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45화 (4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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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 친밀감 혹은 그 이상(1부 完)

5월 말,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성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특히 래번클로 기숙사 휴게실은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는데 게시판에는 세실리아 클리어워터가 붙여놓은 [절대 정숙]이라는 공지사항이 크게 자리했다. 그리고 O.W.L.과 N.E.W.T.를 앞둔 고학년생들은 저학년 생들이 잡답이라도 하면 무섭게 노려보기 일쑤였다.

대대로 학구열이 높은 래번클로 학생들은 기숙사 평균 성적 1위, 그리고 각 학년 수석을 배출—슬리데린 4학년 톰 리들은 예외—한다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그들은 기숙사 우승컵이나 퀴디치 우승컵 보다 이를 더 가치있게 여기는 듯 했다.

아직은 저학년이라 주장하지만 고학년에 가까워지는 3학년생들도 시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자스민은 항상 들고 다니는 꽃 관련 서적을 잠시 내려놓았고 유진은 마법 과목 시험에 나올 주요 주문들을 연습하고 있었다. 리브는 요즘 마법약 제조 연습에 매진하느라 필요의 방에 처박혀 있었고 에밀리는 리브에게 마법의 역사 필기노트를 빌려 정신없이 베끼고 외우느라 바빴다. 이 때문에 절대 정숙해야하는 래번클로 휴게실에서 나와 기숙사 공동 휴게실에 있는 둘이었다.

“이번에는 역사 공부를 너무 늦게 시작했어. 다 못보고 들어가면 어떡하지?”

리브는 축 늘어져서 평소처럼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제 리브는 물약 냄새만 맡아도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었다. 미리미리 제조 연습을 해 두었어야 했는데 입원하고 진도며 숙제며 따라가느라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리브, 너 긴장해야겠더라. 오리온이 차석에서 벗어나겠다고 발버둥치고 있거든.”

테이블에 축 늘어져서 엎드려 있던 리브는 저리가라는 듯 휙휙 손을 내저었다. 이제 아브락사스는 다크서클이 가득한 얼굴로 도깨비 이름을 중얼거리는 에밀리를 보며 입에 초콜릿을 물려주고 있었다. 초콜릿을 우물우물 씹는 에밀리에게 아브락사스는 리브의 필기가 너무 자세하다며 뺄 부분을 지적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에밀리는 됐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마법의 역사를 제일 못하는 네 지적이라서 못 믿겠어.”

“야, 내가 너보다 더 선배거든?”

“시끄러워, 오늘은 너랑 싸울 시간 없어. 나 이거 외워야 돼.”

그렇게 말하며 에밀리 역시 저리가라는 듯 휙휙 손을 내저었다. 아브락사스는 안경—공부할 때만 쓴다.—을 치켜올리며 도서관으로 휭 가버렸다. 한편 리들은 시험기간에 흐트러지는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평소처럼 깔끔한 상태를 유지했다. 그리고 약이 오를 정도로 여유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

“특출함은 무리야. 그런데 리들 선배는 나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하고 있어.”

리브의 볼멘소리에 오리온이 작게 웃었다.

“특출함이 누구 개집 이름도 아니고!”

“리브, 네가 할 소리는 아닌거 같아. 네 성적표도 특출함으로 도배되어 있잖아.”

“정말 특출함으로 도배된 건 리들 선배 성적표야.”

리브는 마법약 과목에서 특출함을 받는 것을 이미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리들과의 멘토링으로 제조 실력이 일취월장하긴 했으나 그 뿐이었다. 하지만 리브는 절대로 리들에게 특출함은 무리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자신을 새벽까지 붙잡아 놓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기대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특출함 받으면 너랑 리들 선배 팀이 1등할텐데.”

“그럴지도. 하지만 사실 난 상금은 그다지 관심이 없어. 너도 알다시피… 외가 쪽 유산을 물려받았으니까.”

오리온은 목소리를 낮춰 이제 라이트 저택에서 살거냐고 물었다. 리브는 고개를 저으며 “아직은.”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오리온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지금 머글세계는 심각한 전시상태라고 들었어. 런던에 무차별 폭격까지 있었잖아.”

