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7 / 0115 ----------------------------------------------
Chapter 8. 변화
“다른 사람들은 리들 선배처럼 생각 안해요. 생명이 그렇게 우스워요?”
“내 생명도 아니고 상관없잖아.”
“자신의 생명이 소중하듯이 다른 이의 생명도 소중한 거에요. 왜 그걸 몰라요?”
“꼭 알아야 하나?”
브릴리언트는 종종 나에게 이런 말들을 하곤 했다. 그래, 그녀는 착하고 따스하다. 나와는 다르다. 우리는 닮은꼴이었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철저하게 상극이었다. 사람들이 착하다고 하는 나의 행동이 가식이라면 소녀의 착한 행동들은 전부 진심이었다. 우리는 매우 달랐다.
“리들 선배, 살인은 옳지 못한 행동이에요. 살인뿐만이 아니에요. 보통 사람들은 싫다는 이유로 무조건 없애려하지 않아요. 그랬다면 이 세상은 난장판이 되었을 거에요.”
“그건 약하기 때문이야. 나는 충분히 그럴 힘을 갖고 있고 그 사람들은 그게 아닌거지.”
“언제까지 그 힘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어요.”
“나는 달라.”
“리들 선-”
브릴리언트와 있다 보면 나는 종종 내가 정말 악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그녀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견딜 수 없어진다. 지금도, 나에게 적의를 가진 이들에게 곤욕을 치르지 않았던가. 그리고 네가 앓고, 실어증에 걸린 것도 전부… 생각하기 싫어졌다. 내가 그녀를 망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리들은 자신도 모르게 잡고 있던 리브의 손에 힘을 주었다. 그만해, 더 이상 말하지 마.
“그러지… 말아요…”
하지만 소녀는 멈추지 않는다. 아파하면서도 결국 입을 열고 만다. 정말 너란 여자는,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가 싶으면서도 정작 보면 하나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네가 그만하란다고 내가 그만할 사람으로 보여?”
난 너를 이해할 수 없어, 넌 그런 꼴을 당하고도 나한테 잘도 그만하라고 하는구나. 그래, 넌 그런 여자였지. 그렇게 말을 끊어버렸다. 더 이상 소녀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얼굴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날 막지 마. 평소처럼 그렇게 내버려 둬.
아니, 넌 항상 말없이 나를 책망하곤 했지. 누군가를 짓밟고 비웃음을 짓고 있는 나를 지그시 쳐다보곤 했어. 언젠가부터 그 보석같은 벽안을 볼 때마다 나는 견딜 수가 없어진다. 심장이 쿵 내려앉고 만다. 아니 그 때의 기분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마음 속을 콕콕 찌르는 느낌이 들어서, 이제는 도저히 그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두려워진다. 너와는 너무도 다른 내가, 언젠가는 너를 망치지 않을까. 지금도 너를 망치고 있는게 아닐까. 그럼에도 나는 너를 끊어낼 수 없다. 지팡이의 불을 꺼버렸다. 더 이상 소녀를 볼 수가 없었다.
“그럼 리들 선배는- 나도 죽일 거에요?”
“…!!”
“내가, 당신을 거슬리게 하면- 나도, 나도 결국은 죽-”
“죽일거냐고?”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냉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 죽일거야.”
그러니까 나를 막지 마.
“날 막는 자는 누구도 용서 안해.”
도저히 한 공간에 있을 수가 없어서, 병동을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문을 열고 이제 나가려는데 작은 흐느낌이 들려온다.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은 기분, 울고 있었다. 그래, 모른 척 하고 나가면 된다. 그러면 더 이상 나를 막지 않을 것이다. 평소처럼 싹을 잘라내. 하지만…
결국 나는 병동 문을 닫고,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가고 있었다. 소녀의 침대 앞에서, 다시 지팡이의 불을 켰을 때, 나는 정말 참담한 심정이 되었다. 작은 어깨를 바르르 떨며 울고 있는 모습에 죄책감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정말로 너를 망치고 있어.
“난 원래 이런 인간이야. 너도 알잖아.”
그렇게 말하는 리들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침대에 걸터앉은 청년은 이내 한숨을 푹 내쉰다. 자신의 말로 상처받았음이 분명했다. 나도,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뱉은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은 다 죽여도 눈앞의 소녀는 못 죽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그런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울지마, 보기 싫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소녀에게 청년이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울면, 나는 당황스러워.”
그래서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여기서 윽박지르면 너는 지금 당장은 눈물을 그칠지 몰라도… 내가 가고나면 또다시 울겠지.”
“……”
“그렇다고 계속 보고 있는건 내가 싫어.”
하지만 여전히 소녀는 눈물을 방울방울 쏟고 있었다.
“그냥 여기서 나가버리면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네가 울고 있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 거슬려.”
청년은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결국 그 강한 예감을 끄집어내 들려주고 만다. 그럼 네가 눈물을 그칠까.
“다른 사람은 다 죽여도 너만은 못죽일 것 같아.”
“……”
“아까는 내가 실언했어. 미안해.”
