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42화 (42/115)

0042 / 0115 ----------------------------------------------

Chapter 9. 자각

최근 리들은 여러 여학생들과 염문설을 흩뿌리고 있었다. 그것도 하나같이 7학년생. 톰 리들 팬클럽은 자신들의 공공재가 누군가의 소유가 되려 한다는 사실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어떤 래번클로 여학생은 리들의 취향을 분석하겠다며 리들과 얽힌 여학생들의 외모를 조사하고 있었다. 리브는 리들의 멘티라는 죄로 지금까지 어떤 여학생을 만났나고 묻는 그녀에게 한참을 시달려야만 했다. 결국 리브는 최근의 그리핀도르의 라폴레와 후플푸프의 브랜스턴 밖에 모른다며 실토했다. 둘 다 각 기숙사에서 예쁘기로 소문난 여학생이었는데 스타일은 극과 극이었다.

“이상하다. 라폴레는 섹시한 스타일이지만 브랜스턴은 청순한 스타일인데… 그리고 바로 어제의 이 여학생은 귀여운 스타일이고, 맞아, 며칠 전의 얘는 볼수록 매력적이라고 꼽히는 애야. 그리고…”

여학생의 말은 리들의 취향은 도저히 알 수가 없다며 혹시 아브락사스 말포이에게 바람둥이끼가 옮을게 아닐까 라는 상당히 그럴듯해 보이는 추측에 이르렀다. 대체 이게 몇 명이야. 리브는 여학생의 수첩에 적힌 숫자를 세어가며 점점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느꼈다. 여학생은 리들이 하나같이 연상을 만난다며 우리들에게는 가망이 없다는 냉정한 말을 늘어놓았다. 그 말에 여학생들—어느 순간 톰 리들이라는 화제에 온갖 기숙사 여학생들이 몰려들었다.—의 풀이 죽었지만 리브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톰 리들이랑 이성적으로 얽혔다가 그 팬클럽 계집애들한테 무슨 꼴을 당하려고? 난 절대 사양이야.”

그 말에 톰 리들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계집애들이라며 근처에서 입방아를 찧던 그리핀도르 남학생들이 역시 리브 브릴리언트는 다르다며 찬양의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제 남학생들은 누군가의 이름을 대며 얼마 전에 리브에게  고백했다가 까이지 않았냐며 고소하다고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리브는 저들이 내가 고백 받은 것을 어찌 아는 것인가 깜짝 놀라야만 했다. 다행히 여학생들은 리브가 받은 고백보다는 톰 리들에게 더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리들이 여자한테 관대해진 것 같고… 전에 게이가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잖아.”

“난 고자라는 소문도 들었는데”(그리핀도르 여학생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지금 보니까 게이도 고자도 아닌 것 같다.”

“역시 아브락사스 말포이한테 바람둥이 균이 옮은게 분명해!”

“사실, 톰 리들 팬클럽이 공공재를 뺏겼다고 분노하는거 어느 정도 이해는 가. 물론 걔네는 극성이라 꼴보기 싫지만!”

여학생들의 말은 이제 톰 리들의 잘생긴 얼굴이며 뛰어난 능력이며, 온갖 찬양으로 가고 있었다.

“리들 선배는 착한거 같아! 화도 안내시고…”

“톰 리들 정도면 성격이 나빠도 참을 수 있어. 워낙 뛰어나니까.”

“그런데 성격도 좋잖아.”

“맞아, 톰 리들은 착해.”

착하다고? 그 인간이 화를 안낸다니… 리브는 그 순간 얼굴을 오만상 찌푸렸다. 그래, 내가 다른건 다 인정하는데 그 인간이 착하다니? 정말 호그와트는 전부 속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리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리들, 너 요즘 소문이 자자하더라.”

아브락사스가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리들이 책에서 눈을 떼고 무슨 말이냐는 듯 백금발의 청년을 응시했다.

“그리핀도르의 라폴레랑 진~한 키스신을 선보였다던데, 그리고 후플푸프의 브랜스턴까지… 또 내가 저번에 본 여자애도 있었고!”

