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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38화 (38/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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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8. 변화

    젤러 부인은 절대로 리브를 퇴원시키려 하지 않았다. 면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는 어둠의 방 감금 사건의 여론이 확대 되었고 리브가 그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을 염려한 치료사의 조치였지만 리브는 이를 알지 못했다. 소녀는 자신의 실어증은 전부 다 나았으며 정신 역시 멀쩡하다는 논리적인 이유를 대며 퇴원을 허락해 달라 했지만 병동의 치료사는 요지부동이었다. 이제 리브는 자신의 수업권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젤러 부인, 전 올해 수업을 굉장히 많이 빠졌어요. 그리고 전 장학금을 받으려면 시험공부도-”

    “오, 브릴리언트. 시험은 6월이잖니, 아직 5월도 안됐단다.”

    “저는 전혀 아프지 않아요. 제발 퇴원하게 해주세요, 네?”

    결국 젤러 부인은 리들이나 에밀리 같은 특정 학생들에 한해서 리브의 면회를 허용했다. 첫 면회객은 리들이었다.

    “브릴리언트, 고집 부리지 말고 얌전히 병동에 있어.”

    그래야 내가 일을 진행하는게 더 수월해져. 그 말을 삼키며 리들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 꿍꿍이 가득한 미소에 리브가 예리하게 말했다.

    “리들 선배,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거에요?”

    “글쎄.”

    “그러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난 너처럼 착한 성품이 못돼. 이 일을 내가 그냥 넘어갈 것 같니?”

    그렇게 말하는 리들의 말투는 매서웠다. 리브는 리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 것이 두려워 아직 범인을 고발하지 않았다. 리브는 일부러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고 리브는 그렇게 덮으려고 했다. 그 개자식들에게, 특히 그 맥스라고 불리운 놈에게 고자킥, 아니 고자샷을 날려주는 것은 퇴원 후에 자신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응징은 내가 한다.

    사실 리브는 리들이 정말 해서는 안될 짓을 할까봐 두려웠다. 리들이 그러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를 아는 리브로서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눈치를 보니 리들은 이미 그 범인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부디 심한 일을 저지르지 만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적어도 네가 나올 때쯤이면 모든게 끝나 있을거야.”

    그렇게 말하는 리들의 흑안이 싸늘하게 빛났다. 리브는 한숨을 내쉬었다.

    *

    “내 생각에 넌 당분간 병동에 있는게 나을거 같아.”

    리브에게 밀린 숙제들을 와르르 쏟아내며 에밀리가 말했다.

    “어째서?”

    “음, 바깥 상황이 좀…”

    에밀리가 우물거리자 과목별로 진도를 짚어주던 오리온이 입을 열었다.

    “네가 겪었던 일들로 인해서 상당히 시끄러워.”

    “그런건 한 때야. 금방 사그라 들거고… 솔직히 이런 장난은 종종 있는 일이잖아.”

    “오, 장난 이라니! 이건 너무 질이 나빠!”

    에밀리가 버럭 소리쳤고 오리온은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심상치 않아. 네가 그냥 창고같은 데도 아니고 어둠의 방에 갇혔으니까 말이야. 래번클로는 물론이고 다들 범인을 잡아내야 한다고 여론이 들끓고 있어. 범인 잡기 전에는 도저히 끝날 기미가 안 보여. 오리온의 말에 리브가 한숨을 내쉬었다. 리들 선배,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에요.

    *

    리브가 병동에서 한발자국도 나오지 않자 이제는 그녀가 병동에서 죽어간다는 괴소문까지 돌고 있었다. 면회를 불허하다가 몇몇 학생들에게 허용한 것은 정말 심각한 상태가 아니냐며 다들 입방아를 찧었다. 어느 정도냐면 아브락사스가 심각한 얼굴로 에밀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정도였다.

    “네 친구 혼수 상태라는게 사실이야?”

    “누가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하는거야!”

    에밀리는 펄펄 뛰며 오리온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고 했지만 청년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들끓는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을 생각을 보이지가 않았다. 이제 리브를 가둬놓았던 존슨 패거리는 초조해 하고 있었다. 안그래도 요즘 그들에게는 고약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어둠의 방에 갇혀서 한바탕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물론 누구의 짓인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하여간 재수가 없었다.