그 말에 리브의 벽안이 커졌다. 그리고 동시에 눈물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것들도 안 죽여. 그러니까 그만 울어.”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손등으로 눈물을 닦는 소녀를 보며 리들이 옆에 올려진 자신의 손수건을 내밀었다. 하지만 리브는 그것을 받지 않고있었다. 망설이는 듯한 몸짓에 리들이 손수건을 직접 소녀의 얼굴로 가져갔다. 눈물을 전부 닦아 내고는 소녀의 양 어깨를 잡아 눕히기 시작했다. 입술을 달싹거리던 리브가 간신히 말을 뱉었다.
“저,저는 리들 선배가 손에 피 묻히는게 싫은 거에요. 제 마음을 알아-”
“밤이 늦었어.”
“전 리들 선배가 그럴 때마다 무섭단 말이에요. 나는-”
“쉬이, 이제 자야지?”
그렇게 말하며 리들이 부드럽게 웃었다. 하지만 흑안은 날카롭기 그지없다. 리브는 이제 정말로 멈춰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자신은 선을 많이 넘어선 상태였다. 소녀는 얌전히 청년이 시키는 대로 누웠다. 리들은 이불을 꼼꼼하게 덮어주었다. 그런 청년을 보며 소녀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믿을게요. 그 말.”
*
리브는 여전히 병동에서 면회를 거절하고 있었고 어느 순간 ‘어둠의 방’의 존재가 학생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학생들은 호기심을 느끼고 도서관에서 [호그와트의 역사]를 빌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별 수확이 없는게 몇 백년 전까지 징계용으로 사용되었다는 짤막한 문장뿐이었다. 그리고 탐구정신을 불태우던 래번클로 학생들은 휴게실에 비치된 고서에서 어둠의 방과 관련된 내용을 발견했다.
[어둠의 방은 헬가 후플푸프를 제외한 세 명의 창시자가 만든 합작품으로 디멘터의 음의 에너지로 가득 차있다. 바깥과 완벽하게 차단되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불안에 떨게된다. 빛은 한 점도 들어오지 않도록 강력한 고대 마법이 걸려있으며 안에서는 열 수 없는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각성 마법이 걸려있으며…]
“디멘터 에너지? 이거 완전 아즈카반의 축소판이잖아.”
“헬가 후플푸프는 왜 참여하지 않았을까?”
“비윤리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리브도 병동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잖아. 가혹한 행위야.”
래번클로 학생들은 이제 어둠의 방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학생들의 어둠의 방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래번클로 학생들이 알고 있는 어둠의 방에 대한 정보가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했고 학생들의 궁금증은 더욱더 증폭되었다. 그리핀도르의 샤를루스 포터와 몇 몇 학생들은 호기심에 불타올라 어둠의 방에 침입하려다가 관리인에게 붙잡혀 미수로 끝났다. 그 덕분에 어둠의 방을 소멸시키자는 덤블도어의 건의는 곧바로 통과되었다.
4학년 마법의 역사 시간, 빈스 교수가 노트를 펼치고 특유의 단조로운 목소리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핀도르는 거의 전멸 상태였고 슬리데린 역시 꾸벅꾸벅 졸거나 엎어져있었다. 리들의 옆에 앉아있는 아브락사스는 가끔 필기를 받아 적어야 할 때만 잠깐 잠깐 깨어났다가 다시 잠이 들곤 했다. 그런 마법의 역사 수업 중간에 이례 없는 일이 일어났다. 누군가가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음, 학생은 아마… 리들 군?”
“네, 교수님. 혹시 ‘어둠의 방’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호그와트의 역사’에는 몇 줄 쓰여 있지 않아서요.”
그렇게 말하며 리들이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청년의 말에 수면상태였던 학생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아브락사스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었고 그리핀도르의 어떤 학생은 턱을 괴고 있다가 깜짝 놀라 책상에 코를 박기도 했다. 빈스 교수는 흔쾌히 어둠의 방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았다.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말똥말똥한 눈으로 교수의 말을 듣고 있었다. 빈스 교수는 이 상황이 살짝 어리둥절해진 것 같았다.
“어둠의 방은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방입니다. 고드릭 그리핀도르, 로웨나 래번클로,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합작품이죠.”
“헬가 후플푸프는 왜 참여하지 않았나요?”
누군가의 손이 올라갔다. 빈스 교수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듯 더듬더듬 말했다.
“헬가 후플푸프는 학생들에게 징계용으로 쓰이기에 너무나도 가혹하다며 설립에 반대했고 끝내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비윤리적이기 때문이겠죠.”
“고드릭 그리핀도르가 어둠의 마법을 써서 방을 만드는 것에 찬성했다는 말인가요? 디멘터의 음의 에너지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리핀도르 학생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몇 몇 슬리데린 학생들이 어둠의 마법이 뭐 어떠하냐며 속닥거렸다. 잠시 그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은 어둠의 마법에 대해서는 극명하게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었다.
“오, 맞아요. 디멘터의 음의 에너지를 넣었죠. 이는 갇힌 사람에게 불안감을 증폭시킵니다.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의견일거에요.”