그 말에 리들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리들은 최근 두 명의 유명한 여학생과 공개적으로 키스신을 연출해서 주목을 받고 있었다. 라폴레와 브랜스턴을 사모해마지 않는 남학생들은 절망했지만 그 상대가 톰 리들이라는 생각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두 여학생이 먼저 리들을 덮쳤고 청년은 그것을 받아준 죄 밖에 없었다. 전이었으면 어림도 없지만 현재 리들은 첫키스의 쾌감을 잊지 못해 갈증이 나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받아들였다. 하지만 두 명의 여학생은 리들에게 조금의 감흥도 주지 못했고 오히려 불쾌함만 선사했다. 또 그녀들은 돌변한 리들에게 매서운 말—“네가 원하는 대로 해줬어. 그러니까 더 이상 귀찮게 굴지 말고 꺼져.”—을 듣고 제대로 떨어져 나갔다. 이미지고 뭐곤 간에 리들은 짜증부터 났던 것이다. 물론 그 일에 후회는 없었다. 어차피 몇 달 후에 졸업할 계집애들인데.

“진짜 걔네 용감하더라. 감히 너를 덮칠 생각을 다하고… 이래서 오래 묵은 짝사랑은 무서운 법이지.”

아브락사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리들이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말포이.”

“아아, 나의 친구 리들은 언제쯤 나를 아브락사스라고 불러 주려나.”

그 말에 리들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 때 리들은 언제까지 삭막하게 성만 부르고 있었냐는 리브의 말이 떠올랐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말포이는 가벼워 보이지만 정말로 가벼운 성품은 아니었다. 리들의 눈에도 그의 여성편력은 가끔 도가 지나쳐 보였지만 자신의 평판을 도 이상으로 깎아 먹지 않고 그 아슬아슬한 선을 제법 잘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지. 리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을 추종하는 수많은 학생들 중에서 아브락사스만큼은 우위 선상에 올려놓곤 했다. 그래서일까, 아브락사스 역시 다른 이들처럼 그에게 매료된 이들중 하나였으나 리들과 제법 우정이라는 것을 나누고 있었다.

“그나저나 다시 봤어 리들, 넌 이런데 관심없는 것 같았거든.”

아브락사스의 말에 리들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도 남자야. 관심이 없을 리가-”

“흐음.”

“말포이, 너도 세간에 떠도는 헛소문들을 믿고 있는건 아니겠지?”

리들은 예리하고 눈치가 빠른 인물이었다. 암암리에 자신에게 게이설이나 고자설이 떠도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썩 듣기 좋은 소문은 아니었지만 리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감히 리들에게 직접적으로 그것을 거론하는 사람은 없었고 그것으로 리들을 음해하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랬다면 절대로 가만 안뒀겠지만.

또한 리들에게 여자라는 생물은 귀찮을 뿐이고 사랑이라는 감정은 리들이 코웃음 칠만한 종류의 것이었다. 특히 후자의 것은 철저하게 내면에서 상극을 달리는 리브와 어느 정도 공통적인 성향이기도 했다.(처음에 리들은 굉장히 의외의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소문으로 들러붙는 여학생들이 떨어져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물론 라폴레나 브랜스턴 같은 계집애들은 드높은 프라이드로 똘똘 뭉쳐 리들에게 자신들의 사랑을 받아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곤 했다. 한 마디로 귀찮아. 이제 짜증나.

“하하, 오리온이 말하기를 본인은 네가 정말로 그래도 상관없대.”

리브가 들었으면 정말 톰 리들 빠돌이답다며 헛웃음을 지을만한 발언이었다.

“그런데 어땠어? 그 라폴레랑 브린스턴 말이야. 이런거 묻는다고 기분 나빠하는 건 아니지? 보니까 걔네랑 너랑은 원데이(one day)로 끝난 것 같아서 말이야.”

본디 남자들에게 여자와의 은밀한 일은 가볍게 대화의 주제로 올릴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분위기를 띄우는데 한 몫 하기로 했다. 물론 아브락사스는 입이 지나치게 가벼워서 과거의, 심하게는 현재의 여자와의 은밀하고 사적인 일을 떠벌떠벌 과장하여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난봉꾼에 속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도 남자인지라 가까운 친우들에게는 담백하게 이야기의 소재로 꺼내곤 했다. 마치 예전에, 자신의 정혼녀에게 어떤 하이틴 모델과 교제 했었다는 사실을 자랑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대화의 상대가 여자가 아닌 남자라면 그 수위는 높아지기 마련이었다.

“키스가 어땠냐고 묻는거야?”

“바로 그거야, 우리 점수를 매겨볼까?”

