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39화 (39/115)
  • 0039 / 0115 ----------------------------------------------

    Chapter 8. 변화

    존슨 패거리는 몇 몇 목격자들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했다. 그들은 뻔뻔스럽게도 지금까지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무슨 목격자냐며 자신들을 모함하고 있다고 외쳤다. 그리고 증거도 없으면서 저 애들의 말만 믿고 자신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슬리데린의 두 여학생에 의해 전세는 역전 되었다. 그들은 당당하게 자신들은 모든 것을 보았노라고 말했다. 장소와 동선까지 정확히 읊는 그녀들에게 존슨 패거리는 몹시 당황했다. 하지만 역시 증거를 대보라고 소리쳤고 여학생 하나가 새침하게 말했다.

    “쟤네들이 브릴리언트의 넥타이를 풀어내는 것을 봤어요. 아마 아직도 갖고 있을거에요. 그걸로 리들을 협박한다고 했어요. 저 애들은 리들을 무척이나 싫어하니까요.”

    “저희는 브릴리언트를 도와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 애들이 너무 무서워서…”

    존슨 패거리가 말도 안된다는 듯이 소리쳤다.

    “너희야 말로 브릴리언트를 싫어하잖아! 어디서 착한 척이야!”

    “맞아, 평소에 너흰 브릴리언트를 괴롭혔잖아! 여기 있는 애들도 그건 다 알아!”

    “너희는 망을 봐줬으면 봐줬지, 브릴리언트를 도와주고 싶었다고? 거짓말 치지마!”

    존슨 패거리의 역습에 두 여학생은 당황한 듯 했다. 교수들의 시선이 두 여학생에게로 향하자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리들이 입을 열었다.

    “지금 여기서 논해야할 것은 존슨을 비롯한 학생들이 어둠의 방 감금 사건의 범인인지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브릴리언트를 괴롭혔는지에 대한 저 두 여학생의 행실은 논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리들의 말에 두 여학생에게로 쏠린 시선이 다시 존슨 패거리에게로 향했다. 리들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가해자들과 피해자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하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학교는 브릴리언트 양에 관한 유언비어들이 가득합니다. 저는 그녀가 2차적인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되는 바입니다.”

    덤블도어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존슨 패거리와 슬리데린 소속의 두 여학생, 학생회장들을 제외하고 전부 나갈 것을 명했다. 하지만 단 한명, 리들은 이곳에서 남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가해자들이 저에게 악의를 가지고 한 짓입니다. 브릴리언트 뿐만 아니라 저의 애완동물 역시 상해를 입은 상태고 저 역시 피해자이니 이곳에서 모든 정황을 들을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브릴리언트 양은 저의 멘티이자 아끼는 후배입니다.”

    리들은 뜸을 들이다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매끄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교수님들도 아시다시피… 그녀는 제 여동생 같은 아이이기도 합니다. 저는 모든 정황을 알아야겠습니다.”

    리들과 리브가 같은 고아원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있는 교수들은 둘이 유년시절을 함께 보냈으니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리들의 모습은 정말로 여동생 같은 후배를 잔뜩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소수의 인원만 남자, 여학생들은 자신이 본 모든 정황들을 세세하게 읊기 시작했다.

    “쟤가—한 남학생을 가리키며— 리들의 뱀을 쥐고 있었고 나머지 애들이 브릴리언트를 에워싸고 있었어요. 도망치지 못하도록 발이랑 손을 묶어놨어요.”

    여학생들은 다수의 남학생이 한 명의 여학생을 궁지에 몰아넣고 결국은 머글식 폭력까지 휘둘렀다고 발언했다.

    “저희가 오기 전부터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녀가 병동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도 당연해요.”

    여학생회장인 세실리아 클리어워터는 “오, 어린 여자애한테 그런 비열한 짓을 하다니!”라고 소리치며 그들을 경멸의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계속 무고하다고 잡아떼던 존슨 패거리는 펄쩍 뛰었다. 그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여학생들은 강하게 반박할 뿐이었다.

    “사실이 아니기는! 너희가 그 애의 머리를 가격하는 것을 우린 보았어.”