재작년에 독일에 의한 무차별 폭격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런던은 쑥대밭이 되었고 많은 머글들이 죽어나갔다. 물론 런던에 위치한 순수혈통 저택들은 물론 일반 마법사 가정집들—머글들은 접근이 불가한 마법이 걸려있지만—도 마법부에서 전 세계적인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강력한 방어마법을 걸어놓았기에 무사했다. 하지만 머글들은 무사하지 못했다. 특히 템즈강 부근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나는 전생의 기억이 희미해져서 아무리 애써도 역사를 전부 기억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코올 부인과 후원자가 히틀러가 어쩌고저쩌고 대화하는 것을 들으며 간신히 기억해냈다. 2차 세계 대전! 지금이 그 시대라니 진짜 나 과거에서 태어났구나. 그때 민간인들 엄청 죽었다는데 나도 개죽음 당하는거 아니야? 엄청난 규모였기에 마법세계에서도 이러한 머글세계의 전쟁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었다.

마법부 장관은 오직 현직 머글 수상에게만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오리온이 말하기를 역사상 처음으로 영국 머글 수상이 마법부 장관을 보고 싶어 했다던데—대다수의 머글 수상들은 처음 이외에는 마법부 장관을 볼 일이 거의 없었다. 그린델왈드 때문에 불행히도(?) 장관을 몇 번 더 봐야만 했지만.— 그 용건은 참 기가 막혔다.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마법의 힘을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장관은 머글세계에 마법사가 관여할 수 없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지만 말이다. 계속되는 부탁에 짜증이 난 마법부 장관은 안 그래도 당신 머글들 전쟁 때문에 우리 마법사들이 개죽음을 당했다고 화를 버럭 냈다고 한다.

현재 마법부는 머글 세계 여행 금지령을 내리고 머글세계에 사는 마법사들에게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지만 이놈의 마법사들은 말을 지지리도 안 듣고 있었다. 그깟 머글들의 전쟁 따위 알게 뭐냐고 코웃음을 쳤던 것이다. 전쟁이 심각해지고 런던이 무차별 폭격으로 쑥대밭이 되고나서야 마법사들은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들의 집에 온갖 방어마법들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재작년에 시작된 이 공습(空襲)은 작년까지 지속되었고 내가 호그와트에 머무는 시기에 폭격이 있었다는 것은 신의 가호나 다름없었다. 다행히 내가 2학년을 마치고 머글세계로 돌아갔을 때는 군인들이 후퇴한 뒤였고 코올 고아원도 그 자리에 있었다. 런던 복스홀(Vauxhall) 역 근처에 위치하는 코올 고아원은 정말 운이 좋아서 폭격으로 인해 통째로 날아간다거나 하는 참사는 겪지 않았다.(불행히도 시내에 갔다가 희생된 아이들은 몇 명 있었다.) 하지만 역시 전시상태여서 경제난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코올 고아원의 후원자가 상당한 부자인지라 굶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리브, 머글세계는 그리 안전하지 못해. 폭격이 완전히 끝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뒤숭숭하댔어.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오리온의 말대로 그 당시의 런던의 상황은 최악이었다.(지금 역시 그 여파가 있을터였다.) 시내가 불타고 오래된 건축물들이 파괴되고… 집잃은 아이들이 거리를 전전하고 있었다. 폭격이 끝나고도 치안이 엉망이었기에 실종되는 아이들이 몇 명 있었고 이 때문에 코올 부인은 아이들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그와 관계없이 나는 어머니의 비극과 아버지에 대한 증오 때문에 방안에 처박혀 있었기에 무사했다. 아마 리들 선배는 이같은 전시상태를 심상치 않게 여기고 고아원 안에만 있었으리라. 똑똑한 사람이니까.

“알아, 나도 빨리 고아원에서 나오고 싶은데 아직 라이트 가문의 저택이 나한테 완전히 넘어오지 않았어.”

“어째서?”

“내가 미성년자라서 그래, 라이트 가문의 계좌는 내 수중으로 들어왔는데 저택이나 별장은 아직 절차를 밟는 중이래. 아마 방학 전에는 끝날거야.”

라이트 부부는 정말로 자신의 딸을 아낀 모양이었다. 그들은 머글—사실은 스큅이지만—과 사랑의 도피를 한 딸을 평생토록 그리워했다더니 가문에서 제명하지도 못한 모양이었다. 블랙가라면 바로 가계도에서 이름이 없어졌을텐데. 어쨌든 여전히 라이트 가계도에는 어머니의 이름이 남아있겠지.