리들은 사적인 일은 입에 담지 않는 부류였지만 자신과 우정 비스무리한 것을 나누는 친구에게 이 정도 일쯤은 말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리들에게 아무런 존재도 되지 못했고 키스 역시 조금의 가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리들은 마음에 차는 것이 있다면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자신만 독점할 부류였다. 그는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면 집착스러울 정도의 소유욕과 독점욕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리들은 나기니가 자신의 틀에 벗어나는 꼴을 보지 못했다. 물론 나기니는 주인을 잘 따르는 착한 뱀이었고 다른 인간에게는 관심 한 톨 없는 도도한 뱀이기도 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또 다른 파셀마우스인 리브에게 지대한 관심을 표하곤 했는데 다행히 리들은 뱀의 본성이라 생각하고 아량을 베풀었다. 그리고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이제는 멘티인 리브가 자신이 아닌 다른 선배에게 질문을 하는 것 역시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녀에게 이처럼 훌륭한 멘토는 뒀다가 마법약 만들 거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리브는 이 인간이 무슨 심술을 부리는건가 싶어 어이없어 했다.)

“Outstanding(특출함)? Exeeds Expectations(기대이상)?”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악의 없이 이성의 외모를 뜯어보며 등급을 매기는 것이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깊이 들어가면 그 이상의 것도 매기곤 했다. 물론 경험자에 한해서지만, 경험자 중의 경험자인 아브락사스는 리들에게 그녀들의 키스를 등급으로 매겨달라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Dreadful(끔찍함)… 아니, 가장 낮은게 T(Troll, 트롤수준)였던가.”

리들의 말에 아브락사스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이 알기로 7학년인 그녀들은 상당한 미모를 갖고 있었고 성인 여성답게 경험도 많은 편에 속했다.(그들이 몇 년 째 리들을 쫓아다녔다고 해서 교제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용감무쌍하게 리들을 덮친 것은 그를 꾀어낼 자신이 있었기에 저지른 짓이리라. 그동안 온갖 유혹에도 넘어가지를 않았으니 이런 육탄 공격을 감행한 것일 텐데… A(Acceptable, 보통)도 아니고, 끔찍함에 트롤수준?

“지금 우리가 라폴레랑 브랜스턴을 이야기하고 있는거 맞지?”

“맞아.”

“오, 리들. 너… 불감증이야?”

그녀들과의 키스에 대한 혹독한 악평에 경악한 아브락사스였다. 친구의 말에 리들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남자로서 그다지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다. 리들의 매서운 얼굴에 아브락사스는 땀을 삐질 흘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네가 그녀들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하는 말인데… 걔네 키스 정말 잘해. 그러니까 너한테 덤볐겠지.”

아브락사스의 말에는 그녀들과 키스를 해봤다는 묘한 어투가 깔려있었다. 물론 그의 여성편력을 아는 리들은 그런가보다했다. 무엇보다도 청년의 관심사는 따로 있었다.

“다른 계집애들도 똑같아. 하나같이 불쾌하기 짝이 없어. 더럽기도 하고.”

최근 리들과 얽혔던 여학생들이 들으면 충격을 받는 것은 물론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낼 얘기를 서슴없이 하는 청년이었다.

“정말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하던 참이야.”

리들이 책을 탁 덮더니 책상위로 던지다시피 했다.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리들을 보며 아브락사스가 머리를 굴리다가 말했다.

“걔네가 네 취향이 아닌걸 수도 있어. 나도 그래서 내 취향 아닌 여자는 안 건드리잖아. 세상에 여자는 많으니까…”

아브락사스에게 에밀리가 그런 부류였다. 하지만 아브락사스는 언제부턴가 자신의 취향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리들이 툭 내뱉었다.

“똑같아, 너도 몇 명 더 봤잖아.”

맙소사. 멀린이시여. 제 친구가 불감증이라뇨! 아브락사스는 속으로 탄식하며 혹시 리들이 정말 남자 취향인가 하는 엄한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 말을 입으로 옮겼다가는 소중한 친구를 잃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브락사스는 말을 고르고 또 골랐다.

“리들, 꼭 사람이 여자를 만나고 연애를 할 필요는 없는거야. 나중에 때가 되면 너의 그녀가 나타나겠지.”

“난 여자를 만나고 연애를 하려는 게 아니야. 키스의 쾌감을 원하는거라고, 상대는 상관없잖아.”

리들의 말에 아브락사스의 얼굴이 기묘해졌다. 같은 남자가 봐도 정말 잘생긴 그 얼굴을 보며 말포이 가문의 후계자는 예리하게 무언가를 잡아냈다. 이성 관계에 한에서 만큼은 촉이 지나치게 발달한 그였다.

“키스의 쾌감이라… 너에게 그것을 선사했던 아가씨가 있었던 모양 인가봐?”