    “그리고 머리채를 잡고 바닥으로 내치기도 했잖아!”

    그렇게 말하며 여학생은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그때 그 소리가 어땠는지 아세요? 그녀는 거의 초죽음 상태였어요. 저흰 너무 무서워서 꼼짝도 할 수 없었어요!”

    그녀들은 사실이라는 뼈대에 살을 붙여서 심한 과장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들의 말을 의심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명연기를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리들은 흡족한 기분으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었다. 계속되는 존슨 패거리의 반발에 여학생들이 최후의 보루를 터뜨렸다.

    “그녀를 겁탈하려고 했어요!”

    “물론 마지막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멈춰서 미수에 끝났지만요. 하지만 옷을 벗기고 있었어요!”

    이번에는 정말로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다. 존슨 패거리마저도. 하지만 경악의 의미는 각각 달랐다. 존슨 패거리는 자신들의 죄목이 저렇게까지 포장되었다는 것에, 나머지 사람들은 그런 잔악무도한 짓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거,거짓말 하지마! 겁탈이라니! 그 계집애한테는 손 하나 까딱한 적 없어!”

    “그런 적 없어요! 모함이에요!”

    당황한 존슨 패거리들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여학생들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너야말로 거짓말 하지 마! 그녀의 블라우스를 벗기려고 했잖아! 저 놈들이 말리지 않았으면 정말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말았겠지! 하지만 너희도 다 똑같아! 그녀를 음담패설로 모욕했으니까!”

    “증거 있어? 이 계집애들이 보자보자하니까!”

    순식간에 강간 미수범으로 몰린 이들은 자신들이 그녀를 겁탈하려 했다는 증거가 있냐며 저들이 거짓을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남학생들은 이제 죄를 고백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저희가 그 뱀이랑 브릴리언트를 가둔건 맞지만 그런 짓까지는 하지 않았어요!”

    “물론 존슨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놀라기는 했지만…”

    “넥타이를 풀어내기 위해서 단추 몇 개를 풀었을 뿐이에요!”

    그들은 정말로 억울하다는 표정이었고 여학생들은 그런 그를 쓰레기 보듯 쳐다보고 있었다. 남학생회장 역시 그들을 경멸의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리들은 자신의 의도대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넥타이를 풀어내서 뭐 어쩌려고? 변명도 작작해. 여자애 넥타이 수집하는 그런 페티쉬라도 있는거야?”

    “막상 일을 저지르려고 보니까 겁이나서 그만 둔거겠지!”

    여학생회장은 그들을 더러운 것을 보는 듯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리들이 쐐기를 박았다.

    “제가 처음 그녀를 발견했을 때, 단추 몇 개가 풀어져 있었죠.”

    “우린 그저 넥타이를-!”

    “어쩐지 브릴리언트가… 제가 가까이 갈 때마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전부 이유가 있었군요. 거기다 범인까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죠. 그녀는 그 끔찍한 기억을 잊고 싶었던 거에요.”

    슬러그혼 교수는 “오, 어린 것이 가엾게도!”라고 탄식했고 디펫 교수의 얼굴은 몹시 심각해 보였다.

    “폭력에 이어서… (리들은 이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브릴리언트는 어린 여자애인데다가 최근에 몹시 앓아서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였어요. 저는 이 일을 단순하게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리들의 흑안이 순간 차갑게 빛났다. 교수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그들의 처분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상황은 존슨 패거리에게 몹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 리들과 존슨의 눈이 마주쳤다. 리들이 싸늘하게 비웃음을 짓다가 입모양으로 어떤 말을 내비친다.

    ‘너흰 이제 끝났어.’

    *

    존슨 패거리는 어둠의 방 감금사건의 범인이며 죄질이 나쁘다는 이유—학교 측에서는 죄목들을 전부 밝히지 않았다. 피해자인 리브를 배려해 철저히 비밀로 붙였다—로 전부 퇴학을 당했다. 리브가 병동에서 나왔을 때는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퇴학 당했다는 것을 들은 리브는 경악했다.