“그런데 저택 소유권이 서류상으로 나에게 넘어와도 내가 정말 주인이 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야.”

“네 몸 속에 흐르는 피의 절반은 라이트(Wright)의 것이야. 뭐가 문제야?”

“가계도에 내 이름이 올라있지 않다는 게 문제지. 집요정들은 물론 초상화도, 그 어느 것도 내 명령에 따르지 않을거야. 사실 나한테 문이나 열어줄지도 의문이야.”

가문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 치고는 꽤나 무덤덤하게 말하는 리브였다. 저택이나 별장 따위는 관심 없었다. 조금도 아깝지 않다고 하면 거짓이겠지만 그게 아니어도 자신의 이름으로 된 계좌에는 상당한 양의 금화들이 쌓여있을 터였다. 그게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먼지가 가득 쌓여 있을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리코리스 블랙 씨의 말에 의하면 라이트 저택은 먼지 한 톨 쌓이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끝까지 지니아 아가씨가 돌아오실 거라고 고집을 부리며 저택에 남아있는 집요정들이 있다고. 물론 리코리스 씨는 그런 그들에게 지니아가 돌아오지 않을 거니 자유를 주겠다고 했지만—라이트 부부는 죽기 전 모든 유산을 평소 아끼던 리코리스 블랙에게 남겼다.— 그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들의 희망을 깨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그들에게 자신의 어머니는 꽤 좋은 아가씨였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멸문했다고 해도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순수혈통 가문의 저택을 지켜야한다며 떠나지 않는 집요정들도 다수였다고 한다.

어쨌든 그 얘기들을 들으며 그냥 리브는 저택에서 손을 떼고 싶어졌다. 그들이 머글의 피가 절반가량 섞인—사실 아버지는 스큅이지만, 리브는 굳이 이를 밝힐 생각은 없었다.— 자신을 인정할지도 의문이었다. 얼마 전에 교장실로 불려가서 봤던 라이트 가문의 조상은 이렇게 말했다.

[너를 가계도에 올릴지 말지로 저택 내의 초상화들이 한창 논쟁을 벌이고 있지. 네가 지니아를 빼닮고 우리 가문의 것인 머리칼과 눈을 가졌다고 해서 쉽게 인정 받을거라 자만하지 말거라. 사실 네 어미는 제명당했어야 마땅해. 네 조부모가 딸을 너무 아껴서 제명시키지 못했지만!]

라이트 가문의 조상의 냉담한 말은 도리어 디펫 교수를 당황시켰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당사자인 리브는 당당하고 또박또박 대꾸했다.

[제가 여아(女兒)인 이상 라이트 가문의 대는 사실상 끊긴 것이나 다름 없을텐데요. 가문의 명맥을 유지하고 싶으시다면 저에게 데릴사위를 해서라도 대를 이어 달라 청해야 하는게 아닌가요?]

[이런 잔망스러운 것! 천한 머글의 피가 섞여 더 이상 순수혈통이 아닌 너에게 우리가 그따위 청을 할까 싶으냐! 슬리데린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가풍을 깨놓은 주제에 쓸데없이 당당하구나.]

[마법의 모자는 저를 슬리데린으로 보내려고 모자걸이가 되는 지경까지 설득시켰답니다. 들어가지 못한게 아니라 제 쪽에서 거부한거에요. 그리고 저를 인정도 하지 않으면서 가풍타령은 왜 하세요? 지금 저는 라이트 가문과 상관없는 사람이잖아요.]

[네가 우리 가문의 유산을 전부 가져갔다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그건 제 어머니의 것이니까 당연히 그녀의 딸인 제가 가져간거죠. 그리고 저는 라이트 가문의 사람이 아니에요. 굳이 따지자면 브릴리언트 가문의 사람이죠. 뭐, 아버지가 안계시니 그것도 소용없지만요. 아, 미래에는 결혼할 남편의 성을 갖게 될테니 그 집안사람이 되겠네요. 고로 앞으로 평생 라이트 가문과는 얽힐 일이 없답니다.]

[너의 그 능력들이 바로 우리 집안의 순수한 피에서 나오는 것임을-!]

[다른건 몰라도 저의 두뇌만큼은 라이트 가문의 것이 아닌 아버지의 것이랍니다. 제 아버지는 머글세계에서 천재로 떠들썩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순수한 피가 좋으시면 천한 피가 섞인 저는 버리시고 그냥 순수하게 가문의 멸문을 받아들이세요. 전 저택 따위 관심 없으니까요.]