대답하지 않는 리들을 보며 아브락사스는 이를 긍정으로 해석했다. 그러다가 백금발의 청년은 순간 은회안을 깜박였다. 그리고 이내 아브락사스의 얼굴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 맺혔다.

“리들, 너 답지 않아. 네가 원하는건 그 아가씨잖아. 다른 여자들은 만날 필요가 없었어.”

“난 그녀를 원하는게 아니라 키스의 쾌감을 원하는거야. 키스하는데 상대는 상관없잖아.”

리들의 말에 아브락사스의 표정이 또다시 기묘해졌다. 아브락사스는 완벽하다고 여긴 친구에게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면을 보자 의외이면서도 살짝 유쾌한 기분이 되었다. 지금의 리들은 뭔가 핀트가 어긋난 것 같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 부분에 있어서는 그 철두철미한 완벽함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리들, 넌 심각한 시행착오를 겪고있어.”

“…?”

백금발의 청년은 조각 같은 친구의 얼굴을 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마치 어린 아이에게 알파벳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했다.

“원래 키스는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거야. 연인들 간의 사랑표현이지.”

“그 정도는 나도 알아.”

리들이 자신을 뭘로 보냐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덧붙인다. 그거 네가 할 소리는 아닌거 같은데. 자신의 평소 생활을 꼬집는 듯한 리들의 말에 아브락사스는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황급히 입을 열었다.

“그 순간만큼은 눈앞의 상대가 좋아서 하는거야. 취향 이라는게 있잖아.”

“그러니까 넌 예쁘면 바로 상대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건가?”

리들의 지적에 아브락사스는 자신이 굉장히 가벼운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너에게 사랑이란 참 바람과도 같네.”

브릴리언트의 말대로였다. 사랑이란 참 순간의 것이고 덧없구나. 점점 궁지에 몰리자 아브락사스가 졌다는 얼굴로 말했다.

“리들, 각자 사람마다 연애관이 다른 법이야…. 난 그저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막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일 뿐.”

“그래, 뭐 네 여자관계는 내 알바 아니니까.”

더 이상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리들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자신의 고뇌는 조금도 해결되지 못했다. 이어서 아브락사스의 입에서 나온 말에 리들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하, 말도 안되는 소리.

*

리들은 취향의 문제인가 하는 생각에 첫키스의 쾌감을 선사해준 주인공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자신과 키스한 여학생들은 전부 연상이었다. 나이가 문제인건가, 스타일은 꽤 다양했는데. 그래서 리들은 현재 자신에게 고백을 하고 있는 작은 여학생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앳되어 보이는 얼굴이 제법 어려 보인다 싶었다. 자신의 신상을 밝히며 신입생 시절 첫 눈에 반해 지금까지 짝사랑하고 있었노라고 덜덜 떨며 고백한 소녀는 슬리데린 소속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볼까. 이번에도 아니면… 어떻게 해야하지? 하지만 아브락사스의 말은 정말 아니야.

“너 몇 학년이야?”

“저,저는 3학년…이에요… 셔,셜리라고 불러주시면…”

브릴리언트랑 동급생이네. 하지만 머리색도, 눈동자 색도 다르다. 키도 브릴리언트보다 조금 더 크고, 무엇보다도 브릴리언트보다 안 예뻐. 여학생의 외모를 뜯어보며 리브와 하나하나 비교를 하고 있던 리들은 그런 자신에게 퍼뜩 놀라야만 했다. 여학생은 한 걸음 다가와 리들과 거리를 좁혔다. 자신을 유혹하려는 듯한, 그러나 어리기 때문에 서툴기 그지없는 그 몸짓을 보며 리들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나름 신선하네. 넌 좀 다를까.

여학생은 지나치게 떨면서도 그리핀도르의 용기를 빌려와 과감하게 리들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댔다. 하지만 그 순간 리들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서툴게 입술을 벌리며 키스의 과정을 밟아가는 여학생에게 청년은 또다시 불쾌함을 느껴야만 했다. 여학생은 더없이 행복한 표정이었지만 청년의 얼굴은 몹시 싸늘했다. 얼마 안 지나서 리들은 그녀를 팍 밀쳐냈다. 리들의 얼굴에 가득 서린 불쾌와 경멸에 여학생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저기, 리들 선배 저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줬어. 그러니까 더 이상 귀찮게 굴지 말고 꺼져.”

