심할 것도 없지. 그냥 리브 기를 누르려고 그런거야.”

에밀리가 명쾌하게 답을 내놓았고 리브는 교장실에 있을 초상화를 향해 속으로 이를 부득 갈았다.

“내가 저택에 입성하면 그 망할 초상화부터 떼어 버릴거야. 여름방학 때 당장 가서 가계도에 내 이름부터 적어야겠어.”

마카롱을 아그작 아그작 씹어먹는 리브를 보며 아브락사스가 눈치없이 툭 내뱉었다.

“리브, 그 초상화에 영구부착마법이 걸려있으면 못 떼어낼걸.”

그리고 에밀리에게 발을 밟혔다.

*

성적표를 받아본 리브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수업을 많이 빠지고 그 진도를 따라잡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시험기간에는 머리에 쥐가 나도록 외우고 손목이 아프도록 실기 연습을 했다. 그 결과 한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이 전부 특출함이었다. 점수를 보니 확실히 아슬아슬하긴 했다. 조금만 점수가 더 낮았더라면 특출함을 못받을 뻔했어. 그래도 리브의 주특기인 변신술에서는 보너스 점수까지 받아내서 총점이 상당했다. 그리고 리브를 가장 기쁘게 한 것은 마법약 과목이었는데 처음으로 받은 ‘기대이상’에 리브의 얼굴에는 기쁨이 떠나지를 않았다.

래번클로 휴게실에서는 각 학년 수석을 지켜냈느냐, 마냐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래번클로에서 1등을 달리는 4학년 선배는 자신은 제외해달라며 휴게실을 휭 나가버렸다. 톰 리들에게서 수석자리를 뺏을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 그 학생은 포기하면 편하다며 차석자리로 만족한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은 슬리데린의 잘생긴 남학생을 떠올리며 금방 수긍했다. 대다수 학생들의 대화주제는 어김없이 성적표였다.(O.W.L.과 N.E.W.T.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제하도록 하자. 그들은 성적표가 여름방학 중에 나온다.)

“집에가면 난 죽었어.”

“그러게 공부 좀 하지 그랬냐.”

절망적인 성적표를 보며 슬리데린의 누구누구가 성적표 위조를 할 줄 안다던데… 라고 속닥거리는 학생들도 있었고 성적표를 집에 부쳐야 한다며 부엉이장으로 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에밀리는 후자에 속했는데 성적이 떨어진 에드가에게 제발 그것만은 참아달라는 말을 듣고 래번클로로 돌아온 참이었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대연회장으로 간 리브는 식사를 하기도 전에 성적표를 바꿔보자는 오리온과 맞닥뜨려야만 했다. 오리온의 흑안이 투지(鬪志)로 반짝 빛났고 리브는 얼떨떨한 얼굴로 수락했다. 곧바로 소녀의 성적표를 받아들어 휭 자신의 테이블로 가버린 오리온이었다. 이제 자신의 손에 들린 오리온의 성적표를 보며 리브는 살짝 입을 벌렸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리브는 이번 학년에도 수석을 지켜냈다. 하지만 살짝 긴장 해야만 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학년 수석 자리를 거머쥐겠다고 하더니 정말 자신의 뒤를 바짝 쫓아온 것이다. 차이가 불과 몇 점으로 좁혀진데다가 이번에는 등급도 같았다. 똑같이 특출함 여섯 개에 기대 이상 하나. 이번에 오리온은 등급이 아닌 총점에서 차석으로 밀려난 것이었다.

고학년들은 리브에게 몰려들어 이겼냐고 묻기 시작했고 슬리데린 테이블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리브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고학년생들은 이번에도 리브가 래번클로의 명예를 지켜냈다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리브는 수석자리를 뺏기기라도 했다가는 역적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어색하게 웃다가 리브는 슬리데린 테이블의 한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흑빛 청년은 입모양으로 한 단어를 만들어낸다.

‘점수.’

리브의 얼굴에 순간 당혹스러움이 담겼다. 하지만 이내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휙 시선을 피해버린다. 맞아, 그러고 보니 톰 리들이 마법약에서 특출함을 받아야한다고 했었지! 윽, 큰일났다. 리브는 기쁨이 점차 가라앉은 것을 느꼈다. 그 인간이 기대이상으로 만족할리는 없었다. 리브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계속해서 누군가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소녀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슬리데린 테이블로 눈길 한 조각 주지 않았다.

*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한 이유는 뭐죠?”

“혹시 집안의 사업을 물려받으려는 건가요?”

“후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생각입니까?”

카메라의 화려한 플래쉬가 연이어 터져 나오며 한 소년, 아니 청년에게 질문 세례가 터져 나왔다.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청년은 시종일관 미소로 일관하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동차로 탑승한 청년은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옆 좌석에 앉아있는 여성을 응시했다. 그 여성은 청년과 놀랍도록 닮아있었는데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제 방학을 하자마자 머글세계로 돌아와서 한다는 게…

“대형 사고를 쳤더구나. 생방송에서 은퇴 선언이라니.”