    “어둠의 방이라니! 너- 그딴 데에 가두다니 미쳤어?”

    “난 거기가 어둠의 방인지 몰랐어! 그저 안에서 못 여는 방이라고 생각했다고.”

    “그 계집애가 불면 우린 끝이야!”

    두 남학생의 대화를 들으며 맥스 존슨이 입을 열었다.

    “그 계집애는 벙어리라 말 못해. 그리고 병동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다며?”

    “목숨이 위태롭대.”

    “오늘 내일 한다는 말도 있어.”

    “그럼 걱정할거 없어.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

    존슨은 그렇게 말하며 조소를 지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 역시 초조해하고 있었다. 집요한 톰 리들의 시선, 그 기분 나쁜 비웃음. 그는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자신들에게 일어나는 이 고약한 일들도 전부 그 자식의 짓이겠지. 존슨은 이를 부득 갈았지만 역시 증거가 없었다. 그리고 점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봤자 어쩔거야. 내가 그랬다는 증거있어? 지금 여론이 들끓는다고 해도 범인 불명으로 그렇게 끝날 사건이야. 하지만 역시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적중했다. 목격자가 나타난 것이다.

    *

    어둠의 방 감금 사건은 갑자기 나타난 목격자들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금까지 왜 입을 다물고 있었느냐는 교수들의 말에 그들은 하나같이 보복이 두려웠다, 같은 기숙사라 감싸고 싶었다 등등의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존슨 패거리를 지목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학생들은 교수들에게 호출을 받았다. 네 명의 남학생이 반장에게 불려가는 것을 보며—“너희 어둠의 방 감금사건의 범인으로 지목 받은거 알아? 따라 오도록 해.”— 정말로 그 사건을 목격했던 여학생 두 명이 불안해하며 속닥거렸다.

    “쟤네가 혹시 우리 본거 아니야? 우리한테 불똥이 튀면 어떡하지?”

    지금까지 두 여학생은 철저히 방관하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목격자들이 나타나자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불안해진 것이다. 자칫하다 걔네랑 한 패라고 의심당하면 어떡해?

    “가둔 것은 걔네들이잖아! 우린 어둠의 방인지도 몰랐고 브릴리언트한테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어!”

    그 때 그녀들의 뒤에서 누군가의 미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 당시의 너희는 알리바이가 없잖아?”

    그들은 뒤를 돌아보았다가 숨을 훅 들이마셨다. 톰 리들이 얼굴 가득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 레질리먼시로 리브의 기억을 읽어냈을 때, 리들은 소녀를 모른 척한 두 여학생을 보았다.

    “사실 목격자들이 너희 이름을 대면서 너희가 망을 봐줬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리들, 우리는 그런적 없어!”

    “그곳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우린 걔한테 손가락 까딱 안했어!”

    여학생들이 외치는 말에 리들이 핵심을 찔렀다.

    “알아, 너희는 그저 방관했을 뿐이지.”

    “우린 잘못하지 않았어.”

    “지금 여론을 보면 방관도 죄가 될 기세야. 너흰 그녀를 도와줄 수 있었는데 모른척 한거고 그래서 브릴리언트가 병동에서…”

    리들은 말끝을 흐리며 혀를 찼다. 여학생들의 굳은 얼굴을 보며 리들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너희가 방관만 했다는걸 누가 믿어줄까? 너흰 브릴리언트를 싫어하잖아. 그건 모든 학생들이 알아. 여러번 그녀를 해코지하지 않았던가?”

    유례없이 들끓는 여론, 갑자기 나타난 목격자들, 리브가 병동에서 죽어간다는 소문, 전부 리들이 꾸민 일이었다. 슬리데린은 사실상 톰 리들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슬리데린의 소문은 타 기숙사로도 이어진다. 그리고 학교 전체에 퍼지지. 여론을 형성하고 소문을 내는 것은 물론, 목격자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리,리들. 알잖아. 우리는 그저 네가 좋아서-”

    “내가 너희한테 브릴리언트를 괴롭히라고 했던가? 설사 그랬다고 해도 너희 행동이 정당화 되는건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리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서려있었지만 목소리는 차디찼다.