그렇게 자신의 외가쪽 조상과 한판 하고 나온 리브였다. 소녀는 자신을 라이트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해달라 애걸복걸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아쉬운 사람은 지들이지. 하여간 그놈의 피가 뭐라고…

*

시험이 시작되자 호그와트 성 전체가 잠잠해졌다. 변신술 시험을 마친 3학년생들이 기 빠진 얼굴로 필기의 답을 맞추거나 실기 결과를 비교하고 있었다. 리브는 역시 변신술의 천재답게 시험을 가볍게 치렀다. 반면 점심을 먹는 내내 학생들은 찻주전자를 거북이로 바꾸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며 탄식을 늘어놓고 있었다.

“내 거북이의 등에는 찻주전자의 꽃무늬가 그대로 있었어. 감점될지도 몰라.”

“증기를 뿜는 거북이는 어떡해?”

“둘 다 닥쳐, 내 거북이는 주전자 주둥이를 꼬리로 갖고 있었거든?”

한편 리브는 오후에 있을 마법 과목 시험을 위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에밀리는 변신술이나 마법 과목 같은 것들이 대체 왜 필기시험을 보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했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결국은 지팡이만 잘 휘두르면 장땡이라고.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교과서에서 눈을 떼지 않는 에밀리였다.

오후에 있는 마법 과목 필기시험은 무난한 수준에 속했다. 그리고 실기시험에는 필리우스 선배가 집어준대로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마법’이 나왔다. 마법을 너무 세게 걸어서 파트너가 이성을 잃을 정도로 폭소를 터뜨려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파트너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지팡이를 집어 던지는 팀도 있었다. 리브와 에밀리는 무난하게 해냈다. 시험이 끝나고 저녁 식사를 한 뒤, 학생들은 재빨리 휴게실로 돌아가 남은 과목들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제 두 과목 밖에 안 끝났는데 기가 다 빠진거같아…”

그렇게 말하며 에밀리가 한숨을 쉬었다. 주변의 학생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탄을 늘어놓고 있었다. 리브는 마카롱을 베어 먹으며 책상에 쌓아놓은 요점정리 노트를 차례대로 훑을 뿐이었다. 중간 중간에 톰 리들이 주석을 달아놓은 페이지가 있었는데 그 부분을 보며 리브는 절로 입꼬리가 쓱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진도 따라잡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톰 리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물론 오리온도 도와줬지만) 그는 훌륭한 멘토였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도 꽤 수준급이었다. 대체 톰 리들이 못하는 것은 뭘까.

*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마지막으로 시험이 끝이 났다. 시험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올 것이고 앞으로 있을 수업도 느긋하게 진행이 될 터였다. 그리고 이번 달 마지막 주에는 많은 학생들이 고대하는 여름방학이 시작될 것이다. 물론 리들과 리브는 여름방학보다 호그와트에 머무는 학기를 더 좋아했다.

어쨌든 학생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던 시험이 끝나자 활기를 되찾은 호그와트 성이었다. 시험 기간 내내 축 쳐져있던 연회장은 이제 시끌벅적했다. 몇 몇 래번클로 학생들은 어제 끝난 시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옆의 학생에게 그놈의 시험 얘기 좀 그만하라는 타박을 받기도 했다. 오트밀을 떠먹으며 리브는 친구들의 대화에 참여했고 에밀리는 이따가 마법의 역사 시간에 잠을 보충해야겠다며 하품을 했다. 특히 에밀리는 무척이나 피곤해보였는데 며칠 밤을 샜던게 타격이 컸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어제는 시험이 끝났다고 피곤함도 잊고 신나게 놀았었지. 물론 리브도 그 중 하나였지만 말이다. 유난히 졸려하는 에밀리를 보며 리브가 소곤소곤 말했다.

“에밀리, 커피 마시지 않을래?”

“호그와트에 커피가 어딨어,”

리브가 주방(kitchens)의 존재를 말하려는데 연회장 안으로 수 백 마리의 부엉이들이 날아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편물을 각자의 주인의 무릎에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어떤 부엉이는 래번클로 테이블을 빙빙 돌더니 리브에게 날아와 두툼한 편지 한 통을 툭 떨어뜨렸다. 그 부엉이는 리브가 먹고 있는 토스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소녀가 토스트를 조금 뜯어주자 부엉하고 울며 받아먹었다. 리브는 편지를 이리저리 보다가 마법부에서 왔음을 확인하고 뜯기 시작했다. 부엉이는 여전히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리브는 그 모습을 보다가 답장을 써줘야 하나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부엉이의 시선은 이제 호박주스를 향해 있었다.