    “뭐? 전부 퇴학을 당했다고?”

    “응, 목격자들이 나타났거든, 그리고 증거로 네 넥타이도 나왔고.”

    에밀리는 결정적인 목격자 두 명이 톰 리들 팬클럽 애들이라는 말을 늘어놓았고 리브는 자신이 샴쌍둥이를 만들어줬던 그 여학생들임을 깨달았다. 방관할 줄 알았는데… 걔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난 정학을 먹을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자퇴 권고도 아니고 퇴학이라니… 확실히 처벌이 너무 센 것 같기는 해.”

    걔네 인생은 이제 쫑난거지 뭐. 퇴학당하면서 마법부에서 지팡이까지 부러뜨렸거든. 자퇴 권고였으면 지팡이는 무사히 보존 했을텐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에밀리는 혀를 끌끌 찼다. 자업자득이지만 좀 불쌍하긴 하다. 그 말에 오리온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단지 이번 사건 만으로 걔네가 퇴학 당한건 줄 알아? 존슨 패거리는 평소 행실에도 문제가 많았어. 매번 리들 선배한테 시비를 걸지 않나…”

    “걔네는 슬리데린의 수치야.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그리핀도르의 포터가 아주 신나서 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다니는데 할 말이 없어.”

    아브락사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현재 그리핀도르의 샤를루스 포터는 자신의 주장대로 범인이 슬리데린 소속이었다고, 그 기숙사는 역시 야비하기 짝이 없다며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당연히 슬리데린과 그리핀도르는 요즘 들어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리들 선배는 어디있어?”

    “글쎄, 아까 7층으로 가시는 것 같던데.”

    오리온의 말에 리브는 7층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는 전부 톰 리들이 꾸민 짓이리라. 부활절 휴일에 겪었던 일이 ‘어둠의 방 감금 사건’이라는 거창한 명칭으로 포장되고, 자신이 병동에서 죽어간다는 괴소문이 돌았다는 것을 듣고 어찌나 기가 막혔는지 모른다. 덕분에 범인을 잡아야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고. 대체 언제부터 호그와트가 한마음 한뜻이 돼서 이토록 정의감에 불타오른거지? 보통이라면 잠깐 수군거리고 지나갈 일인데. 이상할 정도로 일이 커졌다. 뭘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톰 리들, 그의 짓이 분명했다. 이 인간, 그래서 나에게 병동에 얌전히 있으라고 했구나.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테니까. 역시 그는 나를 잘 안다.

    “퇴원, 축하해.”

    필요의 방에 들어선 리브에게 리들이 미소를 지으며 건낸 말이었다. 하지만 리브의 얼굴에는 한 조각의 미소도 걸려있지 않았다. 일단 리브는 따져야할게 있었다. 우선 나는 그들을 응징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그리고 퇴학이라니 지나친 처사였다.

    “왜 퇴학 시킨거에요? 응징은 제가 한다고- 냅두라고 했잖아요.”

    “난 죽이지 않겠다고 했지, 냅둔다고 한 적은 없어.”

    그렇게 말하며 리들이 보고 있던 책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리브가 무어라 입을 열려고 하는데 리들이 더 빨랐다.

    “응징이라, 고작 저학년생이 쏘는 가벼운 주문 몇 방으로 걔네가 너한테 벌벌 떨거라고 생각한거야?”

    “가벼운 주문이요? 남자 구실을 못하게 만들려고 했는데요!”

    “걔네 고학년 생이야. 그대로 당하고만 있을거 같아? 네가 못당해내. 그러다 더 심한 꼴을 당하겠지.”

    “저 이래봬도 아는 주문 많거든요!”

    리브의 계속되는 반발에도 리들은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책을 읽을 뿐이었다.

    “…그리고 퇴학이라니- 그건 너무 심한 처사에요. 그렇게까지 몰고갈 필요는 없었잖아요.”

    그 말에 리들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리들은 여전히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지만 아까부터 책장은 단 한 장도 넘어가지 않고 있었다.

    “호그와트는 웬만하면 학생을 퇴학시키지 않아요. 그런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는 평생을 쫓아 다닐거에요.”

