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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 자각
리들은 바로 다음날에 리브에게 고대문자 해석본을 넘겨주었다. 내가 며칠 동안 끙끙댔던 것을 하루만에… 그 엄청난 속도에 혀를 내두르며 리브는 다시 한 번 리들의 실력에 감탄했다. 그것을 찬찬히 읽어보던 리브가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리들 선배, 이 부분 말이에요.”
“어디?”
그렇게 말하며 리들이 리브에게로 다가왔다. 리들은 살짝 몸을 기울여 소녀의 어깨너머로 양피지를 보았다. 그 순간 리들의 흑발이 소녀의 뺨을 살짝 간질이듯 스쳐갔다. 미묘한 느낌에 소녀는 벽안을 두어번 깜박였으나 리들의 말에 의해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이 문자는 ‘상대를 넘어서서 승리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 그러니까 무력을 행사했음을 알수 있지.”
“하지만 변화와 대낮을 상징하고 행운이나 은혜라는 의미도 있어요.”
이제 둘은 한 문단을 가지고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 리들은 무력으로 승리했다고 해석했고 리브는 행운이나 어떠한 변화에 의해 좋은 결과를 냈다고 해석했다. 팽팽하게 각자의 의견이 맞서다가 이제는 옥신각신하는 둘이었다.
“룬 문자는 해석하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의미로 해석이 되기도 해요. 제 해석이 틀린건 아니라고요.”
“나는 네 해석이 틀렸다고 한 적은 없어. 인과관계를 따져보면 내 해석이 네 해석보다 훨씬 옳다는 거야. 각각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해도 넌 너무 모호해.”
“열린 결말 몰라요?”
“열린 결말은 무슨, 딱딱 떨어져야 읽는 이가 혼란스러움을 안 느끼지.”
리브는 납득할 수 없다며 계속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리들의 논리적이고 세세한 설명을 들으며 이젠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그러는 둘에게 다가오는 여학생이 하나 있었다.
“저기, 톰 리들?”
금발에 벽안, 예쁘장한 얼굴과 글래머한 몸매로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상당히 많은 여학생이었다. 리브 역시 그녀를 알고 있었다. 남학생들이 그리핀도르 여신이라며 찬양을 하는데 모를 리가, 이름이 그래, 앤드리아 라폴레(Andrea LaFolle) 였던가.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면 톰 리들을 오랜 기간 짝사랑하고 있었고, 상당히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의외로 톰 리들은 그 엄청난 인기에 비해 고백횟수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었다. 평범한 여학생들은 톰 리들의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와 자신의 부족한 외모를 한탄하며 리들에게 섣불리 고백하지 않았던 탓이다.(톰 리들 팬클럽의 횡포도 한 몫 했다.) 하지만 라폴레 같은 여학생들은 달랐다. 특히 라폴레는 리들에게 이미 여러 차례 고백을 했고, 매번 차이면서도 들이대곤 했다. 리브는 참으로 그녀가 그리핀도르답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야, 라폴레?”
“앤드리아라고 부르래도.”
그렇게 말하며 여자는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리브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리들이 리브에게 고개를 돌려 “어딜 가. 얘기 다 안 끝났어.”라고 말하는데 그 순간 라폴레가 리브를 무섭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물론 리브는 그 매서운 눈빛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다시 리들이 라폴레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언제 그랬다는 듯 방긋 웃는다. 리브는 그 모습을 보며 그녀가 보통 여자가 아님을 간파했다. 이거 순 여우였네.
“리들, 난 너와 할 얘기가 있어. 시간 좀 내주지 않을래?”
“잠깐만 기다려. 난 아직 내 멘티와 이야기가 다 끝나지 않았거든.”
그렇게 말하며 리들은 책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리브와 라폴레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자신보다 키도 크고 나이도 많은 여선배의 매서운 기세에도 불구하고 리브는 조금도 떨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눈동자에서 질투를 읽어내고 리브는 비웃음을 지어보였다. 이 비웃음을 무어라 받아들일지는 그녀의 몫이었다.
“나중에 이야기해요. 어차피 멘토링 때 또 만나야 하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리브는 라폴레를 향해 입꼬리를 쓱 올려보였다. 약 오르지? 난 너의 님과 정기적으로 시간을 가진단다. 그러게 왜 시비를 걸어.
“됐어, 조금만 기다려. 금방 끝내고 올테니까.”