“호박주스가 탐나나봐.”

에밀리가 그렇게 말하며 호박주스를 밀어 주었고 부엉이는 역시 부엉하고 울며 호박주스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가지 음식을 더 받아먹더니 그제서야 휭 날아가 버렸다.

“간혹 저렇게 식탐있는 부엉이들이 있어.”

필리우스가 그렇게 말하며 킬킬거렸다. 한편 리브의 편지에는 라이트 저택과 별장의 소유권이 완전히 그녀의 것으로 옮겨졌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는 서류까지 동봉되어 있었는데 리브는 서류들을 찬찬히 보기 시작했다.

“리브, 그 편지 뭐야? 마법부에서 온 것 같은데.”

리브는 말없이 에밀리에게 편지를 내밀었다. 그것을 보며 에밀리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럼 이제 머글세계로 갈 필요 없네?”

“음… 서류상으로는 내가 주인이지만 좀 복잡한 사정이 있어. 이따가 얘기해줄게.”

*

아침식사가 끝나고 리브와 에밀리는 주방이 있을 지하로 향했다. 리브는 소곤소곤 자신의 복잡한 사정을 설명해 주었고 에밀리는 자신의 일처럼 열을 냈다. 특히 교장실의 초상화, 라이트 가문의 조상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그래도 자기 핏줄인데 너무 한거 아냐?”

“지독한 순수혈통 주의자이시니까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말하며 리브는 과일이 담긴 커다란 은그릇이 그려진 그림으로 다가갔다. 여기가 주방 입구렷다. 리브는 손을 뻗어 커다란 초록색 배를 간지럽혔고 배는 꿈틀 거리며 킬킬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커다란 초록색 문고리로 변했다. 에밀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게 정말 그 주방이냐고 물었고 리브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 내부는 천장이 높았고 대연회장만큼이나 넓었다. 그리고 번쩍거리는 놋쇠 항아리와 냄비들이 돌로 만들어진 벽 주위에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맞은편에는 벽돌을 쌓아서 만든 커다란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리브와 에밀리는 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네 개의 긴 나무 테이블이 놓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리브는 그것들이 모두 연회장에 있는 네 개의 기숙사 테이블과 똑같은 자리에 배열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에밀리 역시 마찬가지인 듯 한 테이블을 가리키며 우리 기숙사 자리라며 재잘거렸다.

주방 안에는 적어도 백여 명 이상의 꼬마 집요정들이 모여 있었다. 집요정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옷을 입고 호그와트의 문장이 찍힌 차 수건을 토가(고대 로마인들의 복장)처럼 끝으로 묶고 있었다. 이윽고 그들은 리브와 에밀리를 발견하고는 허리를 굽신거리며 뭐 필요한게 있냐고 꽥꽥 거리기 시작했다. 리브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말이야. 혹시 준비해줄 수 있니?”

“물론이죠! 우리는 학생들이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대령할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집요정은 주방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꼬마 집요정들은 에밀리와 리브가 지나갈 때마다 활짝 웃는 얼굴로 허리를 굽신거리며 절을 했다. 에밀리는 이렇게 많은 집요정은 처음 본다며 신기해했고 리브 역시 신기한건 마찬가지였다. 소녀는 집요정을 태어나서 처음 보았던 것이다. 그렇게 신기해하며 주방을 구경하는데 한 집요정이 쭈뼛쭈뼛 리브에게 다가왔다.

“혹시 지니아 아가씨…?”

집요정에게서 자신의 어머니 이름이 나올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리브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음, 저기-”

“지니아 아가씨로군요! 저는 아가씨께서 돌아오실 줄 알았어요!”

박쥐같은 커다란 귀를 가진 집요정은 커다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소리쳤다.

“미안하지만 난 지니아 라이트가 아니야.”

“그럴리가요! 이렇게 꼭 닮았는데요!”

“그건 내가 그녀의 딸이기 때문일거야.”

“지니아 아가씨의 따님이라니! 그럼 그 말들이 사실이었군요!”