그 잔인한 말에 여학생은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고 시끄러운 울음소리에 리들의 얼굴에는 짙은 짜증이 맺혔다. 망설임 없이 돌아선 리들은 더러운 것이 닿았다는 듯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입술을 쓱 닦아냈다. 어디선가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들린 청년은 낯익은 소녀를 발견하고 순간 움찔했다. 마치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떳떳하지 못한 심정이 가득 밀려들어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금빛 블론드의 소녀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리들을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일단 저 울음소리가 듣기 싫었던 리들은 금빛 소녀를 끌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야 리들은 그녀를 놔주었다. 보석같은 벽안은 여전히 흑발 청년을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길에 흑발의 청년이 변명하듯 툭 내뱉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

“잘한건 없죠, 자신을 짝사랑 해왔다는 여학생에게 참 잔인하시네요. 혹시 다른 여자들이 바로 떨어져나간 것도 그런 폭언 때문인건가?”

“…쓸데없이 눈치 빠른 계집애.”

리들의 말에 리브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지금 리브의 목소리는 말에 담긴 내용과는 다르게 살짝 쌀쌀맞은 감이 있었다. 요즘 리들의 행보는 리브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사실 리브는 리들이 도통 여자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누군가와 연애하는 리들은 리브에게 무척이나 낯설고 이상하게 여겨졌다. 누군가와 연애하는 자신처럼. 그런데 리들과 이성적으로 얽힌 여학생의 수가 다섯 손가락을 돌파했다. 정말 에밀리의 말대로 아브락사스 선배에게 바람기라도 옮은걸까?(“저 카사노바 자식이 리들 선배마저 망치고 있어!”)

“야, 그런 식으로 쳐다보지 마. 나도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하던 참이니까.”

리들이 짜증스럽게 내뱉은 말에 리브가 한 쪽 눈을 찡그렸다.

“키스를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치고는 꽤 많이 하던데요.”

“…브릴리언트, 네가 무슨 상관이야?”

소녀의 목소리에 책망이 깃든 것 같다는 괜한 느낌에 리들은 자신도 모르게 차갑게 반응했다. 사실 리브는 가벼운 그의 행보를 책망하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리들의 싸늘한 말에 리브는 퍼뜩 그가 사적인 일에 누군가의 참견을 싫어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죄송해요, 제가 주제 넘었어요.”

필요의 방을 향해 걷는 둘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침묵이 견디기 힘들어 리브는 먼저 앞서 걸었다. 리들은 그런 소녀에게 굳이 자신의 발걸음을 맞추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리브와 가까워지는 누군가가 있었다. 리브가 살짝 옆으로 피하자 어김없이 자리를 옮겨 리브의 앞을 막는다.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건가? 금색과 선홍색이 교차된 넥타이, 그리핀도르였다. 긴장한 듯한 남학생은 살짝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브릴리언트, 이번 주말에 나와 함께 호그스미드에 가줘!”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오늘은 광복절 기념으로 연참 갈게요!

43편은 아마 오후 네다섯시쯤에 올라갈거에요.

그 때까지 여러분은 태극기 게양하시고(잊으신분들!) 친일파 매국노들을 까고 일본 우익을 까고 또 까시면 됨미다 헿 일본 가라앉아라 쓰나미와라 지진와라 후지산 폭발해라 다 쓸어버려라 망해라 이런 것도 괜찮아여

모 커뮤니티 가보니까 넌씨눈처럼 선량한 일본인 운운하면서 이성적인 척 성인군자인척하는 인간들 있던데.... 혹시 떡 좋아해?^0^ 안그래도 요즘 방사능 처먹은 우끼끼 섬숭이들 하는 짓이 뭐같아서 빡치는구만ㅡㅡ 제 독자님들 중에는 부디 없기를 바랄게여....

아차차 가장 중요한 걸 잊을 뻔했네여 독립을 위해 애국을 위해 힘쓰신 분들한테 감사하는 마음 가지기!! 이게 가장 중요해요. 독립운동가 후손 분들 힘들게 사시는거 보면 정말 안타까움..ㅠㅠㅠㅠㅠ이런 분들이 잘사시고 친일파들 싸그리 족쳐야하는데.. 그래야 나라 안팔아 먹지...

마지막으로 오늘 후기 반일 감정이 너무 짙어서 말씀드리는건데요^^;;;

혹시.. 일본인 독자분있나여? 하지만 그분에게는 심심한 사과를 표하지 않음!

리리플 원하시는 분은 앞에 @를 붙여주세요.

그럼 이따가 43편에서 만나요!

+ 헐 아깐 몰랐는데 창밖 보니까 비 겁나게 많이 오네여;;; 태극기 비땜에 쫄딱 젖으니까 게양 못하는게 맞아요.. 음 그럼 핸폰이라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