아즈카반이나 다를거 없네. 리들이 혼잣말처럼 뱉은 말에 교실이 술렁였다. 아즈카반의 악명과 디멘터의 끔찍함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었다.
“어둠의 방 안에는 빛이 들지 않는 고대마법과 각성마법이 걸려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 루모스로도 그 안을 밝히기가 힘들죠. 강한 마법력이 깃든 빛으로만 어둠을 뚫을 수 있을거 에요. 그리고 각성 마법 때문에 의식을 항상 깨어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적인 고문이죠.”
빈스 교수의 설명은 학생들의 질문만큼이나 계속해서 이어졌다. 사실 리들은 덤블도어 교수에게 들어 어둠의 방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다. 덤블도어가 완전히 소멸시키자는 건의를 냈다니 곧 없어질 장소. 감흥도 흥미도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그곳을 파괴시켜버리고 싶은 심정도 살짝 있었다. 어쨌든 현재 래번클로의 한 여학생이 누군가에 의해 어둠의 방에 상당시간 감금되어 있었고 현재 병동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쫙 퍼져있었다. 그리고 범인은 불명.
사실 학생들이 장난이든 보복이든 누군가를 가두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범인이 밝혀지면 징계를 받거나 기숙사 점수가 깎이는 데서 끝나곤 했다. 하지만 부활절 휴일동안에 있었던 감금사건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어둠의 방이라는 것이 알려지자마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사실 감금사건이라는 거창한 칭호가 붙은 것부터 예삿일이 아니었다. 이제 어둠의 방은 학생들에게 아즈카반과 같은 곳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아즈카반은 무슨. 어둠의 방과 아즈카반은 분명하게 다르다. 비교 대상 자체가 아니지. 몇백년 전에 폐쇄되면서 방 안에 담긴 음의 에너지는 점차 희미해져 갔다. 하지만 디멘터의 음의 에너지는 만만치 않았다. 리들 역시 들어갔을 때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꼈으니. 안 그래도 불안정한 리브에게는 더욱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 리들은 또다시 분노가 치솟는 것을 느꼈다. 사실 리들은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기보다는 쥐도 새도 모르게 그들을 없애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덤블도어가 자신을 유난히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믿지 않고 경계하고 있다. 사실 덤블도어보다 리브가 큰 문제였다.
나에게 그러지 말라고 했다. 내가 손에 피를 묻히는게 싫다고 했다. 그런 내가 무섭다고 했다. 알고 있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 항상 나를 지그시 쳐다보았지. 그리고 나는 항상 알수없는 기분에 사로잡히지. 그때마다 나는 차마 너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지. 언젠가 너 역시 망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되지. 대체 브릴리언트, 그 계집애가 뭐라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그것들을 죽인다고 해도 브릴리언트는 나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 또다시 나를 지그시 쳐다보겠지. 책망을 담아서. 그리고 속상해하고 슬퍼하겠지. 넌 그런 여자니까. 한 번 뱉은 말은 지킬게. 죽이지만 않으면 되니까. 현재 리들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착착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학교의 여론을 형성하고 이렇게 수업시간에 질문까지 던진 것에는 모종의 이유가 있었다. 청년은 감금 사건을 허투루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 작품 후기 ============================
선작,추천,코멘트 감사합니다^^
오타 지적해주시는 분들도요~ 수정했습니다^^
맞다, 예쁜 리브 그려주신 금빛 안개님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 리들의 쓰레기짓(?) 때문에 지난편 추천이.. 반토막났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리들 이새끼야..........
* 여러분 리브가 은근히 뒤끝있는 성격인거 아시죠?ㅋㅋㅋㅋ사과했다고 리브가 아넹ㅋ이러고 잊어버릴 애가 아님...... 리들이나 리브나 이런건 또 닮았네요. 불만있으면 바로 소리소리 지르며 싸우는 아브엠과는 전혀 다름ㅋㅋㅋㅋㅋㅋ
* 저의 리들이 정말 볼드모트다운 볼드모트라는 평을 들었어요! 얏호
* 리브가 우는 모습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요.. 본의아니게 질질짜는캐릭터로 잡히는거 같아서 마음이 복잡해요..ㅠㅠ 리브 원래 눈물 많은 애 아닌데.. 지금까지 리들 앞에서만 울었다고 하며 변명을 해봅니다! 사실 리들이 엥간한거에는 눈하나 깜짝 안하니깤ㅋㅋㅋㅋㅋㅋ리브가 화내면 똑같이 화내는 자식이에요 얘가.....그러다가 기어이 눈물 빼놓고;;;;; 화내면 완전 무서움.. 안울겠냐고요. 어쨌드 리들 이 새끼가 문제임 리브가 울어야 꼭 정신을 차리지!!!!!!!!!!!
<38회 예고편>
“리들 선배,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거에요?”
“글쎄.”
**
“네 친구 혼수 상태라는게 사실이야?”
“누가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하는거야!”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앞에 @를 붙여주세요!
그럼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