이어서 집요정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지니아 아가씨가 정말로 돌아가셨다니!”라며 탄식했다. 이제 엉엉 울기 시작하는 집요정을 보며 리브가 당황하자 다른 집요정들이 나타나 그녀를 데려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한 꼬마 집요정이 허리를 굽신거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반디’가 추태를 보여드렸네요.”

“괜찮아. 그런데 그 집요정 이름이 반디니?”

“네! 반디는 라이트 저택에서 일하는 애인데 종종 호그와트의 일을 도와주곤 한답니다!”

리브와 에밀리가 심심해질 쯤 처음 커피를 가지러간 집요정이 바구니를 들고 나타났다. 바구니 안에는 과자며 초콜릿이 가득했고 보온병이 두 개 있었다. 집요정은 보온병에 커피를 담았노라 말하며 혹시 필요하시면 설탕을 넣으라고 바구니 구석을 가리켰다. 과연 작은 병에 새하얀 설탕이 들어있었다. 에밀리는 과자와 초콜릿을 보며 뛸듯이 기뻐했고 리브는 웃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두 소녀가 기뻐하자 집요정들도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리고 언제든지 필요한게 있으면 오시라며 리브와 에밀리를 배웅해주었다.

“집요정들은 참 착한거 같아.”

리브의 말에 에밀리가 커피를 호호 불어 마시며 대답했다.

“맞아, 난 그래서 그들이 좋아. 이종족이지만 도깨비에 비하면 정말 순수하지. 도깨비들은 정말 약아빠져서 믿을 만한 족속이 못된단 말이야.”

에밀리는 커피에 설탕을 조금 넣으며 한참동안 도깨비에 대해 투덜거렸다. 사업상 아버지가 그린고트의 도깨비들과 자주 거래를 하는데 말이야…

*

책을 반납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하던 리브는 반가운 누군가를 발견했다. 꼬물꼬물 돌아다니는 새하얀 뱀, 나기니였다. 뱀은 리브를 알아보고 쉭쉭거리며 다가왔다.

[리브, 리브 오랜만이야!]

[그러게, 잘 지냈니?]

리브는 쪼그리고 앉아 나기니를 쓰다듬었다. 역시 매끈매끈하고 부드럽다. 톰 리들은 정말 나기니를 무척이나 아끼는 듯 섬세하게 관리해주고 있었다. 어느새 나기니는 리브의 품에 안겨 있었다. 나기니의 수다를 받아주며 리브 역시 쉭쉭거리며 가볍게 대꾸해주고 있었다. 나기니는 애정표시로 리브의 손가락을 살짝 깨물었고 아직 덜 자라서 그런지 리브는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그렇게 뱀과 재잘거리던 리브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한 남학생이 뱀과 대화하는 리브를 보며 놀라움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리,리브 선배…?”

파란색과 청동색이 교차된 넥타이, 같은 기숙사였고 리브에게 낯익은 얼굴이었다. 아마 2학년생이었던가. 리브는 그 상태 그대로 얼어버렸다. 마법세계에서 뱀과 대화하는 것은 그다지 좋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특히 지금 유럽 각지에서 역대 최악의 어둠의 마법사로 꼽히는 갤러트 그린델왈드가 설치고 있는 지금은 절대로 좋지 못하다. 만약 이 사실이 퍼진다면 자신을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뭐 그런 관계쯤 된다고 생각하겠지. 또 시끄러워질테다. 어떻게 해야하지? 리브는 한숨을 내쉬었다.

“리브 선배… 파셀마우스였어요?”

리브는 초조하게 벽안을 깜박일 뿐이었다. 그리고 왜 그러냐며 쉭쉭거리는 나기니를 쓱쓱 쓰다듬으며 조용히 입 다물라는듯 지긋이 쳐다본다. 나기니는 눈치 빠르게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 능력은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어째서 리브 선배가 우리 기숙사인거죠?”

“애컬리,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어.”

리브는 대답대신 짤막하게 의사를 표했다. 애컬리라 불린 남학생은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래번클로답게 영리했다. 하지만 동시에 영악했다.

“그렇게 하겠지만…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무슨 부탁?”

동글동글한 외모로 귀염상인 남학생은 베시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전 알렉스 애컬리(Alex Ackerley)에요. 알렉스라고 불러주세요. 그리고…”

알렉스는 입술을 달싹거리고 있었는데 리브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알렉스. 부탁 ‘하나만’ 들어달라고 하지 않았어?”