    “……”

    “한 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한 거라고요! 다시는 재기할 수-”

    “걔네가 웬만한 짓을 한게 아니잖아. 퇴학당하는 것은 당연해.”

    이번에 리들은 책에서 눈을 떼고 리브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걔네는 행실이나 평판이 좋지 못했고 쌓인게 이번에 터진 것뿐이야. 언젠가는 이렇게 됐을테지.”

    “리들 선-”

    소녀의 말을 끊으며 청년이 책을 탁하고 덮었다.

    “너도 직접 경험했잖아. 얼마나 질이 나쁜 애들인지.”

    “……”

    “그리고 걔네가 낙오자가 되든 말든 그건 알바 아니야.”

    리브는 복잡한 표정으로 리들을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 영롱하게 빛나는 벽안을 보며 리들이 마른 침을 삼켰다. 하지만 그 눈을 피하지 않고 소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죽이지 않겠다고 했지.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어.”

    “……”

    “브릴리언트, 너는 나를 잘 알잖아. 설마 내가 겨우 징계나 정학으로 넘어갈 거라고 생각 했던거야?”

    그 순간 소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실 리브가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에 비하면 이는 나은 처사였다. 죽이지 않겠다고 했으니 식물인간 상태로 만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했었다. 무사히 신체 보존하고 퇴학만 당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하는 걸까. 하지만 퇴학이라니, 거기다가 지팡이까지 부러뜨리다니…

    “죽이지 않았어. 난 너에게 뱉은 말을 지켰어.”

    "하지만 퇴학은 지나쳐요. 리들 선배는 네 명의 인생을 망친 거라고요!“

    소녀의 외침에 리들 역시 목소리가 커졌다.

    “지나치다고? 죽이고 싶었지만 너 때문에 참았어!”

    그렇게 외치는 리들의 눈이 섬뜩하게 번뜩였다. 그 순간 리브는 새까만 눈동자에서 붉은 빛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들의 섬뜩한 목소리가 소녀의 귓가에 내리 박혔다.

    “난 너를 위해 그들을 처리했고, 넌 나에게 고마워해야 해. 그런데 이게-”

    “저를 위해서라고요? 고마워하라고요? 제가 선배한테 그들을 퇴학시켜 달라고 했던가요?”

    이제 리들과 리브는 서로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청년의 흑안과 소녀의 벽안이 치열하게 얽혀 들어갔다.

    “선배가 독단적으로 저지른 짓을, 저를 위해 그랬다고 정당화 시키지 말아요.”

    “너-”

    “어차피 그 말도 믿을 수 없지만.”

    리브는 자신 역시 수틀리면 죽이겠노라는 그 차가운 목소리를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리들 선배는 단지 나기니 때문에 화가 난거에요. 거기에 저를 끌어들이지 말아요.”

    “하, 그래 나기니를 건드린 것도 이유가 없다고는 하지 않겠어. 하지만 너 때문이었어!”

    “그런 말도 안되는-”

    “내가 너를 처음 발견했을 때 네 모습이 어땠는지 알아? 난 네가 1월처럼 되는 줄 알고- 그 때 내 기분이 어땠는지 네가 알아?”

    방 안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치는 리들의 기세는 무시무시했다.

    “그들을- 진심으로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너 때문에 참았어!”

    분노로 이글거리는 흑안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리브가 순간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그들이 너를 얌전히 냅둘거 같아? 나에게 적의를 품은 이상 또 너를 건드리겠지. 넌 더 심한 짓을 당할 수도 있었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씩씩거리는 리들에게 이제는 리브가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청년의 기세에 살짝 밀려 소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당신이 날 언제부터 그렇게 위했다고- 나도 죽이겠다면서요!”

    그 말에 이번에는 리들의 기세가 살짝 꺾였다. 하지만 잠깐 움찔할 뿐 목소리는 여전히 매서웠다.

    “실언이었어,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잖아!”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는거에요. 사람 죽여 놓고 미안하다고 하면 그 사람이 살아나나요?”