리들은 가방을 챙기는 리브를 만류했다. 스스럼없이 리브의 팔을 잡는 모습에 라폴레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다시 표정을 핀 그녀는 리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리들. 여기서 이야기 해.”
“여기서?”
“그래, 난 네 멘티가 들어도 상관없어.”
그 말에 리브가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소녀는 이 이상으로 그녀를 약올릴 생각은 없었다. 방금을 자신을 노려보는게 괘씸해서 순간 저지른 짓이었고… 그나저나 내 앞에서 고백을 할 셈? 정말 대단한 여자네. 하지만 차이고 질질 짜는 모습을 보는건 리브 역시 사양이었다.
“…좋아,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는 리들의 얼굴에 살짝 질린다는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라폴레가 리들에게 한 고백만 해도 셀 수가 없었다. 리들은 여러 번 거절했지만 라폴레는 여러 번 다시 고백을 하곤 했다. 끈질겼다. 냉정하게 잘라내고, 부드럽게 달래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미지 때문에 그냥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리들은 슬슬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리들, 난 널 좋아해.”
“나도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나는 널 좋아하지 않아.”
라폴레는 왜 자신을 받아주지 않냐, 데이트라도 한 번 해주는게 그렇게 어렵냐, 정말 너무한다, 내가 몇 년째 너를 좋아하고 있는지는 너도 알지 않느냐 등등 정말 눈물날 정도의 짝사랑을 읊고 있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사랑을 애걸하지만 리들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냉정한 거절을 늘어놓을 뿐이었다. 리브는 이제 그녀가 가여울 지경이었다. 아까 비웃음은 괜히 지어준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 자신을 그렇게 노려볼 만도 했다. 리들 옆에 붙어있는 모든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겠지. 특히 멘티라는 이유로 그와 자주 시간을 보내는 나는 눈엣가시이리라. 가방을 전부 챙긴 리브는 조용히 자리를 뜨기로 했다. 리들 선배가 자신을 붙잡지 않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역시 붙잡힌다.
“너, 어디가?”
“계속 이곳에 있는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그럼 전 이만.”
“야, 브릴-”
리들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의 입술이 청년의 입술을 틀어막은 것이었다. 왁자지껄하던 기숙사 공동 휴게실이 점차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리브 역시 그 광경을 보고 입을 살짝 벌려야만 했다.
“헐 대박…”
“톰 리들이랑 앤드리아 라폴레 맞지?”
누군가의 말대로 정말 대박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리브는 진한 키스신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되자 당황이 역력한 얼굴로 가방을 끌어안은 채 멍하니 있었다.
라폴레는 까치발을 들고 리들의 목에 두 손을 감은 채로 열렬하게 입 맞추고 있었다. 그 돌발 행동에 살짝 놀란 리들은 잠깐 눈을 크게 떴지만 이내 눈을 감고 장단을 맞춰주기 시작했다. 이윽고 라폴레의 얼굴에는 황홀함이 퍼져갔지만 리들의 얼굴은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리들의 입술을 잡아먹듯이 굴던 라폴레는 이제 리들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리는 대담함까지 선보였다.
하지만 무표정한 리들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지더니 이내 그녀를 확 밀쳐냈다. 그는 라폴레와의 키스로 인해 입술에 살짝 묻은 립스틱을 닦아낼 생각도 안하고 서있었다. 그 모습은 묘하게 에로틱해 보여서 리브는 마른 침을 삼켜야만 했다. 마찬가지로 다른 여학생들도 섹시하지 않냐고 속닥이며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분노를 터뜨리고 있는 톰 리들 팬클럽은 잠시 제외하도록 하자. 한편 리들은 라폴레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줬어. 그러니까 더 이상 귀찮게 굴지 말고 꺼져.”
리들이 송곳니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살벌하게 말한 리들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로 휴게실을 휭 나가버렸다. 원래 이런 상황에는 혼자 남겨진 사람이 모든 시선을 감당해야하는 법이지. 그런데 무슨 말을 들었길래 표정이 저래? 저 인간이 본성을 드러내셨구만… 리브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울음을 터뜨릴 듯한 그녀를 동정의 눈길로 쳐다보다가 역시 총총 휴게실을 나가버렸다.
*
청년은 첫키스의 쾌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종종 리브가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재잘거릴 때마다 리들은 그 때 병동에서 충동적으로 그녀에게 입을 맞췄던 것을 떠올려야만 했다. 특히 얼마 전에 소녀가 핑크색 끈을 입에 물고 머리를 묶고 있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입맞추고 싶다는 생각까지 해버렸다. 그런 자신에게 깜짝 놀랄 정도로. 아, 키스하고 싶다.