알렉스는 영악했지만 리브가 한 수 위였다. 이걸로 네 부탁은 끝이야. 하지만 지금 우위에 있는 사람은 알렉스였다.

“리브 선배가 파셀마우스라는 비밀은 무덤까지 갖고 갈게요. 하나만 더 들어주세요.”

이 것 봐라, 리브가 눈을 가늘게 뜨다가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팀탁치 않은 소녀의 표정에 소년이 귀엽게 웃으며 말했다.

“리브 선배, 별거 아니에요. 그저… 다음 학기에 저는 3학년이 되잖아요.”

“그렇지.”

“생애 첫 호그스미드는 리브 선배와 가고 싶어요. 전 그곳이 처음이거든요. 구경시켜주시면 안될까요?”

동글동글한 외모에 곱슬거리는 머리칼을 가진 소년은 지을 수 있는 가장 예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순수하게 눈망울을 반짝이는 소년의 모습에 리브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 정도는 상관없겠지. 살짝 긴장한 소년의 얼굴에 행복감이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이었다.

“오블리비아테.”

차가운 미성과 함께 소년에게 명중하는 새하얀 빛, 이내 행복으로 반짝거리던 소년의 눈망울이 멍해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 현재 본편의 시간대(1942.06)에는 2차 세계 대전(1939.09.01~1945.09.02)이 진행중입니다. 런던 대공습, 그러니까 무차별 폭격이 1940.09.07~1941.05 까지 있었다고 해요. 이 시기는 리들리브가 호그와트에 있을 시기입니다ㅋㅋ정말 운좋죠잉 잘못하면 죽을수도.. 있었음..ㄷㄷ 이때 민간인들 엄청 죽었으니까요ㅜㅜ 원작을 보면 디펫교수가 리들한테 방학때도 호그와트에 머물고 싶어하는 이유가 고아원에 돌아가야하기 때문이니?라고 물어요. 그래서 전 아 이때도 고아원이 여전히 남아있다로 추측했습니다. 이거 연도 짜맞추느라 머리터지는줄!!!!!!!!!! 연도 계산 잘못해서 본편을 몇번이나 고쳤는지^_ㅜ.. 설마 또 틀린거 아니겠지 그럼 저 울거임... 하튼 2차세계대전은 왜 있어가지고 나를 힘들게 하는고야 히틀러 엿먹어라ㅗ

* 원작을 보면 리들은 일기장을 런던 복스홀가에 있는 잡화점에서 구입했다고 나와요. 그래서 전 코올 고아원이 복스홀(Vauxhall)가 근처에 있을거라고 추측했어요. 찾아보니까 복스홀(Vauxhall) 지하철 역이 있더군요! 그 당시에도 있었어요ㅋㅋ그리고 킹스 크로스 역이 런던 북부쯤에 있고 복스홀가는 남부에 위치해서 상당히 거리가 멀긴 하지만 지하철로 이동 가능한 곳이에요. 리들리브는 매년 지하철을 타고 호그와트에 갑니다ㅋㅋㅋ

* 아 진짜 저놈의 전쟁시기랑 지리 따지느라고 런던 지하철 노선도 뒤지고... ㅎㅏ... 고증 참 힘드네여

* 리브는 고아원을 나와 라이트 저택에 들어갈겁니다..ㅋㅋㅋ리들은 고아원에 혼자 남냐고요? 스포하자면 리들이 리브한테 방한칸 달라고 땡깡 부릴거에요ㅋㅋㅋㅋㅋㅋㅋ

* 챕터 제목 이번에는 진짜 못정하겠어요...........ㅜㅜ아 진짜 뭘로하지

<46편 예고편>

“그래. 라이트 교수님께서 너를 보고싶어 한다는구나.”

*

“난 너에 대해 전부 궁금해.”

*

“하지만 그 절반은 머글 부친의 것이죠. 그리고 리들 선배의 그 잘생긴 얼굴 말이에요. 정말 곤트 가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곤트 가에 대해 조사했다면 기사에서 사진은 봤을텐데요.”

“그래, 빌어먹게도 더러운 머글 아버지의 것이지.”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앞에 @를 붙여주세요!

리리플은 항상 작품설정에 올라가고요. 전체보기를 누르셔야지 나옴미다!

그럼 다음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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