    리들은 이미 리브에게 말려들었던 전적이 있었다. 방금도 말려들어서 이성을 한 차례 잃은 상태였다. 더 이상 말려들 수는 없었다. 청년은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리고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함이었다. 겨우 이런 문제로 그녀와 또 다시 감정소모를 할 필요는 없었다. 아까보다는 잔잔해진 리들의 흑안이 드러났다.

    “이 얘기는 그만해. 날 이 이상으로 화나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리들 선배는 항상 이런 식이죠. 그렇게-”

    “그만 하라고 했어. 여러 번 말하게 하지마. 더 이상은 못 참아.”

    리들의 강압적인 목소리에 리브는 반발심이 들어 지금까지는 참은거냐고 비꼬려고 했다. 하지만,

    “그만하자. 너한테 더 이상 화내고 싶지 않아.”

    한숨 같기도 한 목소리, 순간 지쳐 보이는 그의 얼굴에 리브는 하려던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래, 그의 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도 리브는 자신의 의견을 굽힐 생각은 없었다. 제대로 짚고 넘어갈 것이다.

    “알았어요. 하지만 리들 선배는 지나쳤어요.”

    뭐가? 내가 너에게 실언한 것? 그들을 퇴학시킨 것? 무엇이 지나쳤냐고 묻고 싶었지만 리들은 입을 다물었다. 어느 쪽이든 듣고 싶지 않았다. 이제 리브는 말없이 리들을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 시선에 리들은 또다시 누군가가 마음속을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기나긴 침묵이 견딜 수 없어진 청년이 입을 열었다. 마치 변명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 태도는 당당했다.

    “거슬려서 눈앞에서 치워버린 것뿐이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

    “그들은 합당한 절차를 거쳤고 공식적으로 퇴학당한거야.”

    그러니까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정말 내가 나쁜 짓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 말을 애써 삼키며 리들이 리브를 날카롭게 응시했다. 긴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청년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마치 왕좌에 앉은 것 마냥 오만한 모습이었다. 청년을 지긋이 응시하던 소녀는 눈꺼풀을 내리깔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빛 블론드가 스르륵 흘러내려 소녀의 얼굴을 살짝 가렸다. 리들은 한 풀 꺾인 리브의 기세에 완전히 페이스를 되찾았다.

    “브릴리언트, 넌 모든 사람들을 이해하면서 왜 나만은 이해하지를 않아?”

    “이해하지 않는게 아니라 이해를 못하는-”

    “이해하지 않든 못하든, 결과는 같잖아.”

    그렇게 말하는 리들의 모습은 아까처럼 당당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았다.

    “나는 충분히 많이 참았어. 너는 믿을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정말로 너 때문에 참았어. 나는 내 것을 건드린 자를 용서할 만큼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야.”

    알고 있다. 나기니를 위협했다는 이유만으로 내게 손찌검했던 사람이다. 나기니를 학대하고 감금까지 시킨 그들을 리들이 절대로 용서할 리가 없었다. 사실 이 정도면 그의 기준에서 많이 참은거였다. 하지만 당신은 항상 지나쳐.

    “내가 그들에게 화가난 것은 내 것을, 그리고 내 사람을 건드렸기 때문이야. 왜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해?”

    뭐라고? 그 순간 리들을 응시하던 리브의 벽안이 살짝 커졌다.

    “너라도 네 사람을 건드리면 화가나지 않겠어?”

    내가 잘못 들은게 아닐까.

    “그들은 나기니와 너를 건드렸어. 그것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해.”

    잘못 들은게 아니었다. 리브는 더 이상 무어라 말할 수가 없었다.

    “나기니를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기가 막히는데, 거기다 내 멘티인 너까지 건드렸지. 네가 말리지 않았으면 난 정말로 그들을 죽였을거야. 난 많이 참았어. 너 때문에.”

    그런 이유로 누군가를 죽이는게 정당화될 수 없다고, 자신은 그렇게 말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를 자신의 사람이라 칭하는 그에게 더 이상 책망도, 쓴소리도 할 수가 없었다. 내내 싸늘하게 굳어있던 소녀의 얼굴이 스르륵 풀리자 리들은 평소의 기세를 완전히 찾았다.