리들이 라폴레의 키스를 얌전히 받아준 것에는 그녀를 완전히 떨어뜨리려는 심보도 한 몫 했지만 다른 목적이 더 강했다. 그 쾌감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부드러움, 달콤함, 짜릿함. 하지만 달랐다. 역동적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라폴레에게서 리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리들은 원하는게 있으면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리들은 그 쾌감을 원했다.
한편 라폴레는 옆의 예쁘고 어린 멘티에 대한 질투심에 대담한 짓을 저질렀지만 키스로 그를 만족시킬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은 빗나갔다. 서로의 혀가 얽혀 들어가며 정말 진득하게 키스했지만 리들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을 눈치챈 그녀가 최후의 수단으로 청년의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올리는 대담한 짓까지 감행했다. 일반 남자라면 정신을 못 차리고 흥분했을지 몰라도 리들은 조금도 흥분하지 않았다. 청년은 무미건조할 뿐이었다. 그리고 불쾌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눈앞의 여자의 키스로 쾌감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할거라 판단하자 리들은 기분이 확 더러워졌다. 맞댄 입술이며 오가는 혀가 찝찝하게 느껴졌다. 주변에서 휘파람 소리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며 더욱더 기분은 가라앉기 시작했다. 리들은 그녀를 떼어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줬어. 그러니까 더 이상 귀찮게 굴지 말고 꺼져.”
차갑게 말을 뱉은 리들은 휴게실을 휙 나가 버렸고 더 이상 그녀가 자신에게 들러붙지 않을거라 확신했다. 리들은 자신에게 고백하는 여학생들을 매번 거절해도 이 정도까지 살벌하게 군적은 없었던 것이다. 톰 리들은 이미지 관리의 귀재였다.
이제 리들은 벽에 기대서 뭐가 문제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래, 언젠가 말포이가 이런 말을 했었다.
[걔는 선수였어. 키스를 엄청 잘해. 이래서 연상은 다르다 싶었어.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 그리고 손에 그 부드러운 감촉까지… 바로 침대로 끌고가고 싶다니까.]
라폴레가 선수가 아닌건가? 하지만 능숙해 보이던데. 소문도 많았고, 거기다가 연상이고. 항상 말포이는 여자들과 키스를 하고 나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저러나 싶었지만 리들은 첫키스의 쾌감 후에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말포이가의 청년은 키스에 대한 여러 가지 철학을 내세우곤 했고 그것을 즐겼다. 어쨌든 리들이 그렇게 키스에 대해 고뇌하고 있는데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숙사로 돌아간 줄 알았는데… 여기서 뭐해요?”
그 순간 소녀의 입술이 리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리들은 그 순간 무서울 정도로 몰아치는 충동을 느껴야만 했다. 그래, 저 작은 입술에 키스하고 싶어졌다. 안 돼, 참아. 리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청년은 소녀와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참기 힘들어졌다. 참아야 해. 리들은 본능과 이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충돌하는 것을 느꼈다.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둘은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성은 본능을 누르려고 애썼고 본능은 이성을 없애려고 애쓰고 있었다. 리들이 심호흡을 했다.
*
살짝 벽에 기대있는 톰 리들의 얼굴은 심상치 않았다.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화가난건가 싶지만 잘 보니 그건 아닌거 같고… 리브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여신으로 유명한 여학생이랑 키스한 남자 얼굴 치고는 참으로 이상하네. 리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 순간 리들의 흑안이 소녀에게로 향했다. 리들은 소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부담스러운 시선에 리브가 벽안을 깜박였다.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리들이 리브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런 청년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에 소녀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뒤에 단단한 벽이 버티고 있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예사롭지 않은 눈빛, 기묘한 침묵, 가까이서 보니 리들의 입술에 묻는 붉은 립스틱 자국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리브는 그게 몹시 신경 쓰였다. 그 계집애는 무슨 립스틱을, 얼마나 잔뜩 바르고 다니길래, 그렇게 진하게 키스를 했는데도 묻어있담. 아주 입술을 잡아먹을 것처럼 굴던데. 아까 그 키스신을 떠올리자 기분이 가라앉았다. 뭐야, 이상해. 공공장소에서 뭔 짓이야.
“리들 선배, 입술에 뭐 묻었어요.”