    “어둠의 방 감금 사건은 쉽게 넘어가지 못할거야. 너희도 알잖아? 모든 기숙사에서 여론이 들끓고 있지. 범인이 우리 기숙사라는 소문과 억측들이 퍼져서 슬리데린은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야. 너흴 보니 그다지 억측같지도 않지만.”

    이제 그리핀도르는 슬리데린 애들을 조사해야 하는게 아니냐며 억측을 늘어놓고 있었다. 후플푸프도 슬리데린을 향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고 래번클로는 예리하게 인과관계를 따져 톰 리들 팬클럽을 조사해야 한다고 교수들에게 건의했다. 슬리데린에서는 우리 기숙사를 함부로 의심하지 말라고 반발하며 소속 학생들을 감쌌다. 하지만 역시 찜찜한 모양인지 슬리데린 반장들은 이중에 범인이 있다면 얌전히 자수하는게 좋을 거라 엄포를 놓으며 절대로 감싸주지 않을 거라고 선언했다.

    “같은 기숙사라고 감싸주지 못할거야. 아니 못하는게 아니라 절대로 감싸지 않을걸. 반장들이 혹시 이중에 범인이 있다면 자백하라고까지 했잖아. 너희는 범인이 아니더라도… 글쎄, 입장이 난처해지겠지.”

    여학생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리들의 말은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너희는 그 애들처럼 우리 슬리데린의 명예를 훼손시킨거나 다름없어. 그건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겠지.”

    이제 여학생들은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리,리들 도와줘. 우,우리가 잘못했어.”

    “너희가 무슨 잘못이 있어.”

    그렇게 말하며 리들이 웃었다.

    “리들 제발…”

    “그러게 평소 행실을 똑바로 했어야지. 내 멘티를 괴롭히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곤란해지지는 않았을텐데.”

    그렇게 말하며 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정말로 유감이라는 표정까지 지어보인다.

    “미,미안해. 다시는 네 멘티를 건드리지 않을게!”

    “……”

    “리,리들. 우리가 잘못했어. 제발 도와줘. 응? 다시는 안 그럴게!”

    “……”

    “너는 우릴 도와줄 수 있잖아! 제발 부탁이야!”

    두 여학생의 계속되는 애원에 리들이 어쩔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너희가 반성하고 있다니 다행이야.”

    두 여학생은 정말로 반성하고 있다는 듯이 쉴새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들이 자비로운 표정을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흑안은 차디찼다.

    “그럼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대로 하도록 해.”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팬아트 주신 '아무리기다려도밤은오지않고'님 감사합니다!

    * 사실 멀쩡한 리브가 퇴원 못하는 것은 리들의 입김도 있어요. 젤러 부인한테 리브가 불안해한다. 평소보다 의기소침해진 것 같다. 애가 착해서 아픈 티를 안 내려한다 등등.. 치료사까지 구워삶은 리들입니다^^!

    * 에밀리는 리브 죽어간다는 소문에 펄펄 뛰는데 오리온이 가만히 있는 이유도 아시겠죠?ㅋㅋㅋㅋㅋㅋㅋ얘는 리들빠잖아요ㅋㅋㅋㅋㅋ

    * 존슨 패거리가 안잡힌 이유는 딱 하나에요. 증거도, 나타나는 목격자도 음슴... 하지만 리들이 누굽니까ㅋㅋㅋㅋ저렇게 목격자 만들어 내서 진짜 목격자 끌어내는거 보소...

    * 다음 편이 이번 챕터의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39화 예고편>

    상황은 존슨 패거리에게 몹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 리들과 존슨의 눈이 마주쳤다. 리들이 싸늘하게 비웃음을 짓다가 입모양으로 어떤 말을 내비친다.

    ‘너흰 이제 끝났어.’

    **

    “그들이 너를 얌전히 냅둘거 같아? 나에게 적의를 품은 이상 또 너를 건드리겠지. 넌 더 심한 짓을 당할 수도 있었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씩씩거리는 리들에게 이제는 리브가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청년의 기세에 살짝 밀려 소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당신이 날 언제부터 그렇게 위했다고- 나도 죽이겠다면서요!”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앞에 @를 붙여주세요^^

    그럼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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