    “내 사람을 건드렸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

    그렇게 말하며 리들은 멍하니 서있는 리브의 손목을 붙잡고 자신 쪽으로 잡아끌었다. 소녀는 비틀거리며 리들에게로 끌려갔다. 청년은 솜씨좋게 소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허리를 붙잡아 자신의 옆에 앉혔다. 그리고 손을 들어 소녀의 블론드를 쓸어내린다. 자신의 손을 쳐내지 않은 것을 보며 리들은 속으로 내심 안도했다.

    “제가… 리들 선배의 사람인가요?”

    “넌 내 멘티잖아, 그러니까 내 사람이지.”

    살짝 혼란스러워 보이는 리브의 모습에 리들은 일부러 씁쓸함을 담아 말했다.

    “못 믿겠어? 섭섭하네.”

    “……”

    “다시 한 번 말해줄 수도 있어.”

    리들은 리브가 더 이상 자신에게 화를 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슬쩍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참고, 하지만 단호하게 속삭였다. 그녀는 이런 류에 약하다. 리들은 이를 알았다.

    “올리비아 브릴리언트, 넌 내 사람이야.”

    심장 고동소리가 점점 커지는게 느껴진다. 청년의 손짓에 따라 소녀의 블론드가 샤르륵 흘러내렸다. 그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며 리브는 마음 한 구석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미 말문은 턱 막혀버렸다. 거슬린다는 이유로 눈앞에 치워버리는 건 극단적인 행동이라고 말하려 했던 입술은 굳게 닫혀 버린지 오래였다. 그를 똑바로 쳐다볼 수조차 없었다. 두려워서.

    내가 하려고 했던 말들은 이미 깨끗하게 잊혀졌다. 나를 자신의 사람이라 칭하는 그에게 나는 더 이상 반발할 수가 없어졌다. 나를 자신의 사람이라 칭하는 그에게 나는… 이토록 동요하고 만다. 정말 나는 나약하기 짝이 없었다.

    리브의 고운 얼굴은 평소와 다를바 없이 잔잔했지만 푸른 눈동자 속에는 온갖 감정들로 일렁이고 있었다. 리브는 눈꺼풀을 깜박이며 평정을 찾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볼드모트라는 생각에 톰 리들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내 자신이 두려워진다. 리브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변화> 마침.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팬아트 그려주신 자몽몽님도 감사드려요!

    * 리브 내가 봐도 넌 너무 착한거 같아. 그리고 마지막에 리들 저자식 연기한거 맞음ㅇㅇ  일부러 씁쓸하게.. 리브 맘 약해진거 알고..ㅋ..ㅋㅋ.. 하 너란 남자....교활한 남자... 하지만 내 사람이라는 말만큼은 진심인거 다들 아시죠?

    * 리들이 넌 내사람이야 이러는 부분에서 쓰면서+퇴고하면서 너무 오글거려서 혼났어요........으악 내 손발....오글오글

    * 어떤 분께서 '~하니'는 초식계 말투라고 여성스럽다는 지적을 해주셨는데 리들의 '~하니'의 말투는 '그' ~하니의 말투가 아니에요... 꿍꿍이 가득한+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리브한테 “난 너처럼 착한 성품이 못돼. 이 일을 내가 그냥 넘어갈 것 같니?” 라고 하는 리들을 상상해보세요.... 정말 여성스럽게 느껴지세요..?ㅜㅜㅋㅋㅋㅋ

    그리고 덤블도어 교수님이 특히 ~하니 말투를 많이 쓰시는데 그냥 부드러운 말투? 이정도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ㅋㅋ

    <40화 예고편>

    “리들, 그거 알아? 퇴학당한 맥스 존슨 말이야.”

    *

    “독사한테 물려서 성뭉고 병원에 장기 입원 중이라더라.”

    *

    “아니, 그렇게 치명적인 독은 아니야. 생명엔 지장없어. 그저… 음, 조금 곤란한 부위에 물렸거든.”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를 붙여주세요!

    그럼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