왠지 모를, 쌀쌀맞다 싶은 목소리, 그 순간 리들은 퍼뜩 정신을 차린듯 소녀에게서 한발자국 떨어졌다. 격동적으로 몰아치던 리들의 흑안이 살짝 가라앉았다.
“아까 그 선배 립스틱이 묻은거 같은데… 여자랑 키스했다고 사방팔방 소문내고 다니려고요?”
그 말에 어떤 갈망으로 끓고 있던 리들의 흑안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청년은 귀찮다는 듯 손등으로 입술을 쓱 닦아냈다. 손등에 묻은 붉은 자국에 리브가 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그리고 리들의 손을 잡아 말끔히 닦기 시작했다. 소녀의 손이 청년의 손과 맞닿은 순간 리들은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떴다. 소녀의 손길은 지금의 그에게 자극적이었다. 무척이나.
“이 손수건, 선배가 나한테 줬던건데… 기억해요?”
“으응.”
리들은 충동을 억눌러야 한다는 생각에 자유로운 왼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간당간당 남아 있는 이성은 리들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저지르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 후가 문제다. 고로 여기서 리브에게 입을 맞췄다가는 그녀가 울거나 화를 낼지도 모른다. 아니면 화를 내다가 분에 못 이겨 울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이성적이다 싶으면서도 몹시 감정적이니까. 어느 쪽이든 리들은 싫었다. 그 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감당할 수 없는 짓은 저질러서는 안 돼.
“테르지오.”
리브는 장미목 지팡이를 손수건에 겨누고 말끔하게 했다. 그리고 곱게 접어 리들에게 내민다. 청년이 받을 생각을 안하자 리브는 직접 손에 쥐어주었다.
“저 때문에 참고, 저를 위해서 그랬다고 했죠.”
존슨 패거리에 대한 문제를 꺼내는 리브였다. 그 후로 리들도, 리브도 절대로 꺼내지 않았던 주제였다.
“화만내서 미안해요. 하지만… 역시 고맙다고는 못하겠어요. 미안해요.”
그 말에 충동을 자제하기 위해 다른 곳을 쳐다보던 리들이 리브에게로 눈을 돌렸다.
“어쨌든 리들 선배가 지나쳤다는건 사실이니까요. 앞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느새 다시 흑안을 다른 곳으로 돌린 리들이었다.
“그리고 제가 직접 그들을 응징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대신해준건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며 리브는 작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대답하지도 않고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리들이었다. 그 모습에 리브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다가 그래도 영 반응이 없자 작게 헛기침을 했다. 그제서야 리들의 흑안이 리브에게로 향했다. 눈이 마주치자 소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가고나서, 그 손수건, 그냥 집어넣지 말고 펴봐요. 별건 아니지만 나름의 답례에요.”
그렇게 말하며 리브는 뒤돌아서서 빠르게 자신의 기숙사로 가버렸다. 리들은 손에 쥐어진 손수건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아, 이거 원래 내것이었지. 부드러운 면 소재로, 갈색 계통의 그라데이션 색감이 특징이었는데 꽤 자주 리브에게 쓰였던 그것이었다. 손수건을 펼쳐보니 오른쪽 아래에 무언가가 쓰여 있었다.
[T. M. Riddle]
금색 실로 수놓아진 자신의 이니셜, 리들은 손가락으로 그것을 훑어보았다. 빈틈도 하나 없고 매우 촘촘하게 이니셜 자수를 새겨놓았다. 잘보니 둥글둥글한 모양이 소녀의 필체 같기도 했다. 리들의 무표정한 얼굴에 순간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청년은 한참을 만지작거리다가 그대로 접어 품안에 넣었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져.... 다 여러분의 사랑덕분이에요 헿 참고로 무리수인 부분은 과감하게 삭제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뒷감당이 힘들어서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어디서 썸타는 냄새 안나요? 킁킁
* 리들은 이미지 때문에 거절할 때도 절대 본성격을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렇게 자기 외모에 자신감 넘치는 여학생들 몇 명이 의지를 갖고 계속 대시함... 하지만 육탄 공격(?)은 처음임! 아무리 계속 대시해도 리들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그런 오오라가 있는건 사실이니까요ㅋㅋㅋㅋ라폴레는 리브에 대한 질투 때문에 순간적으로 일을 저지른거고.. 그 이후로도 뭐... 하지만 리들이 돌변했다고 바로 떨어져 나가다니 너흰 의지부족이야!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앞에 @를 붙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