“어머니도 그러셨잖아요. 전 어머니 아들인걸요.”

청년의 말에 여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청년은 이제 제법 진지한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레지스탕스(독일 파시즘 정권에 대한 저항운동)에 가담해라, 독일에 협력하라. 이런 정치적인 일들에 연루되고 싶지 않아요. 더 이상 중립을 지키기 힘들다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기도 하니 이해해주세요. 청년의 말에 여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세계에서도 연예 활동은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상관없지.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이 ‘이사벨 마르소(Isabelle Marceau)’의 아들이라면 말이야. 모친의 말을 들으며 청년은 눈꺼풀을 감았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되고 프랑스 정부는 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끝까지 저항하는 영국과는 달리 프랑스는 사실상 독일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청년은 독일에 협력할 생각도, 레지스탕스에 협력해서 위험을 떠안을 생각도 없었다. 현재 레지스탕스의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으나 독일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언제 끌려갈지도 모른다. 순순히 끌려갈 생각은 없지만.

“어머니, 이제 연예계는 신물이 나요.”

“어머, 그러니?”

“재미는 있었지만… 그뿐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청년은 흔치않은 보랏빛 눈동자를 가늘게 휘어 웃었다. 프랑스 소녀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던 그 매력적인 눈웃음에 은발의 여성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동글동글한 외모 때문에 여전히 소년같아 보이는 청년이 입을 열었다.

“사실 일 년에 네 달 정도 밖에 활동을 못하는데 이렇게 유명해질 줄은 몰랐어요.”

머글세계에서 신비주의 컨셉을 내걸고 연예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이 미청년은 머글이 아닌 마법사였다. 마법학교에 재학 중이기에 연예활동은 방학 중에만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청년은 상당한 인기를 구가했다.

“신비주의 컨셉에, 너의 그 외모가 잘 먹힌게 아니겠니.”

“저에게 벨라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겠죠. 외할머니께 안부 편지나 날려야겠어요.”

그렇게 답하며 이제 청년은 집안의 대소사를 묻기 시작했다.

“피에르(Pierre)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런던 지사를 넘겨 주신다는게 사실이에요?”

“그렇단다, 네가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니까 배려해주셨단다. 참으로 마음씨도 좋으시지.”

여자의 입술에는 빈정거림이 가득 묻어나왔다. 그리고 청년이 어린 시절부터 항상 듣던 레파토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다행히 머글인 운전기사를 의식해서인지 목소리를 한껏 낮추는 것은 잊지 않았다. 네가 마법사가 아닌 스큅이었다면 나는 너를 후계자로 만들었을거야. 청년은 킬킬거리며 빨리 마법능력을 발현해서 다행이라고 역시 작게 속삭인다. 이내 여자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공습 때문에 뒤숭숭한 곳을 어찌 감당하라는지 모르겠구나. 하여간 네 아버지는 속도 좋다.”

“전쟁을 뭐 영국 하나만 하나요. 독일군 꼴 볼일 없고 좋죠. 그리고 앞으로 런던에 폭격은 없을거에요.”

“그걸 어떻게 장담하니?”

“감이에요. 이건 정확해요.”

그렇게 말하며 청년은 한쪽 눈을 찡긋 감아보인다. 여자는 아들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나저나 꼭 ‘그 학교’로 가야겠니?”

“여러 번 말씀드렸잖아요. 사실 전 예전부터 ‘그 학교’에 가보고 싶었어요. 물론 지금의 학교도 아름답고 훌륭하지만요.”

지금의 학교가 어머니의 모교인지라 재빠르게 덧붙인 청년이었다.

“하지만 너무 기대는 말렴, 호그와트에는 편입을 한 전례가 없다는 구나.”

여자의 말에 청년은 동글동글한 눈망울을 굴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전례는 깨라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

“어딜 도망가?”

식사를 끝내고 빠르게 기숙사로 돌아가려던 리브는 낯익은 목소리에 멈칫했다. 어색하게 웃으며 미성의 주인공을 돌아보는데 잘생긴 얼굴에는 팀탁치 않다는 표정이 가득하다. 도움을 줄 사람이 없나 주변을 돌아봐도 에밀리는 아브락사스한테 왜 네가 내 성적표를 보려하냐고 시위 중이었고 오리온은 이번에도 차석으로 밀려났다는 생각에 심기가 불편해보였다. 그 예로 자신에게 다가와 손을 턱 내밀며 자신의 성적표를 돌려달라고 하더니 받아들고 휭 가버린다. 리브는 총점이 떨어지고 난 총점이 올랐는데도 또 졌어. 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지금 리브는 오리온보다 눈앞의 리들이 우선이었다. 저 길게 뻗은 손가락에 들린 것은 분명 자신의 성적표렷다.

“저,저는 할만큼 했어요! 사실 나한테 마법약 ‘특출함’을 무리이고… 전 기대이상으로도 만족을….”

점점 말끝이 흐려지는 리브였다. 하아, 그는 만족을 못하겠지. 아아, 뒷말은 그냥 빼는건데… 리브는 흘깃 멘토의 눈치를 보았다.

“너한테 마법약 ‘특출함’이 무리인건 나도 알아. 보니까 ‘기대이상’도 간당간당 받았던데?”

그 말에 리브가 고개를 퍼뜩 들었다.

“지금의 네 마법약 제조 실력으로 특출함을 받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싶었어.”

사실이긴 한데 어째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리브가 불만스럽게 눈을 치켜뜨자 리들이 눈살을 찌푸린다. 그리고 리브의 왼쪽 볼을 ‘아프게’ 꼬집는다. 말랑말랑 쭉 늘어나는 볼을 보며 리들이 흑안을 깜박이다가 오호, 다른 손도 들어 이제 양쪽 볼을 쭉 잡아 늘인다. 리브의 입에서는 으아아 아프다는 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소녀가 불분명한 발음으로 이거 놓으라고 외치지만 청년은 재미난 장난감을 찾은 듯 흑안을 빛낸다. 한참동안 볼을 늘이다가 울상을 짓는 리브를 보며 손을 뗀 리들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밀려오는 아쉬움. 되게 보들보들 했는데.

“아직 어려서 그런가 쭉쭉 늘어나네.”

“리들 선배랑 나랑 한 살 차이 밖에 안나거든요?”

리브는 작은 두 손으로 젖살이 덜 빠진 양 뺨을 감싸며 새침하게 말했다. 그런 리브를 보며 리들은 픽 웃어버렸다. 청년은 소녀의 금빛 머리칼 위로 손을 올렸다. 역시 작다. 소녀는 또래에 비해 무엇이든 작았다. 몸집도 작고, 키도 작고, 손도 작았고, 얼굴도 작고… 저 입술도 작아.

그에 비해 청년은 또래에 비해 키도 훤칠했고 발육 상태도 좋은 편에 속했다. 그래서 리브는 ‘같은 고아원에서 자랐는데 왜 난 작고 저 인간은 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한 살 차이는 커.”

그렇게 말하며 리들은 기분 좋게 리브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는다. 마음 한켠을 간질이는 묘한 느낌에 리브가 벽안을 깜박였다. 하지만 이내 새초롬하게 말한다.

“애 취급하지 마요. 이래보여도 어른스럽다는 소리 들어요.”

“하지만 작아.”

그렇게 말하며 청년은 긴 머리칼에서 손을 떼고 소녀의 작은 손을 잡는다. 그리고 혀를 굴려 몇 단어를 발음한다.

“이 손도.”

이어서 손을 들어 뺨 한 쪽을 살며시 훑는다. 그리고 속삭인다

“이 얼굴도.”

그 다음은 코를 한 번, 미성의 속삭임.

“이 코도,”

길게 뻗은 손가락으로 입술을 훑는다. 청년의 붉은 입술이 벌어진다.

“이 입술도,”

리들의 흑안이 찬찬히 시선을 내릴수록, 손이 자신의 신체 부위를 스쳐갈수록 리브는 심장이 덜컹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저 새하얗고 쭉 뻗은 손가락이 자신의 입술을 훑었을 때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 앉아버렸다. 이런 기분을… 야릇하다고 하는건가. 리브는 지금 이 심경이 몹시 당혹스러웠다. 이,이상해. 왜 이러지?

“전부 작아.”

결국 리브는 붉게 물든 얼굴을 푹 숙여버렸고 그 모습을 하나하나 보며 리들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원래 청년은 총점이 떨어졌다고 시험 결과로 소녀를 갈구려고 했지만 이미 새까맣게 잊은 상태였다.

어떡해, 너무 귀엽잖아.

그렇게 생각하며 리들은 다시 웃었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정성스럽게 서평 써주신 '하이기아'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ㅠㅠ♡ 그냥 홀랑 보고 넘길 수 없어서 코멘트 달았는데 확인하셨을지 모르겠네요! 정말 힘이 불끈불끈 나서 비축분 쌓았어요 헿

* 이러다 사귀기도 전에 진도 다 나갈 기세... 썸을 뭐 이렇게...ㅋ..ㅋㅋ..ㅋㅋㅋ 이번 챕터 제목 바꿔야겠어요. '썸'으로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썸탄다고 무조건 사귀는거 아니죠~ 썸은 깨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붙기도 하고.. 뭐 그런거죠ㅎㅎ 리들리들 리브를 홀린다고 끝나는게 아니란다.

* 서브남 드디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쟤를 서브남이라고 불러도 될지 좀 의문이라서욬ㅋㅋㅋㅋㅋㅋ뭐 리들의 질투는 불러일으키겠지만.. 음.. 일단 전 서브남비스무리한거라고 지칭하겠어요ㅋㅋㅋㅋ더 이상은 스포가 되기 때문에 쉿!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전례를 깨고 호그와트 최초의 편입생이 됩니다ㅋㅋㅋㅋㅋ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앞에 @를 붙여주세요^^

그럼 다음편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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